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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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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르샤흐 경을 떠나보낸 뒤·

이안도 다시금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이안이 떠난다는 소식이 퍼지기 무섭게 마을은 은근한 활기를 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기뻐하는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안은 묘한 실망감에 사로잡혔다···

“우리가 떠나는 게 저렇게 좋나?”

나름 사악한 흑마법사를 내쫓는 활약을 해보인 이안이다·

그런데 이안의 활약은 싹 잊어버리고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라니·

마법사님들 빨리 가세요라~

··· 왜 자꾸만 ‘빨리 꺼져라~’로 들리는 걸까?

귀에 고운 말 필터가 낀 것만 같았다·

벨렌카는 그런 이안의 반응이 황당했다·

“농부들이 우릴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나?”

“왜 없어? 내가 흑마법사도 쫓아줬는데·”

“··· 저 사람들 눈에는 흑마법사나 너나 거기서 거기처럼 보일 거다·”

벨렌카의 냉혹하리만큼 현실적인 설명에 이안은 살짝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진짜?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강령술사랑 동급일 리가···”

“더 끔찍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라·”

이안은 가끔씩 자기가 마법사라는 자각이 부족한 것처럼 행동했다·

한때 현대인이었던 이안에겐 ‘마법사’라는 이름이 딱히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대인에게 마법사란 무엇인가?

와! 마법사! 간지나는 딜딸 클래스!

하지만 중세의 주민들에게 마법사는 ‘악마’나 ‘마왕’같은 이름과 비슷비슷하게 느껴졌다·

기기묘묘한 사술을 다루고 수틀리면 난폭한 짓을 일삼는데· 마법사를 좋아할 이유가 없었던 것·

사자가 호랑이를 내쫓았다고 해서 사자랑 친하게 지낼 리가 없지 않은가?

가까이 다가갔다간 인간-츄르 신세나 되겠지·

중세인들은 마법사를 두려워한다·

이안이 떠난다니까 마을에 활기가 도는 이유였다·

“마리아· 정말로 따라올 거야?”

마리아는 눈빛을 반짝이며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네에· 물론입니다·”

현재 마리아는 마을에서 붕 떠버린 존재가 되어버렸다·

다시 로버트 부부의 하녀로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고·

마을 외곽에서 혼자 살거나 아무 남자와 결혼해서 정착하는 선택지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불길하게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평생을 여행 한 번 해본 적 없는 마리아지만·

마을에 남는 것보단 이안을 따라 여행하는 편이 훨씬 편할 것이다·

“조금 두근두근하네요·”

마리아는 뺨을 살짝 붉히며 이안에게 말했다·

이안의 다른 동료들과 달리 마리아는 이번이 인생 첫 여행이었다·

마법사-권능으로 짐 가방을 가득 채운 이안은(사실 소영주가 물자를 나눠준 것이지만) 다시금 곧게 뻗은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마을을 벗어나기 전 이안은 마리아의 오두막을 잠시 들렸다·

마리아의 양할머니란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안 남았군·”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오두막을 보며 벨렌카는 혀를 쯧쯧 찼다·

양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쓸 만한 물건은 진작 동네 사람들이 털어갔을 것이다·

“아뇨· 아직 남은 게 있습니다·”

마리아는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겨 어느 공터를 파헤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어떤 나무 궤짝 하나가 튀어나왔다·

“오· 보물 상자!”

이안은 새삼 신기해서 감탄했다·

옛날 사람들은 정말로 물건을 땅 속에 파묻어서 감췄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이안 본인도 중세인이지만 말이다·

“이건 당신께서 제 혼수에 보태라고 남긴 물건입니다·”

상자에는 정말 귀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약간의 천과 모자 목걸이· 그리고 인장 반지가 그것이었다·

“이안! 이거 봐봐!”

키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에· 페어리 실크 모자야!”

사실 모자라기보다는 머리 두건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얇은 천에 장식이 붙어있던 게 끝이었으니까·

하지만 명백히 귀부인들이 궁중에서 쓸 만한 물건이긴 했다·

“페어리 실크?”

마리아는 키라의 호들갑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순박한 시골 처녀인 그녀는 페어리 실크가 뭔지도 몰랐다·

“요정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비단!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지! 그리고 얼마나 보드랍고 아름다운데!”

