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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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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 73

멸망 이후의 세계는 무근본의 세계다·

정부라 불리는 사회 최강의 지배자가 사라졌으니 남은 건 너나 할 것 없이 좆밥들 뿐이다·

황금 제국 멸망 이후의 세계도 그랬다·

왕이라 불리는 자들은 그래도 지배자의 느낌이 났지만 그 아래로는 동네 골목대장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허접들이었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살기 팍팍한 시대였다· 공권력이 없으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힘 좀 있고 운 좀 있는 놈들에게는 명백한 기회의 시대였다·

모두가 사이좋게 허접이니 먼저 성장하는 놈이 장땡이었다!

물론 성장하면 됩니다~ 하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만만한 놈 족치고 강한 놈은 달래고 눈치를 보면서 성정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중세 시뮬레이션 게임에 익숙해진 게이머들도 구려 터진 중세의 현실에 좌절할 텐데·

하물며 교육도 받지 않은 무식한 평민 출신은? 툭 하면 삽질하기 일쑤였다·

“··· 고맙군·”

   “뭘요· 별 거 아닙니다·”

   이안은 다몬 남작에게 이런저런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었다·

딱히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다·

   충성을 바칠만한 백작을 찾아봐라 주변 남작들과 친하게 지내라 기왕 도적질을 해먹을 거면 남쪽으로 원정을 다녀와라· 탈리안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털어먹지 마라 등등···

상식적이고 당연한 조언이었기에 남작에게 탈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남작에겐 그 상식적이고 당연한 조언을 해줄만한 사람조차 주변에 없었다·

“혹시 내 전속 마법사가 되어주면···”

   “양심 뒤지셨습니까? 라고 할 뻔 했군요· 하하·”

   “···”

이안이 산적 보스의 오른팔이 될 이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최소 백작급 이상이 되어야 겨우 스카웃 제안을 할까말까 인데· 머리에 십자궁을 맞지 않는 이상 수락이 불가능한 제안이었다·

“그래· 어렵겠지·”

   “인재가 필요하면 우선 사원부터 지으십쇼·”

   “사원?”

   “그래야 사제가 올 것 아닙니까·”

우선 사원을 짓고 교황에게 ‘우리 영지에 사제 좀 보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군소리 없이 사제를 보내올 것이다·

사원이 부족한 게 문제지 사제는 찍어내면 그만이니까·

사제가 붙어서 조언을 해주면 지금보다 훨씬 영지를 굴리기 편해질 것이다·

“아· 그런데 사원을 지으려면 돈이···”

   “열심히 벌어야겠군요·”

이안은 싱긋 웃었다· 어차피 내 일 아니었다·

이안은 여러 조언을 툭툭 던져서 다몬 남작을 달랬다·

어차피 혓바닥만 좀 놀리면 되는 일이기에 이안은 아낌없이 정보를 던져주었다·

남작이 키라를 놓아줄 정도로 말이다·

키라가 난폭한 화염술사 코스프레를 하자 그녀를 데리고 있을 생각이 뚝뚝 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

“슬슬 길도 끝나 가는데·”

남작의 영향권이 끝나가고 있었다·

남작은 아쉬운 티를 팍팍 냈지만 차마 이안을 붙잡을 수 없었다· 이안에게는 진 빚이 너무 많았다·

“자네 말이 맞네· 내 생각을 잘못 하고 있었어·”

다몬 남작은 순순히 이안 일행을 놓아주었다·

“괜찮은 백작과 봉신 계약을 맺겠네· 그리고 영지가 안정 되는대로 남쪽으로 원정을 다녀오도록 하지·”

   “물자가 부족하다면 탈리안 영지를 찾아가세요· 마법사 이안의 소개로 왔다고 하면 잘 대접해줄 겁니다·”

   “··· 고맙군· 정말·”

남쪽에서는 전쟁의 기운이 맴돌고 있다고 들었다· 과거 리버 빌의 칼츠 남작이 들려준 정보였다·

다몬 남작이 군대(=산적)를 이끌고 전쟁에 참여해 공을 세운다면 재물은 물론 추가 영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능력이 된다면 성공할 것이다·

이 시대는 그런 시대였다·

“예전에는 마법사에게 친절하란 얘기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말이야·”

   “?”

