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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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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6

아카데미로 복귀하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일단 용사가 진짜 십새끼였다.

도움은 하나도 안 주면서 옆에서 입을 나불나불거리니 주먹이 울더라고. 참느라 고생했다.

적어도 루나는 주먹을 부르지는 않았는데 용사는 주먹까지 불렀다. 상위호환이라 해야 할지 그 반대라 해야 할지.

진짜 옆에만 있고 아무것도 안 도와줬다. 방향조차 제대로 짚어주지 않아 중간에 길을 헤매는 경우도 있었다.

‘몬스터 취급까지 받았지.’

그때만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솔직히 지금 내 모습이 몬스터나 다름없다는 건 나도 안다.

문제는 언어다. 나는 공용어밖에 모르는데 아카데미 관계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자국어밖에 모른다.

내가 무어라 말을 해도 몬스터의 언어처럼 느껴지겠지. 이런 경우는 도망치거나 오해를 풀 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가급적이면 오해를 풀고 싶었으며 용사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근데 이 십새끼가 안 도와주더라. 내가 왜? 라면서 뻔뻔하게 나섰다.

‘다행히 용사가 있어서 오해는 풀렸다만…’

어찌 됐든 간에 용사와 가까이 지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진정 소시오패스였으니까.

다행히 아카데미에 도착한 후에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약간이나마 있었기에 통과할 수 있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붉디 붉은 눈동자만 보여줘도 통과시키더라. 내 몰골을 보고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짓긴 했다만.

-쏴아아아아

“어우. 이 때국물좀 봐. 시바르 너 며칠 동안 안 씻었어?”

“여기 올 때까지 안 씻었어.”

“그래 보인다 얘. 빨리 오고 싶었지?”

“응.”

아카데미를 넘어 로드의 주거지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우선 내 몰골이 거지 그 자체다.

지나가는 거지마저 거지라 안 하고 그냥 더러운 몬스터라 생각할 정도. 그래서 바로 씻었다.

아카데미에 도착했으니 더 이상 털은 필요없다. 그래서 엘리가 나를 직접 씻겨줬다.

다른 곳은 어떻게 제모를 할 수 있겠다만 등은 아니었으니까. 도움이 필요했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엘리는 짧은 반팔과 반바지만 입었다. 이상한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우와. 엉덩이에도 털이 났네. 이거 다 정리하려면 고생하겠다.”

“응.”

“근데 이거 다 밀어도 다시 나는 건 아니지?”

“글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저게 가장 걱정됐다.

올림푸스 산맥에 있을 때는 따뜻하고 편안했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쓸모없었으니까.

올림푸스 산맥에서 정령의 정수를 먹고 이리 됐다면 아카데미에서도 비슷한 걸 먹으면 되지 않을까.

‘혼돈의 숲에 들어가야 하나?’

혼돈의 숲에는 정령이 없다. 대신 미친 듯이 강한 몬스터와 짐승이 있을 뿐이지.

어찌 됐든 간에 경과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건 털이 아니니까.

“뒤는 다 됐어. 앞은 네가 할 거지?”

“응.”

“원한다면 도와줄 수도 있는데?”

“…”

나는 그 말을 한 엘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나를 도와주기 위해 짧은 티셔츠를 입어 풍만한 주머니가 유독 두드러졌다.

순간 그 주머니에 혹해 도와달라고 할 뻔했다. 그러나 나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할게.”

“알았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응.”

엘리는 그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거울을 쳐다봤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새하얀 수염들. 덥수룩하게 자라서 눈코입이 다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바버샵에 가서 자를까.’

문득 아카데미에 처음 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루나가 나를 바버샵에 데리고 갔었지.

원래라면 자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그후로 수염이 안 자라더라. 머리카락도 거의 비슷했고.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치다가 우선 얼굴의 털부터 정리하기로 정했다. 세세한 건 바버샵에 가야지.

‘면도기가… 이거밖에 없나?’

전부 외날 면도기다. 아무래도 기술이 기술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원래라면 숙련자조차 사용하기 힘든 도구다. 하지만 나는 대충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중간에 상처가 나도 곧바로 회복하니까. 게다가 철강왕 특성 덕택에 칼날에 베일 일도 거의 없다.

‘이런 건 왁싱을 해야 하지 않나?’

모르겠다. 그냥 급한대로 제모하자.

