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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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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76

도둑잡기인 줄 알았던 상황이 느닷없이 지뢰 찾기가 되어 버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 당사자는 과연 어떤 기분을 느낄 것인가·

답은 ‘좆같네’ 다·

“하다못해 루할이 어디 있는지라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의미 없는 푸념을 내뱉으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동안에도 마차는 굴러간다· 이국의 언어로 들려오는 도시 특유의 시끌벅적함은 쾌활하기 그지없지만 그걸 감상할 여유는 진즉에 사라졌다·

목숨의 위협을 느껴서? 그렇진 않다·

가장 확실한 수단인 대모님과 아버지의 친구들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차고 넘친다· 굳이 도망친다는 선택지 외에도 가능성은 많은데 당장 만마전에 있는 카펫과 그 일당들을 강제 소환해서 고기 방패로 써먹으면 수도 어딘가에 짱박혀 있을 루할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진을 볼 낯이 없게 된다· 무슨 원숭이 손도 아니고 집에 돌려보내주겠다고 해 놓고서 대뜸 불난 집으로 보내주는 건 너무 하잖아·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뭘 어째· 최악을 대비하되 부디 아군이 많길 빌어야지·”

비록 상황은 고립 비스무리하게 됐을지언정 대모님을 비롯한 자칭 이모와 삼촌들이 최대한 서둘러 움직이고 있는 만큼 외부에 아군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의 대화는 전부 추측에 불과했으니 생각보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말이지· 그럴 경우 우리의 불안한 추측은 허무맹랑한 망상으로 끝나게 되는 거니까 지금은 현상 유지가 옳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게 결심을 굳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가 멈추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이어서 기사들이 도열하는 소리가 들리고 딱히 정중하지 않은 태도로 벌컥 열린 문을 바라보니 노기사 레야르가 투구의 바이저를 올린 채 나에게 턱짓 했다·

“내려라·”

“빨리도 왔네·”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내리고 마치 다른 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길게 도열한 기사들이 내놓은 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중세 유럽에 가까운 서방 대륙의 건축 양식과 달리 전체적으로 둥글고 화려한 왕궁은 꽤나 장관이었다· 대모님의 저택도 화려한 편이었지만 역시 왕궁은 테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바닥에 깔린 타일마저도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여유를 가지고 주변의 조경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몸과 정신은 나에게 쏟아지는 위협이 없는지 파악하고자 바짝 긴장한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마력을 운용하기 위한 예열을 시작하고 용혈로 예민해진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시킨다·

“이제야 좀 긴장이 되나?”

그러자 그런 내 미세한 반응을 귀신 같이 눈치챈 레야르가 찔러보듯 말을 걸어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죠· 주변에 아군이 없으니까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라예흐단이 우리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아버지는 제가 8살이 되던 해에 돌아가신 탓에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이전엔 당신께서 라단에서 세우신 위업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구요· 여기 와서는 다들 위대하다고만 하지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해주진 않은 탓에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의중을 알 수 없는 그와 신경전을 펼치기 귀찮아서 적당히 대답한 거였는데 어째서인지 아주 잠깐이나마 레야르가 움찔거렸다·

“뭐야 모르셨어요? 소문이랑 같이 퍼진 줄 알았는데?”

“···사생활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보고되지 않은 모양이군·”

그러더니 뻘쭘하다는 듯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게 아닌가· 그렇게 왕궁에서 일하는 신하들이나 경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이동하는 동안 갑작스레 입을 다물었던 레야르는 한참 시간이 지나고 대체 언제까지 걸어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이 되어서야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라단인에게 있어 라예흐단은 기사의 귀감과도 같다·”

내가 정말 아버지의 아들이라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패드립을 시전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온건한 반응에 뭐라 반응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범하게 대답해주기로 했다·

“아버지는 사냥꾼이셨잖습니까·”

“그렇기 때문이다· 주군을 왕국의 안녕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미래를 위하는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 신분과 직업은 중요치 않다는 걸 몸소 보여 준 인물이니까·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더라도 나라를 이끌 미래의 지도자를 구하기 위해 활시위를 당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개인적으로는 그냥 애부터 구하고 보자는 심리였을 거 같은데 괜히 분위기 흐리고 싶진 않았기에 입을 다물기로 했다· 지금 레야르가 보여 준 저 반응이 연기가 아니라면 나를 적대할 가능성도 희박해지는 거니 괜히 말꼬리를 잡고 늘어질 이유도 없다·

