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2
일단 기본적으로 그리핀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당한 크기의 사육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핀이 말을 못하는 짐승이라면 모를까 말을 할 줄 아는 마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적당한 크기의 방이 필요하다는 뜻·
“음···”
그렇다고 해서 지상에 집을 지어주기에는 조금 무리인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바깥에다가 지으면 티가 많이 날테니까·
그러던 그때·
좋은 생각이 들었다·
“아·”
바로 지하·
지하에 지으면 된다·
바깥에다 짓지 않고 지하에다가 사육장을 차리면 그리핀도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좋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에 서로 상부상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자-
“엇 안녕하심까·”
“뭐하고 계셨어요?”
“아·· 딱히 중요한 일은 안했슴다· 그냥 검술 좀 수련하고 있었슴다·”
“어쩐지·”
주변에서 마나의 흐름이 미약하게 느껴진다 했더니·
그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정화]
다른 곳에 비해 우리 집의 지하는 굉장히 넓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바질에게 공간을 주고도 그리핀을 키울 공간이 남았다·
그렇게 대충 정리를 하고 잠시 바깥에 나가 이것저것을 사왔다·
예를 들자면 목재 같은 것들·
목재를 구입해 다시 지하로 돌아와 간이 울타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 그리핀을 넣는다·
-··나보고 여기서 살라는건가?
“위에서 사는 것보다는 나을거에요· 위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잘 보여서·”
-하아···
그리핀이 한숨을 쉬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고 해야하나·
이정도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의 최대한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조금 멀리 있던 바질이 내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묻는다·
“··이게 뭡니까?”
“아 그리핀이라는 건데 앞으로 바질님이 담당을 해주셔야 돼요·”
“제가 말임까·”
“부탁할 사람이 따로 없는지라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정말로 따로 부탁할 사람이 없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모험가 일을 할 때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뿐인데 그 사람들에게 그리핀의 젖을 짜달라고 말을 하기는 좀 그랬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하자 바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슴다·”
애초에 바질이 우리 집에 얹혀서 살고 있는 입장이어서 수락을 해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기는 했다·
그걸 순순히 수락하느냐의 문제였지·
다행히 순순히 수락해줘서 고마웠다·
만약 바질이 하기 싫다고 했으면 다른 곳까지 가서 또 비밀스럽게 사람을 구해와야 했을텐데·
아니면 그리핀을 죽이거나·
-마법사 내 젖은 그렇게 쉽게 나오는게 아니다·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 그리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궁금했기에 물어봤다·
“그게 무슨 소리신지·”
이미 나와 그리핀은 계약으로 묶여있다·
그리핀이 고의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면 그 즉시 어마어마한 고통이 그리핀을 덮친다·
그렇기에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확률이 높았다·
-질 좋은 사과와 밀· 그리고 치즈가 필요하다·
“···그냥 먹고 싶으신 것 같은데·”
-아니다· 정말로 필요하다·
“아 네·”
나에게 딱히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뭐 설령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저정도는 사다줄 의향이 있기는 했다·
“그나저나 그러면 젖짜는 방법 좀 이분한테 가르쳐주세요· 저도 잘 모르니까·”
-··내가 말이냐?
“에이 이왕 젖 짜이시는거 기분 좋게 짜이면 좋잖아요·”
-그게 무슨·· 허··
그리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면 나는 진심이었다·
이왕 젖을 짜이는거 기분 좋게 짜이면 좋지 않겠는가·
굳이 고통을 받으면서 짜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을 하며 나는 잠시 밖으로 나갔다·
*
그렇게 지하에는 바질과 그리핀만이 남았다·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일촉즉발의 상황·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그리핀이었다·
-지금부터 젖짜는 법을 알려줄테니 잘 들어라·
“알겠다·”
-··존댓말하도록·
“그건 싫다·”
굉장히 긴 싸움이 될 것 같았다·
*
그렇게 이것저것을 사서 지하로 돌아오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있었다·
서로 기세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그렇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이런 분위기가 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바질에게 앞으로 해야할 것을 알려주는 수밖에·
“저쪽 앞에 가면 펠프스라는 분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 가서 ‘유진’이 말해서 왔다고 하면 알아서 음식 주실거에요· 그거 그리핀 먹이로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아 알겠슴다·”
다행히도 둘이 싸운 것 같기는 했지만 내 말은 잘 들었다·
그렇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공간 주머니에서 병을 꺼냈다·
“젖은 여기에 담으시면 되고···”
“··혹시 어디 가심까?”