나는 수염 다음으로 앞부분에 숭숭 난 털들을 전부 제거했다. 죄다 흰색이라 싹 다 치울 필요가 있다.

무슨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고생인지 원.

‘다시 자라는 게 문제네.’

털을 다 미는 데에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나는 미리 준비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익히 아는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리제는 짜증이 제대로 묻어나온 표정이었고 용사는 느글느글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용사의 옆에는 언제 왔는지도 모를 루나가 앉아있었는데 아무래도 엘리가 따로 부른 모양이다.

“시바르. 넌 성녀님 옆에 앉아. 나는 다과를 준비할게.”

“응.”

엘리의 말에 따라 리제의 옆에 앉았다. 이윽고 전대 용사와 용사(진)과 마주할 수 있었다.

세상 여유로운 전대 용사와 달리 루나는 눈치를 살살 보고 있는 모습이다.

분위기가 생각보다 험악했으니 루나로서는 좌불안석 그 자체일 것이다.

“오! 왔구나. 그럼 이제 바로 시작해도 될까?”

“잠깐만 기다려. 아직 할 말 안 끝났어.”

“…?”

잠깐만. 방금 설마 리제가 말한 건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리제를 쳐다봤다. 세상 혐오스러운 걸 목도했다는 험악하기 그지 없는 표정이다.

리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편이며 설령 그것이 적이라 해도 다르지 않았다.

거짓에게조차 존중을 담아 존댓말을 했지 않았는가. 그런데 용사에게는 반말을 꺼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나?’

있다고 하면 분명 안 좋은 일일 확률이 100%다. 리제가 반말을 하는 걸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용사의 성격상 물어보면 전부 말해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분위기 때문이라도 입을 다물었다.

“무슨 할 말? 우리 사이에 더 할 말이라도 있나?”

“당연히 있지. 심연보다 새까만 네 마음을 고려하면 더욱이.”

욕설만 안 했지 사실상 욕설이나 동급인 독설이다. 심지어 그 말을 꺼낸 사람이 리제다.

이러니 더욱 궁금하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으면 원수나 다름없게 된 걸까.

물론 리제가 일방적으로 원수 취급을 하는 거고 용사는 늘 그렇듯이 여유로운 태도였다.

“설마 아직도 그때 일 때문에 그래? 누누이 말하지만 난 조언을 해줬을 뿐이라고.”

“그 조언 때문에…!!”

용사의 말에 리제가 울컥했다. 순간 몸이 움찔한 걸 보면 역린을 살짝 건드린 모양.

동시에 리제로부터 살벌한 기운이 새어나왔지만 아주 잠시였을 뿐이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은 듯했다.

“다른 건 몰라도 네가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모욕 그 자체야. 왜 네가 시바르 형제님의 옆에 있는 거지?”

“혼돈이 인도한 거야. 거기까지밖에 말 못 하겠네.”

“어째서 혼돈께서…”

용사가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레 답하자 리제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혼돈이 그를 인도한 것 자체는 사실이다. 과정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저… 스승님?”

“응?”

그때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던 루나가 용사를 불렀다. 나는 그 둘을 유심히 쳐다봤다.

당장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렇지 가면을 벗었을 때의 용사의 얼굴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걸 토대로 루나의 외모와 비교하니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연 관계인 건 확실하다.

“실례지만 성녀님과 언제 만나셨나요?”

“아주 오래 전부터 만났단다.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지.”

“지랄.”

“…”

리제의 입에서 기어코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런 반응 처음이다.

표정도 한층 더 구겨진 것이 오물을 보는 듯한 얼굴이다. 도대체 무슨 악연이 있길래.

“…성녀님이 대놓고 싫어하시는데요?”

“아. 그거? 이유가 있긴 있지.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라색과 연관이 있단다.”

“보라색이요?”

“응. 보라색. 제자는 보라색의 자격이 뭔지 알고 있니?”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른다는 무언의 답변이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내가 아는 바로 보라색은 탄생부터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용사처럼 극히 드문 사례가 있긴 해도 대부분의 보라색은 신에 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 같은 필멸자가 보라색의 경지로 오르기 위한 조건은 하나란다. 바로 인간성을 포기하는 거지.”

“인간성? 도덕심 같은 거요?”

“비슷해. 우선 보라색이 된다면 카오스가 매~우 싫어할 거란다. 이것만 알아두렴.”

