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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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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0

그저 용사가 무사함을 왕국에 널리 알릴 겸 잠깐의 휴양을 목적으로 제국의 호의를 받아 마차를 타고 수도로 향한다는 뻔하디뻔한 선전용 일정에 불과했던 여행길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아실리에와 에스뮈에의 노력 속에서 소강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에 알게 된 사실·

에스뮈에가 셰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신묘한 통역 마법이 덕이 아니라 그냥 경험에 의거한 것에 불과했다·

“여의 동생이 몇 명이라고 생각하느냐· 어릴 적엔 하나같이 철부지들이라서 하루도 빠짐없이 울고불고 난리를 친 탓에 이 정도는 익숙해졌느니라·”

“···그 둘째 동생 분도?”

“녀석은 그나마 좀 성숙했지· 1년 정도만 그랬으니·”

차기 황제가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을 겪은 게 아니라 동생들 뒷바라지를 겪었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참신하기 그지없었지만 엄연한 사실인 건 물론이요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당장은 진짜 세상 서럽게 울다가 이제야 안정에 접어든 셰릴이 문제였으니까·

팅팅 부은 눈으로 덜컥거리는 마차 바닥만 바라보는 셰릴의 눈에는 초점이 없다· 그저 틈틈이 헛웃음인지 한숨인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작게 내뱉을 뿐·

그렇다고 완전히 넋이 나간 것은 아니다· 방금까지 우리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땐 말하는 사람을 따라 눈이 움직였었으니 아마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누가 보면 사람 죽은 줄 알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지만··· 저 꼴을 야기한 당사자가 나인 상황에서 그런 말을 입에 올릴 만큼 눈치가 없진 않았기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더니 에스뮈에가 슬그머니 말을 이었다·

“그 충격일 수는 있겠지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거라· 우리가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것도 아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니라· 그대라고 해서 차별할 생각도 없고···”

······저거 정말 위로가 되는 거 맞아···?

게다가 왜 러빌의 용녀는 안 되고 셰릴은 또 괜찮다는 거지? 이 이상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들 생각은 없으니 사실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지만 의문이 생기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탓에 입이 간질거리는 걸 열심히 참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 내 감성과는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인지 놀랍게도 에스뮈에의 위로와 설득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는 듯보였다·

애가 기가 죽은 건 여전했지만 그래도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 그 곁에서 아실리에도 거들어주기 시작하자 점심 식사를 위해 마차를 멈춰 세웠을 무렵엔 잔뜩 굽어 있던 등과 어깨가 어느 정도 펴져 있었다·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면 참으로 좋았겠지만···

“엘디 너도 뭐라고 말 좀 해야지·”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애 얼굴이 엉망이 된 탓에 숙영지 건설이 끝나고 정리가 될 때까지는 마차에 있기로 한 사이가장 중요한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결과를 착각했을 뿐이지 오가토르프가 그대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잖느냐· 설마 그 마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만 있을 생각이었느냐?”

사실 그러고 싶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놈들 상대하는 것보다 나 좋다는 사람들을 대하는 게 더 힘들다·

사고방식이 전생의 일부일처제나 유교 사상 같은 거에 적잖이 묶여 있는 것도 원인이고 이런 일방적인 애정을 받는다는 게 부모님 외엔 익숙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고 있다고 해도 이미 여자 셋이 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주고 있었는데 그걸 내가 제대로 몰라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에야 용사로 불리고 있으니 셰릴의 신분과 지위에 비해 내가 꿀릴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만남은 오그웬 촌구석에서 라그니스를 구해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도에 상경할 수 있었던 촌놈과 왕국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하며 충신 가문으로 인정받은 끝에 영토 하나 없이 고위 귀족들처럼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고위 귀족 영애로 시작했다·

셰릴이 내게 보여줬던 대부분의 행동들이 서투른 애정과 관심의 발로였다고 한다면 그 마음을 꽤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그리 생각하며 과거를 돌아보면 군데군데 납득이 가는 일들이 상당히 많았다·

관심도 없는 기사 작위를 노리라고 종용한다거나 그걸 기반으로 은연중에 준남작까지 노리는 계획을 구상한다거나 말이지·

당시엔 단순히 내 체면을 신경 써 주는 건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연인이 될 경우 귀찮은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했던 거 같다·

“···하아·”

진짜 절로 한숨이 나오고 기운이 빠진다· 빠르게 셰릴의 안색을 살핀 에스뮈에와 아실리에가 그런 내 무릎을 동시에 찰싹 쳤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널 안 싫어한다는 건 알 거다·”

