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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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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11

에카프 경과의 일정 조율까지 끝마친 이후로 내 하루 일과는 굉장히 단순명료해졌다·

새벽 일찍부터 점심까지 오가토르프 가문에서 에카프 경에게 검을 배운 뒤 집으로 돌아와 아실리에와 에스뮈에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걸 여섯 번 반복하고 하루를 통째로 쉬면 짜잔! 일주일의 완성이다·

첫날 치렀던 대련을 반복했다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졸도하고 다음 날은 꼼짝도 못했겠지만 다행히 에카프 경은 그런 스파르타 식 훈련법을 선호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커리큘럼만 놓고 보면 마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남들이 봤다면 누가 더 느릴 수 있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느릿하게 움직이는 게 수련이었으니까·

하지만 오감을 극한까지 벼려 낸 채 움직이며 변화를 이해하는 게 핵심이었기에 둘 다 오러와 마력을 통해 신체 능력을 최대까지 땡긴 상태에서 수련한다· 매일 같이 거의 여섯 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을 그러고 있다 보니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막 2주 째가 된 오늘까지는 일정에 차질이 생긴 적은 없다·

어쩌면 오후 내내 라이카를 품에 안고 지내는 게 도움이 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험을 위해 하루 정도 라이카를 놓고 있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도 이번 수련은 굉장히 힘든 편에 속했다·

“솔직히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잘 따라와서 기분이 오묘하군· 용사라서 그런가? 자네가 신성력까지 쓰게 되면 어찌 될지 궁금할 지경인데·”

정작 가르치는 에카프 경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말을 입에 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쎄올시다·

처음부터 검을 배우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배워왔던 모든 기술들을 끌어다가 다듬는 상황이라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생기는 건 사실이다· 진짜 생사의 기로에 놓였을 때 물 흐르듯이 기술이 흘러나오는 건 한참 뒤의 일겠지만 이젠 검이 맞닿았을 때 다섯 번까지는 버틸 수 있었으니 분명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너무 잘 따라온다’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2주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탓이기도 하고 매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필사적이게 되는 건 변하지 않은 탓에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라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기분 속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니 언제나처럼 나와 다르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에카프 경이 먼저 검을 회수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훈련을 나갔던 식솔들이 돌아오니 한동안은 수련을 할 수 없을 거라네· 지난 2주 동안 알려 준 걸 떠올리며 혼자 복습해야 할 텐데 혹시 막히거나 잘 모르겠는 자세 있나?”

“제가 어디서 막히고 뭘 모르는지를 모르겠는데요·”

“문제없다는 소리군· 다행이야·”

“대체 왜 그렇게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겁니까?”

“내가 아버지께 배웠을 때도 그랬거든· 따라오는 건 잘 따라오고 있으니 잘 하고 있는 게 맞네·”

아 선행자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에카프 경의 말에 작게나마 안도하며 집으로 돌아온 나를 반겨 준 것은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던 처음 보는 마차들이었다·

하지만 낯선 건 마차 뿐이고 거기에 달려 있는 문장들은 익숙하기 짝이 없는 마신교와 레비엥 가문의 것이다·

“이게 또 이렇게 맞물려 떨어지네···”

저 마차들에 누가 타고 방문했는지 굳이 물어볼 것도 없는 상황· 이는 교단 소속 사용인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는지 경비를 서다가 나를 보고도 예의나 차릴 뿐 굳이 뭘 보고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경비들과 마차를 지나 저택에 들어서자 대체 어떻게 알고 나왔는지 모를 티에가 침착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주인님 성녀님 일행과 레비엥 변경백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일행? 성녀님은 혼자 오신 게 아니야?”

“용장들께서 동행하셨습니다· 성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방문한 듯합니다·”

레비엥에 마신교의 신전을 짓는 일이 바빴던 것일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와 별개로 언제 연락이 올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터라 서둘러 거실로 향하니 대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몰라도 매우 불편하고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네 명의 용장들은 용장들대로 불편해 하고 있고 라그니스와 아실리에도 불편한 기색이 드러나는 와중에 데오니 성녀님과 에스뮈에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하기엔 한 자리에 오래 머문 사람들 특유의 지루함이 깃들어 있는 용장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릴 틈도 없이 허공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나와 시선이 마주친 용장이 혼이 빠져나간 것만 같던 얼굴 한가득 화색을 띠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 드··· 크흠! 돌아왔구먼! 기다리고 있었다네!”