인간성. 여러모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누구는 도덕성이라 말할 거고 누구는 사회성이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성은 하나로 귀결되는 단어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처럼 변하는 법이니까.

카오스가 보라색을 싫어하는 것도 저 이유겠지. 인간성이 없다면 혼돈은 의미가 없어지니까.

“그럼 스승님께서도…”

“맞아. 이거 보렴.”

-스윽

용사가 가면을 올리며 얼굴을 드러냈다. 루나와 똑 빼닮은 외모다.

차이점은 보라색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눈동자. 루나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더니 눈이 서서히 커졌다.

그녀도 처음 보는 용사의 얼굴이겠지. 너무 쉽게 드러내니 약간 당황스러울 것이다.

“나도 엄연히 보라색이란다. 더 이상 아픈 게 싫었거든.”

“아픈 게… 싫다고요?”

“응. 제자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천천히 알게 될 거야.”

의미심장한 말이다. 실제로 루나의 미래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루트를 잘못 타는 순간 루나의 정신력은 서서히 바닥을 찍을 테니까. 설령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아도 똑같다.

여리디 여린 처녀가 세상을 구할 용사의 운명을 타고 났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성녀도 보라색이 될 자격이 있어. 자기가 거부해서 그렇지.”

“난 너처럼 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마음이 부서질 대로 부서졌는데? 포기하면 편하다니까 그러네.”

“기회는 남아있으니까.”

“기회라…”

용사는 말을 흐리더니 주방 쪽을 쳐다봤다. 주방에는 엘리가 열심히 다과를 세팅하고 있다.

그는 한참동안 엘리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 당장 변한 것도 있고.”

“…”

“그러고 보니 지금 아카데미에 분명…”

[신앙이 하락합니다!]

용사가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부정적인 메시지가 출력됐다.

그 메시지가 출력되자마자 용사가 나를 보더니 쩝 하며 입맛을 다셨다.

“에휴. 너랑 연관된 건 전부 못 말하겠네. 아쉽다 아쉬워.”

“…”

“아무튼! 할 일부터 하자고. 보아하니 시간도 얼마 안 남았잖아?”

“쓸데없는 짓을 하는 순간…”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너도 내 성격 알잖아.”

손해 보기 싫은 성격. 할 일만 하고 나머지는 신경도 안 쓰는 성격. 소시오패스 그 자체.

달리 말하자면 이미 맡은 일은 충실히 하는 성격이라는 의미다. 리제도 이를 알고 있기에 입을 다물었다.

“그전에 내 눈부터 수거해야 하는데… 여기 내 석상 있지 않아? 만일을 대비해서 거기에 내 눈을 심었거든.”

“눈이요? 설마 이거요?”

용사의 말에 루나가 주머니에서 동그란 무언가를 꺼냈다. 용사의 의안이다.

용사는 그 의안을 보자마자 놀란 기색을 드러내더니 질문을 꺼냈다.

“이거 어디서 구했니? 내 석상에 박았다는 것만 알고 있는데.”

“어… 사고로?”

“사고라…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튼 줄 수 있니?”

“여기요.”

루나는 의안을 기꺼이 넘겨줬다. 저거 은근 쏠쏠한 아이템인데 이대로 넘겨주는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용사가 가면을 벗었다. 훤칠한 외모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윽고 부자연스레 감긴 눈에 의안을 박으려던 찰나 그가 흠칫하며 의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무언가 오묘한 표정이다. 뒤이어 그가 루나에게 물었다.

“제자야. 너 이거에 무슨 짓 했니?”

“네?”

“아니. 뭐랄까… 굉장히 찝찝한 기운이… 설마 이거 핥기라도 했니?”

보라색이라서 그럴까.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

심지어 눈깔사탕처럼 입에 머금었을 때가 몇 달 전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파악했다.

“내가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고 했잖니. 메뚜기 집어먹던 버릇 아직도 못 고쳤어?”

“아니. 그거 언제적 얘기를… 어쨌거나 핥은 건 아니에요.”

“그래?”

“핥진 않고 시바르 입에 넣은 적이 있어요.”

“…”

용사가 멈칫거렸다. 할 말을 잃어버렸다는 표정은 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입놀림 하나는 굉장했다.

“…그냥 이거 너 가지렴. 평생 애꾸눈으로 살아야지 그냥.”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덕분에 의안을 받을 수 있었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나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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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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