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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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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1

침묵이 자리 잡은 마차 안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느낀 에스뮈에였다·

“얼추 이야기가 마무리된 거 같으니 그대는 셰릴과 함께 잠깐 바람이라도 쐬고 오거라·”

“갑자기?”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굳어진 엘드미아를 보며 미소 짓던 에스뮈에가 제안하자 반사적으로 대답한 엘드미아의 시선이 슬그머니 품에 안겨 있는 셰릴에게로 떨어졌다·

“음··· 하긴 방음 마법때문에 창문도 다 닫혀 있으니 답답할 수도 있겠다· 잠깐 나갈까? 강가 근처에서 쉰다고 했으니 나쁘진 않을 텐데·”

“···응·”

그러고는 결국 뻣뻣한 움직임으로 마차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다·

그래도 아주 눈치가 없는 건 아닌지 남은 두 사람에게 동행을 물어보진 않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쉰 에스뮈에는 두 사람이 강을 따라 거니는 것을 보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분명 곁에 서고 싶다는 고백을 했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문이 닫히고 다시 방음 마법이 발동됨과 동시에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는 아실리에를 바라보는 에스뮈에의 얼굴은 방금까지 보여줬던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을 받아야 하는 아실리에 역시 억울하긴 매한가지였다·

“지 진짜 그랬는걸· 내가 직접 들었어!”

그 누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겠는가· 이미 러빌의 반룡을 경시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라그니스와 두 사람은 어지간한 이유가 아닌 이상 엘드미아에게 새로이 접근하는 여자들을 단호히 배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철옹성 같은 굳건한 의지로 지켜내지 않으면 우후죽순처럼 아내가 늘어나는 대참사가 일어날 지경인데 어찌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방지축 날뛰며 온갖 사건에 휘말릴 뿐만 아니라 온갖 해괴한 인연들까지 엮어 오니 그녀들이 말하는 ‘어지간한 이유’에 부합되는 사람만 하더라도 셰릴 벨레시카 성녀 데오니 성녀 예카트리나로 벌써 넷이나 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해 어지간한 이유에 부합하고 서로 연심이 품고 있다면 얼마든지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줄 의향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얼마 되지도 않은 삶에 벌써부터 고난과 역격이 가득한 엘드미아의 명줄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계산적인 면모도 없지 않았지만 누구 하나 강요해서 하는 게 아니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셰릴은 그런 예비 연인 후보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축에 속했다· 공간을 벨 수 있기 이전부터 그랬는데 이번 기회에 일취월장하게 된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엘드미아가 천재라며 칭찬하던 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직접 증명했으니 신분과 실력의 문제로 엘드미아를 돕기 힘든 세 사람의 불안을 종식시켜 줄 만한 인재의 등장에 세 사람은 적잖이 안도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공간을 베는데 아카데미가 대수랴? 마침 소속도 제국 용사파티의 보조니까 그대로 빼서 엘드미아의 새로운 용사파티의 일원으로 넣을 수 있다·

이에 기꺼운 마음으로 합의를 본 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아실리에가 눈과 귀가 되어 두 사람의 행동을 관찰한 끝에 레비엥에 오자마자 대련하고 나눈 이야기를 기반으로 엘드미아가 셰릴의 고백을 받아줬다는 결론을 내렸더랬다·

그것도 독단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기반으로 삼자 대면을 한 끝에 다 같이 내린 결론이었으니 누구 하나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까지 오고 나면 직접 물어보는 게 나았던 거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셋이서 공동 전선을 이루고 엘드미아에게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할지언정 아직 제대로 된 연애나 애정 행각을 펼쳤다기엔 하나같이 미묘한 상황인지라 괜히 꼬치꼬치 캐물었다가 집요하게 질투하는 여자로 여겨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서로 눈치를 본 게 바로 그 이유다·

애초에 엘드미아가 뻔뻔하게 모든 여자와 사귀겠다고 선포를 하고 마지못해 수용한 거였으면 얼마든지 그랬겠지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인지 오히려 세 여자들 쪽에서 먼저 ‘너 하렘을 꾸려라·’ 라고 말해버린 탓에 일종의 먼저 좋아하는 쪽이 지는 구도와 비슷한 무언가가 생겨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줘서 우리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시도를 했더니···

···바로 방금 마차 안에서 있었던 참극이 발생하고 말았다·

엘드미아의 눈치를 믿고 그와 비슷하기 짝이 없는 셰릴은 그래도 엘드미아보다 덜 답답할 것이라 믿었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 것이다·

철저한 오해와 배려 아닌 배려가 겹치고 겹쳐 생긴 최악의 수가 아닐 수 없는 상황에 침묵이나 유지하며 서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한숨만 내쉬는 것도 잠시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이번에도 에스뮈에였다

“라그니스에게 언질을 줘야겠구나·”

마차 한 켠에 비치되어 있던 자그마한 수정그를 손에 들고 연락을 넣자 의외로 금방 라그니스가 얼굴을 비췄다·

-아 무사히 해결됐나요 에스뮈에?

