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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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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 94

해가 떨어진 저녁이었고 이안의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곧 집안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의 새까만 어둠이 모여들었다·

[이안! 우리 왔어!]

어둠이 완벽하게 전개된 이상 이안은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걸음을 떼는 일조차 버겁다· 하물며 적을 추격하며 싸우는 행위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안은 추가로 벨렌카에게 마법을 부여했다·

“[바람이여!]”

탈리안 남작의 묘지에서 개발한 마법 반향정위·

소리를 시각화시켜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구분하는 마법이었다·

“음·”

바람의 신비가 소리를 속삭이자 벨렌카는 어둠 속 사물들이 흐릿하게 구분되는 감각을 느꼈다·

다만 꽉 막힌 지하와 달리 탁 트인 지상에서의 마법은 그 위력이 훨씬 약했다·

바람과 소리가 사방으로 세어나가 반향정위가 완벽하게 작동되지 않았던 것·

그래서 벨렌카는 가까이서 날뛰는 적들만 쳐낼 수 있었다·

“히익!”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이 역전되자 암살자들은 이성을 상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이번 임무가 무기력한 수도사들을 처리하는 일로만 알고 있었다·

성직자는 죽이기 꺼림칙한 이들이지 죽이기 어려운 이들이 아니다·

양심의 가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걱정만 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성직자 살해다·

그런데 타카리온의 일행에 마법사가 섞여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유능한!

‘역시 타카리온은 신의 사랑을 받는 자인가?!’

   ‘틀렸어···!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하는 일이야!’

계획이 틀어지자 암살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암살에 실패할 것을 대비하여 플랜 B가 준비되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암살자들과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도망쳐!”

   “흩어져라! 다들 흩어져!”

실패를 직감한 암살자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아 사방으로 도주했다·

개중에는 엉뚱한 방향으로 도망치다 벨렌카에게 붙잡힌 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집안을 빠져나와 어둠 너머로 도망쳤다·

이안은 암살자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추격할 수 없었다·

“항복! 항복하겠다!”

   “???”

   “몸값을 지불할 테니 살려다오!”

우두머리 암살자가 무릎을 털썩 꿇었다·

이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뭔 개나 소나 몸값 타령을 해? 니들이 그럴 가치가 있는 놈이니?

“저기요· 혹시나 해서 그런데 어디 왕족이세요?”

   “아니· 하지만···”

더는 들어줄 가치가 없었다·

이안은 아노리실을 뽑아 암살자의 가슴팍을 겨냥했다·

“···”

검을 휘두르기 직전·

손끝이 살짝 떨렸다·

중세인들에게 살인은 일상과 같은 일이지만 이안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영광과 죄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살인은 명예로운 행위임과 동시에 인간성을 갉아먹는 죄다·

어느 새 어둠이 걷혔다·

벨렌카가 이안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내가 대신 처형해줄 수도 있는데·”

이안은 벨렌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안의 기사다· 굳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벨렌카가 대신 이안의 죄를 떠안아줄 수 있다·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안은 현대인이 아니다· 중세의 주민이다·

이곳에는 이안을 지켜줄 법도 법을 수호하는 경찰과 재판관도 없다·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폭력을 휘둘러야 한다·

이안도 폭력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나 날 살려주면 금은보화가 숨겨진 보물지도를 주겠다! 술도 여자도 줄 수 있다! 제발 살려다오!”

이안은 허탈한 마음에 헛웃음을 흘렸다·

돈 술 여자· 평생에 걸쳐 사람을 죽여 가며 모은 재산이 고작 그거라니·

이안은 칼끝을 아래로 세워 쇄골과 쇄골 사이를 내리 찍었다·

“컥!”

칼날이 부드럽게 살점 속으로 사라졌다·

처음 휘둘러본 검이지만 용케도 뼈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것도 초심자의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이안이 아노리실을 당겨 뽑자·

쿵·

암살자는 코르크가 뽑힌 포도주 병처럼 피를 왈칵왈칵 쏟아내며 쓰러졌다·

벨렌카가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좋은 검이군· 그렇게 깊게 꽂은 칼날을 다시 뽑는 건 보통 쉬운 일이 아니거든·”

   “···”

   “살인은 처음인가? 이안?”

