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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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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으음···.”

볼을 쿡쿡 찌르는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속에 들어오는 청록색 머리의 소녀.

   정신을 잃기 직전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고 화들짝 놀라 상체를 일으켰다.

“꺅!”

   “누구···.”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거리가 벌려진 소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먼저 상체 중요 부위를 조개껍데기로만 가려놓고 그 외엔 전부 헐벗은 남사스러운 차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시선을 살짝만 아래로 내려 하체를 바라보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인간의 두 다리가 아닌 살랑거리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소녀가 조심스레 다시 가까이 다가왔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 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머뭇머뭇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쪽은···. 인어인 거죠?”

   “저희는 메로우예요.”

   “메로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에 갸웃거리고 있으니 여신님이 대신 설명해주었다.

[네가 생각하는 인어가 맞다. 정확히는 아일랜드 주변에 사는 인어들이지.]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나뉘어 있구나.

하긴 육지에 사는 인간도 지역에 따라 국가로 분류해서 지칭하는데 바닷속에 사는 인어들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을지도.

   심지어 영토로만 따지면 육지보다 바다가 더 넓으니까.

처음에 살짝 놀라긴 했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이 세상은 마법을 비롯한 각종 신비가 남아있는 세계관이니까. 실제로 원작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듯 인어가 등장한 적도 있었고.

“제 이름은 아리엘이에요.”

   “아 저는 레이븐입니다.”

모자가 벗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섬주섬 챙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게 되며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는···.”

   “저희가 사는 집이에요.”

마치 테마파크처럼 바닷속에 성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하며 만든 느낌이었다.

산호와 조개 궁전 안을 자유롭게 수영하는 물고기들.

   동화 속의 세상에 직접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에 입을 벌린 채 감탄하며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른 건 둘째치고 물고기가 안에서 떠다니고 있다니.

   그 말인즉슨 이곳이 물로 가득 차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나 숨을 어떻게 쉬고 있는 거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빡 잊고 있던 모순점을 뒤늦게 눈치채고 혼자 중얼거리자 인어 소녀가 내 뺨을 툭 찌르면서 말했다.

“이것 덕분이에요.”

그제야 뺨에 느껴지던 이물감을 눈치채고 손을 들어 얼굴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수정 아가미예요. 이걸 붙이고 있는 중에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죠.”

설명을 듣자마자 이 수정이 지닌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환경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완벽한 트릭을 설계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였다.

“혹시 이걸 살 수 있나요?”

   “아니요. 이건 저희 왕실에서 내려오는 단 하나뿐인 보물이거든요.”

   “아···.”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괴도답게 훔치자니 내가 생명을 구해준 은인한테 뒤통수를 칠 정도로 악인은 아니었다.

“그런 귀한 보물을 저를 위해 사용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인간이 이곳까지 내려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많이들 레이븐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계세요.”

그렇게 말하니 조금 부담스럽네. 눈을 마주치자 싱긋 미소를 지어주는 아리엘.

   그나저나 아까부터 느낀 건데 시선을 떼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다.

특히 신비로운 인상을 더 해주는 청록색의 윤기 나는 머릿결이 그녀의 미모를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아까 배 위에서 생각했던 인간을 초월한 미에 잘 들어맞는 케이스가 아닐까.

확실히 인어 전설이 괜히 널리 알려진 게 아니란 건가.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라니. 이 정도로 파격적인 개성을 갖추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리라. 켄타우로스나 하피 정도는 되어야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지. 괜히 쓸데없는 쪽에 정신 팔릴 게 아니라 내 진짜 목표를 떠올려야 한다.

   그래. 내가 이 깊은 심해까지 내려와서 목숨을 잃을 뻔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천년 진주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천년 진주는 어디 있지?

   분명 정신을 잃기 직전에 진주를 손에 집었을 텐데.

“아리엘 씨.”

   “네?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커다란 진주는 못 보셨나요? 제 손이나 근처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질문을 던진 찰나의 순간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다시 원래의 부드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방금 그건 뭐였지?

   단순 착각이라고 보기엔 분명 이상했는데.

