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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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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 2

역린이라는 말이 있다· 

용의 턱에 거꾸로 돋아난 비늘을 가리키는 말로 그걸 건드리면 용이 발작하며 주위를 초토화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포인트’를 가리켜 역린이라고 한다· 

여자는 비늘이 돋는 생물은 아니지만 역린이 있다· 

여자의 역린은 ‘나이’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여자의 나이가 30이 넘어가면 건강한 아이를 낳을 확률이 급속도로 감소한다고 한다· 

후손이 병들고 약하게 태어나는 걸 바라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 

그래서 남자는 본능적으로 젊은 여자를 선호한다· 여자는 자신이 영원히 젊기를 바란다· 

여자와 달리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생식 능력이 감소하지 않는다(발기력은 감소할지도 모르지만)· 60이 넘은 노인이 20대 애인을 임신시켰다는 썰이 종종 들려오는 이유다·

때문에 남자는 ‘아저씨’라는 말을 들어도 그러려니 한다· 나이를 먹었다는 건 슬프지만 또 아니라고는 할 수 없기에· 

하지만 여자에게 ‘아줌마’는 인생이 끝장 나는 충격이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너는 이제 여자로서 끝장이 났다’라는 표현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내가··· 아줌마?”

부들부들· 

멀리 있어도 여자의 어깨가 떨리는 모습이 훤하게 보인다· 

여동생은 자기가 무슨 악행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어린아이 특유의 순수악이라고나 할까· 

“얘· 거기 너·”

여자가 일그러진 미소를 띤 채 이안을 불렀다· 

그 모습이 소름끼치면서도 조금 짠하다· 

“네?”

   “네 옆에 그··· ‘땅꼬마’는 누구니?”

이안은 충격을 받았다· 

설마 아줌마라고 불렀다고 해서 복수하는 건가? 

저 여자 엄청나게 치사하다! 

“나 꼬마 아니야!”

   어린아이들은 보통 어른에게 무시당하는 걸 싫어한다· 초등학생들이 잼민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후후· 언니도 아줌마가 아니거든? 언니~ 라고 불러볼래?”

   여자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어른다운 처세술이다· 

하지만 잼민이에겐 용서가 없다·

“싫어! 아줌마! 이 주름쟁이!”

여동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걱정은 되지 않았다· 매일같이 돌아다니는 곳이니 마당처럼 훤한 곳이었다· 

   먼저 가서 산딸기를 따먹으라지· 

   이안은 눈앞의 여자에게 신경을 집중했다· 

   “실례지만 여행자분은 누구신가요?”

   여자는 조금 놀라서 이안을 바라봤다· 

   나잇대에 어울리지 않는 예의 바른 화술· 여동생과는 완전 딴판이다· 

   “나는 에레디스· 떠돌이 마법사란다·”

   “··· 마법사?”

이안은 깜짝 놀랐다· 

이곳은 중세지만 판타지 세계다· 괴수와 마법이 존재하는 땅이었다· 

이곳에서 마법사는 전쟁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는 마법사가 있다· 

실제로 마법사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안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을 느꼈다· 

마법사는 너무나 막연한 존재다·

당연하지만 전생에서도 만난 적 없는 존재이니 그 존재가 두려울 수밖에· 

‘마법사가 여긴 왜···’

이안은 이쪽 세계의 상식을 떠올렸다· 

마법사는 전쟁의 또 다른 이름· 

‘설마··· 전쟁?’

하지만 이내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 마을의 지배자 펠덴베르크 가문은 마법사를 불러들여 전쟁을 벌일 만큼 잘나가는 가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도적이나 때려잡는 게 전부인 가문인데 마법사는 무슨 마법사?

사실 도적이라고 무시할 건 못 된다· 도적이 체계를 잡으면 군대가 되고 도적 우두머리는 어느 순간 영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제대로 된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펠덴베르크 가문의 힘은 턱없이 부족한 게 맞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검은 머리 소년을 찾으러 왔는데···”

   “네?”

자신을 에레디스라 소개한 마법사는 이안의 머리카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다니는 고약한 취미가 있는 어린이가 아니라면 이안이 마법사가 찾는 바로 그 ‘검은 머리 소년’이다· 

“혹시 너 말고 다른 검은 머리 소년이 있니?”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검은 머리는 이안 한 명뿐이다· 그래서 ‘이안 더 레이븐’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하사받지 않았던가· 

“저밖에 없어요·”

한동안 이안을 바라보던 에레디스는 곧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시공술사들이란·”

‘시공술사?’