이안은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에 묘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흥분과 떨림·

그리고 그 감각은 기분 좋은 느낌에 가까웠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폭력을 좇는다· 타인을 파괴하고 공포를 선사함으로써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는 것이다·

폭력에는 인간을 중독 시킬 만큼의 쾌감이 있다·

“그래· 복수는 달콤하지· 하지만 이안· 그 복수마저 생명을 빼앗는 행위란 점은 잊지 말아줬으면 하군·”

벨렌카는 가볍게 이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폭력에는 쾌감이 있기에 인간은 손쉽게 폭력에 중독된다· 그러나 폭력에 중독된 인간은 괴물과 다를 바가 없다·

벨렌카는 그 사실을 지적했다·

그녀는 이안이 언제까지나 순수한 인간으로 남기를 바랬다·

“[악마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자는 언젠가 악마가 될지니]· 마을에 도착하면 사원을 찾아가 기도하자고· 이안·”

   “··· 그래·”

이안은 벨렌카의 충고를 새겨 들었다·

복수 역시 살인이다· 복수는 정당한 분노지만 살인에 중독된 자의 복수는 오락에 가깝다·

길 가다 어깨를 부딪쳤다고 칼을 뽑는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라 미치광이겠지·

이안은 자신이 한층 더 중세인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중세인이었지만· 이제는 더더욱 중세인이 되었다·

현대인에게 살인은 전과지만 중세인에게는 명성이다·

이제 이안은 [암살자를 무찌른 자]다·

“다들 무사합니까?”

상황이 정리되자 이안은 수도사들을 찾았다·

다행이도 수도사들은 전원이 무사했다· 소란이 시작되자마자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기 때문이었다·

“오오! 이안!”

   “정말이지···! 자네는 하늘님께서 보낸 사자가 틀림없네!”

수도사들이 앞 다투어 이안에게 달려들었다·

타카리온조차 쭈뼛쭈뼛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고맙다고나 할까··· 잘 싸웠다고나 할까···”

이안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서둘러 자리를 떠야 합니다!”

미오니아 수녀였다·

화가 잔뜩 난 수도사들이 바로 욕을 박았다·

“또 우릴 속이려고?!”

   “이번에는 무슨 흉계를 꾸미려고!”

   “일단 그 음란 수녀복부터 환복하시오!”

미오니아 수녀가 얼굴을 붉혔다·

“으 음란 수녀 아닙니다! 그리고 전 진지하다고요!”

자칫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도 있었다·

일단 이안이 끼어들어 중재했다·

“일단 미오니아 수녀님 말씀을 들어보죠·”

   “흥! 수녀님이라니? 옷 입은 꼬라지를 보고도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왜요· 이쁘기만 한데·”

이안의 발언에 미오니아가 놀라서 입을 가렸다·

수도사들은 당황했고·

벨렌카는 한숨을 쉬었다·

“또 또 저런 달콤한 말을·”

수도사들은 이안이 음마에게 홀려버렸나? 라고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신실한 이안 형제가 감히 음마에게 홀릴 리가 없으니···

그냥 이안의 감각이 좀 이상한가보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음···”

   “마법사라서 그런지 보는 눈이 좀 독특하구려···”

미오니아는 이안을 향해 살짝 눈인사를 보냈다·

키라가 벨렌카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안은 저런 옷을 좋아하나봐···”

   “사내놈이라는 거겠지 뭐·”

흠흠· 미오니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들어보세요· 머지않아 이곳에 야만인 전사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야만인 전사?”

수도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야만인 전사·

그들은 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네· 제가 아는 바로는 루미니 백작이라는 자가 고용한 용병들입니다· 음독 암살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해둔 적입니다·”

암살자들도 [토마토]를 이용한 암살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토마토 암살법]은 암살자들에게만 좋은 암살법이었다· 사제들에게 의문의 죽음을 안겨 줘봐야 암살자들의 죄만 가벼워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식?사? 대접만 했는데 얘들이 알아서 죽었어요~ 라고 변명할 거리가 생기는 것·

수도사들을 확실히 죽이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맹독을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실한 천신교 신자인 루미니 백작은 암살자들에게 성직자 살해라는 극악무도한 죄업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1차로 토마토 암살을 준비했고·

만약 암살이 실패한다면 그냥 웃으면서 수도사들을 보내준 뒤 두 번째 암살을 시도하려 했다·

바로 [야만인 암살법]이다·

“야만인이라니···”

   “큰일이로군요·”

수도사들의 얼굴에 걱정이 서렸다·

천신교인들은 절대로 성직자를 해치지 않는다· 사후세계의 뒷감당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만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무려 이교도였다!

그렇다· 천신교를 믿지 않는다·

천신교 성직자 따위야 백 명 천 명 죽여도 전혀 두렵지 않다!

