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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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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9

대뜸 라단에 넘어오자마자 대모님이 생겨 버렸다?

···라고 순순히 납득하기엔 여러모로 의문이 가득했기에 나는 갑자기 나타나 대모를 자처하는 여성를 따라 나서면서도 그 뒤통수에 대고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저희 아버지랑 대체 어떤 관계이셨길래 그렇게 갑자기 대모를 자처하시는 겁니까? 저 사람들 반응을 보니 지위도 꽤 높으신 거 같은데·”

심지어 막무가내 일방통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첩대원들은 상부에 보고하러 가는 것을 우선시 하기보다 그녀의 호위부터 신경 쓴다· 같이 따라온 성직자도 거짓 판별의 성법을 쓰는 걸 봐선 굉장히 고위 성직자일 텐데 그녀에 비하면 찬밥 신세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고 말이지·

“내 말을 허투루 듣지 않을 정도의 지위이긴 하지· 네 아비와는··· 그냥 전우였다고 생각해라·”

하지만 그런 내 의문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시뉴아라 밝힌 여인은 딱히 길게 설명할 의사가 없다는 듯 적당히 대답하며 다시 베일로 얼굴을 가린 뒤 걸음을 서두를 뿐이다·

내 말을 믿는다는 건 결국 진이 처했던 위험과 왕궁 지하에 대악마가 있다는 이야기도 믿는다는 소리였으니 서두르는 게 맞긴 하지· 어차피 시간은 많았기에 나중에 듣는다는 마음으로 걸음을 맞추자 이번엔 자칭 대모님께서 질문했다·

“짐은 그게 전부더냐? 네 말이 진실이라면 한 시가 급한 사안이니 걸음을 서두르고 싶다만·”

“아 예· 그냥 이대로 가면 됩니다·”

부족한 건 돈으로 해결한다는 마인드로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했던 여행 중 가장 장거리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짐은 가장 가볍다·

오죽하면 팔에 차고 있는 방패와 파일 벙커가 가장 무거울까· 내 대답을 들은 대모님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뒤 호위들을 대동한 채 열심히 길을 뚫으셨고 이내 우리 대륙과 양식은 다르지만 누가 봐도 게이트임이 분명한 건축물 앞에 당도한 뒤에야 걸음은 멈추더니 묵묵히 호위하던 방첩대원에게 말을 걸었다·

“라예흐단의 아들이 한 말이 사실이라 가정하고 움직여라· 알아서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장황한 설명이나 명령도 없다· 마치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반문조차 듣지 않은 그녀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방첩대원 사이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신뢰에 흥미를 느꼈지만 그걸 지금 내게 설명해 줄 리가 만무했기에 그냥 곱게 대모님의 손짓을 따라 그녀의 뒤에 붙었다·

“네 위업은 거래자를 통해 증명됐지만 네 지성은 그렇지 않지· 방금 내가 저들에게 지시한 것에 어찌 생각하느냐·”

그랬더니 대뜸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험 같은 걸 시작하네·

“무슨 대답을 듣고 싶으신 겁니까?”

“저들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라단이 네가 알려 준 이야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손질 끝난 고기만 놓고 무슨 동물인지 맞추라는 겁니까?”

“정답이든 오답이든 추론하는 과정을 보고 싶을 뿐이다·”

허어 귀족이라 그러신가 단어 선택이 굉장히 고급지시군· 내가 두어 번 고개를 까딱 거리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앞만 보며 게이트를 열라고 지시한 대모님은 천천히 마력이 퍼지며 활성화 되는 걸 보고 나서야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말해도 됩니까?”

“상관없다·”

딱히 방음 마법을 펼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게이트를 가동하는 마법사나 경비들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 나도 모르게 좌우로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게 됐지만 당사자가 괜찮다니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사실이라 가정하고 움직이라 했으니 요점은 왕궁에 제 소식이 닿지 않게 하는 것이겠죠· 라단 방첩부대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군에게 위험을 알리는 것보다도 그걸 더 우선시하라는 지시였으면 좋겠네요·”

“좋겠다?”