혹시나 싶어 곁에 있던 캬루베로스에게 슬쩍 시선을 보내자 녀석은 모호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린 뒤 고개를 작게 내저었다· 우리의 추측이 추측으로만 남게 될지 어떨지 확신이 안 서는 건 녀석도 똑같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복도가 끝나고 드디어 알현실로 예상되는 거대한 방문 앞에 서게 되자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든 레야르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왕께 무례를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그건 걱정 마시죠· 전 매우 예의 바릅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불신의 눈초리를 쏘아댄 레야르가 경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거대한 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이 반쯤 열렸을 때에 맞춰 경비들이 라단어로 뭐라 뭐라 외치자 기다렸다는 듯 알현실로 짐작되는 실내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대부분은 엄청난 흥미와 기대감이 담긴 눈빛이다· 일부는 극도로 경계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절제하고자 했고 개중에는 굉장히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내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이도 있다·

“드디어 소문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군·”

그 중심에서 유창한 서방 대륙 공용어와 함께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라단의 왕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왕좌에 앉아 있으니 왕이라고 생각했지 다른 자리에서 만났다면 왕족일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리 가까이 오거라·”

이 거대한 왕국의 주인이라 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초췌하고 피곤해 보여서·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해했다· 그는 지금 왕이기 전에 자식을 잃고 전전긍긍하는 한 명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옷은 서방 대륙의 귀족들이라면 침을 흘릴 정도로 엄선된 라단의 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가 두르고 있는 귀금속은 에스뮈에가 그러했던 것처럼 정교한 기능미까지 내포하고 있었으며 왕좌 옆에 세워 둔 지팡이에는 아예 강력한 마법까지 장전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게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단의 왕 지빌라 비에 론 아흐라단은 초췌하고 초라하다·

볼은 홀쭉하고 손가락은 뼈마디가 앙상하며 스트레스 때문인지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지 깔끔하게 정돈된 수염은 멀리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푸석푸석하다· 이런 자리가 아니었다면 어딘가에 진짜 왕이 숨어서 내 반응을 확인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부터 했을 수준이다·

하지만 예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려던 인사를 가볍게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 멈추게 만드는 장악력은 그가 라단의 지배자임을 증명한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캬루베로스와 함께 시키는 대로 거리를 좁히고나니 그제야 조금 진의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왕은 신하들 중 한 명을 손짓을 불렀는데 그러자 고위 성직자와 비슷한 복장의 노인이 반응하며 앞으로 나왔다·

“본디 이 자리엔 짐의 특명을 받아 이티스엘로 향했던 르노보예 경이 함께 할 예정이었으나 여정이 길어지는 것인지 아쉽게도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그대나 짐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지· 그대와 관련된 모든 소문의 진위여부를 미리 전해 들을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치 있는 시간인지 아니면 그저 조금 큰 소동에 불과한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을 테니까·”

뭐야 도착했을 거라며· 순간 나도 모르게 레야르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어떻게든 참아내며 라단왕과 눈을 마주치자 아주 잠깐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가 늙은 성직자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하여 결국 거짓 판별의 성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교차 검증도 하겠지만 최소한 르노보예 경이 귀국하기 전까지 그대가 어찌 지낼지에 대한 건 지금 이 자리에서 정해진다· 그러니 신들께서 보는 아래 어떠한 거짓도 없어야 할 것이야·”

딱히 대답을 바란다기보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기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라단왕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성직자에게 턱짓하여 성법을 사용하게 한 뒤 진짜 질문을 던졌다·

“그대는 짐의 아들 유진 비에 지빌라 아흐라단과 만난 사실이 있는가·”

“예·”

“진실입니다·”

잠깐의 지연도 없이 튀어나온 나와 성직자의 대답에 알현실의 모두가 술렁이는 건 물론이고 무료하게 턱을 괴고 있던 라단왕마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유 유진은 살아 있는 게 맞는가!”

“예·”

“진실입니다·”

금방이라도 언성이 높아지며 저들끼리 떠들 것 같은데 특정 데시벨을 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함께하는 듯한 분위기가 알현실을 가득 채운다· 당연히 이유는 라단왕이었다·

“오오···”

누가 감히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던 아들의 생사를 확인한 왕보다 언성을 높힐 수 있겠는가· 순식간에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기 위해 라단왕이 잠시 천장을 바라보는 사이 신하들의 목소리는 한층 더 잦아들었다·

“그대 그대는··· 정녕 유진을 돕고자 라단까지 온 라예흐단의 아들이란 말인가?”

왕뿐이 아니다· 전설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이해한 신하들이 일제히 침묵하며 내 대답만 기다린다·

거기에 나를 해코지하거나 내 빈틈을 노리기 위한 불순한 의도도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나와 캬루베로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일까?

“예·”

어쩌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느끼며 이번에도 흔쾌히 대답하자·

“거짓입니다·”

대뜸 성직자의 입에서 개소리가 튀어나오며 고조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 씨발· 그럼 그렇지·

방금 전까지 감격에 겨워 한 탓에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라단왕이 반응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검 뽑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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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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