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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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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3

간만에 푹 잤다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을 때 난 내가 자다 일어난 게 아니라 성역에 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다르다· 이곳은 에파가 님의 성역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와중에 어째서인지 그런 느낌을 받아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새하얀 공간인 건 똑같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나를 부르는 목소리나 에파가 님의 존재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설마 나 좆된 건가···?”

무사히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서 문제가 터진 건 아닐까· 불현듯 떠오르는 불길한 추측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그에 비해 별로 불안하진 않다· 뭔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잡념같은 생각들을 털어내며 좀 더 앞으로 나아가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새하얀 공간만 무한히 펼쳐질 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피곤하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는다고 이 상황이 해결될 거 같지도 않았으니 일단은 계속 걸어보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한 건 아니다· 몸에 흐르는 마력과 신성력을 확인해 보고 어디 이상 없나 살펴보는 등 나름대로 자가 검진을 거치면서 움직였지·

근데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건 맞는 듯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더라고·

“지난번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에파가 님의 배려였던 것인지 뭔지는 몰라도 당시엔 공간만 초현실적이었지 내 몸은 걸치고 있는 장비까지 현실과 똑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도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몸마저도 하얗다· 사람이 자체 발광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면 이런 꼴이지 않을까?

“폭주의 후유증인가 성역의 후유증인가···”

가능성 높은 이유들을 입에 올리며 턱을 쓰다듬으려 하자 새하얀 배경 속에서도 더욱 새하얗게 빛나는 내 팔이 움직인다· 그렇게 빛난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데도 눈이 부시지 않는다는 게 좀 신기해서 의식이 딴 데로 빠질 뻔했지만 다시 침착하게 정신을 가다듬고 의문에만 집중했다·

악신과는 연관 없을 것이다· 당장 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은 놈의 구린내 가득한 권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청량했으니까· 신성력에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스스로가 어이없었지만 아무튼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번 처음으로 폭주를 야기했을 땐 이러지 않았으니 자연스러운 소거법에 의해 범인은 성역이 된다·

그래서 믿기 힘들다· 그건 내가 자체적으로 해낸 무언가가 아니라 에파가 님의 도움으로 완성된 거였으니까·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차라리 이 모든 게 악신의 사술이고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라 믿고 말지· 그리 여기며 혼자 코웃음을 치는 순간 느닷없이 다른 존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대는 항상 신실하군·]

에파가 님 때와 같이 공간 전체가 울리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울림을 가진 목소리의 주인은 사념 님이었다·

“이런 세상에? 사념 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재미있는 표현이군· 그대는 이곳이 어딘지 알고 그리 물어보는 건가?]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념 님께서 계실 공간일 가능성보다는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죠·”

접점이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잖은가· 내성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사념 님이신데·

그래도 이렇게 목소리가 닿았다는 건 내가 처한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 도움을 주실 수 있다는 거였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사념 님을 찾고자 고개를 돌리는 내 머릿속에 사념 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래라네·]

“아래요? 그게 무··· 아?”

아무 생각 없이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내리자마자 멍청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다르게 현실에서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시는 사념 님은 왜소한 수준을 넘어 소인에 가까웠던 것이다·

“아니 어찌 그리 작아지셨습니까?”

[역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군· 그대가 거대해진 거라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사념 님의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오며 깨달음이 자리 잡는다· 그러자 지금까지 새하얗기만 했던 주변이 순식간에 온갖 풍경으로 가득 차며 온전한 세상을 그려 냈다·

대체 정체가 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인의 시체가 쓰러져 있는 레비엥·

그런 거인의 시체를 조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수많은 병사들과 성직자들·

무너진 내성의 잔해를 치우고 복구 잡어에 들어서는 인부들과 이를 돕는 시민들·

한층 더 피로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성직자들과 함께 거인을 조사하는 데오니 성녀님 직접 발로 뛰며 진두지휘하는 라그니스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검을 쥔 채 정원 구석에 가 앉아 있는 셰릴 내가 누워 있는 침대 곁에 앉아 나와 사념 님을 바라보고 있는 에스뮈에와 아실리에···

“이건····”

[그대가 ‘보고 싶다’ 여겼기에 볼 수 있게 된 광경이지· 신역에 들어선 기분은 어떤가?]

