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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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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7

과거 이안은 드보시 남작의 영지를 방문하기 위해 배를 탔던 적이 있다·

야산에서 만난 다몬 ‘자칭’ 남작은 자신의 지인인 수적 대장을 이안에게 소개해주었고·

덕분에 배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

강 위에서 그 수적 대장과 다시 만났다·

그것도 ‘탈리안 남작의 군대’라는 어처구니없는 명함을 내미는 놈을·

수적 대장은 이안을 보자마자 즉시 대가리를 박았다·

이안 벨렌카 그리고 키라까지· 그때 배를 탔던 멤버가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잘 지내셨습니까! 형님!”

“···”

이안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니 왜 많고 많은 단어 중에 하필 형님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오냐·”

하지만 이안은 따질 기운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이 세상 모든 미친놈의 머릿속을 이해한다면 그건 인간을 초월한 대현자일 것이다·

“이안 군· 이 도적과 아는 사이인가?”

“뭐··· 안다면 아는 사이겠지요·”

이안은 드보시 남작령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살바도르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허면 어째서 탈리안 남작의 이름을 사칭하지?”

이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지금부터 들어봐야 했다·

“너 잠깐 이리 와봐·”

“넵!”

수적 대장은 배에 널빤지를 대더니 폴짝폴짝 뛰어 이안의 배로 건너왔다·

“넌 다몬 남작의 지인 아니었나?”

“어휴 지인이라뇨! 동생이라고 해주십쇼!”

수적 대장은 신이 나서 소리쳤다·

말하는 폼을 보니 진심으로 이안과의 만남을 반기는 눈치·

‘··· 뭐지? 진짜?’

이안은 잠자코 수적 대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즉시 기가 막혔다·

“마법사 형님의 조언을 들은 뒤에 말입니다! 다몬 형님은 탈리안 남작령을 찾아갔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이안은 다몬에게 진짜 귀족의 밑으로 들어가서 공을 세운 뒤 영토를 인정받으라고 추천했다·

어차피 군대(라고 쓰고 도적이라고 읽는다)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공을 세우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

“다몬 형님은 한동안 탈리안 남작령에 머물며 탈리안 남작을 도와줬습니다!”

“음· 치안 유지인가?”

“네! 원래 야지는 별 놈들이 다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수적 대장은 지금까지 탈리안 영지에서 벌어진 극악무도한 범죄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외부에서 찾아온 나쁜 놈들이 벌인 범죄들은 무려···

키우던 집오리 훔쳐가기!

과수원에서 다 익은 사과 따먹기!!

탈리안 영지에 살고 있는 사슴을 자기네 영지로 몰아내서 잡기!!!

“진짜로! 나쁜 새끼들 아닙니까!”

“???”

이안은 자신의 부족한 중세-감수성에 잠시 혼란을 겪었다·

아니 나쁜 짓이긴 한데···

분명 나쁜 짓은 맞는데···

살인 납치 따위의 강력범죄를 생각하던 이안은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어허! 어떻게 그런 짓을···!”

“아주 악질이구만!”

“돌로 쳐죽일 놈들!”

그러나 중세-감수성이 풍부하다 못해 현지인 수준인 주변 사람들은(현지인 맞음) 탈리안 영지에서 자행된 끔찍한 범죄 행위에 몸서리를 쳤다·

아니··· 남의 집 오리를 훔쳐가다니!

그게 없으면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데!

존나 나쁜 놈들이잖아!

중세의 음식 절도는 현대의 그것과 차원이 다른 수준의 범죄였다·

현대야 빵빵한 냉장기술과 우월한 농업 기술력이 있으니 식량이 썩어 넘치는 수준으로 생산되지만·

중세까지만 해도 음식을 생산하기도 그 음식을 보관하기도 무척 어려웠다·

2년을 채 보관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니 아무리 풍작이 연달아 터져도 흉년 한 번 찾아오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그런 상황에서 가축은 음식을 저장하기 매우 적합한 수단이었다·

썩은 혹은 잉여 음식을 가축에게 먹이면 그만큼 단백질 자원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알까지 낳아주는 오리를 훔쳐가?!