키라 본인은 몰랐지만 이안은 키라의 눈에 얼핏 비친 탐욕을 엿보았다·

확실히 탐나는 물건이긴 하나보다·

물론 이안은 무덤덤했다·

이안이 보기에 저 모자는 그냥 장식이 붙은 천조각이었다·

지능 +50같은 부가 옵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순수 룩딸 용도의 아이템이니 탐을 낼 이유가 없었다·

“흐음· 확실히 예쁘군·”

“그렇지? 아 이거 써봐도 될까?”

“네에· 망가뜨리지만 않으신다면···”

“오· 그럼 나도·”

하지만 키라 벨렌카 마리아는 고작 모자 하나를 두고 무려 30분이나 떠들었다·

이안은 살짝 질려서 세 여자를 쳐다봤다·

아니· 수다는 여자의 종특인가?

주말 백화점 쇼핑에 끌려온 청일점이 된 기분이었다···

‘루시가 없어서 다행이군·’

루시까지 껴 있었으면 수다 지옥이 펼쳐졌으리라·

“주아빌· 심심하진 않니···?”

이안은 주아빌을 찾아보려다 멈칫했다·

현명한 바보답게 주아빌은 벌써 시원한 그늘 밑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똑똑한 청년·’

상남자 특) 남의 눈치 안 보고 행동함·

마이웨이를 걷는 폼이 장난 아니다·

내버려뒀다간 하루 종일 구경할 것 같아서 이안은 적당히 끼어들었다·

“적당히 구경하고 돌려줘· 어차피 마리아꺼잖아·”

“그렇긴 하지만···”

키라는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모자를 돌려줬다·

보다 못한 이안이 한 마디 했다·

“나중에 탈리안 영지를 들리면 내가 하나 비슷한 걸로 선물해줄게·”

“··· 선물? 페어리 실크 모자를?”

“그래· 그거·”

키라는 좋아하는 티를 감추지 않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 이안·”

마리아가 벨렌카에게 속삭이듯 질문했다·

“저기· 기사님· 페어리 실크란 게 그렇게 귀한 건가요?”

“물론· 이안 저 녀석이나 되니까 마음대로 구하지· 보통은 평생 한 번 만져보기도 어렵다·”

벨렌카는 은근슬쩍 그녀의 머리끈을 자랑했다·

이안이 선물로 준 페어리 실크 머리끈이었다·

“기사님을 보니 잘 알겠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뻔한 아부였지만 벨렌카는 기분이 좋아서 씩 웃었다·

“기사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편하게 벨렌카라고 불러라·”

“하지만··· 제가 어떻게 기사님을···”

마리아는 살짝 망설였다· 전에 벨렌카가 경계하며 노려보았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벨렌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안한테는 쫑알쫑알 말도 잘 하는 주제에· 나는 불편하다는 거냐?”

“거슬리게 했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아니· 그때 난 니가 이안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이안이 널 받아주기로 결정한 이상 내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마리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동안 이안은 키라와 함께 다른 유품들을 살펴보았다·

“이게 핵심이네·”

이안은 인장반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혼자 사는 노인네의 집에서 나올만한 물건은 절대 아니었다·

둘 중 하나였다·

마리아의 양할머니가 정말로 귀한 신분이거나···

아니면 왕년에 귀족을 털던 노상강도였거나·

“마리아네 할머니· 강도는 아니었겠지?”

“··· 아마 그렇지 않을까?”

키라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마리아네 할머니가 귀족을 털어먹던 전설적인 강도가 아닌 이상 이건 할머니의 물건이라고 보아야 타당했다·

“키라· 이게 어떤 가문의 물건인지 알아보겠어?”

“미안· 전혀 모르겠어·”

키라가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안은 딱히 아쉽진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키라와 이안· 둘 다 제국 북서쪽에서 놀던 마법사다·

제국이 얼마나 넓은데· 가까운 귀족끼리는 알고 지내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얄짤 없었다·

‘조사는 계속 해봐야겠군·’

이안은 유품을 정리하며 생각했다·귀족에게 물어본다면 어떤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날씨는 좋았고 여정은 순탄했다·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겠지만 그런 걸 깡그리 잊어버릴 만큼 여행길은 편안했다·

뭐? 산적? 몬스터? 그런 게 길 위에 쫙 깔려있다고?

에이· 거짓말 하지 마!

