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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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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8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마왕은 한결같이 용사를 신뢰해 왔다·

당연히 사람을 믿는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히는 용사라는 의무를 맡게 된 자들이 보여주는 보편적인 행동 원리를 신뢰하는 것에 가깝다·

정의감 의무감 연민 동정 영웅심 등등· 적어도 지금까지 마왕이 겪어왔던 용사들의 원동력은 언제나 비슷비슷했기에 마왕은 주변을 성역화하여 악신의 종자들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홀로 활동하는 마신의 용사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적어도 느닷없이 날아온 양손 도끼를 다급하게 막아 내자마자 날아든 엘드미아의 검에 목을 베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대체 어떻게 자신이 있는 위치까지 날아온 것인지 놀랄 틈도 없었다· 고개를 내렸을 땐 이미 길을 가로막고 있던 침식체들 중 다섯이 오체분시 되어 바닥을 나뒹구는 광경을 뒤로하고 엘드미아가 바짝 붙은 상태였으니·

“이젠 막으려고 드네?”

목이 베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자마자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 표정을 읽은 투구 너머로 비웃음 같은 게 흘러나왔다·

“역시 그런 능력에 제약이 없을 리가 없지·”

죽지도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으니 지금까지 아무런 위기감 없이 맞아왔던 공격을 처음으로 막았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한 엘드미아의 공격이 더욱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처음 기습을 당했던 그 순간부터 계획이 틀어졌다는 것을·

다음을 기약하더라도 지금은 놈을 상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이 대가는 크게 치러야 할 것이다·]

마왕이 입을 열자 도시의 바닥에 깔린 깊은 어둠이 쏜살같이 솟구치며 엘드미아에게 날아든다· 그리고 의지를 지니기라도 한 것처럼 꿈틀거리며 하늘을 배회한 어둠이 순식간에 수백 자루의 창으로 변해 엘드미아의 사각을 노리는 동안 마왕은 처음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와 동시에 준비동작같은 걸 찾아볼 수 없는 일격이 공기를 찢으며 엘드미아의 안면에 직격했다·

-쩌엉!

육체가 망가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나도 하지 않는 신성의 응집이 낳은 공격이 투구에 적중하자 거대한 종소리에 버금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맞으면 일격필살 피해도 중상 그마저도 안 되면 사각에서 접근하는 공격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강력한 견제를 목적으로 휘둘러진 주먹은 분명 마스터 급이라 불리는 이들조차 방심할 수 없는 공격이었고 이는 주먹을 휘두른 마왕이 가장 잘 알았다·

어린 용의 비늘이라면 균열을 만드는 것도 가능한 수준의 공격에 피할 틈도 없이 직격당했으니 멀쩡할 리가 없다· 그리 자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심하지 않기 위해 2타를 준비하던 마왕이 이변을 눈치챈 것은 뻗은 오른 주먹이 닿은 위치였다·

“개!”

분명 좌측 안구가 있을 위치를 노리고 휘둘렀던 주먹이 투구 이마 부분에 닿아 있다·

균열이 가고 파편이 튀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얼굴이 조금 드러난 탓에 그득한 적의와 함께 하얗게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하게 된 마왕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위해 생각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말았다·

‘그걸 머리로 막았다고?’

초월에 이른 자들의 싸움에서는 초 단위의 잡념도 죽음과 이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무식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거늘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장비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건가?

실제로 박살이 난 게 아니라 금이 가고 깨져 나간 선에서 그친 것을 보니 용린으로 만든 거 같긴 하지만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돼먹은···

“씨발!”

상식을 초월한 대응에 저도 모르게 주춤거린 그 짧디짧은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낸 틈을 향해·

엘드미아의 검이 빛과 함께 날아들었다·

필멸자에겐 있을 수 없는 감각이 등 뒤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알려주고 보고 있지 않음에도 위치를 짐작하게 해준다·

‘할 만하다’고 판단한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이마로 막아 낸 마왕의 일격은 뤼밍스의 투구마저 깨버릴 정도로 끔찍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 여파에 인상을 찡그리면서 드는 생각은 ‘평소라면 죽었다·’였다·

마치 내 머릿속에 뇌가 하나 더 들어와서 평소의 나라면 할 수 없었을 연산을 대신하는 듯한 기분이다·

서서히 흰자위까지 검게 물들어가는 놈의 눈동자에 비춰진 내가 보인다· 깨진 투구 사이로 보이는 내 눈은 하얗게 빛나고 있다· 그 빛은 과거 에파가 님을 마주했을 때 그분의 눈에서 봤던 것과 매우 흡사했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욕지거리를 가감 없이 뱉어내며 마력을 담아 에스테를 휘두른다· 분명 내가 내 몸과 기술을 써서 움직이는데 그렇게 펼쳐진 공격의 궤적은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으로도 악신의 권능으로 빚어진 공격을 다 피하는 건 무리였다·