이안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

   에레디스 만스칼은 떠돌이 마법사다· 

제국의 마법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세속 마법사와 진리 탐구자가 그것이다·

세속 마법사는 사람들이 흔히 ‘마법사’라고 부르는 자들이다· 마법을 배워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수많은 전쟁 마법사들과 마법 대학의 교수들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진리 탐구자들은 세속 마법사들과 달리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계속 떠돌아다닌다·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마법의 탐구다· 더 높은 성취를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자들이다· 

두 마법사의 구분은 칼로 나눈 것처럼 딱딱 떨어지진 않는다· 

어제까지 진리를 탐구하던 자가 어느 귀족의 호의를 받고 눌러 앉을 수도 있고· 반대로 편하게 호의호식하며 시간을 때우던 자가 마법적 성취를 위해 여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에레디스는 태생이 진리 탐구자 쪽에 가까웠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여 위대한 마법사가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성취를 후대에 물려주어 세상을 한층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에레디스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올해로 서른다섯인 그녀는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꽤나 이름을 알린 괜찮은 마법사다· 

인간이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만들면 자연스레 자식을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듯· 

   마법사로 괜찮은 성취를 얻어낸 에레디스는 약간이나마 제자를 들여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마법사 한 명이 그녀를 찾아왔다· 

마법사의 이름은 제라드· 에레디스와 구면인 남자다· 

“요즘 제자를 들이고 싶어지지 않았나?”

   “또 어디서 이상한 얘길 주워 들은 거야?”

떠돌이 마법사를 ‘찾아왔다’는 것부터가 이상했지만 제라드는 그 악명 높은 시공술사다(폭풍을 다루는 능력은 없다)· 

시간과 공간의 마법을 다루는 그들은 시간의 저편에서 얻어낸 미래의 실오라기를 가지고 ‘예언’이라는 장난질을 벌이고는 했다· 

대체 미래에서 뭘 보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라드는 에레디스에게 엉뚱한 정보를 건넸다· 

“콜브룬의 펠덴베르크 영지에서 검은 머리의 소년을 찾아라· 그 아이를 네 제자로 삼는다면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거다·”

에레디스는 제라드의 조언에 콧방귀를 끼었다· 

시공술사들의 예언이란 거의 그런 식이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다~ 수준이다· 

시공술사끼리 미래를 공유한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리고 시공술사 회의에서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인가’를 두고 끊임없는 논쟁이 오간다는 것 역시 그녀는 알고 있다· 

시공술사들은 자기네들이 결정한 ‘더 나은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현재의 인간을 꼭두각시삼아 움직이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공술사들은 욕을 처먹는다· 

지들이 무슨 신도 아니고 미래를 결정한답시고 뒤에서 수군대는 꼴이 꼴 보기 싫으니까· 

에레디스는 생각했다· 

제라드가 어디서 이상한 미래를 보고 와서 그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그녀를 부추기고 있다고· 

시공술사들은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기들도 100% 확실한 미래를 모른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발설 금지 조약이 있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에레디스가 제라드의 조언을 들을 이유는 없다· 

제라드는 실망하겠지만 곧 ‘다른 미래를 찾아봐야겠군·’이라며 자기 할 일을 하러 갈 것이다· 

그러나 시공술사의 제안은 달콤하다· 

시공술사는 타인을 장기말 삼아 미래를 바꾸는 일을 즐긴다· 타인을 움직이게 만들려면 근거가 필요한데 그건 대체로 ‘내 말을 들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라는 꼬드김이다·

실제로 시공술사의 말을 따르면 좋은 일이 생긴다· 

그런데 그건 스스로 시공술사의 꼭두각시가 되는 일이기에 기분이 나쁘다· 

시공술사들이 욕을 처먹는 두 번째 이유다· 

‘심심하니까 한 번 가볼까·’

제라드는 제안하지만 에레디스는 선택한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문제였다· 기분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음 하고 하기 싫음 말고· 

다만 에레디스는 요즘 기분이 별로였다· 

마법 성취도 벽에 막혀 제자리걸음이고· 

요즘에 도통 기분 좋은 일이 없으니 기분전환 삼아서 다녀올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행을 다니는 일이야 에레디스가 평생 동안 계속해온 일이고· 

그녀는 곧바로 콜브룬 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망할 시공술사가 예언한대로 그녀는 검은 머리의 소년을 만났다· 

예언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

   “꼬마야· 이름이 뭐니?”