여행을 처음 나선 사람이라면 원래 여행이란 게 이렇게 설레고 즐거운 거라고 착각할 정도다·

소영주가 짐말 한 마리를 선물해준 덕분에(물론 마을 사람 것이다) 이안의 당나귀에는 여유 공간이 생겼다·

원래 이안이 당나귀를· 벨렌카와 키라가 작은 말을 타고 다녔는데 여기에 마리아가 추가되어버렸다·

마리아는 당연히 말을 탈 줄 몰랐고···

결국 이안과 나란히 당나귀를 같이 타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 내내 마리아의 기분은 하늘을 뚫을 정도였다·

날씨는 좋지 여정은 평온하지·

거기에 고개만 돌리면 바로 이안의 얼굴이 보인다·

“후후···”

마리아는 시도 때도 없이 히죽 웃었지만 이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애가 죽다 살아났는데 저 정도는 기뻐할 수 있지· 뭐·

그보다는 마리아한테 달라붙은 망령의 존재가 문제다·

죽음의 힘이 강해지면 마리아는 망령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만다·

마리아를 데리고 다니기로 결정한 이상 이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이안은 곰곰이 생각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강령술사를 불러다 망령을 제압해버리는 것·

강령술사라면 어렵지 않게 마리아에게 달라붙은 망령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시방편이란 말이지·’

그러나 처치의 효과는 오래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키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마리아는 신비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다·

죽음의 신비가 마리아에게 자꾸 관심을 보내니 자연스럽게 망령이 꼬이는 것·

굶주린 망령을 제거한다 쳐도 다음에는 또 다른 망령이 달라붙을 것이다·

재수가 없어서 살인귀의 망령이 달라붙기라도 하면?

그건 정말 골치 아프다·

‘신내림이랑 비슷하단 말이야·’

이안은 속으로 투덜댔다·

현실의 무당은 신내림을 받기 전 신병을 앓는다고 한다·

신내림을 받으면 병이 낫고 거부하면 계속 몸이 아프다는데···

마리아에게 달라붙은 죽음의 신비도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힐 것이다·

따라서 두 번째 방법은···

바로 강령술을 직접 배우는 것이다·

‘망령에게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만 가르쳐두는 게 좋겠지·’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제국대학에 도착해서 선택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키라와 마찬가지로 여유가 될 때 기본적인 마로니우스 어를 가르쳐두는 편이 좋아 보인다·

정말 상황이 다급해지면 마리아 본인이 죽음의 신비에게 말을 걸어야 할 테니까·

‘결정했다·’

“이안님·”

마리아는 자연스럽게 이안을 존대했다·

이안은 마리아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난 님 소리를 들을 만큼 귀한 신분도 아니고· 너랑 나이 차이도 많이 안 나·”

“네? 하지만 마법사님이신데···”

“마법사에 연연하지 마· 너도 곧 마법사가 될 테니까·”

“··· 네?”

마리아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마로니우스 어를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님 소리는 그만해·”

마법을 가르쳐준다 라는 이안의 말은 솔직히 마리아에게 와닿지 않았다·

마법도 모르고 마로니우스 어도 모르는 마리아다·

하지만···

극존대를 하지 말라는 이안의 말은 확실히 이해했다·

“그럼···”

마리아가 수줍게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긴 흑발과 투명한 피부가 햇빛 아래 반짝였다·

“이안 오라버니 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순간 이안은 집에 두고 온 여동생이 떠올랐다·

어릴 땐 오빠라고 불렀는데· 지금 다시 만나면 걔도 오라버니라고 부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응· 괜찮아· 이안님보다 훨씬 좋네·”

“네에··· 이안 오라버니·”

마리아가 눈웃음을 치며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마리아와의 인연의 힘이 강해졌다!]

[새로운 운명이 개척됐다!]

‘··· 음?’

간만에 지랄하는 상태창·

저게 신의 선물이 아니라 이안의 고유 능력(혹은 정신병)이란 걸 알고 난 지금 그 신비로움은 예전보다 덜하다·

하지만 여전히 탐구해야 할 대상임은 맞다·

뭐가 어찌됐든 간에 제대로 작동하는 건 확실하니까·

이안은 허리춤에서 낯선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홀린 듯 아르카나 덱에서 카드 한 장을 끄집어냈다·

이안이 뽑은 카드는 13번 [죽음]카드였다·

검은 머리카락의 창백한 소녀가 강 너머를 바라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저 유려한 그림체는···!

[죽음]카드는 흐룬달이 보내준 것이 틀림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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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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