단언컨대 어렸을 때 헤어진 가족을 만나도 저렇게 반가워하긴 힘들 터였다· 그의 외침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네 명의 용장들이 10년지기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다가와 건네는 악수를 받으면서 살펴보니 어째서인지 이제야 좀 살겠다는 기색이 한가득이다·

뭔일이 있었던 건가 싶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보던 내 눈에 어색하게 웃는 네 여인들과 함께 원인으로 짐작되는 물건들이 포착된다· 그제서야 별일 없었음을 깨달은 내 입가에도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하필 자리를 비웠던 탓에 성검을 위해 먼 길을 와주신 분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군요· 마침 점심시간이니 식사를 나누면서 이야기할까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네 명의 위대한 용장들을 괴롭힌 게 사람이 아니라 찻잔과 과자였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택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용장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찻물만 연신 들이키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안주인이라 할 수 있는 아실리에가 먼저 나서서 맥주라도 마시며 손님방에서 여독을 풀지 않겠냐고 정중히 권한 걸 용장들이 거부했다· 그들이 도착한 게 10시 무렵이었으니 새벽 일찍부터 수련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방 귀가할 거라고 여긴 게 화근이었다·

그리고 그 잘못된 판단은 죽을 맛 릴레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드워프인 용장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은 목 마를 때 마시는 거지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고 차는 취하지 않으니 그냥 물이라는 게 그들의 ‘상식’이었으니까·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 좀 나누다 보면 한 시간 정도는 금방 흘러갈 것이고 그 때쯤이면 용사도 돌아오겠지라는 판단을 내리며 맥주마저 거절한 그들은 자신들의 예상대로 무난하게 한 시간을 견뎌 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용사가 돌아오지 않는다·

용사 엘드미아의 귀가 시간은 평균 오후 1시로 굳어져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용사의 훈련 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드워프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사람이었다면 ‘좀 늦는 거 같으니 가서 쉬고 있겠다·’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자리를 파했겠지만 상대는 드워프다·

자신들이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가 긁지 않아도 제 손으로 스스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새기는 종족이니까·

거기에 맞춰 아실리에도 불편해졌다·

안주인이라는 명목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고는 하지만 이들 중 사회적 신분이 가장 평범한 아실리에다· 그녀는 왕국과 제국 사이의 교류에 대해서도 모르고 마신교와 레비엥이 새로운 관계를 쌓기 위해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도 모르며 그 세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정치 관련 이야기는 더더욱 모른다·

애초에 아실리에는 데오니 성녀님도 손님방에 보내고 셋이서만 오손도손 대화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어차피 성녀님이나 용장들이나 내가 목적이었으니 이를 거절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틀린 판단은 아니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용장들이 내린 변칙적인 판단에도 대응할 수 없었다· 그런 연유로 용장들에 이어 아실리에가 불편해진 다음에는 라그니스의 차례였다·

그녀는 변경백이었으니까·

에스뮈에가 아무리 제국의 특사라는 명목으로 저택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그 근본은 황녀다· ‘지금은 특사니까 적당히 말 놓겠습니다?’ 같은 게 가능할 리 없다· 성녀님은 실상 인족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는 마신교의 대표이자 우호적인 마족 모두의 대표이니 대등한 위치에서 에스뮈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도 라그니스는 그럴 수 없다·

보는 눈이 없었다면 알 바이겠냐마는 보는 눈이 많으니 그녀도 할 만큼 이야기 한 뒤로는 매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거기까지가 대충 12시 무렵이었다·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티에도 답답한 건 매한가지였다· 차라리 사람을 보내 나를 불러올까 싶기까지 했지만 아실리에가 그 판단을 ‘못’ 내리는 게 아니라 ‘안’ 내리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찻잔과 다과가 빌 때마다 꽉꽉 채워 넣는 일만 반복했다고 한다· 내색하지 않았을 뿐 내가 돌아왔을 때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하니 말 다 했지·

그래도 의도치 않게 수 시간 동안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있었던 것치고 분위기는 금방 훈훈해졌다· 애초에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게 아니라 극한의 눈치 게임을 하다가 어색해진 거 였으니 당연하다·

그렇게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내가 없던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귓속말로 듣고 음식과 술이 나오는 동안 드워프들의 드워프다운 화법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나니 파괴된 장비들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하나같이 내 입장에서는 매우 살 떨리는 질문이었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최대한 상세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검이 왜 그 정도로 박살 났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도 언급됐다·

솔직히 성녀님한테 엄청나게 혼날 걸 각오하고 한 설명이었지만 정작 돌아온 반응들은 침착했다·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군· 그런 이유로 성검이 파괴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네· 보다 근본적인 게 원인이고 지금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확신이 서는군·”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성녀님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덕분에 나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용장들에게 질문할 수 있게 됐다·

“그럼 뭐가 원인이라 보십니까?”

“어려울 거 없어· 그릇이 미완성이었던 거야· 자네가 쓰던 검을 욕할 생각은 없지만 성물이 되기엔 뭔가 부족했던 거지· 혹은 성검이 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애초에 불안정했다거나·”

그리 말하며 ‘뭐 짐작 가는 거 없나?’ 라고 물어보는 용장들의 질문에는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짐작되는 게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나만큼이나 근본 없는 태생이 성검 에스테였으니 짐작되는 걸 죄다 입에 담고자 기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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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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