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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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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 31

언제나 밸런스는 중요하다· 

과유불급· 과한 것은 모자라니만 못하다· 이건 어르신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그 황금 같은 잠언의 본질은 빛바래지 않아 현대인들에게는 ‘뇌절 금지’라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요컨대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라면 순한맛에 계란이 어울린다 해도 3개씩 넣고 풀어버리면 그게 라면인가? 계란탕이지· 불닭도 그렇고 마라도 그렇고 치즈도 그렇다· 맛있다고 너무 많이 넣어버리면 뇌절 요리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수상하리만큼 뇌절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이런 뇌절 요리를 만드는 것을 즐겼다·

    

   즐기는 것을 넘어 서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마늘이 그 희생양이었다· 

요리를 만드는데 마늘이 들어간다고? 근데 뭐? 이탈리아 코쟁이들은 마늘 한 쪽을 으깨서 넣고 끝낸다고? 

아이고· 그래서야 향이나 나겠냐· 가서 깐 마늘 좀 가져와라· 한 3통 정도 넣어버리게· 

이런 한국의 뇌절 요리를 외국인들은 기겁했지만 한국인들은 좋다고 잘만 먹었다· 조상님부터가 쑥과 마늘을 쌩으로 씹어 먹었던 향신료의 민족다운 모습이었다· 

때문에 이세계 검은 머리 외계인인 마법사 이안은 마니 캠버벨의 ‘마늘 인삼 닭고기 스프’에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랐다· 

그냥 평범한 마늘 닭백숙인데? 평?범? 한데? 

자고로 외눈박이 마을에서는 두눈박이가 비정상이라 했다· 

하물며 두눈박이 마을에 나타난 외눈박이는 누가 봐도 미친놈이었다· 

같은 마법사인 마니도 이안의 광기 어린 행동에 기겁했다· 

“그 그만 먹거라! 그만 먹어도 돼!”

마니는 이안의 심리 상태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마니가 미친 요리를 내놓았으니 그보다 더 미친 광기를 뿜어내면 마니가 항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지극히 마법사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이안이 100일 동안 동굴에 틀어박힌 곰처럼 삶은 마늘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니 마니조차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초목술사인 마니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통마늘을 그렇게 처먹어!

그러나 마니의 생각과 달리 이안의 행동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이안은··· 진심으로 삶은 마늘의 보들보들한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이안은 쌩 마늘도 그냥 먹을 줄 아는 지독한 한국인이었다· 그런 이안에게 십 몇 년 만에 먹어보는 유사 한식은 너무나 맛있었다· 

잘 으깬 마늘과 함께 닭고기를 뜯던 이안에게 보다 못한 마니가 소리쳤다· 

“네? 그만 먹으라고요?”

   “그래· 네 의지는 잘 알겠다· 정말이지 지독한 놈이로구나!”

   “···?”

이안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기사단은 감탄하고 마니는 이안의 뻔뻔함에 치를 떨었다· 

‘굉장히 괴팍한 마법사지만···’

‘··· 지금은 우릴 돕는 마법사로군·’

특히나 이안과 함께 성서를 공부했던 디히트리 형제는 이안의 자기희생적 행보에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생판 남이나 다름없는 성 산티아고 기사단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노력해주다니!

“내 초목술사 40년 동안 너처럼 지독한 놈은 처음 보는구나·”

   “제가 뭘 했다고···”

갑자기 ‘지독한 놈’이라고 욕설 비슷한 걸 들은 이안은 조금 억울해졌다· 

아니 이 동네는 맛있게 밥 먹은 것도 죄인가? 

마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데려온 놈인지 모르겠지만 웬 미친놈이 그녀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 덕분에 그들을 손님 대접을 해주어야만 했다· 

“이름이 뭐냐·” 

한껏 진지해진 분위기에 이안은 더 이상 식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백숙은 여기까지· 

“이안· 이안 에레디스 레이븐입니다·”

이안의 자기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마니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레디스? 화염술사 에레디스의 제자란 말이냐?”