“대모님이나 그 친구들이 저보다 똑똑할지 아니면 멍청할지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으니까요·”

내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사람 심중을 어떻게 다 알겠는가· 일이 꼬이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내뱉는 바람일 뿐이지· 도발이 조금 섞여 있긴 하지만 저쪽 역시 나를 대뜸 시험하려 했으니 피장파장이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위업을 달성했길래 아비의 머리는 이어받지 못하고 이상한 능력만 얻은 게 아닌가 했거늘 라예흐단이 자식 복은 있었나보군·”

“대모님 마법사이십니까?”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머리 좋다는 말을 참 번거롭게도 돌려 말하시는 걸 보니 어째 그럴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어딘가 심성이 베베꼬인’ 이라는 접두어는 일부러 떼고 그리 대답하자 베일 너머로 짧게 코웃음을 친 대모님은 순식간에 활성화된 게이트를 넘어가며 대답했다·

“맞다· 네가 우려하는 상황은 야기하지 않을 만큼 잘난 마법사지·”

지금 제가 우려하는 건 그런 게 아닐 텐데요·

그런 대꾸가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이미 넘어간 대모님에게 들릴 리 없었기에 나는 간만에 마주하는 게이트나 마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님? 안 가고 뭐 하십니까?”

“좀 닥쳐봐· 게이트는 항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한동안 잠잠했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대륙에 왔으니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사막의 매가 돌아왔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퍼지기 시작한 소문에 라단 왕국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라단 사람이라면 왕실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사막의 매와 관련된 헛소문에 얼마나 엄중하게 대처하는지 모를 수 없었기에 더 그랬다· 소문이 이렇게까지 퍼진다는 건 왕실이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소리였으니까·

이에 처음엔 혹여나 방첩부대를 마주하게 될까 전전긍긍하던 호사가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며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기 시작하니 소문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실은 사막의 매가 아니라 그의 아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따라붙는다· 매의 유지를 이어받아 왕실을 돕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 도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없다· 애초에 사막의 매와 왕자는 떼어놓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기에 사람들은 매의 아들이 드디어 홀연히 자취를 감춘 왕자를 찾아내려나보다 라고 지레짐작할 뿐·

알고 보니 왕자가 단순히 실종된 게 아니라 모종의 위협 때문에 도망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추가로 퍼지는 건 그 다음이다· 그리고 이쯤 되면 소문이 너무 절묘하고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퍼진다는 걸 인지한 권력자들 사이에서 싸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타이밍 좋게 일정 간격을 두고 차근차근 쌓여 가는 소문은 누가 봐도 단순한 입소문이 아니다· 명백히 권력을 쥔 자가 고의로 퍼트리는 공작이지· 그렇다면 왕자가 실종된 지 6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느닷없이 이런 공작이 펼쳐지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 이유를 알아내고자 고민에 빠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왕자의 행적을 추적했다가 드디어 실마리를 잡고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추측에 불과하더라도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대사건이다· 왕궁에서 왕자가 도망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누군가 역모를 꾸미고 왕자의 목숨을 위협했다는 소리지· 라단에서 역모는 이유 불문하고 구족九族을 멸하는 대죄였으니 대뜸 이런 상황에 놓인 귀족들이 바짝 굳어 버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 눈앞에서 하하 호호 웃고 있던 놈이 사실 역모에 가담한 놈이라면 같이 웃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목이 날아갈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이들만 모아 창칼을 치켜든 채 언제든지 역모에 가담한 놈이 엉덩이를 씰룩이자마자 찔러 죽일 생각으로 사방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건··· 너무 과민반응 아닙니까?”

