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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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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0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랜만에 도착한 도시는 자국어 한 마디도 제대로 뱉지 못 하는 무장 거수자에게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다·

항구나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은 지역이었다면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말 문제였을 테지만 그러기엔 어느새 너무 안쪽까지 들어와버린 게 원인인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전박대를 당한 건 아니다· 캬루베로스의 라단어가 유창한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겠으나 바시옐라 항구에서 얻어놓은 신분 증명서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경비병들의 경계도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물건이었던 덕이다·

자신의 사전준비가 완벽했음을 어필하는 캬루베로스에게 뭐라 반박하지 못한 채 구경만 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기에 무사히 진입하고도 썩 유쾌하지 못하다는 건 맹점이었지만···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주인님과 절 보고 어느 정도 반응이 있습니다· 저쪽에서는 절 보고 소문을 운운하고 있네요·”

···그래도 라단에서만큼은 놀라우리만치 쓸모가 넘치니까 참기로 했다·

당장 지금도 내가 듣지 못 하는 온갖 이야기들은 주워 담으며 티 안 나게 반응을 살피니 새삼 악마도 쓰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사람 영혼 뽑아 먹는 건 지들 유희에 가깝고 힘을 키우기 위함이잖아? 노예로 쓸 거면 굳이 힘이 셀 필요는 없으니 아무것도 못 먹게 만들고 일만 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보다 소문이 많이 퍼진 모양입니다· 저희를 알아보지 못 하더라도 변경에서 악마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쉽게 들려오네요· 매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체 이야기의 약 3할 정도? 대부분은 아직 제대로 인지 못 하는 상황인 거 같습니다·”

“대모님의 영지에서 체류했던 것까지 합쳐도 3주 남짓한 시간인데 이렇게 퍼진 게 놀라운 거겠지· 도시까지 입소문을 탔다는 건 이제 가속도가 붙는 일만 남았다는 것일 테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외국어로 떠들기에 흘깃 시선이 쏠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고 대부분은 캬루베로스의 정신나간 머리색에 더 많은 이목을 빼앗기다가 어영부영 지나간다· 덕분에 나는 항구도시였던 바시옐라와는 사뭇 다른 도시 경관을 감상하며 예정된 숙소까지 느긋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유는 ‘예정되었던 것처럼’ 딱 첫날까지만 이어졌다·

“Fisuli mere tipicca ubiet!”

꽤 고급 숙소였고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식당과 음식까지 딸려 나오는 곳이었다· 전날 저녁에 먹은 만찬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아침 식사에 대한 부푼 가슴을 안고 잠들었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곳이기도 했다· 내가 주문하는 음식의 양 때문에 조기 기상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는 캬루베로스의 부연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일찍 눈을 떠 식당에 내려온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즉 딱히 계획으로 짜 맞춘 시간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창하게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남자를 보고 있자 하니···

너무 유능한 사람들은 좀 피곤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저거 나 찾는 거지?”

“예·”

‘매의 아들은 어디 있나!’ 였을 것이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소란인가 싶어 미간을 찡그렸지만 일부는 자연스럽게 나와 캬루베로스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Treri neveni verf lieca·”

그리고 거기에 맞춰 불청객도 우리를 발견했다· 찾기 쉽군? 대충 그런 의미인 거 같은데 시선이 캬루베로스의 머리카락으로 가 있는 걸 보면 아마 맞을 거다·

하긴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머리카락이라는 건 현대 사회에서도 찾아보기 쉬운 게 아니었으니 걸어 다니는 이정표나 다름없지· 확신을 가지고 성큼성큼 다가온 남자가 뭐라고 떠들면서 기어이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기까지는 수십 초도 걸치지 않았다·

물론 라단어 비기너에 불과한 나는 대부분을 못 알아 들었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게 음식을 입에 밀어 넣으며 번역기를 바라보니 자동 번역이 시작됐다·

‘자칭’ 매의 아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먼 길을 온 보람이 있군· 나는 예전부터···”

거창한 이명과 안 궁금한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줄이니 아버지를 동경했는데 내가 자식임을 주장하며 싸돌아다니는 게 믿기지 않아 시험을 해 보고 싶다는 거였다·

그 의도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여 나를 쓰러뜨리고 사칭범을 물리쳤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매의 명예를 지켰다는 타이틀을 얻고자 하는 자들이 계속 나타날 거라고 미리 언질을 받았다는 게 중요하지·

도시에서 악마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하는 ‘척’하면서 이런 불청객들을 퇴치하는 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취미가 없는 엘드미아지·

“Du·”

불청객이 알아들을 수 있게 단답형으로 대답하자 녀석의 안면에 미소가 번진다· 내가 계획대로 되고 있음에 만족하는 것처럼 본인도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는 듯한 반응이다·

나는 그 입꼬리가 올라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식사를 위해 잠시 내려놓았던 방패를 집어 들어 앉은 채로 놈의 면상을 향해 체어샷··· 아니 쉴드샷을 갈겼다·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가 정확히 놈의 머리통을 강타한다· 그러자 놈은 만족스럽게 웃던 상태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쿵 하고 뒤로 나자빠졌다·

“라단에서는 식사하는 사람 건드리는 예법이라도 있는 건가 어째 만나는 사람마다 아침 먹는 걸 방해하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캬루베로스를 제외하면 알아듣는 이 하나 없을 것이 분명한 푸념을 늘어놓으며 방패를 다시 탁자에 기대어 두고 식사를 마저 이어나갔다· 잠깐 불쾌하긴 했지만 그래도 방패와 놈의 머리통이 부딪치면서 자아낸 맑은소리를 기점으로 식당 전체가 조용해졌기 때문에 나름 만족스러운 아침이었다·

