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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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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82

당연하게도 노기사 레야르는 내가 루할 시나의 봉인을 파괴하는 걸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진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달리 획기적인 시도를 하거나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간의 행보와 소문이 모두 거짓이었단 말인가!”

무기는 빼앗겼고 본체 상태인 악마를 상대하기엔 실력도 준비도 부족했으니 목청 껏 내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캬루베로스는 카펫과 달리 마법으로 레야르의 사지를 속박하지 않았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선택지였지만 말이다·

흔히 이럴 때 구구절절 오해를 하든 말든 대화를 나누는 게 클리셰였던 거 같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기에 입 다물고 마력에나 집중했다·

어차피 루할 시나가 뒈지고 나면 풀릴 오해일 뿐만 아니라 저들이 내 편이 된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뭣 하러 집중력을 소모해? 그보다는 이제 막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봉인 회로 쪽이 더 중요하다·

그런 내 판단을 이해한 카펫이 냉큼 레야르의 입을 막은 덕에 주변은 순식간에 다시 조용해졌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기어이 마력 쇼트를 일으키는 데에 성공했다·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기거나 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균일한 푸른빛으로 둥글게 빛나던 보호막이 울긋불긋해지며 모르는 사람이 봐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수준까지 날뛰기 시작한다· 폭발 같은 거 없이 갑자기 훅 하고 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저러다가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광경이다·

[넌 대체 뭐냐·]

그리고 내 예상대로 갑자기 전기가 나간 것처럼 보호막이 훅 사라지기가 무섭게 지상에서 들었던 가짜 계시와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악마들이 너를 돕는 것이지? 그런 힘을 가지고 왜 나를 방해하는 이유는 또 뭐고?]

“별걸 다 물어보네·”

덤덤하게 신을 흉내 내던 때와 달리 여유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목소리는 딱히 언성을 높이는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동공 전체를 울리는 음파 공격을 방불케 한다· 궁극적으로 녀석이 하고자 하는 말이 가만히 있던(?) 자신을 건드린 것에 대한 하소연이라서 별로 위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니가 수백 년 전에 맞이했어야 할 죽음이시다· 택배 받아라·”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

나를 잡기 위해 열심히 여기까지 달려온 레야르 일행은 봉인이 파괴되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의 의미를 깨닫고는 사색이 된 채 덜덜 떠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딱히 그들의 명예를 챙겨줄 생각인 건 아니지만 다른 누가 왔더라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감히···]

내 진솔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목소리에 노기가 깃들며 쿵! 하는 울림이 봉인 잃은 신전 안에서부터 들려온 순간 동공을 장악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막대한 양의 마력이 아무런 예고 없이 터져 나왔다·

평범한 마력이라기 보단 내 목숨을 노리던 광신도들에게 깃들었던 것과 같은 오묘한 신성력이 섞인 지저분한 무언가에 가깝다· 본디 무색무취여야 하는 그 힘은 삽시간에 동공 전체로 퍼져나갈 뿐만 아니라 그렇게 닿은 모든 곳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변질된 영역에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마법이 깃든다·

“주인···!”

솔직히 대체 저게 무슨 짓일까 궁금증이 폭발하긴 했지만 내게 이로운 효과를 지녔을 리가 없었기에 일말의 주저도 없이 에스테를 휘둘러 내 쪽으로 달려드는 마력들부터 끊어냈다· 그와 동시에 카펫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다급함이 아니라 경악과 의아함이 뒤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이 있었다·

“뭐·”

다행히 기이한 마력에 주변을 침식하기위해 자가 증식하는 기능까지는 없었던 모양인지 내 뒤의 공간은 나를 방패 삼아 거대한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거대한 타원을 그리며 깔끔하게 원래의 모습을 유지했다·

그 범위 안에 있었던 덕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던 카펫은 지금까지 보여 준 적 없었던 경악스러운 감정이 담긴 얼굴을 한 채 주변과 나를 몇 번이고 번갈아 보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 아니 그게··· 방금 뭘 하신 겁니까···?”

“마력 끊었지·”

“···마 예?”

애가 유달리 똑똑하긴 해도 정식 노예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발적 입사를 한 탓에 좀 모자란 구석이 있는 걸까· 옆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캬루베로스와 달리 세상이 무너지는 걸 목도하는 생명체처럼 구는 카펫은 고장난 것처럼 말을 버벅였고 난 고개를 내저으며 캬루베로스에게 손짓할 수밖에 없었다·

“쟤랑 기사들 알아서 챙겨라·”

“옙·”

갑옷을 전개하고 투구를 쓴 뒤 몸을 돌려 다시 한번 접근하는 루할의 마력을 잘라 낸다· 겸사겸사 이미 침식이라도 된 것처럼 영 기이한 몰골로 변해버린 주변 바닥을 향해 에스테를 휘둘러봤지만 달리 변화라고 할 만한 일어나지 않는다·

“영 기분 나쁘게 생겨 먹었는데 결국 몸으로 겪어볼 수밖에 없나·”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진짜· 그러다가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래·]

내 혼잣말에 기겁하며 에스테가 반박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방어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여차하면 네가 지켜 주겠지· 나는 우리 에스테 믿어·”

[아 진짜 좀!]