루미니 백작은 영악하게도 성직자를 죽이기 가장 적합한 암살자를 준비해두었다·

야만인 전사는 성직자 킬링 머신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극악무도한 살인강도들이었다·

“최대한 빨리 천신교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야만인 전사들이 들이닥친다면 수도사들은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이안이야 여러 가지 마법을 쓸 수 있고· 심지어 공간 이동 스크롤까지 가지고 있기에 야만인들에게 살해당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하지만 0에 가깝다는 거지 0이라는 뜻은 아니다· 가뜩이나 위생과 의료가 끔찍한 중세인데· 까딱 잘못해서 눈 먼 화살이라도 맞으면 중독되어 죽을 수도 있다·

무의미한 싸움은 피하는 편이 무조건 옳았다·

이안에게 유리한 점은 상대가 야만인이라는 것·

이곳은 제국 땅이고 천신교인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런데 성직자들이 야만인들에게 쫓기고 있다?

공을 쌓고 싶어 눈이 뒤집힌 기사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달려올 것이다·

길 가다 아무 기사나 만나도 이안 일행의 방패가 되어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대충 이해했습니다만··· 아직 의문이 남아있군요·”

수도사가 미오니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저 여자가 우릴 야만인들에게 데려가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면 어떡합니까?”

이안은 말없이 미오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타카리온을 유혹하기 위해 수녀복까지 음란(?)하게 고쳐 입은 여자다·

한때 적이었던 여자를 믿을 수 있을까?

“미오니아 수녀님· 하늘에 맹세코 솔직히 말하십쇼· 어째서 저들을 배신한 겁니까? 왜 우리 편에 선 거죠?”

미오니아는 한숨을 쉬듯 말했다·

“저는 그저 환속을 하고 싶어서 수녀원장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어요· 타카리온을 암살하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참여했죠· 네· 그건 제 죄입니다·”

   “?! 처음부터 날 죽이려고 했다고?”

   “댁은 좀 닥쳐봐요· 수녀님· 계속 말씀하세요·”

   “··· 하지만 암살자들은 여러분 전부를 없애려 했지요· 저는 타카리온이 아닌 여러분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어요· 그건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죄악이니까요· 그래서 진실을 말했습니다·”

미오니아가 배신하지 않았다면 이안 일행은 멀쩡히 걸어서 집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곧 야만인 전사들을 만나 전투를 벌였을 것이다·

미오니아가 모든 걸 망쳤다·

뒤집어 말하면 모두를 구하기도 했다·

“어려운 결심을 하셨군요·”

   “··· 칭찬 받을만한 일은 아닙니다· 제가 키운 죄이니 제가 거두어간 것뿐이지요·”

   “가만히 있었으면 수녀님이 원하는 걸 얻었을 텐데· 그걸 제 발로 걷어찼잖아요·”

이안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환속할 때가 아닌가봅니다·”

수도사들이 이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의 이득을 두고도 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보통 사람보단 성직자에 가까운 행동이다·

수도사들은 미오니아의 말을 믿어주기로 했다·

딱 한 사람·

타카리온만 빼면·

“아니?! 날 죽이려 했다니까! 그런데도 상관없다고???”

   “뭐· 그럴 수도 있죠?”

   “뭐가 [그럴 수도 있어]야!”

이안은 진심이었다·

타카리온은 아직 자기 객관화가 덜 된 모양이었다·

드보시 성에서 본인이 얼마나 죽이고 싶은 짓을 많이 했는지 모르는 걸 보니 말이다·

“미오니아 수녀! 날 좋아한다며! 존경한다며!”

타카리온의 목소리는 처절하기까지 했다·

미오니아는 정색하며 말했다·

“병-신이에요? 그걸 믿었어요?”

   “거 거짓말이었다고···?”

“내가 당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엄청 웃긴데요? 씻을 때 얼굴도 안 보세요? 아· 잘 안 씻으니까 모르시나보구나?”

   “너무해!!! 내 복음서도 좋아한다고 말했으면서!”

“아아· 복음서·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쓴 복음서 많이 좆같아요· 진짜로 천벌 받을 짓이라니까요? 그거? 성 마르쿠스를 영웅으로 만들려고 다른 성인들을 븅신 취급 했잖아요·”

   “그 그건 어디까지나 마르쿠스님의 업적을 중심으로 서술해서···”

   “당신이 바보병신으로 서술한 성 가르한 님· 루미니 백작님이 제일 존경하는 성인이셔요·”

   “···”

타카리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 설마··· 고작 그것 때문에 날 죽이려 한 거야?”

그러자 미오니아가 빈정거렸다·

“고작? 당신은 신앙생활이 장난이야?”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 최애캐 문제는 중대사항이지·

이상한 놈팽이가 쓴 팬픽에서 최애캐가 병-신이 된다면 더더욱·

나름 서브컬쳐 짬이 있던 (구)현대인은 루미니 백작의 분노를 약간이나마 이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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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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