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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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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 33

“놈이 우릴 보고 있다·”

성 산티아고 기사단은 도끼와 망치 그리고 활을 주무장으로 삼았다·

평소 들고 다니는 검은 모두 신전에 맡겨두었다· 검은 인간을 상대로는 훌륭한 무기지만 괴수를 상대로는 부족한 무기였다·

툭 하면 부러지는 이쑤시개 같은 검으로 어떻게 3미터 4미터짜리 괴물을 상대하겠나· 리치라도 긴 활과 창이 훨씬 낫지·

“지금 주문을 걸어주마· 모두 마법독을 바르거라·”

기사들은 마니에게 받은 식물 기름을 무기에 발랐다· 마니가 마로니우스 어로 무언가를 외치자 기름은 곧 강한 독성을 띠게 바뀌었다· 

기사단은 긴장한 채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숲은 대낮인데도 어두침침했다· 나무와 그늘 사이 몸을 숨긴 만티코어는 쉽게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쪽에는 마법사가 둘이나 있다· 

“동쪽! 큰 바위 옆! 꺾인 흑밤나무 옆에 놈이 있다!”

   “··· 뭐가 흑밤나무입니까?”

   “나무 공부 좀 해라! 이 무식한 것들아!”

   밤나무는 몰랐지만 꺾인 나무가 뭔지는 알았다· 

활을 들고 있던 기사가 어둠 속으로 화살을 발사했다· 

어둠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이안은 화살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똑똑히 보았다· 

“맞았지만 튕겨냈어요!”

   “!”

동물의 가죽은 두껍다· 

동물의 신체는 가죽 – 지방 – 살점 – 뼈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흔히 ‘다치는’ 부분은 대부분이 가죽이다· 

거친 야생동물일수록 이 가죽이 두꺼워지는데 코끼리같은 대형 동물의 경우 가죽 두께만 30cm가 넘어가는 경우가 보통이다(그래서 웬만한 총으로는 코끼리를 못 죽인다)· 

현실의 괴수인 코끼리가 그러한데 진짜 판타지 세계의 괴수인 만티코어에게 화살을 튕겨내는 짓 정도는 묘기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크르르르··· 

만티코어가 그르렁댔다· 

소름이 쫙 끼치는 그 울음소리는 흡사 미치광이 노인이 끌끌대며 웃는 듯한 음침한 웃음소리와 닮아있었다·

이안은 마로니우스 어로 크게 외쳤다· 

“[만티코어여!]”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윽고 만티코어가 이안의 부름에 답했다· 

[오호· 내게 말을 거는 인간이라니· 신기하군·] 

이안이 만티코어와 대화를 시도하자 기사단은 그 틈에 숨을 고르며 진형을 갖추었다· 이안이 만티코어를 설득해낸다면 아무 피해 없이 몬스터를 쫓아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엘더는 그 쪽에 약간의 기대를 걸었다· 

“잘 풀린다면 좋겠군요·”

하지만 마니는 그게 절대 불가능하단 사실을 알았다· 

“이안은 실패할 거다·”

   “어째서죠?”

마니가 끌끌대며 웃었다· 그녀 역시 이안이 시간을 버는 동안 새 마법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녀석은 너무 착하고 예의바르거든·”

   “···? 그게 실패 이유가 됩니까?”

   “넌 마법사가 아니니 이유를 모를 만도 하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모두가 말이 통하는 건 아니다· 이건 상식이자 진리다· 한국에도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말이 안 통하는 한국인이 널리고 널렸지 않은가· 

“[제 말을 이해하니 다행이군요· 저는 마법사 이안입니다·]”

이안은 드레이크 롱테일을 설득했을 때를 떠올리며 친절한 첫 마디를 뗐다· 지극히 상식선의 행동이었다· 

상대가 만티코어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먹혔을만한 오프닝이었다· 

[좆까· 똥이나 처먹어라· 좆같은 인간 새끼·]

   “···?”

   [오! 이거 참 신기하군·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이해했나본데?] 

이안은 어이가 없었다· 

뭐지? 저 미친 새끼는? 뭔데 다짜고짜 욕질이야? 

“[만티코어님의 욕은 다 이해했습니다·]”

   [아· 그래? 어땠나? 내 욕은?]

   “[구수했습니다]”

한국인이지만 이안은 어째서 욕설을 두고 ‘구수하다’라는 표현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 된장 냄새가 난다는 건가? 그럼 어느 정도 좆같다는 뜻이긴 한데· 

그러나 이안의 말은 만티코어에게 긍정적으로 전달된 것 같았다· 

[내 욕이 듣기 좋았다고? 너 병신 새끼냐? 욕 처먹는 거 좋아해? 자존심도 없냐? 찐따 새끼 같으니·]

   “[그런 뜻이 아니라 만티코어님의 말씀이···]”

   [아직도 말씀 말씀 거리네· 애미 애비 없는 놈이·]

   “···”

크르르릉· 

만티코어가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만티코어의 울음소리는 인간의 웃음소리와 유사했다· 

이안은 만티코어가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진실이었다· 

이안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만티코어를 쳐다보았다· 

“[너 뭐냐?]”

