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갑자기 달려들 줄은 몰랐다·
아마 힘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어떠한 아티팩트 같은 것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구속하고 있는 마법을 무력화시킨 것 같았다·
어지간하면 해제가 되지 않게 촘촘하게 술식을 전개했었는데 확실히 내가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술식을 전개한다·
[베리어]
이미 베리어가 있기는 하지만 저렇게 덤벼오는 것을 보니 뭔가 수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베리어 마법의 술식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그러자 더욱 더 견고해지는 베리어·
“죽어라!!!”
칼이 번뜩이는 빛을 내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베리어를 한겹씩 벗겨내기 시작한다·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까부터 틈만 나면 [사고 가속] 마법을 사용하는 중인데 그걸 통해 생긴 시간 동안 생각을 했을 때 애꾸눈 산적이 베리어를 깨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곧바로 베리어를 한번 더 전개한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베리어를 전개하는 것도 괜찮아보였으니까·
베리어의 한계도 알아볼 겸·
캉-!
캉-!
캉-!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계속해서 베리어를 깨던 애꾸눈 산적은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
그러자 손에 쥐고 있던 단검에서 넘실대고 있던 빛도 사라졌고·
아마 무리해서 힘을 사용한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애꾸눈 산적을 지켜보고 있자 애꾸눈 산적은 나를 보며 한마디를 내뱉고 그대로 주변인에 있던 동료들에 의해 제압이 됐다·
마지막 한마디는 누구에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운 말이었다·
괴물이라니·
여기서 괴물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딱히 없었는데·
“···이런 말 하기는 조금 그런데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제가요?”
“··아니다·”
“섭섭하게 그런 말씀을 하시네·”
기회가 왔는데 테스트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던가·
내가 죽을 확률이 있다면 모를까 어떻게 봐도 죽을 확률이 보이지 않아서 실험을 했을 뿐이다·
내가 죽을 확률이 보였으면 아무리 나였어도 실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테론에게 뼈를 맡겼다·
테론이 한번에 처분해서 돈을 배분해준다고 했으니까·
이제는 나도 할 것이 참 많았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 바루크 3번 구역을 다스리는 영주에게 가야한다·
그리고 모험가 길드에 가서 임무를 완수했다는 것도 말을 해야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몸이 찝찝했기에 여관에 가서 샤워도 해야했다·
“아·· 귀찮다·”
이걸 언제 다 한다는 말인가·
귀찮기 그지없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순간이동을 사용해 가고 싶었지만 만약에 바루크 3번 구역에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는 것을 걸리면 경고로는 안 끝난다·
최소 벌금을 내야하기에 이렇게 걸어다니는 것이었다·
“에휴·”
그래도 할 건 해야지·
*
일단 먼저 모험가 길드에 다녀오기로 했다·
영주를 만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었으니까·
굳이 지금 이 상태로 영주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그나저나 그때 조금 놀랐어요· 갑자기 마법을 해제하고 덤벼오길래·”
“··그런 것치고는 농락을 하더만·”
“아 농락을 한게 아니라 제가 죽을 확률이 아예 안 보여서 베리어 성능 확인한거죠·”
“···정말이지 마법사들은 미친놈들이군·”
“아하하··”
나는 왜 저렇게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왕 할거면 기회가 있을 때 해야 시간도 아끼고 좋지 않나·
굳이 나중에 시간을 내서 하려고 하면 시간도 없고 기회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애꾸눈 산적을 이용해 많은 마법을 테스트한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를 포함한 네명의 파티는 모험가 길드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에실리에게 다가갔다·
“아 오셨어요? 임무는 완수하셨나요?”
“네· 테론님은 잠시 부산물 처리하러 가신다고 다른 곳으로 가셨고· 증거는 이정도면 될까요?”
오크의 코를 잘라왔다·
다섯마리였기에 다섯개의 코를 잘라왔다·
혹시 모르고 불로 태웠다면 코를 잘라오지 못할 뻔 했다·
그러면 임무 보상금도 없는건데·
그런 생각을 하며 에실리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산적 잡았는데 혹시 뭐 포상금 같은건 없나요? 금패급 여럿 잡은 산적이던데·”
그렇게 실력있는 산적이라면 목에 걸린 현상금이 꽤나 클 것 같았다·
그렇기에 기대를 하며 에실리를 쳐다봤다·
그러자 에실리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
“아 혹시 목에 금패급을 여러 개 메단 산적인가요?”
“앗 네· 유명한 사람이에요?”