피가 거꾸로 솟을만한 극악무도한 범죄였다·

“생각보다 일거리가 많아서 다몬 형님은 원정을 좀 미루고 탈리안 영지에서 지내셨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니 산적 다몬이 아니라 기사 다몬 경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었다·

중세의 기사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임명된다·

치안 업무를 수행하던 자가 영주에게 땅을 받으면서 기사가 되는 것이다·

아마 탈리안 영지를 찾는 외부인들은 대부분이 다몬을 ‘다몬 경’이라고 불러줄 것이다·

물론 다몬 본인은 ‘남작’이라는 간지나는 호칭을 더 좋아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거리가 손 쓸 수 없을 만큼 늘어났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살바도르가 말했다·

“난민 문제인가·”

“네! 맞습니다!”

난민이라·

이안은 어렵지 않게 탈리안 근방의 사정을 이해했다·

아마도 황금 산맥에 자리를 잡았을 흑룡 프레디우스·

그리고 프레디우스가 개박살을 낸 근방의 남작령과 백작령·

난민은 그 파괴의 결과물이었다·

중세의 귀족은 왕과 같은 권력을 누린다·

다시 말해서 영주가 죽으면 그 영지는 무주공산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포스트-아포칼립스 그 자체인 중세 시대인데·

깨알같이 존재하는 공권력마저 무너져버린다면 석기시대가 되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집과 땅을 버리고 살기 위해 도망쳤다·

어디로?

탈리안 남작령으로!

일단은 귀족이 있고 군대가 있으니 석기시대보다는 사정이 나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레디우스를 막아줄 거라는 실낱같은 기대감도 품었을 테고·사방에서 몰려든 난민이 들어선 결과···

탈리안 남작령은 어디 사이버 펑크 물에나 등장할 법한 무법자의 도시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사정이 그렇게 되니 형님이 찾아와서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밀려드는 난민으로 영지가 개판이 되어가자 탈리안의 기사(?) 다몬 남작은 도적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동생을 찾아갔다·

영지를 같이 돌보자는 제안은 아니었다·

폭발하는 난민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나 식량이었다·

치안이야 다몬의 군대로 어찌어찌 유지한다 쳐도·

쫄쫄 굶은 이들이 폭도로 돌변하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형님의 딱한 사정을 들은 수적 대장은 다몬 경을 적극 돕기로 결정했다·

다몬은 그런 동생에게 크게 감격하여 [탈리안 남작의 수군]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하사했다·

강이 없는 영지의 수군은 그렇게 탄생해버린 것이었다·

“···”

이안은 새삼스레 어이가 없어서 수적 대장을 쳐다봤다·

그래· 루시의 이름을 팔아댄 건 그렇다 쳐도···

길 가던 상선을 약탈하는 건?

“설마 통행료로 받은 식량을 탈리안 영지로 보낸 거냐?”

“맞습니다! 형님!”

이안은 중세판 사략선의 등장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탈리안의 식량 사정이 나빠지자 수적을 고용(?)해서 약탈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이다!

이 어찌 군국주의적인 발상!

발상은 참신했지만 이안은 고작 수적 하나가 삥 뜯어오는 식량으로 난민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그래봤자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좋지 않네·’

이안은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흑룡 프레디우스·

딱 한 마리의 판타지 괴수가 떴을 뿐인데 자연재해를 맞은 것 마냥 인간 세상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방치해둔다면 정말로 아라즈 공국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나라를 멸망시킨 드래곤의 전설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 끔찍한 일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길 안내를 맡아라· 빨리 탈리안 영지로 가야겠다·”

“네! 형님!”

#

이안은 수적 대장의 안내를 받아 서둘러 탈리안 남작령으로 이동했다·

의외로 성 산티아고 기사단은 수적들에게 검을 뽑지 않았다·

“탈리안 남작을 위해서· 그리고 백성들을 위해서 싸우는 이들이니···”

살바도르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결과적으로 탈리안이 수적들의 뒷배가 되어버렸으니 산티아고 기사단이 공격을 해버리면 정치적인 문제로 번져버린다·

“자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감사를 들을만한 일은 아닐세·”

한때 황제의 밑에서 싸우던 살바도르다· 그 정도의 정치적 계산을 못할 리가 없었다·

다만 악인을 참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

이안은 익숙한 길을 따라 탈리안 남작령으로 진입했다·

‘사람이 많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수많은 사람들·

이안은 영지에 들어오자마자 탈-중세급 인구 밀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나리! 한 푼 줍쇼! 나리!”

“우리 아이가 굶고 있어요! 제발 자비를···!”