   “자네를 보니 확실히 알겠군·”

다몬 남작이 이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째서 마법사에게 친절해야하는지 말이야·”

마법사가 고급 인력이긴 했다· 특히나 귀족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평민 출신 폭력배에게는 더더욱 귀한 인력이 바로 마법사였다·

마법사에게는 귀족들과 교류하며 얻는 경험과 지식이 있었으니까·

“이대로 이파리 강을 타고 내려가게나· 거기 내 친구들이 있으니 다몬 남작의 소개를 받았다고 말하면 잘 대해줄 걸세·”

   “그러지요·”

이안 일행은 산적들과 훈훈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죽은 사람도 없고 서로 정보와 인맥을 나누었으니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안은 남작과 나눈 대화를 갈라딘에게 들려주었다·

갈라딘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이파리 강? 나쁘지 않지만 거긴 수적(水賊)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 걔들이 남작 친구인가보네요·”

   “··· 수적이?”

수적은 물에서 활동하는 도적을 뜻한다·

산에 살면 산적 바다에 살면 해적 강에 살면 수적· 그런 식이다·

“확실히 배를 타면 금방 가겠지만···”

갈라딘은 노골적으로 고민하는 눈치였다·

마음 같아서는 배를 타고 싶지만 수적 소굴로 들어간다는 점이 꺼림칙한 것·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걷기 귀찮은데 배 타고 가죠?”

   “그래도 되겠나? 혹시라도 수적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이안은 갈라딘의 걱정이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수적들도 눈이 달렸는데 기사와 마법사가 섞인 사람들을 대놓고 습격하겠는가?

다몬 남작은 부하도 많고 마법사도 데리고 있었으니 이안 일행을 가로막은 것이다·

심지어 이안의 존재를 눈치 채고 공격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적들 따위가?

다몬 남작급 군세라면 좀 쫄리겠지만 정 꺼림칙하면 우회하면 그만이었다· 반드시 배를 탈 필요는 없었으니·

이안은 갈라딘을 설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군주급으로 높은 사람이 없는 이 파티에서는 다수결이 깡패였다·

“벨렌카· 난 수적들을 만나고 싶은데· 혹시··· 무서운 건 아니지?”

이안의 하찮다 못해 귀여운 도발에 벨렌카는 피식 웃어버렸다·

“도적떼가 퍽이나 무섭겠군·”

   “아아· 그럼 다른 기사들은?”

   “···”

갈라딘의 호위로 따라 붙은 기사가 둘이었다·

그들은 벨렌카의 눈치를 살살 보더니 호기롭게 외쳤다·

“도적 따윌 두려워해서야 어찌 기사라 할 수 있겠소!”

   “오히려 기대 되는군! 놈들의 목을 딸 생각에 말이야!”

새끼들· 허세는·

기사도 사람이다· 다구리 앞에선 장사 없다·

그 이름도 영롱한 [풀 플레이트 메일] 따위를 착용했다면 다구리고 뭐고 다 씹고 무쌍을 찍겠지만·

이 시대에는 아직 풀 플레이트 메일이 없었다· 사슬갑(chain mail)과 찰갑(scale mail)이 끝판왕인 시대였다·

수적들이 그물을 던지고 멀리서 창으로 푹찍하면 기사도 죽는다·

하지만 죽어도 싸우기 싫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기사인데 겁쟁이다?

즉시 몸값 떡락이다·

“키라는···”

   “귀찮을 것 같네·”

기사들이 키라를 쳐다봤다·

키라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실수로 배를 불태워버리면 헤엄을 쳐야 하잖아? 난 움직이는 건 질색이라·”

   “···”

니가 우승이란다· 키라야·

천하제일 허세대회 우승자는 키라였다·

모두가 허세를 떨어대니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수적들을 만나러 가는 쪽으로 기울었다·

갈라딘의 발언력? 그런 게 있긴 했나?

이안 일행은 이파리 강으로 향했다·

   #

   수적들과 목숨을 건 한판 승부!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수적들은 이안 일행을 만나자마자 대가리부터 박았다·

“어이쿠! 어디서 오신 귀한 분들이십니까!”

수적들의 목표는 당연히 상인이었다·

제 1 목표가 상인 그 다음이 이교도다· 잡으면 노예로 팔아먹기 위함이라고···

마법사와 기사가 뒤섞인 파티· 거기에 돈 될 만한 물건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안 일행을 적대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뭐 장비 파밍 욕심이 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다몬 남작 소개로 왔다·”

   “다몬 형님이요? 아이쿠 그 새 남작님이 되셨네!”