   “예·”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지만 마니는 에레디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럴만한 나이대의 마법사이긴 했다· 

“세상에···!”

마니는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를 어쩌나! 내 에레디스에게 제자가 생겼다는 소문은 들었거늘! 설마 나를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마니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방으로 달려갔다· 

“새 음식을 내어 올 테니 먹고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아니 저는 새 음식이 필요 없는···”

마니는 이안의 말을 듣지도 않고 새 음식을 준비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기사단이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대단한 활약이었네! 형제여!”

   “자네가 마법사라는 사실이 너무나 든든하군!”

   “···”

이안이 한 것이라고는 백숙을 먹은 것밖에 없지만·

아무튼 기사단은 마니의 손님으로 인정받았다· 

   #

   마니가 가져다준 식사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무려 후추를 뿌려 구운 고기와 아주 약간의 야채· 그리고 김이 보글보글 끓는 맥주였다· 

“심술을 부려 미안하네· 내 사과의 의미로 내놓는 것이니 사양 말고 드시게!”

   “예에!”

기사단은 그제야 기쁘게 소리를 지르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전부 고기를 뜯으며 맥주를 마시기 바빴다· 순 고기 투성이 식단이었지만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야채? 이런 건 말이나 먹는 거다· 자기 종족이 우마무스메인 사람 손? 

이안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기를 깨작거렸다· 

아아· 다시 슈퍼 소금 푸드로 되돌아와 버렸나··· 

초목술사가 내놓은 음식답게 후추가 뿌려져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었지만· 소금을 친 고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내 백슉···’

기사들이 마음껏 먹고 즐기는 사이 엘더와 마니· 그리고 이안은 앞으로의 일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 만티코어를 사냥한다고?”

만티코어를 입에 올리는 마니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기사단이 얼마나 끔찍한 괴수를 사냥하러 가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 쉽지는 않을 걸세· 이미 사냥꾼들이 놈에게 당했어·”

만티코어가 출현한 순간부터 카티나 백작은 괴물 사냥꾼을 수배했다· 성 산티아고 기사단처럼 전문적인 괴물 사냥꾼이 자원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보다 질이 떨어지는 사냥꾼들만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냥꾼들은 모두 당했다· 

성 산티아고 기사단의 귀에 만티코어의 악명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다· 

“알고 있습니다· 놈인 비열하고 교활한 괴물이죠·”

   “만티코어를 잡아본 적 있나?”

   “소싯적에 몇 번·”

엘더가 무심하게 말했다· 

“잡아보았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나도 함께하겠네·”

   “괜찮겠습니까?”

놀랍게도 마니는 본인이 직접 만티코어를 때려잡으러 가겠다고 선언했다· 엘더도 이안도 허약한 마법사가 괴물을 잡으러 간다는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그러나 마니 본인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물론· 만티코어는 결코 내버려둬서는 안 될 괴수니까· 숲을 위해서라도 한몫 거들어야지·”

엘더는 만티코어를 사냥할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직감했다· 

숲의 주민인 마니에게 만티코어는 거슬리는 괴물이다· 그녀 역시 만티코어를 없애고 싶어 했다· 하지만 백작이 사냥꾼을 보낼 때는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는데 바로 사냥꾼들이 이길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다· 

따라갔다간 같이 죽을 것 같고· 그래서 마법약이나 조금 쥐어주었는데· 그녀의 예상대로 사냥꾼들은 실패했다· 

하지만 성 산티아고 기사단이라면 만티코어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사단의 무장 수준도 믿음직스러웠지만 눈앞의 저 건장한 노인의 실력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넌 어떡할 테냐?”

   “저요?”

이안은 난감하게 웃었다· 

기사단과 마니를 연결시켜주었으니 이안의 몫은 다 한 셈인데··· 

문제는 마니가 에레디스와 아는 사이란 점이었다·

“에레디스가 잘 가르쳐놓았다면 마법사 한 사람 몫을 잘 해낼 터· 기사들에게 네 지혜를 빌려주지 않겠느냐?”