매의 아들은 초면에 방패로 사람 머리통부터 까고 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 날이 되어서야 내 귀에 들어왔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정말로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믿지는 않겠지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으로 대뜸 장정 하나를 일격에 기절시켰다는 임팩트 강한 사건 때문인지 나에 대한 소문의 서두는 항상 ‘매의 아들이라고 자처하는 청년’이었다·

매의 아들이라고 자처하는 청년이 앉은 자세에서 순식간에 방패를 휘둘러 자기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클 법한 거구의 사내를 기절 시켰다더라 매의 아들이라고 자처하는 청년이 악마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고 하더라 매의 아들이라고 자처하는 청년이 알고 보니 최근 시골에서 유명하던 그 악마 사냥꾼이라더라 등등의 형태로 말이다·

재밌는 건 그 모든 소문들이 굉장히 정확한 사실들만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티스엘에서 짭드미아들의 만행으로 개고생을 해봤던 나였기에 소문이라는 게 얼마나 쉽게 변질되는지 잘 알고 있었던 나는 덕분에 규격에 맞춘 듯한 소문들만으로도 대모님을 비롯한 공범들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거 말고도 감탄할 만한 일이 더 있긴 했다· 왕실의 두뇌라는 이명에 걸맞게 개쩌는 작전 실행 능력을 지닌 것인지 아니면 누가 번호표를 뽑고 대기시키기라도 한 것인지 제각각의 목적을 품고 왔을 것이 분명한 불청객들이 서로 겹치는 일 없이 따로따로 간격을 두고 나를 찾아오더라·

놀라울 정도의 스케쥴 관리 능력인지 순전히 우연이지는 몰라도 덕분에 난 숙소에 있든 밥을 먹든 밖에서 탐문을 빙자한 관광을 즐기든 간에 계속 불청객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 때마다 나와 나를 찾아오는 불청객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 갔다·

쉴드샷에 희생된 채 리타이어한 녀석은 나름 열심히 자기 어필을 시도했지만 정작 그 이름을 듣고 ‘아!’ 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틀 째부터는 불청객들이 이름을 밝히면 ‘혹시 그 유명한···?’ 같은 반응이 나왔으며 사흘 째 되는 날에는 ‘아! 그 사람이다!’ 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내 도시를 떠나는 나흘 째에는 마주한 불청객이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자마자 ‘진짜 그 사람이라고···?’ 라는 반응이 나왔다·

불청객들이 내 명성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처럼 겨우 4일 만에 내가 그들의 명성을 이용하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악마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는 핑계로 유독 길게 묵었던 첫 도시를 떠난 이후로는 더 그랬다· 겨우 이틀밖에 체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끗발 좀 날린다는 이들이 나를 찾아 도시에 방문했으며 개중에는 도시 전체가 술렁일 정도로 유명한 사람도 섞여 있었다·

이유는 한결같다· 내가 ‘진짜’인지 확인해 보겠다는 거·

솔직히 유명세에 걸맞은 강자들이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죄다 캡틴 이티스엘의 쉴드샷 한 방으로 끝나버린 탓에 파악할 틈도 없었거든·

그래도 마지막에 인파까지 몰고 왔던 불청객은 첫 대면에 방패로 머리통부터 까고 본다는 소문을 경계한 것인지 나름 투구를 쓰고 대비를 하긴 했었는데 투구 째로 찌그러진 탓에 괜히 피해만 더 입었을 것이다·

“그건 제가 봐도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

“뭐래 악마 새끼가·”

강제 주입식 교육 때문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된 탓에 머리가 나빠지고 있는 것인지 점점 지가 악마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한 캬루베로스의 괘씸한 발언에 손을 움직여 뒤통수를 후린 것은 그렇게 세 번째 도시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진정한 전사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실력을 겨루기를 바라는 법이야· 오히려 손속에 사정을 두는 게 불쾌한 거지·”

“대뜸 대답과 동시에 방패로 처맞는 것보단 덜 기분 나쁠 거 같은데···”

“요즘 일 좀 한다고 안 맞았더니 말대꾸를 하네 이게·”

팩트를 때려 박더라도 사람이 박는 것과 악마가 내뱉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기에 한 번 더 때릴까 싶었던 찰나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져 있던 인파가 움직이며 내 손을 멈추게 만들었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할 틈도 없었다· 저 멀리서 가문의 깃발 같은걸 흩날리며 다가오는 군인들과 더불어 나 대신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캬루베로스가 상황을 설명해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왕가를 경배하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예를 취하며 갈라지는 인파와 다가오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단 하나·

뭔가 잘못됐다·

원래 도시 하나는 더 거친 다음에야 조사대를 보내고 그 후에 친구의 핏줄이 맞는지 직접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셋 중 한 명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왕가를 수호하는 사막의 매 라예흐단 예리에가의 아들임을 자처하는 이방인은 들어라·”

나에 대한 소문은 뜬소문 정도로만 왕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쓰며 왕실의 개입을 막기로 했었다·

“라단의 위대한 국왕 지빌라 비에 론 아흐라단께서 명하노니· 왕궁에서 스스로를 증명할지어다·”

어째서인지 그 계획이 거하게 어그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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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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