아직 자칭 남작이지만 수적은 그 사실을 몰랐다·

이안은 즉시 수적 두목을 살살 달랬다·

“다몬 남작이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

   “네? 저를요?”

   “조만간 큰일을 할 것 같으니 당신네들을 긴히 쓰겠다고 하더군·”

   “오오!”

거짓말은 아니었다·

남작이 원정을 떠날 때 수적들의 도움을 받으면 여러모로 편할 테니·

“드보시 남작령으로 가려고 하는데·”

   “앗· 거기는 좀···”

수적들은 드보시 남작령으로 내려가는 일을 꺼렸다·

“잘못 걸리면 죽습니다요·”

옆에서 갈라딘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드보시 남작령은 강을 끼고 있는 영지답게 배를 몇 척 보유하고 있었다·

수적 따위가 알짱거리다 걸리면 그대로 교수대로 직행한다·

“괜찮아· 어차피 너흴 신경 쓸 여유 없을 거다·”

   “네? 왜요?”

   “소문 못 들었나? 남작이 저주인지 병인지로 쓰러졌다고·”

갈라딘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수적들은 빵긋 웃었다·

“그럼 갈 만 하죠!”

   “그리고 이 사람이 남작의 신하다· 갈라딘· 한 마디 하시죠·”

   “··· 남작 각하의 이름을 걸고 너희 신원을 보증하지·”

   “그렇다는군· 좀 태워주지 않겠나?”

이안이 키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참고로 우릴 안 태워주면 우리가 너흴 태울 거야·”

   “··· 네?”

키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폭죽을 한 발 뿅 쏘았다·

용병들은 키라의 마?법?을 보며 좋아 죽으려 했다·

“캬! 키라님의 화염술이다!”

   “언제 봐도 멋있다니까!”

수적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불) 태워지는 것보단 (배를) 태워주는 쪽이 훨씬 이득이었다···

“스 승선을 환영합니다!”

   “고맙군·”

출항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준비되었다·

딱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배의 크기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갈라딘은 이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어이· 너희들· 걸어와라·”

   “옛!”

하인과 노예들이 걸어오는 걸로 합의(?)를 본 것·

어차피 남작령이 코앞이니 저들은 쓸모가 다했다·

갈라딘은 하인을 덜어낸 걸로 모자라 수적들까지 배에서 내리게 했다·

졸지에 배를 빼앗긴 수적들은 씨발씨발거렸지만 지들이 씨발대봤자 뭐 어쩔 건가· 높으신 분들이 비키라면 비켜야지·

덕분에 이안은 편하게 배를 타고 남작령까지 갈 수 있었다·

약간의 여유가 생긴 이안은 키라를 불러다 앉혔다·

선실이 좁아 터져서 침대에 바짝 붙어 앉아야 했지만 말이다·

“···”

   “떨지 말고· 누가 잡아먹는데?”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키라는 몸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일단 진정을 시켜야 대화가 될 것 같았다·

“뭐 혼내거나 그러려는 게 아니라 그냥 대화나 하자고 불렀어·”

키라는 겁에 질린 눈으로 이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정말요···?”

   “···”

이렇게 보니까 연기가 거의 이중인격자 수준이다·

마법사 키라와 평범한 소녀인 키라·

혹시나 해서 질문했다·

“지금도 연기야? 아니면···”

그러자 키라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여 연기 아니에요! 저게 어떻게 감히 마법사님 앞에서 연기를···”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 코스프레를 들킨 그 순간부터 키라는 이안 앞에서 연기를 할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했다·

살고 싶어서 연기를 했다면 무슨 수작이라도 부려야 했는데·

키라가 지금껏 한 일이라고는 이안 근처에서 조용히 말을 모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미 반쯤 자포자기하고 있던 것·

“어차피··· 어차피··· 흐끅·”

   “???”

   “저 절··· 죽이실 거잖아요···! 흐끅 노 노예로 팔아버리던가요···!”

키라가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껏 참았던 불안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안은 그런 사실을 잘 몰랐다·

아니 지금까지 마법사 코스프레 가지고 뭐라고 했던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래서 이안은 편할 대로 생각했다·

아· 이 친구· 겉보기랑 달리 마음이 여린 친구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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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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