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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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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75

레야르 예르보달·

캬루베로스가 대모님을 통해 알아 온 노기사의 이름이었다·

“거두절미하고 중요한 정보만 말씀드리면 모난 구석 하나 없이 평생을 자신이 속한 기사단에 헌신한 기사단장이라고 합니다· 아 기사단 이름은 사막의 뱀이구요· 주로 수도 방위나 저희를 대했던 것처럼 왕명을 직접 전달하는 일을 맡는다고 하더라구요·”

“모난 구석이 진짜 하나도 없다고?”

“예 일가친척 중에서 문제라고 할 만한 사건을 일으킨 경우도 없고 자식은 없다고 합니다· 왕실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니 대우에 불만을 가지고 있을 입장도 아니라네요· 주인님의 대응에 따라서는 분쟁도 감안해야 했을 터이니 그를 보낸 것도 납득이 된다던데요?”

캬루베로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억지로 쑤셔 넣었던 라단의 정치 생태를 꺼내 훑어봤다·

분명 라단의 왕권이 잘 유지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했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에스뮈에의 기준이 높은 게 아니냐고 넌지시 물어봤었지만 단호하게 보편적 기준이라고 말했던 것까지 또렷이 기억 난다·

국토만 놓고 보면 제국을 뛰어넘는 나라다· 아무리 게이트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해도 그 거리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거기에 건너기 힘든 사막을 비롯해 종종 토벌에 나서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시 단위의 피해를 입히는 마수들까지 끼얹고 나면?

조금만 서운하게 대해도 갈대처럼 흔들리는 민심이 완성된다·

“헌신을 왕실이 아니라 기사단에?”

캬루베로스의 단어 선정에 꼬투리를 잡은 건 그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어··· 그게 그거 아닙니까?”

“이 새끼는 사기로 먹고 사는 악마면서 어째 날이 갈수록 멍청해지는 거 같지? 너무 많이 때려서 그런가?”

라단의 기사단은 에슈누아 제국이나 이티스엘과 달리 전생에서의 중세 초기 기사단과 흡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종교적인 색이 매우 매우 짙다는 소리다·

당연히 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자신들이 섬기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며 자국을 수호하기로 하는 맹세도 실상 신을 섬기는 자들을 이교도들의 손아귀로부터 지키기 위함에 가깝다·

그게 어떻게 왕실에 헌신하는 것과 이음동의어일 수 있겠는가· 종교관만 틀어져도 당장 칼날을 돌릴 텐데·

그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설명해주고 나니 그제야 캬루베로스의 얼굴에 이해하는 듯한 기색이 퍼져나갔다·

“무슨 신앙인지 그 신앙이 언제 시작된 것인지 교리는 무엇인지 얼마만큼 퍼져있는지· 싹 다 알아와· 조금이라도 지연된다 싶으면 그냥 알아낸 것까지만 들고 오고·”

“어··· 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도···?”

“당연히 그래야지· 지금 니 꼬라지를 보아하니 혼자 알아서 하라고 시켰다간 애먼 곳에 삽질이나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루할 시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내세워 유사 신앙을 쌓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무언가에 기생하여 사이비 종교처럼 세를 불려 나갔지· 그 잔당이 남아 있음을 이미 암살 시도를 통해 알게 된 마당에 수도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색 짙은 기사단을 경계하지 않는 건 안일한 판단일 것이다·

차라리 왕가의 병력이라고 할 수 있는 왕실 친위대라든가 평범한 군대가 왔다면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재수도 없지· 이 모든 게 과한 걱정일 수도 있겠으나··· 이미 계획이 틀어진 마당에 많이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 카펫한테 마수들 그만 보내라고도 전해· 겸사겸사 만마전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경과보고 하라고 하고·”

“옙·”

짧은 대답과 함께 픽! 하고 실이 끊어지는 것처럼 분신 캬루베로스가 마차 좌석에 널브러진다· 하필 그 순간 마차가 덜컹거려서 바닥에 떨어지려는 걸 발로 밀어 적당히 위치를 맞춘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관찰해온 기사단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잘 훈련됐다는 수준을 넘어서 실전에 능숙한 이들이었다· 대인전에 대한 건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다양한 마수들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는 단 한 번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어디 그뿐이랴? 노기사의 명령이 없어도 마치 자동 사냥이라도 켜 놓은 것처럼 알아서 척척 움직이더라·

그 외의 평소 행실 역시 정갈하기 그지없다·

두르고 있는 장비들에 어울리는 품격이라고 해야 할지 내 갑작스러운 요구 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행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툴툴거리지 않았다·

행군과 야영을 위해 도시에서 구입한 물품들은 하나같이 고급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치를 부리는 건 또 아니었다· 폭음 폭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물건과 좋은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다는 느낌이다· 잘 먹고 잘 쉬워야 잘 싸울 수 있는 기사들이니 그 정도면 충분히 금욕적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군의 도움 없이 적으로 돌릴 경우 매우 다양한 번거로움을 야기할 실력이라는 소리다· 가장 강하다고 자부하는 노기사는 아직 검조차 뽑은 적 없으니 만에 하나 그가 마스터 급 실력이라도 지녔다면 매우 골치 아파질 게 분명하다·

그럴 경우 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최소한의 피해로 끝낼 수 있는가· 그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사흘이 더 지나갔다·

“내일이면 수도에 도착한다·”

여느 때와 같이 내 앞에서 묵묵히 저녁 식사를 이어 나가던 노기사가 툭 던진 한마디에 굳이 사족을 다는 대신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빠른 편이었지만 그건 이미 기사단의 숙력된 움직임과 이동 속도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새삼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제 말의 진위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는 겁니까?”