“배가 고파서 젖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아기가···!”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거지였다·

바로 흑룡을 피해서 도망친 난민들이다·

대충 땅을 파서 가죽을 덮어 만든 간이 천막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곳곳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가득했고 시꺼멓게 그을린 덩어리와 타다 남은 뼈들이 여기저기에 나뒹굴었다·

개와 고양이· 심지어 쥐까지 잡아먹은 흔적·

이안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탈리안 영지는 그 밑바닥까지 쥐어 짜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느껴진다·

“이런···”

“우리가 가진 식량을 좀 나눠주면···”

성 산티아고 기사단은 난민을 만난 즉시 마음이 약해졌다·

믿음의 형제들이 저리 굶주리고 있는데 돕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머 먹을 거다!”

“저도! 저도 주세요!”

“왜! 왜 저 사람만 주고 나는 안 줘!!!”

누군가 음식을 받자 난민들은 극도로 흥분해서 산티아고 기사단에게 달라붙었다·

날카로운 검? 차가운 사슬 갑옷?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치 짐승처럼 음식만을 노리는 난민들!

위기감을 느낀 이안은 즉시 잉리언을 호출했다·

“잉리언!”

“어··· 어?”

“마법을 써요!”

이안에게는 군중들을 제압할만한 마법이 없었다·

군중을 ‘쓸어버릴’ 마법은 많았지만 이안이 미치광이도 아니고· 난민을 때려죽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잉리언은 빛을 다루는 광자술사다·

광자술은 군중을 피해 없이 제압하기 좋은 마법이다·

“[빛이여!]”

잉리언이 주문을 외치는 순간 하늘에서 한 줄기 섬광이 번뜩였다·

눈이 멀 듯한 빛에 난민들은 주춤대며 주저앉았다·

그 틈에 이안은 바람의 신비를 소환했다·

“[바람이여!]”

[와! 인간이다!]

“[목소리를 흩뿌려라!]”

소리는 바람을 타고 퍼져나간다·

이안은 바람의 신비의 힘을 빌려 인공적인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마치 마이크를 사용한 듯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이안의 목소리·

“어리석은 자들아! 멈추어라!”

“!!!”

마법으로 증폭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난민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태양이 너희를 지켜보신다!”

이안이 다시금 소리치자 난민들은 도미노처럼 대가리를 처박았다·

하늘에서 번쩍인 빛···

그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

이건 누가 봐도 하늘신의 목소리잖아!

“오오! 위대하신 하늘이시여!”

“제발! 음식을! 음식을 내려주십쇼!”

“···”

난민들은 이안에게 싹싹 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안은 불편한 침묵을 유지했다·

딱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얼마나 사정이 급하면 신성한 목소리가 들려도 구걸부터 할까?

하지만··· 아무리 이안이라도 땅에서 빵이 샘솟아나는 마법은 배우지 못했다·

‘개 같은 용가리 새끼·’

“다들 흥분하지 말고 질서를 지켜라· 우리가 가진 걸 모두 나눠주겠다·”

이안은 그렇게 말하며 산티아고 기사단을 돌아보았다·

기사단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안 공!”

“정말이지···! 당신은···!”

어차피 이안이 하지 말라고 해도 산티아고 기사단은 가진 음식을 모두 나눠줄 것이다·

남은 음식이 거의 없기도 했고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누군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이안이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다몬 남작?”

“···? 너는?”

기사단이 공격을 받는 줄 알고 다급히 뛰어온 다몬 남작은 이안과 키라의 얼굴을 알아보고 크게 웃었다·

“마법사들!”

“오랜만이군요·”

이안은 산티아고 기사단을 내버려두고 살바도르와 동료들을 챙겨 다몬 남작을 따라갔다·

목책으로 둘러진 울타리를 넘자·

조용하고 아득한 탈리안 홀의 전경이 펼쳐진다·

‘··· 오래간만이네·’

이곳에서 한동안 시세를 졌었지·

이안은 새삼스레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다몬 남작이야? 돌아왔어?”

안뜰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은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밤하늘을 닮은 검푸른 머리카락의 소녀와 마주쳤다·

“아···”

툭·

소녀가 들고 있던 바구니를 떨어뜨렸다·

이안은 소녀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잘 지냈어? 루시?”

“이 이안!!!”

탈리안 영지의 정당한 주인이자·

이안의 첫 키스를 빼앗아간 아가씨·

루시 탈리안은 두 팔을 벌리며 이안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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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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