“···하지만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것인지는 불분명 하겠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셰릴의 대답에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설레일 시간보다는 전투의 긴장감을 느낄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니 네가 결정했으면 한다·”

그리 말함과 동시에 ‘어찌 그런 무책임한 남자 같은 소리를?’ 이라는 감정이 한가득 담긴 아실리에와 에스뮈에의 시선이 쏟아지려 했기에 나는 내 의도가 곡해되지 않도록 서둘러 뒷말을 덧붙였다·

“난 애초에 일부다처는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았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눈 끝에 합의해서 이렇게 됐을 뿐이지· 그 관계도 지금처럼 설렘보다는 책임감으로 시작된 것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연히 아니다·

삶이 고된 탓에 여유롭게 애정 행각을 할 틈이 없어서 그렇지 얼굴보면 기분 좋고 손 맞잡으면 두근거린다· 유일하게 라그니스만이 레비엥의 관리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워했었던 것만큼 나도 아쉬웠다·

예쁘고 성격 좋고 배경 좋고 현명하고 말 잘 통하고 같이 있으면 나도 즐겁고 배려도 잘 해주는데 진심으로 좋아해주기까지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안 느끼면 그거야말로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너와의 관계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셰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정략결혼이나 중매같은 상황과 비교해 보면 서로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게 맞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내게 맞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당장 거꾸로 뒤집어서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남자 셋을 낀 상태로 지금과 똑같은 말을 한다면 적어도 나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네가 이 관계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라고 말하려는 찰나 코를 한 번 훌쩍인 셰릴이 이미 뒷말을 예측한 것인지 나의 말을 끊으며 단번에 대답했다·

“나는 널 포기할 수 없어·”

그러고는 쓱쓱 눈을 문지르며 잠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운 것은 이 상황이 싫고 실망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멍첨함과 안일함에 화가 나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검술에 그렇게 목숨을 건 것처럼 굴었으면서 정작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괜찮겠지라는 근거 없는 안일함으로 대응했다· 자신의 행보를 그리 평가한 셰릴은 자세를 똑바로 하고는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내 삶에서 너는 스승이자 형제였지만 동시에 사랑이었다· 너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젠 돌아갈 수도 없으며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너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놓쳤던 나에게 이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어·”

그러니 기회를 다오·

방금까지 기운 없이 울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상남자식 고백을 때려 박아버리는 셰릴은 태연하거늘 정작 듣고 있던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기 기회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서로 좋아하는 관계라는 건 항상 대등한 거 아니겠니···”

“받아 준다는 거지?”

“그···렇지?”

“그럼 지금부터 연인인 거네?”

“그으으렇지···?”

불안하게 왜 이런걸 물어보나 싶은 것도 잠시 크게 한 번 코를 훌쩍인 셰릴은 두말없이 다가와서 이전까지는 에스뮈에가 차지하고 있던 내 무릎 윗 자리를 점령한 뒤 나를 껴안았다·

“그럼 잠깐만 이렇게 있어 줘·”

갑옷 너머로도 느껴지는 심장 박동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뭔가 나도 맥이 탁 풀리면서 얼굴로 오르던 열이 차츰 가라앉았다·

그래 아무리 당당해도 이런 자리에서 노빠꾸로 고백하는 게 쉬울 리가 없지· 셰릴은 방금까지 울면서 했던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 했던 거였다·

“나 진짜 열심히 할게·”

“아니 딱히 열심히 할 건 없는데···”

“그래도 애는 둘 정도만 낳았으면 해· 한 명은 오가토르프를 잇게 하고 한 명은 네 가문을 잇게 하자· 그 이상은 나중에 재산과 지위 때문에 싸울지도 몰라·”

“그건 너무 나갔는데···!”

그 불도저같은 에스뮈에조차 단 한 번을 언급하지 않았던 자식 농사까지 이야기하는 게 과연 셰릴답다고 해야 할까·

졸지에 두근거림보다 헛웃음이 먼저 나와 오도 가도 못했던 두 손을 움직여 조심스럽게 안아줄 만큼의 여유가 생겨났다·

“······그 누나랑 에스뮈에는 잠깐만 눈 좀 돌려주면 안 될까· 너무 부끄러운데·”

“음 안 되느니라·”

“응 안 돼·”

애정 행각은 반드시 보는 앞에서라는 규칙이라도 있는 건가···?

어찌저찌 마무리된 것과 별개로 언젠가 날 잡고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합의를 본 것인지 들어둘 필요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공개 후원 10 코인 감사합니다!

글이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쓸 테니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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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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