그래서 그냥 성창 에스테의 잔재가 소하 그 씹새끼를 악신의 기운으로부터 지키고자 힘썼던 순간을 되뇌이며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몽둥이로 직접 뇌를 후려치는 듯한 아찔한 충격이 나를 엄습했다·

“아오 씨발·”

신발을 신고 있음에도 발바닥 피부를 통해 직접 느껴지는 듯한 불쾌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뭔가 물컹한 것을 밟았다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불쾌해 순간 나도 모르게 오만상을 쓰며 반사적으로 발을 뗐다· 씨발 대체 뭘 밟은 거야?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점잖으신데 얜 진짜 누굴 닮아서 입이 이렇게 험할까·”

하지만 곁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 불쾌감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반사적으로 내뱉은 욕지거리에 두고 핀잔을 날릴 뿐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던 탓에 나는 어중간하게 한쪽 발을 든 상태로 멈췄다가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너 설마 지금 내가 똥 밟을 거 알면서도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왜?”

“그건 네가 알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일이냐는 반응보다 욕했다고 핀잔 주는 게 먼저 튀어나올 리가 있나·”

구릿한 냄새가 기어올라 오는 게 분명 말똥이었다· 말이라고는 저 멀리 있는 도시에 갈 때 쓰는 마을 공용 짐말밖에 없는 곳에서 말똥을 밟다니· 이걸 재수가 좋다고 해야 할지 더럽다고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한숨을 푹푹 쉬며 한 발로 깡총깡총 뛰어 근처 풀밭에 말을 문지르자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루할이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대뜸 욕부터 외치는 게 하루 이틀 일이야? 애초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코앞에서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똥도 발견 못하고 밟아?”

“그야···”

······그야 뭐지?

잠깐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씨 기억 안 나네· 치매인가·”

아버지한테 덫 만드는 방법 배웠던 걸 떠올리고 있었나? 뭔가 날붙이를 떠올리고 있었던 거 보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뭐래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가자· 모처럼 행상인이 왔는데 나 반지 사줘야지·”

“저기 마구간 근처에 민들레 하나 펴있던데 그거 뽑아와라· 꽃반지 만들어 줄 테니·”

“진짜 지랄하지 마라·”

순식간에 정색하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루할을 보며 낄낄 웃지만 루할은 그러거나 말거나 꿋꿋하게 내 손을 붙잡고 걸음을 재촉한다·

이게 씨발 어디에 손을··· 대?

“뭐야 왜 그래? 여자친구 손길이 낯설어?”

그러게· 여자친구인데 왜 기분이 나빴던 거 같지· 뭔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잠깐 주저했지만 괜히 쓸데없는 오해를 샀다간 일주일 내내 갈 게 분명해서 재빨리 둘러댔다·

“···상남자는 여자친구따위 두지 않는다· 그러기엔 삶이 너무 바쁘거든· 마누라만 두지·”

“진짜 지랄이야·”

“내 욕은 아무래도 우리 부모님이 아니라 널 닮아가면서 입에 붙은 거 같은데·”

이번에도 합리적인 의심을 기반으로 대답했다가 괜히 정강이만 걷어차였다· 하지만 저 악독한 계집은 자신이 저지른 폭거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열심히 날 이끌고 행상인들이 돗자리를 핀 광장으로 향할 뿐이다·

마주 잡은 손은 평소보다 더 따뜻하고 어떻게든 화난 척 하려는 입가는 결국 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씰룩씰룩 움직이며 미소 비스무리한 걸 만든다· 꼴에 계집이라고 진귀한 물건들 구경하는 게 즐거운 모양이다·

그 뒤를 따르니 불쾌했던 말똥 냄새는 어느새 사라지고 아련한 꽃향기만 남는다· 맑은 하늘과 꽃 향기 활기찬 마을은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정겨운 오그웬이었지···만?

“···오그웬?”

“뭐야 왜 또 그래· 진짜 어디 안 좋아?”

두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근데 어째서인지 위화감이 든다· 이에 나도 모 르게 루할의 손을 조물딱 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당연히 눈에 들어오는 건 어중간한 돌담들이 즐비한 나고 자랐기에 익숙할 수밖에 없는 우리 마을의 전경이다·

에스뮈에네 집안이 운영하는 방앗간은 마을의 상징처럼 우뚝 솟아 빙글빙글 돌고 있고 에카프 아저씨가 운영하는 대장간에는 얼굴 한가득 숯검댕이를 묻힌 채 두 눈을 빛내며 쪼그려 앉아 아저씨가 담금질 중인 쇳덩이를 바라보는 셰릴이 있다·

행상인들에게 나무를 팔기 위해 양손 가득 장작을 든 채 움직이는 자기 부모님의 뒤를 낑낑거리며 따라가는 라그니스의 모습도 익숙하다면 익숙한 광경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모여 세운 망루에 걸터앉아 그런 우리들을 내려다보는 아실리에까지 어디 하나 특별할 것 없는데 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아프면 집에 가서 쉴래···?”

멍때리고 있던 시간이 길었던 것인지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땐 루할의 붉은 눈동자가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서 쉰다고? 내가 쉬는 건 숙원을 달성한 다음이다·

숙원?

“···그럴 순 없지· 행상이 또 언제 올 줄 알고·”

딱히 특출난 것도 없는 마을이라 거의 반년 만에 온 행상이다· 싸구려 반지 하나라도 사겠다고 기껏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기분 좀 이상하다고 초를 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가자 반지 사야지·”

괜히 좋은 날 기분만 싱숭생숭하게 만든 거 같아 미안한 마음에 평소에 하지도 않던 팔짱을 내가 먼저 끼우자 루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너무 사랑스럽다 못해 때려 죽이고 싶어지는··· 미소···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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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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