“바루크에서는 유명하죠· 이름은 딱히 알려지지 않아서 ‘애꾸눈 산적’이라고 불러요· 포상금은 100골드·”
“오·”
육성으로 감탄이 나왔다·
분명 영주에게 가서도 포상금을 받을텐데 모험가 길드에서도 포상금을 받다니·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기분이 들뜨던 그때 마물 무산물을 처리한 테론은 빛나는 대머리를 긁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음 어디서 봤나했더니· 100골드가 걸려있는 그 놈이었군·”
“그러게 말이다· 나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애꾸눈 산적이더라고 으하하·”
돈타스는 어느새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날이 슬슬 어두워져서 그런가 다들 모험가 길드에 들어와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보자 나도 뭔가 모임을 가지고 싶었다·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 아니던가·
여기서 인맥을 만들어놓으면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제안을 했다·
“그러면 오늘은 제가 살테니까 다들 앉아서 조금 쉬다가 가실래요? 이야기도 좀 하고·”
“··좋군·”
“좋지 그럼 나 맥주시킬게?”
“으하하 마법사 양반이 호탕하구만!”
역시 공짜 술을 마다하는 모험가는 없었다·
그렇기에 자리에 앉아 안주 이것저것과 맥주를 시켰다·
“사실 제가 술을 마셔보는게 처음이라 천천히 마셔볼게요·”
“뭐야 술도 안 마셔봤어? 완전 아기네?”
바이올렛이 약간 취기가 도는 얼굴을 하며 내 근처에 다가와 볼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부끄러웠다·
이런 것에는 면역에 없었으니까·
그나마 로브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어느새 맥주가 도착했다·
그런데-
“음···”
맥주가 미지근했다·
내가 술에 대해 아무리 모른다고 하더라도 맥주는 시원하게 먹어야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렇기에 술식을 전개하고 마나를 불어넣는다·
그러자 곧바로 살얼음이 끼는 맥주·
이건 사진을 찍어놔도 좋을 것 같았기에 찍은 후 갤러리에 글을 하나 작성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거 마실 분?”
그 자리에서 살얼음이 낀 맥주를 만들자 돈타스의 눈이 희번득하게 변했다·
확실히 맥주를 좋아하는 종족답다고 해야하나·
“그러면 ··내가 먹어도 되겠나 마법사 양반?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부탁 잘 안하는데 말이지·”
“아 뭐· 다 드셔도 상관없어요· 혹시 다른 분들 것도 다 얼려드릴까요?”
그렇게 말을 하자 바이올렛은 곧장 손에 쥐고 있던 맥주잔을 나에게 건네줬다·
테론도 손에 쥐고 있던 맥주잔을 나에게 건네줬고·
[빙결(氷結)]
술식을 적당히 조절하고 마나도 적당히 불어넣어 딱 살얼음이 낄 정도만 만든다·
겉보기에 굉장히 쉬워보이지만 굉장한 테크닉이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언 것과 차가운 것의 사이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으니까·
그렇게 맥주를 차갑게 만들자 분위기는 급속도로 달아올랐다·
“··내가 원래 마법사를 싫어하는데 너같은 마법사는 마음에 드는 군· 처음에 눈치줘서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마법사들이 성격이 이상하기는 해서·”
사실 눈치를 주는지도 몰랐다·
애초에 눈치가 없는 성격이라서·
머쓱함을 느끼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자 옆에 있던 바이올렛이 씨익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지금 설마 취한거 아니지? 왜 이렇게 가만히 있어·”
“하하··”
딱히 할 말도 없었기에 웃으며 넘겼다·
그렇게 우리는 자리에 앉아 맥주를 계속해서 시키며 그대로 밤을 샜다·
*
“으으···”
머리가 지끈거렸다·
분명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머리가 어지럽다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내가 묵고 있는 여관이었다·
취했는데도 숙소로는 잘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갑자기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
“··잠시만·”
다같이 맥주를 마시다가 내가 취해서 골골대고 있자 그걸 기점으로 자리가 끝났다·
그러면 골골대고 있는 나를 누가 데려다줬을까·
분명 누군가의 등에 업혀서 움직였는데·
등에 업혔다면 일단 돈타스는 아닐 것이다·
돈타스는 키가 작으니까·
내가 돈타스의 등에 업히면 돈타스는 그대로 쓰러질테지·
그러면 남은 사람은 테론과 바이올렛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몸에 베리어를 두르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 안녕하세요··?”
어제 나를 이 여관으로 데려다 준 사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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