“으으음 그게 말이다···”

에스뮈에의 지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깔끔하게 해결되었다는 대답을 들을 거라 기대했던 라그니스의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야기를 듣는 내내 라그니스의 마음 속 한구석에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솟구쳤다·

만약 자신이 마차 안에 있었다면 부끄러워서 마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셰릴과의 어색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반겨준 것은 그저 점심만 챙겨 먹기엔 너무나도 본격적으로 구성된 숙영지와 야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식사였다·

“···점심만 먹는 거 아니었어?”

“평범하게 말해도 되느니라· 여기에 있는 건 전부 여의 최측근들이니 우리의 관게 정도는 알고 있느니라·”

대체 어디서 꺼낸 것인지 알 수 없는 싱싱한 포도를 먹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한 에스뮈에가 가볍게 손짓하자 마치 거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의 사용인들이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다·

마치 사내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모두가 알아주는 기분이다···!

바람을 쐬느라 좀 나아졌던 얼굴이 다시 화끈거리는 기분이 들어 서둘러 식사가 준비된 식탁에 자리 잡자 에스뮈에는 그제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여행의 목적은 여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도 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를 드러내는 것이니라·”

“···그게 무슨 말이야?”

“정확히는 승자의 여유가 되겠군· 그대는 굳이 외부 소식을 들으려 하지 않아 잘 모를 수 있으나 지금 이티스엘 전역엔 그대와 지크프리트가 거둔 기념비적인 승리로 축제 분위기가 성행하는 중이니라·”

안 그래도 최근 연이은 승전보로 분위기가 좋은 와중에 적의 마스터 전력 처단 마왕의 음모 파훼 악신의 강림 저지까지 연이어 터졌으니 이 기세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단순히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넘어 그간의 여독을 풀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이 마차 여행에 담겨 있다는 게 에스뮈에의 설명이었다·

“평범한 전쟁이었다면 굳이 빠른 게이트와 비룡을 두고 마차로 움직인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 전쟁에서 어떻게든 멀어지기 위해 부리는 수작질이라는 평가와 함께 욕먹기 좋을 것이니라· 그대가 없었다면 정말 똑같은 취급을 받았겠지·”

            

모두가 인정하는 현자가 하는 말과 한낱 중2병 꼬맹이가 하는 말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더라도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전생의 억만장자들이 숨만 쉬어도 돈을 벌었다면 지금의 난 느긋하게 쉬는 것만으로도 아군의 사기를 밑도 끝도 없이 향상시킨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것도 수도로의 여정까지만 포함되는 이야기지· 수도에 도착한 뒤로는 왕실에서 지원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것이니라·”

“그게 내게 허락된 휴식 시간이라는 건가?”

“표면 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그대는 라단에 대해 공부해야 하지 않느냐·”

결국 말이 휴식이지 내가 공부할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칼 들고 설치는 것보다 편한 건 사실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했다·

이티스엘에 아무리 미친 도적들이 많다고 하지만 황실 깃발을 보고 습격을 시도하는 미친놈들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시중을 드는 사람들도 많으니 모험가 신분으로 여행 다닐 때와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잖은가·

에스뮈에의 말대로 느긋하게 움직인다면 수도까지 보름은 걸릴 게 분명하니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

“···그런데 우리가 여유롭게 움직인다는 건 어떻게 사람들한테 알리는 건데? 그냥 소문만으로?”

간만에 또 바캉스를 즐긴다는 생각을 하려다가 뭔가 쎄해서 던진 질문에 에스뮈에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해줬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보여주기 식 행보는 보여야 의미가 있는 법이니라· 다 동선을 짜 놨지· 가는 길에 이 도시 저 도시 좀 들리게 될 것이니라·”

···정정·

결국 레비엥에서 했던 것처럼 공식 행사를 뛰어야 한다는 것과 진배없는 말을 직접 듣게 된 내 기분은 급격히 다운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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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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