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53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753

연락을 끊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모습을 드러낸 르가시므네는 캬루베로스보단 덜하지만 그 나름대로 독특하기 짝이 없는 머리카락의 소유자였다·

“너네 여자 악마들은 머리카락에 괴상한 짓을 하는 풍토라도 있냐? 쟨 또 머리가 왜 저래?”

“저한테 그리 물으셔도···”

아무런 적의도 없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내 영역 안으로 들어 온 녀석은 카펫을 베일처럼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긴 보랏빛 머리카락을 반짝이며 접근했다· 멀리서 봐도 전신에 우울한 오라를 감싸고 있는 것 같은 것이 세상 모든 불행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맥없어 보인다·

“살려만 주시면 어떤 조건이든 계약 하겠습니다· 아니 부디 계약하게 해주십시오·”

처음엔 나랑 마주해야 해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정작 가까이 접근한 르가시므네는 매우 평범하고 딱히 우울한 거 같지도 않은 그냥 생긴 게 그리 생겼을 뿐인 악마였다· 가까이 오자마자 무릎 꿇고 백지 계약서를 내미는 주도면밀함을 보여준 녀석은 심지어 캬루베로스보다 더 악독한 수준의 계약서를 들이밀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언반구 없이 수락함으로써 나를 놀라게 했다·

“그걸 읽어보지도 않고 받아들인다고?”

“뭘 놀라나? 너도 똑같이 할 것이다 인스쿠아드·”

어차피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중에 파악해도 늦지 않다는 매우 놀라울 정도로 총명한 결론에 도달했기에 나올 수 있는 그 태도는 악마만 아니었다면 기립박수를 쳤을만큼 모범적인 노예 그 자체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며 자신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걸 굉장히 당연하다는 듯이 구는데 내가 악마들의 하드 카운터인 건 사실일지 몰라도 이렇게까지 고평가를 받으니 마치 착각물의 주인공이 된 듯하여 웃기긴 하더라·

어쨌든 똑똑한 거 같으니 써 먹기는 좋을 것이다·

“넌 오늘부터 카펫이다·”

“···예·”

“대답 좋군· 난 약속은 지켜· 악마들이 지랄만 안 하면 조용히 지나간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돌아가는 길엔 이야기가 다르지· 그때를 위해 너희들이 할 일이 있다·”

만마전이라는 세계의 기원을 알아내는 것과 오만 잡것들을 솎아내고 휘하에 두는 것·

전자의 경우는 당연히 만마전에서 악마들이 튀어나오는 걸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함이고 후자는 만약 그게 실패할 경우 차선책을 강구하기 위한 밑작업이었다·

“필요하다면 잠적한 크루멜리아를 찾아내서라도 알아내· 상대하기 힘든 놈들이 가로 막으면 예의 주시만 하고 있어· 돌아와서 내가 뚫을 테니까·”

어차피 계약으로 인해 거짓말도 내가 시킨 일을 등한시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들이라 그 이상의 설명이나 협박은 필요없다· 눈앞의 두 연놈은 그래도 대공이라 불리는 악마인만큼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 파벌이 많다고 하니 이렇게 지시하는 것만으로도 자동 사냥과 다름 없는 효율을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그··· 왜 그런 정보를 찾으면서 저희의 파벌을 키우라고 하시는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당연하지· 모르면 어떻게 일을 하냐?”

악마의 계약이라는 게 이래서 무섭다·

자신들이 만마전 밖으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찾아야 하고 그게 실패할 경우 최소한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미친듯이 싸움을 이어나가며 악마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싸울 준비를 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등신 새끼 같으니·”

원래 그렇게 살고 있던 춘식이는 존나 생각이 없는 새끼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카펫은 달랐다·

“그런 지식을 찾아내는 건 확실히 크루멜리아를 찾아내 녀석이 본거지로 쓰고 있던 구역을 탈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겁니다· 허나 그럴 경우 크루멜리아 역시 이번처럼 계약을 해야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겠죠· 그런 상황이 올 경우 저희 쪽에서 임의로 찾아뵈어도 괜찮겠습니까?”

“동네방네 악마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 찾아오는 것만 아니면 된다· 어차피 라단에서는 캬루베로스와 동행할 거니까 여차하면 얘랑 연락하고· 잉글라디우 너도 얘네 도와· 그 외에 질문 있는 놈?”

으레 질문없는 것들이 모여있을 때 볼 수 있는 광경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라단을 향해 움직이기로 했다·

엘드미아가 캬루베로스의 안내를 받아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구)르가시므네는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말한 게 만마전 전체를 얼마나 뒤흔들게 될 것인지 너무나도 뻔했던 탓이다·

엘드미아는 구역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는 라단을 관리하는 악마들은 물론이요 다른 차원에만 관심이 있는 악마들까지 전부 포함하여 적으로 돌리라는 뜻이었으니 명확하게 계획을 짜놓고 움직이지 않으면 엘드미아 손에 죽기 전에 다른 악마들에게 죽기 딱 좋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잠깐 와서 이야기 좀 하지·”

그러니 아직 상황이 과열되기 전에 최대한 대화가 가능한 대공들을 붙잡아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 내뱉은 중얼거림에 반응한 것은 잉글라디우나 (구)인스쿠아드가 아니라 아직도 주변에서 감시를 이어나가던 정신 장악된 악마들이었다·

아까와 달리 한 명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여섯 명이 동시에 접근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뻔하다· 각자 하급 악마 하나씩을 쥔 채 직접 대화하고자 하는 대공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마력을 다시 꺼내드는 사이 한 악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대화를 했지?”