확실하고 진득한 악의가 조금씩 조금씩 닿기 시작한다· 마왕의 공격 또한 단순 육탄전을 넘어 보이지 않는 신성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용갑과 뤼밍스의 투구가 아니었다면 진즉 내 몸을 박살 냈을 것만 같은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모든 게 낯설고 불안하다·

본디 내가 지닐 수 없는 힘이라는 확신이 견고해 질 때마다 그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사각에서 날아드는 악신의 권능으로 빚어진 창을 베어내고 마왕의 몸을 토막 내면서 내가 생각하는 건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활로가 아니라 사념 님과 꾸준하게 대화했던 ‘균형’에 대한 거였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까지는 균형이 나에게 유리하게 적용했던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사념님께서 굳이 자살을 염두에 두고 계셨을 만큼 공평함에 미쳐 있는 균형이니 언제라도 마왕의 편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사실이다·

그게 만약 지금 이 힘이라면?

내가 단순히 신성력을 폭주시킨 걸로 끝난 게 아니라 이게 에파가 님의 권능을 제멋대로 빌리고 있는 거였다면? 사념 님이 직접 힘을 행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행동이라서 마왕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그렇다면 지금 도심 한복판에 펼쳐진 이 참상이 정말 나 때문에 빚어진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마왕의 개소리가 소 뒷걸음질 치다가 개구리 밟아 죽인 격 내지는 고장 난 시계가 하루에 두 번 맞는 것처럼 우연찮게 맞는 말이었다면?

고민이 깊어지는 동안 악신의 권능이 거미줄처럼 엮이며 날 붙들기 위해 다시 날아들고 토막 낸 마왕의 육체는 더욱 괴물 같은 형태로 바뀌어 다시금 전력을 다한 일격을 때려 박는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이번엔 여유가 있어서 방패로 막아 내며 흘릴 수 있었다· 덕분에 훨씬 안정적으로 거미줄같은 어둠을 베어낸 나는 바늘을 발판 삼아 한 번 더 위로 솟구쳐 마왕의 머리를 넘어 놈의 뒤를 노리기로 했다·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놈의 정수리를 향해 비장의 파일 벙커를 날리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콰앙!

아무리 괴물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력을 추친제 삼아 가속하는 파일 벙커 앞에서는 견딜 재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수박처럼 시원하게 터져 나가는 머리를 보며 다시금 에스테를 휘두르고자 자세를 잡으려는데··· 불현듯 방금까지 하던 고민에 대해 다른 시각이 생겨났다·

가만 이거 결국 방향만 좀 다를 뿐이지 마왕놈이랑 비슷한 짓이나 하면서 삽질하는 거 아닌가?

내 대가리가 깨진 게 아니라 남의 대가리를 깼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솟구친 깨달음은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던 기억까지 건드리며 점점 신빙성을 더해간다·

똑같은 시간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해 변수에 집착하고 모든 걸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 믿는 마왕과 균형이라는 게 작용할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이를 두려워하며 소극적으로 움직이려는 나·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믿고 이를 이용해 먹으려는 씹새끼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결과가 정해질 수 있다고 믿고 쫄아 있는 쫄보새끼·

막말로 저 새끼가 얼마나 헛짓거리를 했는지도 모르고 정말 내 행동과 사념 님이라는 존재가 균형의 심기를 건드리는지도 확실치 않은데 겁부터 주워 먹으려는 꼴이잖은가?

신들께서는 이래서 균형의 존재를 굳이 알리지 않고 감추려고 했던 것일까? 알게 되면 모든 걸 감시하는 초월적인 존재로 여기고 두려워하며 살게 될까 봐?

“크아아악!”

“그워어!”

마왕의 공격을 피해기 위해 거침없이 추락하면서 끈질기게 나를 노리는 어둠과 침식체들을 베어내는 동안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공격을 완전히 다 막지 못해 상처가 나고 그 상처를 통해 악신의 신성이 내게 파고들려는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묘하게 냉정한 머리는 기계적으로 이를 밀어내면서 고민을 이어 나갈 뿐이다·

그러던 도중 불현듯 떠오른 건 이제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에파가 님과의 첫 대면이었다·

‘네가 너만의 길을 계속 걷기를 바란다·’

동시에 그 만남의 끝에 에파가 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바라는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의 뜻을 떠나 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바라는 거니까·]

순간 세상을 고요하게 만드는 정적 속에서 마왕의 입에서 들려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목소리가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이셨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이 네가 살고 있던 세상을 부러워하게 된 이유였기에·”

아 그랬구나·

균형이고 나발이고 그 말씀 속에 답이 있었다·

[너희는 그저 최선을 다하여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란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에파가 님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리고

불안정하던 신성력의 폭주는 권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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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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