되물을 필요도 말할 필요도 없다· 사념 님의 지식이 온전하게 흘러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멋모르고 에파가 님을 씨발놈이라고 욕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보고 계셨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부끄러워졌지만 최대한 능숙하게 감정을 숨기며 태연한 척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이게 승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이군요·”

[엄밀히 따지자면 좀 다르다네· 그대와 달리 반신을 거쳐 승천에 이르는 자들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부터 변화가 시작되거든· 세 성녀들이 각기 다른 검진을 했음에도 아무 문제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정신 내지는 영혼부터 반신화가 진행된다니 내 기억 속에서도 그런 경우는 찾아볼 수 없어서 좀 늦었다네·]

대체 내가 누워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라고 생각하자 마자 내가 잠들어 있던 시간 동안의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째서인지 내가 볼 수 있는 건 지크프리트와 성녀님을 비롯한 일부 성직자들의 단편적인 기억뿐이었지만 정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솔직히 충분한 걸 넘어서 과도하게 차고 넘쳤다· 사람들이 느꼈던 좌절 희망 고통 즐거움 연민 등등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하며 머리를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이건 공감의 영역이 아니다· 찰나에 불과한 짧은 순간 오만가지 정보를 읽을 때마다 나는 내가 아닌 그들이 되었다· 그 모든 게 자연스러우며 당연한 일이었으며 그들의 감정은 나의 감정이 되었다·

[조심· 내가 그대를 돕고 있다고는 해도 너무 많은 것을 느끼면 매몰되고 말 테니·]

사념 님의 목소리 덕분일까 물밀듯이 몰려오는 기억과 감정들이 갑자기 뚝 하고 멈췄다·

“제가 방금 보고 느꼈던 건 대체···”

[‘우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지· 이대로 가면 그대가 계속 가지게 될 관점이기도 하고·]

덤덤한 대답과 함께 내게 다가온 내 무릎에 닿을 만큼 작은 사념 님이 ‘편법이긴 하지만···’ 이라며 내게 손을 뻗자 이번엔 다른 기억이 몰려온다·

군데군데 낡고 헤졌지만 어떻게든 형태를 갖춘 수많은 영웅과 신들의 기억이었다·

누군가는 비극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며 누군가는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만족감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 기억 하나하나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월이 느껴졌지만 정작 내 신경이 쏠리는 것은 그런 과거의 사건들이 아닌 기억 그 자체였다·

방금 사람들의 기억을 봤을 때와는 다르다·

사념 님의 기억은 처참하게 찢겨진 파편에 가까웠다·

그녀가 품고 있는 기억은 수십 수백만 개의 퍼즐 조각 중 수십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필멸자로서의 나는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을 느껴야 할 정도로 방대한 기억이 소실된 상태다·

그로 인해 나는 사념 님이 스스로를 사념이라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대체 이 상실감을 어떻게 인내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머리 한 켠의 다른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한다·

그럴 수도 있지· 편린이잖아·

스스로에게 쌍욕을 박아도 합법이라 여겨질 정도로 기가 막힌 발상이었지만 놀랍게도 그게 사념 님의 생각이기도 했다·

[음 그대를 위한 기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어째 민망한 꼴을 보이고 말았군·]

그리 말하며 작게 웃는 사념 님은 너무나도 평온하다·

아직 인간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지만 신역에 한 발 걸치고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대가 방금 봤던 것들이 바로 반신을 넘어 필멸자의 굴레를 벗어나게 되면 잃게 되는 것들이라네·]

그리고 나는 사념 님을 이해하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승천은 단순히 강한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육체가 정신이· 필멸자라는 궤를 넘어 새로운 무언가가 되는 과정이다·

필멸자인 나는 그게 정말 내가 맞는가를 두고 고민하지만 신역에 잠겨 있는 나는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 확연하게 차이 나는 두 가지 인식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건 순전히 사념 님의 도움 덕이었다·

사념 님의 기억 속 많은 이들은 이 경계에 서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잃게 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후회조차 하지 못했다· 사념 님이 없었다면 나 역시 그랬을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그대가 준 도움에 비하면 미약한 것이지· 그래 어쩌겠나?]

“아시면서·”

내가 사념 님의 기억을 읽었던 것처럼 반대도 가능했으니 진짜 알고 계실 것이다·

“승천엔 관심 없으니 좀 도와주세요·”

[알겠네·]

이를 증명하듯 사념 님은 어떠한 질문이나 의문 없이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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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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