“계약· 그리고 계약· 약속은 지켜질 것이고 주인이 라단에 도착할 때까지는 만마전의 악마들도 안전할 거다·”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르가시므네의 말을 들은 대공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커녕 오히려 침통하거나 심각한 얼굴을 한 채 침묵을 유지했다·

엄연히 구획을 나눠가며 지배하며 대공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인스쿠아드를 제외하면 머리가 나쁘다고 욕 먹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지금 이 상황이 잠깐의 유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다음은?”

“전쟁· 목적은··· 대충 만마전을 지배하여 휘하에 두고 관리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누군가 ‘미친 거 아닌가?’ 라는 말을 입에 담았지만 이에 동조하는 대공은 아무도 없다·

미친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저 괴물같은 인족이 미쳤다는 게 아니라 그 광기를 실행할 능력이 된다는 점이다·

“그냥 대륙 간의 문제가 아니라 만마전 전체라고?”

“적어도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순순히 휘하에 들어오면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똑같은 행보를 이어나갈 생각이더군· 아예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선의 문제가 발생하면 주시만 하고 있으라 말 할 정도였다·”

누군가 침음을 흘렸고 이번엔 물결처럼 퍼져나간다· 그 모습을 잠시 조용히 바라보던 르가시므네는 인스쿠아드와 잉글라디우에게 눈짓으로 지시를 내리며 말을 이었다·

“미리 말하지만 난 저항할 생각도 몰래 뒷공작을 부릴 생각도 없다· 계약으로 인해 그럴 수도 없고 말이지· 너희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노예 계약이라 부르기에 하등 이상하지 않은 수준의 제약을 걸었기 때문에 이젠 선택지가 없다·”

지금 이 자리 역시 협상을 위해서 유지하고 있을 뿐 그게 아니었다면 명령에 의거해서 모든 대공들은 적에 불과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제안하지· 계약을 맺더라도 고작 100년 남짓의 시간이잖나· 순순히 합류하여 함께 타개책을 찾아보는 게 어때?”

“한낱 필멸자에게··· 이렇게 고개를 숙이라고?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그런 말은 휘하의 부하들을 모두 이끌고 도망쳐서 처박히기 전에 했었어야지· 비단 내가 주인에게 귀속되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야· 대체 무슨 연유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악마는 주인을 이기지 못 해· 인스쿠아드의 몸뚱이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버리고 피막에 바람 구멍을 내는 존재다· 너희 중 누가 그럴 수 있지?”

아무도 그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스쿠아드가 대공이었던 거니까·

단순히 광범위하게 심장을 뽑을 수 있다는 걸 제외하고 일신의 무력마저 출중하다는 뜻이니 슬슬 포기할 법도 한데 의외로 대공들의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아니 난 수긍할 수 없어· 차라리 만마전에서 광역 마법을 사용할 방법을 찾고 말지 저런 존재를 멀쩡히 방치했다가 나중에 원인을 파악하고 개체가 늘어나기라도 하면? 그땐 진짜 끝장이야·”

“이번만큼은 나도 동조하기 힘들군· 르가시므네 너의 지성은 높이 평가하지만 결국 괴물의 휘하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어지는 건 만마전 전체를 상대로 하는 대전쟁이다· 저 괴물이 적극적으로 돕는 게 아닌 이상 피해는 불가피해· 차라리 남은 시간 동안 확실하게 놈을 죽일 방법이나 찾는 게 낫다고 사료되는군·”

“···나는 휘하에 들어가겠어· 한 명의 대공으로서 치욕스럽지만··· 내 능력으로는 대응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여섯 대공 중 르가시므네와 뜻을 같이하기로 한 대공은 단 둘 뿐이었다·

이를 확인한 르가시므네는 그럴 수 있다는 듯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짧게 말했다·

“그럼 결렬이지·”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빛나며 막대한 마력을 소모하는 마법이 펼쳐졌다·

“뭐···크아아악?!”

“끼야아악!”

만마전 최고의 마법사가 시전한 마법은 순식간에 정신 장악과 관측 마법을 역으로 타고 흘러가 대공들에게 닿았고 원래대로라면 끊어져 있어야 하는 감각을 강제로 연결시킨 뒤 그들의 마력을 양분 삼아 꺼지지 않는 불길을 일으켰다·

그 결과 그들이 연결되어있던 악마들이 타들어가면서 느끼는 고통을 대공들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아아아악!!”

“둘은 그곳에서 빠져나와 내 성으로 와라· 오래 이어지진 않을테니 서둘러·”

편을 들겠다고 대답한 두 악마를 제외한 네 악마들이 비명을 토해내며 머리를 움켜쥐는 동안 빠르게 지시를 마친 르가시므네의 푸른 두 눈마저 밤하늘처럼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금까지 엘드미아의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었던 다른 악마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스스로의 심장을 터트렸다·

정신 장악은 다른 대공의 작품이었으니 최대한 적의 전력을 깎기 위함이었다·

“르가시므네에에! 네년이 감히!!”

끔찍한 격통 속에서 이를 인지한 당사자가 어떻게든 연결을 끊으려고 발악하면서도 활활 타오로는 눈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며 르가시므네는 코웃음과 함께 마법의 강도를 높였다·

“이젠 카펫이야·”

과거의 동맹을 향한 안타까움이나 미련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대공이라고 점잔빼고 있었을 뿐 악마는 원래 뒤통수치는 게 일상이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과먹자 님 무언의 5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는 글쟁이로 보답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