“아 어디 갈 곳이 있어서· 어지간하면 돌아올 수 있는대로 최대한 빨리 돌아올 예정이에요·”
이건 정말이었다·
내가 무슨 정이 있다고 아카데미에서 오래 있겠는가·
배울 수 있는 것만 다 배우고 돌아오면 된다·
졸업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고 하니 잘하면 졸업장도 딸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리핀에게 다가가 깃털을 하나 뽑았다·
-··그건 왜 가져가나?
“길드에 제출해야 해서요·”
-알겠다· 가보도록·
아마도 그리핀은 바질과 할 이야기가 많아보였다·
뭐 내가 다른 사람을 해치지 말라는 계약을 걸어놨으니 바질이 다칠 일은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끼이익-
익숙한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험가 길드는 북적북적했다·
아마 다들 방구석에서 쉬고 있다가 이번에 안드로말리우스가 처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한창 구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물론 안드로말리우스를 처치한지 좀 되기는 했지만 의심이 많은 모험가들은 기간을 며칠씩 두고 지켜보며 의뢰를 받으니까·
목숨을 은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모험가라는 족속이었다·
물론 나도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고·
“아 오셨어요?”
“네·”
“그러면 그리핀을 잡았다는 증거 좀 보여주실래요? 어차피 나중에 직원이 따로가서 확인은 할 예정인데 혹시 모르니까요·”
에실리가 나를 아무리 믿는다고 해도 이렇게 증거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험가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워낙 흔한 일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에실리에게 그리핀의 깃털을 건넸다·
“음···! 이정도면 증거가 되겠네요·”
그리핀의 깃털은 어지간하면 빠지지 않는다·
깃털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그걸 발견하면 이미 그리핀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리핀은 영역을 정하고 생활하는 마물이니까·
물론 완벽한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직원이 가서 확인을 하고 의뢰금을 받을 수 있겠지·
의뢰금을 지금 받으려면 그리핀의 목을 잘라오는 것이 가장 빠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조금 그랬다·
그리핀에게 이제 정이 조금 붙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죽으면 내가 데려온 것이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의뢰를 완수했다는 것을 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갤러리나 좀 볼까·’
가는 동안 심심했기에 갤러리를 켰다·
순간이동을 사용하면 바로 집에 도착할 수 있기는 했지만 그러면 벌금을 내야한다·
한푼한푼이 아까운 상황에서 벌금을 낼 돈은 없었다·
그렇기에 간단한 마법만 사용하고 걸어갔다·
‘···그리핀 검색해볼까·’
그리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핀은 정말 희귀한 마물이니까·
애초에 키우는 것도 어지간하면 불가능하고·
나여서 제압이 가능했지 내가 아니었으면 죽이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검색을 했다·
[그리핀]
그리핀으로 검색하자 의의로 여러 글이 나왔다·
하지만 그 중 제일 도움이 되는 글은 하나였다·
[작성자:퇴폐적인]
[제목:아 ㅅㅂ 내가 왜 그리핀 젖을 짜야되냐고]
[내용:(사진) 아 진짜 이 새끼 젖 존나 중요해서 짜야되는데 이걸 왜 내가 함? 진짜 짜증나네]
L:응 너가 선택한거야 악으로 깡으로 버텨 ㅋㅋ
ㄴ:ㄹㅇㅋㅋ 자기가 짜자고 한거면서 무슨
ㄴ:누가 하랬냐고 아 ㅋㅋ
ㄴ:꼬우면 시장에서 사든가
ㄴ:도대체 어느 시장에서 그리핀 젖을 파냐 ㅋㅋㅋㅋㅋㅋ
L:그리핀 젖 먹어봤음?
ㄴ퇴폐적인:내가 그리핀 새끼도 아니고 그걸 왜 먹음
ㄴ퇴폐적인:근데 은근 먹을만함
ㄴ:?
ㄴ:?
ㄴ:레즈레즈야··
ㄴ:아니 그걸 왜 진짜 먹어봄
L:그래서 그리핀 젖 효과가 머임
ㄴ퇴폐적인:나도 잘 모르는데 온갖 곳에 효과있다고 들었음 그래서 짜는거
ㄴ:ㅇㅎ 그냥 변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ㄴ퇴폐적인: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는거지
“오··”
생각보다 비싸게 그리핀의 젖을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