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1
벤시가 등장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상상하던 벤시는 사람 정도의 크기였으니까·
그런데 저정도 크기의 벤시라니·
조금 놀라울 따름·
이세계를 살아가면서 이런 크기의 벤시를 보기는 어려웠는데·
평범한 사람이 봤다면 그 즉시 오줌을 지렸을 정도로 벤시에게서 새어나오는 마나의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벤시 한마리가 아닌 것 같은데·”
겨우 벤시 한마리로는 이정도의 힘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벤시의 정체는-
-끄르륵··
수많은 벤시가 합쳐진 것이었다·
그야말로 자연재해·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었다·
“··보통 이렇게 합치지는 않는데···”
내가 알기로 벤시는 이렇게 힘을 합치는 존재가 아니었다·
벤시는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이 죽은 후 그 원혼이 벤시가 되는 것이기에 굳이 합칠 필요가 없었고·
그런데 이렇게 뭉친 것을 보니···
‘겁먹었나?’
아니면 생존본능·
그런 것이겠지·
이미 죽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다니 웃길 따름이었다·
원래 마물은 일부를 제외하면 본능만 남은 존재이기에 자신들이 사라질 것을 예상하고 이러는 것이 틀림없었다·
따로따로 오면 나에게 각개격파 당했을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여기서 어떻게 해야하려나·
이렇게 큰 벤시는 상대해본 적이 없는데·
일단 천천히 상대를 해보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공간에서 완드를 꺼냈다·
적을 상대할 때는 완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았으니·
[신성한 안개]
술식을 전개해 주변에 신성한 안개가 퍼지게 한다·
사아악-
마법을 사용하자 주변으로 퍼지는 신성한 안개·
신성한 안개가 언데드나 벤시에게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상대는 벤시 여러마리가 합친 존재·
이정도 수준의 마법에 당해준다면 그건 그거대로 어이가 없으니까·
그렇게 퍼지는 신성한 안개에 벤시가 움찔움찔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효과는 조금이라도 있는 모양·
‘효과 없을 줄 알았는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보니 주먹으로 바위를 치는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무슨 마법을 사용할지 생각했다·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상대를 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끼에에엑···!!!!
벤시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캉-!
하지만 베리어에 막히는 벤시의 공격·
마법사라는 직업은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한 순간 바로 죽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베리어에 매우 신경을 써야한다·
무투가 같은 직업은 중간에 몇대를 맞아도 회복력이 좋아 괜찮지만 마법사는 그만한 회복력이 없었으니까·
최대한 조심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
잠시 뒤로 피해주고 생각했던 마법의 술식을 전개한다·
[홀리 소드]
아카데미에 가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시점이 지금이었다·
아카데미에 가지 않았다면 한정된 마법으로 적을 상대해야 했을텐데 지금은 성 속성 마법을 배워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열화된 버전이기는 하지만-
푹-!
압도적인 마나를 집어넣는다면 그건 딱히 상관없었다·
“··조금 많이 썼네·”
마나를 조금 많이 쓰기는 했다·
나에게 있던 마나 중 20프로를 썼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마나는 금방 재생된다·
눈앞에 있는 벤시를 죽이는 것이 더 중요했지·
끼에에에에엑–!!!!
몽환의 절벽에 있는 모든 것이 겁에 질릴 정도로 굉장히 기괴한 소리가 절벽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훅-!
주변에 있는 것들이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누군가 버리고 간 칼·
그런 것들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심지어 그냥 날아오는 것도 아니고 마나가 담긴 물건들이었다·
쾅-!
기존의 물체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단단하고 파괴력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베리어를 계속해서 사용을 한다·
하지만-
쾅-! 쾅-! 쾅-!