   “이안입니다·”

에레디스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씩 섞인 눈동자· 그러나 밝은 총기가 반짝이는 사랑스러운 눈이다· 

제라드· 이 재수 없는 시공술사 자식· 

이 녀석을 제자로 삼으면 된다 이거지? 

“돌려 말할 필요 없겠지· 이 누나는 너를 제자로 데려가려고 왔단다·”

   “··· 네?”

에레디스의 갑작스런 제안에 이안은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오늘 처음 보는 여자가 자길 제자로 삼는다니· 

설마 제자가 실험용 제물 자식의 줄임말은 아니겠지? 

“저를 누나의 제자로 삼는다구요?”

   “그래! 너한테 마법을 가르쳐주고 싶어· 어떻게 생각하니?”

   “···”

이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기술은 곧 힘이었다· 

기술을 배우면 굶어 죽진 않는다는 말이 있듯 기술자는 어디서나 대우받는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는 데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그게 돈이 됐든 인맥이 됐든· 무언가를 건네주지 않으면 기술은 배울 수 없다· 

이안이 농부 외의 직업을 꿈꿀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돈이 없을뿐더러 주변에 기술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 어떤 미친놈이 생판 모르는 남에게 자신의 소중한 밥벌이 수단을 공짜로 건네주겠는가?

이 세계의 기술자는 입문 자체가 지랄맞게 어렵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안면을 튼 뒤 최소 몇 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며 기술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기본이다· 

수발을 들며 식사도 챙기고 기술자의 가족도 챙기고 허드렛일 하고 욕받이도 하고··· 

그렇게 3~4년 노예처럼 구르면 그제야 가장 간단한 기술 하나를 선심 쓰듯 가르쳐준다· 그렇게 기술을 하나씩 배우면서 한 10년쯤 배우면 슬슬 독립을 꿈꾸게 된다·

만일 유명한 기술자라면 그동안 새 제자가 몇 명 들어온다· 

그러면 1대 제자 2대 제자· 이런 식으로 기수가 나뉜다· 

개인이 제자를 들이는 경우에는 기수끼리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만 길드처럼 한 자리에서 100년이 넘게 장사를 하는 곳이라면 기수가 계속 길어지며 각종 악폐습이 암세포처럼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선배님 장화도 닦아주고 연장도 미리미리 챙겨주고· 

   인사는 항상 90도로· 선배가 좆같은 농담을 해도 웃으면서 받아주고··· 

아무튼· 

남의 기술을 배우는 건 아주 어렵다· 세상에 아무 대가 없이 자기 기술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부모님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예외가 나타났다· 

바로 에레디스다· 

“잘··· 잘 모르겠어요·”

자고로 먹기 좋은 떡에는 독이 들어있는 법이다· 

사기꾼들은 인간의 욕심을 미끼로 장사를 한다· 누가 봐도 이득인 하지 않으면 바보처럼 보일만큼 굉장한 대가를 속삭이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순진한 중세인이었다면 홀라당 속아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이안은 환생한 중세인이다· 

한국인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 증거다· 

‘사기꾼 아니야?’

인신매매범· 이안이 떠올린 단어다· 

일단 에레디스는 진짜 마법사 같았다· 여자 혼자 여행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숲 어딘가 여자의 동료들이 숨어 있겠지· 그건 빼박 납치범이다·

‘··· 뭐지?’

한편 에레디스는 이안의 바뀐 눈빛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자기 입으로 할 말은 아니다만 에레디스는 요즘에 제일 핫한 마법사 중 한명이다· 속칭 잘나가는 마법사라는 거다·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호사꾼들이 벌써부터 ‘위대한 에레디스’라고 부르고 있는 지금· 

무려 에레디스 본인이 제자가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는데· 

저 눈빛은 뭔데? 잡상인 사기꾼 보는 듯한 눈빛은!

당장 아무 도시나 가서 마법사 에레디스가 제자를 구한다고 외치면 자기가 하겠다고 할 사람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소년의 순수한 악의는 에레디스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남겼다· 

“뭐가 잘 모르겠는데? 응? 누나한테 말해봐·”

이안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은 사기꾼 같아요’를 돌려 말할 수 있을지·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누나는··· 가짜 마법사 같아요·”

   “???”

에레디스는 충격에 몸을 비틀댔다· 

마법사 에레디스· 

여동생에 이어 이안에게까지 얻어맞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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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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