   [하하하핫! 이제야 좀 마음에 드는군! 좆같은 존대 따윈 집어 치우자고· 마법사 이안· 내게 바라는 게 뭐지?]

   니 머릿가죽· 이라고 말하면 싸움이 붙을··· 

   “[니 머릿가죽·]”

··· 게 뻔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법사 이안은 참는 법을 잊어버렸다· 마법사의 특권의식에 젖어버린 결과물이었다· 

만티코어는 이안의 대답을 듣고 기쁘게 웃었다· 

[못 줄 것도 없지!]

   “[진심?]”

   [하지만 내 가죽 따윌 받아봤자 뭘 할 건데? 내게 더 좋은 생각이 있다· 마법사·]

   “[좋은 생각?]”

   [너와 내가 손을 잡고 인간 놈들을 찢어 죽이는 거다! 나는 살육을 맛보고 너는 돈과 여자를 쓸어 담고! 어떤가!] 

3레벨 소환술의 위력은 대단했다· 만티코어같은 괴수마저 이안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 정도였다· 

다만 만티코어의 호감 따위 이안에게는 눈곱만큼도 쓸모가 없었다· 

“[조건은?]”

이안은 솔깃한 마음에 질문했다· 다만 제대로 된 대답 따위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신비와 친해지는 과정은 새 친구(오베론 친구 아님)를 사귀는 과정과 유사하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야할 조건은··· 

바로 공통점이다· 

그게 성별이 됐든 나이가 됐든 살아온 경험이나 관심 갖는 분야 좋아하는 취미 등등이 됐든· 

뭐든 겹치는 부분이 있어야 친해질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만티코어가 이안에게 제시한 조건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네가 화끈하게 노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우선 네 옆에 있는 그 할망구를 따먹어라·]

   “···”

   [그리고 마주치는 모든 여자를 겁탈해라· 남자는 내가 다 죽여주마· 네 고향으로 가서 누이든 동생이든 어미든· 전부 겁탈···] 

   “시이이발 역겨워서 못 듣겠네· 니가 크라우저 2세냐? 미친 새끼야? 초당 32회 겁탈겁탈 거리게?”

   “크르르··· 내 힘을 거부하겠다는 거냐? 뭐 그럴 줄 알았지· 너처럼 착한 척 하는 위선자들을 한두 마리 먹어본 게 아니거든·”

한 마디로 만티코어는 사랑꾼이었다· 

그 수비 범위에 할머니와 어린아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안의 산치(sanity)를 핀치로 만들고 있었지만· 

수상할 정도로 점잖은 사람을 혐오하고 할머니를 좋아한다··· 

만티코어는 모 사이트 이용자들과 성향이 비슷한 듯했다· 아마 그쪽 전문가가 마법사로 전생했다면 소환수로 만티코어를 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 너 제국어 할 줄 알아?”

   “할 줄은 안다만 뜻이 와닿지는 않지·”

만티코어가 히죽 웃었다· 

만티코어는 사람의 얼굴에 사자의 몸통을 달고 있는 괴물이다· 인간의 얼굴로 표정을 짓는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보다 2배나 커다란 얼굴로 히죽 웃자 그 공포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인간들이 내 말을 듣고 제대로 겁을 먹나 궁금했는데··· 네 말을 들어보니 잘 먹히는 것 같군·”

   “···!”

이안은 그제야 자신이 만티코어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티코어는 이안과 진지하게 계약을 맺고 싶었던 게 아니다· 단지 자신의 제국어가 인간에게 얼마나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시험해봤을 뿐이었다· 

이안이 진짜 악인이고 만티코어를 이용해 사람들을 학살하려고 했다면야 계약에 응해주었을지도 모르지만···

마니의 말이 맞았다· 

만티코어는 살의와 악의로 똘똘 뭉친 괴물이고 똑같은 악한이 아니라면 통제할 수 없는 괴수다· 

“좆같은 인면견 새끼·”

이안이 침을 뱉으며 욕을 하자· 

“크흐흐··· 그래· 이제야 좀 죽일 맛이 나는 구나!” 

만티코어는 이안을 향해 큼지막하게 도약했다· 

헬스와 담을 쌓고 살던 이안의 하찮은 피지컬로는 절대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안의 곁에는 노련한 전직 용병과 마법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자라나라!]”

이안이 시간을 벌던(?) 사이 미리 씨앗을 뿌려둔 마니는 급속 성장의 마법을 부렸다· 

엄청난 속도로 쑥쑥 자라난 그것은 바로 콩의 줄기··· 즉 콩나물이다· 

콩은 유서 깊은 마법사의 친구다· 이는 잭과 콩나무에서도 적혀 있는 사실이다· 

고작 콩나물 따위가 어떻게 만티코어를 막냐 싶겠지만··· 마니는 그런 간단한 사실을 놓칠 만큼 바보가 아니다· 

마니는 만티코어의 움직임을 막을 만큼 콩을 많이 심었다· 

존나 많이 심었다는 뜻이다·

“에 엘더! 마법사님!”