계속해서 깨져나가는 베리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계속해서 베리어가 깨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베리어기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전개했다·
신성 폭발·
이론은 차르봄바와 비슷한데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차르봄바보다 더 폭발 범위가 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파괴력은 확실했고·
애초에 언데드나 벤시 같은 마물들은 공격을 잘 맞아주는 편이었기에 이런 쪽으로 마법이 발전을 한 것이다·
술식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나를 향해 계속해서 공격하는 벤시의 정중앙에 술식을 전개했다·
[신성 폭발]
우웅-
벤시의 정중앙에 빛이 모이는 것이 느껴지더니-
펑-!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폭발했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는다·
이런 것으로 한방에 죽을 마물이 아니었으니·
원래 전장에서는 항상 의심을 해야한다·
워낙 이상한 것들이 많은 세계였으니까·
죽었다가도 살아나고 하는데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크르륵···
하지만 그럼에도 벤시에게 타격이 있기는 한 것인지 그렇게 상태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마법을 연달아 전개했다·
[홀리 소드]
[홀리 라이트닝 체인]
[응집]
동시에 세가지 마법을 사용한다·
마법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위력을 보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마법과 연계되는 것도 생각해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연습은 이미 아카데미에서 완료했고·
[홀리 소드]가 벤시의 가슴팍을 찌르고 그 안으로 [홀리 라이트닝 체인]이 침입해 벤시의 몸을 헤집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응집]
주변의 마나를 한군데로 모으는 마법으로 원래는 다른 용도로 쓰이는 마법이지만 지금처럼 벤시의 몸에 마나가 과부하 되게 만들어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이미 가슴 주변에 구멍이 여러개 숭숭 뚫린 상태이기에 주변에 있는 마나는 벤시의 몸으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잠시 후·
-끄르륵···!
마지막 발악을 시작하는 벤시·
자신이 죽을 것을 예상했는지 아주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두르고 있던 모든 베리어가 깨지면서-
촤악-!
볼이 베였다·
잘못했으면 죽을 뻔한 상황·
이런 공격을 날리다니·
아마 엄청난 원혼이 이 벤시에게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위력을 낼 수 없었으니까·
‘··오랜만에 다치는 것 같은데·’
거지 생활을 청산하고 이렇게 다친 적은 오랜만이었다·
베리어를 사용하면 다칠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뒤로 물러나자 벤시는 [응집]에 의해 형태가 무너지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여기서 더 발악하면 곤란했는데·
‘슬슬 끝난 것 같네·’
그렇기에 완드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볼을 치료했다·
[힐]
그런데-
“···음?”
힐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가 뚝뚝 흐르는 볼·
조금 당황스러웠다·
힐을 사용했는데도 이런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일단 지혈해야겠네·’
고작 볼이 베인 것으로 죽지는 않겠지만 힐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벤시가 죽기 전 나에게 어떤 저주를 내리고 간 것 같았으니까·
“짜증난다·”
나는 단지 완드를 구하러 이곳에 왔을 뿐인데·
왜 볼에 상처를 새긴채 가야하는가·
그건 그거고·
일단 벤시의 가루를 챙기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가루를 챙기는 것이었으니까·
벤시가 죽어서 사라진 곳에는 어떤 가루가 많이 있었다·
‘안 날아가네·’
원래 가루는 날아가기 마련인데 벤시의 가루는 날아가지 않았다·
잘 모르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아공간을 열어 꺼낸 주머니에 벤시의 가루를 담았다·
“읏차·”
가루를 계속해서 담고 있던 도중·
“잠시만·”
품에 있는 수정이 생각났다·
이것도 흡수하려나·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기에 바닥에 있는 벤시의 가루를 조금 집어 수정에 살살 뿌려줬다·
그러자-
우웅-!
먹기 싫다는 듯 벤시의 가루를 뱉어내는 수정·
다 먹을 것 같이 생겨놓고 편식을 하다니·
조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수정을 약하게 한대 때리고는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여기에 있는 벤시의 가루를 일일히 손으로 주머니에 넣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으니까·
“마법으로 왜 안 들어올려지는거야···”
귀찮게 일일히 손으로 작업을 해야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 단순 노동인데·
“하아···”
한숨을 푹 내쉬며 주변에 있는 벤시의 가루를 모두 담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묘에 뭐가 있었으려나·’
묘를 부수니까 벤시가 나오던데·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가·
약간의 호기심을 가진 채 아까 내가 폭발시킨 묘로 향했다·
그러자-
“···어?”
관이 하나 있었다·
분명 폭발을 시켰는데·
약간 불길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걸 여기에 놔두고 가는 것이 더 위험할 것 같았기에 관의 뚜껑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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