자칭 대모님이 마련해준 거처에서 포도 비스무리하게 생긴 이국의 과일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면서 이야기를 듣던 나는 예상과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커져가는 사태에 대해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무사히 세 번의 게이트를 넘어서 도착한 모래 언덕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오는 이국의 도시에서 거의 일주일 내내 대모님과 면담에 가까운 시간을 가지며 정보를 제공한 결과가 방금까지 들었던 이야기라니 기가 찰 수밖에·

악마만 잡으려고 했는데 대뜸 왕국 하나가 통째로 냉전 상태에 돌입해 버렸잖아· 심지어 역모를 꾸민 사람이 진짜로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와중에· 그게 그냥 어쩌다가 부활한 악마의 농간이면 뒷감당을 어찌하시려고?

그런 내 우려와 달리 대모님은 매우 확신에 찬 모습으로 고개를 내저으셨다·

“전혀 아니다· 왕자님께서 루할 시나의 봉인지가 지금의 수도가 아니라고 하셨던 건 사실이거든· 누군가 임의로 옮긴 거다·”

그게 반란군이든 루할 시나를 믿는 사이비 종교인이든 간에 왕국을 위협하는 세력은 분명 존재한다는 게 대모님의 부연 설명이었다·

“이티스엘의 수도 지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했잖느냐· 경우는 다르지만 둘 다 악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 그쪽은 생명을 갈취하고 이쪽은 신앙을 갈취하려 했다는 점만 다를 뿐·”

대모님 가라사대 내가 캬루베로스에게 들은 것처럼 루할 시나는 필멸자의 왜곡된 신앙을 바탕으로 힘을 얻는 악마라서 분명 오래전부터 추종자들을 만들어가며 준비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이 없다는 건 굉장히 잘 숨어 있다는 뜻이니 단순히 악마만 때려 죽인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하신다·

“네가 악마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과는 무관하게 루할 시나의 죽음 이후에 이어질 것은 높은 확률로 사람 간의 싸움이다· 이는 너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너에게 부탁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대대적으로 루할 시나가 부활했다고 모두에게 경고할 수도 없다· 적의 경계 뿐만 아니라 대비할 시간마저 줄 것이 뻔하니·”

그러니 아예 두리뭉실한 소문과 전설을 이용해 가상의 반역자를 만들어서 모두가 서로를 경계하게 만든다· 악마를 경계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고 그 근거가 소문에 있으니 적들의 눈을 속이기에도 용이하다·

그렇게 전국이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 내가 최대한 신속하고 조용하게 루할 시나의 심장을 뽑아버린다·

“루할 시나만 죽는다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다· 악마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왕가의 입을 통해 전국적인 색출 작업에 들어갈 테니까· 저들이 지금 열심히 꺼내 든 창칼은 그때 쓰이는 거지·”

덤덤하게 말하는 대모님이었지만 실로 귀족적이고 악랄하다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계략이었다·

퍼져나간 소문 때문에 지금 대부분의 가문들은 거의 전쟁이라도 할 기세로 병력을 모아 경계 중인데 만약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루할 시나에게서 자유로워진 왕실이 뒤늦게 잔당 색출을 지시했다면 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가문들이 무장하고 먹이는 데에 드는 비용들 중 상당수를 경비로 처리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왕실의 명령도 아니고 소문만 듣고 자발적으로 무장한 거라서 왕실이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 충성심이 실로 대단하다라고 칭찬 좀 해주면 끝인 것이다!

“안 그래도 악마에게 왕궁이 휘둘렸다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러울 텐데 국고까지 뜯길 수는 없지·”

그리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가 먹던 과일을 뺏어 먹는 대모님에게서 레스롬 공작이 겹쳐 보인 탓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아버지가 이런 거 잘 하셨습니까?”

“전혀· 내가 귀족이라는 단어만 꺼내도 도망쳤지·”

음··· 진짜 혈통 문제인 건가·

어째 돌아가신 아버지께 동질감을 느끼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NoamSicker 님 50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글쟁이는 매번 여캐가 나올 때마다 독자분들이 무섭습니다···

알테어 님 무언의 1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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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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