   “아니 무슨 콩이 이렇게···!”

마니가 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콩나물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공터를 메우고 숲을 채우고도 콩나물의 미친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크르르릉!”

콩나물의 벽에 가로막힌 만티코어는 이안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여기까진 다행이다· 

문제는 산티아고 기사단 역시 이안 쪽으로 다가갈 수 없게 됐다는 것· 

만티코어는 막았지만 콩나물 벽에 막혀버린 엘더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니! 지금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네놈은 눈이 없는 거냐? 만티코어 놈을 막았잖아!”

   “그럼 기사들은? 기사들은 어찌 돕습니까!”

   “걔들이 다섯 살짜리 어린애냐? 알아서 잘 싸우겠지!”

마니는 마치 괴팍한 마법사의 스테레오타입을 보여주듯 막나가는 괴팍함을 뿜뿜 뽐냈다· 

내가 콩나물 벽을 만들었지만 뒷일은 내 알 바 아님!

그리고 이게 이 시대 마법사의 평균이었다· 마니가 딱히 이상한 편이 아니란 거다· 

“도와주러 가야겠습니다·”

엘더가 움직이자 이안도 함께했다· 

“저도 같이 가죠·”

엘더는 이안이 자발적으로 따라붙자 조금 흐뭇했다· 만티코어 설득에 실패한 시점부터 의욕을 잃었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엘더의 걱정과 달리 이안의 이욕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씹새끼·’

이안에게 별 지랄 맞은 욕을 내뱉던 만티코어· 

그 놈이 존나 사악한 개새끼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혓바닥을 뽑아버리지 않고서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몸이 정정한 두 남자와 달리 마니는 느긋한 걸음으로 산책하듯 거닐었다· 

때문에 그녀는 콩나물 벽 너머에 도착하고 조금 놀랐다· 

“으윽···!”

   “숨 천천히 쉬고· 몸에 힘 풀게·”

격한 전투의 흔적이 남은 그곳에 몇 명의 기사들이 만신창이가 된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팔다리가 부러져 뒤틀린 자도 있고 독가시에 찔려 중독된 자들도 있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군·”

엘더는 죄책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만티코어는 강적이다· 일단 몸통이 사자의 몸이지 않은가· 

호랑이 한 마리만 나타나도 초비상이 걸리던 동방의 어느 반도국가와 마찬가지로 이 시대의 괴수들은 인간의 몸으로 상대하기 버거운 존재들이다· 

하물며 3미터가 넘는 덩치와 어마어마한 근력 그리고 독 꼬리로 무장한 만티코어는 어지간한 인간의 피지컬로는 상대 자체가 불가능하다· 

엘더가 기사들과 함께 싸워줬어야 했는데··· 

“어서 해독약을 먹게!”

마니가 분주히 돌아다니며 약을 나눠주었다· 당장 목숨이 걸린 해독부터 진행했다·

“···”

마니는 어느 부상자 앞에서 멈춰 섰다· 

디히트리 형제였다·

뱃가죽이 길게 찢어진 그는 내장이 노출된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부상이 없는 기사들은 전부가 디히트리의 곁으로 모였다· 

“형제여···”

마니가 보기에도 기사들이 보기에도 디히트리는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 만티코어가 디히트리의 사슬 갑옷을 찢어버리며 갈라진 쇳조각들이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든 것이었다·

    

   디히트리가 가늘게 눈을 떴다· 

“기도를···”

기사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원을 그리듯 섰다· 천신교의 의식이다·

천신교 교인인 그들은 천신교의 계율에 따라 하늘로 영혼을 올려 보내려 했다· 

그때 이안이 디히트리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이안···?”

   “디히트리· 나한테 성서를 가르쳐줄 때· 네가 말했지? 진정으로 믿고 기도한다면 하늘이 열릴 것이라고·”

디히트리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이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 함께 기도하자·”

이안의 기분은 심각하게 좆같았다·

누군가의 죽음을· 그것도 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문명인의 나약함이었다· 

이곳은 평화가 일상이 된 세계도 의료 기술이 발달한 세계도 아니다· 

괴물과 전쟁이 넘쳐흘러 일상에 가까워져버린 중세 판타지 세계였다·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거리로 소비되던 죽음은 이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 변해버린 거리감이 이안은 참 좆같았다· 

“전능하신 하늘님이시여·”

그렇다· 중세는 좆같다· 

[네· 이안· 당신의 하늘님이 여기 있답니다·]

“···?”

   “이안· 계속 기도해야지?”

하지만 판타지는··· 

생각만큼 좆같지 않다· 

“[하늘님· 당신 사생팬이 죽어가고 있는데 뭐라도 좀 해보시죠?]”

[흠· 이안이 원한다면야· 그렇게 해볼까요?] 

그 순간 기사들은 깜짝 놀랐다· 

엘더도 마니도·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이안?”

   “저건··· 대체···”

이안의 손에서 찬란한 하늘빛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의 광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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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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