대신 앞으로 예정된 일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물어보자 노기사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해주었다·

“이미 그대에 대해 수소문하기 위해 서방 대륙으로 사람을 보낸지 오래다· 게이트를 사용하지 않은 탓에 우리의 여정이 지연되었으니 진즉에 왕궁에 돌아왔겠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인데요?”

“지금의 라단은 가능하다·”

뭐지· 해상열차같은 게 있었으면 제국이나 이티스엘도 썼을 거고 비행기라도 만든 건가?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솟구쳤지만 노기사는 지금 이 자리에서 굳이 설명해 줄 필요를 못 느끼겠다는 듯 말을 끊었다·

“그의 증언과 고위 성직자의 거짓 판별의 성법을 통해 진위여부를 판단하시겠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네 주장이 거짓이었을 경우 반론의 기회는 없다·”

“거짓말을 고한 적이 없으니 그건 제 알 바 아닙니다·”

“흠 그래야 할 것이다·”

도발이 아니라 진심어린 감상인지 매우 무표정하게 대답을 마친 노기사 레야르는 어김없이 순식간에 식사를 마친 뒤 마차를 떠났다· 그런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뻑뻑하고 짜기만한 육포를 씹고 있으려니 문득 방금 전의 대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의문이 생겨났다·

“······고위 성직자라고 하지 않았나?”

라단은 고위 성직자는 거래자라고 확실하게 구분 지어서 부른다· 실제로 대모님을 처음 뵈었을 때도 그랬고 그게 여기 예법이다·

내가 서방 대륙 사람이니까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단어를 골라 말한 건가 그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를 두고 잠깐 또 고민이 이어질 뻔했지만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알게 될 문제였기에 깔끔하게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눈을 붙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정비된 도로에 진입한 덕에 평소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마차의 속도를 느끼며 캬루베로스가 알아 온 정보들을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다·

“여덟 팔의 이올라 라는 신을 섬기는 기사단이었습니다· 팔 하나마다 뭐 의미가 다르다는데 이런 건 보통 인족들이 제멋대로 의미를 부연한 거라 별로 중요하지 않구요· 진짜 중요한 건 루할 시나가 신도들을 모을 때 썼던 종교 중 하나였던 모양입니다·”

“‘였던’? 하나가 아니야?”

“그렇다고 하네요· 굉장히 많은 종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교자들이 나왔고 이를 막지 못해 그 사달이 났었다고 하더라구요·”

당연히 당시엔 엄청나게 타격을 입은 탓에 관련된 교단들의 세력이 팍 기울어지고 온갖 곳에서 핍박 받게 됐지만 머잖아 잘못은 배교자들에게 있다는 정상적인 여론이 퍼지면서 왕실에서 직접 나서서 그들을 비호하고자 힘을 썼다고 한다·

레야르가 소속된 기사단도 그때 만들어졌다· 교인들을 보호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상식적으로 놓고보면 절대 루할 시나에게 휘둘릴 수 없는 집단이긴 한데···”

“그 이번에 조사하면서 느낀 건데··· 괜찮다면 제 의견을 좀 말씀드려도 될까요?”

솔직히 놀랐다· 얘가 자진해서 의견을 피력하다니?

딱히 타박할 이유도 없어서 더 말해보라고 턱짓하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 냈다·

“이번에 이리저리 정보를 모으면서 느낀 거지만 애초에 봉인이라는 구조부터가 기묘합니다· 루할 시나가 특이한 악마인 건 맞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만마전으로의 추방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년이 대륙에 저지른 짓이 하도 많아서 만마전의 악마들에게도 피해가 갔던 탓에 알게 모르게 인족들을 도와 그년을 방해하려는 악마 조력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마전으로의 추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을 리도 없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족의 땅에 봉인 됐다· 루할 시나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거다·

거기까지 듣는 것만으로도 캬루베로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고 말았다·

“너 설마 그게 타의가 아니라 자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냐?”

“바로 그겁니다· 물론 완전하게 힘을 보존한 상태는 아니었을 겁니다· 인내심 하나 만큼은 미친년인 게 맞는데 당한 게 많다보니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될 경우 발작 일으키는 건 오크 뺨치는 년이거든요? 그런 년이 자진해서 봉인이라는 선택을 골랐다면 그만한 피해를 입긴 했을 겁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타의로 봉인된 거랑 지 스스로 봉인 당한 척을 하는 건 완전히 이야기가 다르다·

그럴 경우 루할 시나는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게 아니니까· 그저 좀 더 은밀한 형태로 긴 시간 공을 들여 힘을 모을 방법을 찾기로 방침을 바꿨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게 자신이 손 뻗었던 종교들에 양념을 더 치는 작업이든 새로운 무언가를 이용해 손을 넓히는 작업이든 간에·

“돌겠네 진짜·”

느닷없이 캬루베로스가 제시한 최악의 가능성에 한숨 쉬는 것과 동시에 수도 입성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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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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