   “···”

마니는 에레디스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그녀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을 떠돌던 시절 함께 길동무를 했던 경험 덕분이었다· 

에레디스는 이안에게 장차 ‘마법사가 해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을 경고했다· 

신비로운 힘을 다루는 마법사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 사람들과 엮이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마니의 제안이 그런 경우에 속했다· 

이안 입장에서 굳이 만티코어를 잡으러 갈 필요는 없었다· 

그녀의 제안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나중에 에레디스의 얼굴을 다시 보기가 무척 난감해진다·

    

   마법사 모임에서도 나쁜 소문이 퍼질 것이며 다른 마법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마법사들이 다들 개인주의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도 실은 ‘마법 대학’을 필두로 하는 마법사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었다· 세상을 방랑하는 마법사를 보호하고 신비를 의로운 일에 쓰고자 만들어진 모임이었다·

장차 이안이 마법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마법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다져둘 필요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마니가 직접 부탁을 해온 순간부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발을 빼기에는 늦었다· 그렇다면 싫은 티를 감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화를 낸다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사실 저는 만티코어의 사악함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오호· 야수의 신비를 탐구하는 게냐?”

마니의 질문에 엘더가 한 마디 거들었다· 

“이 친구· 소문으로는 드레이크를 부린다 합니다·”

   “드레이크를?”

마니의 눈에서 이채가 반짝였다· 

세상에는 야수의 신비를 탐구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을 ‘소환술사’라 부른다· 

그러나 이안처럼 젊은 나이에 드레이크를 부리는 소환술사는 많이 않았다· 마니는 이안이 야수의 사랑을 받는 마법사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재능을 알아보고 에레디스가 키워준 걸지도··· 

“또 강물을 부릴 줄 압니다·”

   “강물? 수기술을 쓴단 말이냐?”

엘더는 리버 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간략히 설명했다· 

마니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가 과장되지 않았다면 이안이 성공해낸 마법은 정말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강물의 사랑을 받지 않는다면 해내기 어려운 수준··· 

“아· 또 어둠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

   “··· 어둠?”

마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안을 쳐다봤다· 

소환술은 그렇다 쳐도· 수기술과 암영술까지 다룬단 말인가? 

대체 그 많은 신비를 언제 어떻게 탐구해서? 호기심 가득한 마니의 눈빛을 이안은 애써 무시했다· 

절대 상태창으로 사기 치고 다니는 사기꾼이라는 설명은 해줄 수 없었다· 

설령 그 상태창이 신이란 작자와 연관되어 있다 할지라도· 

   #

   “마법사에게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해·”

마니가 이안을 만티코어 사냥에 끌어들인 이유는 바로 이안의 마법 실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이란 신비와의 소통이다· 

몸이 가까워야 마음이 가까워지듯 마법사는 언제나 자신이 갈고 닦는 신비와 가까워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소통을 할 때에도 적절한 명분은 반드시 필요했다· 

당신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가 매일 쓰잘데기 없는 이유를 핑계 삼아 불러댄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떻겠나? 

처음은 그럭저럭 응하겠지만 나중에 가면 질릴 것이다· 

마법 실력을 늘리는 것도 이와 같다· 

마법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법을 사용할만한 ‘적절한’ 상황이 필요하다· 그냥 멍 때리러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라 영화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게임도 하고 그런 다양한 활동을 함께해야 우정이 깊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과연 ‘만티코어를 사냥해야 한다’라는 상황에서 이안은 어떤 신비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 

소통할 신비를 고르고 부탁의 내용을 정하는 과정은 오로지 마법사의 실력에 달린 문제다· 

신비와 소통하는 이안을 지켜보고 거기에 몇 마디 조언을 해주는 것· 

그것이 마니가 바라는 전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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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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