“진주 말이죠. 저희가 잘 보관하고 있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바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제게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서요.”

   “네. 물론이죠. 따라오세요.”

벌떡 일어나서 방을 나서는 아리엘.

그 뒷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경각심을 되새겼다.

   돌이켜 보면 아예 다른 종족의 본거지에 들어온 꼴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내 생명을 구해준 만큼 무작정 적이라고 적대할 필요는 없겠지만 반대로 섣불리 믿고 방심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경계하는 수밖에. 그리고 되도록 빨리 이곳을 벗어나 배로 돌아가는 편이 좋겠지.

일단 그녀를 뒤따라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내디뎠다.

“으악!”

아 이곳이 수중이란 사실을 깜빡했다.

   당연하다는 듯 무의식적으로 평범한 걸음 자세를 취했다가 꼴사납게 허우적대고 말았다.

“풋. 뭐 하시는 거예요?”

심지어 그 모습을 때마침 고개를 뒤돌았던 아리엘에게 들키고 말았다.

“원래 인간들은 그러나요?”

   “아니···. 물속이 조금 어색해서.”

   “아 그런 거였군요. 혹시 수영을 잘못하시면 제가 손잡아드릴까요?”

너무 저돌적인 제안에 깜짝 놀라서 손을 휘저었다.

“아니요. 혼자 갈 수 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얼른 가죠.”

다시 뒤돌아 이동하는 그녀를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니 인어들은 원래 저렇게 개방적인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과민 반응한 것뿐인가?

일단 처음부터 나를 대하는 태도만 봐선 적대적이란 느낌은 전혀 없는데 말이지.

물론 전부 감쪽같은 연기이고 속내는 시커멀 수도 있으니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아리엘을 따라 궁전의 복도를 지나갔다. 언뜻 보이는 바깥의 풍경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틀란티스로 대표되는 해저 도시. 현실적으로는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기에 더더욱 동경하게 되는 판타지.

쉽게 말해 이곳은 낭만 그 자체였다.

계속 어딘가로 향하며 아리엘 말고 다른 인어도 마주쳤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여자는 전부 아름다운 반면 남자들은 험악한 황소개구리처럼 생겼다는 것.

개인차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만나는 인어마다 전부 그랬으니 메로우란 종족 자체의 특징일 수도.

사실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점은 따로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자기들끼리 뭐라 쑥덕대며 이쪽을 주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이곳엔 인간의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니 저들 눈에는 물고기 다리가 아니라 인간 다리를 가진 내가 신기하게 보이겠지.

그게 아니면 내 수영 자세가 꼴사나워서 비웃는 건가?

   여태 그런 자괴감에 빠져본 적은 없는데 앞에서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아가는 아리엘을 보자면 묘한 패배감이 느껴지긴 했다.

그렇지만 이건 종족 자체의 한계인데 어쩌란 말이야.

   너희도 육지로 올라오면 결국 똑같거든?

그렇게 한껏 치욕스러움을 느끼며 기나긴 복도를 지나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듯했다.

들어가자마자 이 방이 어떤 용도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넓은 공간과 휘황찬란한 장식 가장 안쪽에 보이는 옥좌와 거기에 앉아있는 여인.

이 바다의 지배자를 마주하는 알현실이었다.

“오. 제법 일찍 깨어났구나.”

여유로운 목소리로 내게 먼저 말을 거는 옥좌 위의 여자.

   그녀는 비단잉어처럼 화려한 지느러미에다 머리 위엔 황금색 왕관을 쓰고 있었다.

일단 저 여자가 이곳의 여왕임은 확실해 보였다. 좌우로 늘어선 시종 인어들이 모두 그녀에게 머리 숙인 채 경배를 드리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적절한 예우를 갖춰주는 건 최소한의 예의겠지.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저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움직여봤자 나만 손해일 뿐이다.

“제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폐하.”

   “후후. 상당히 예의 바른 아이로구나.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너를 구한 건 옆에 있는 아리엘이니까.”

그랬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신을 잃기 직전에 청록색을 봤던 것 같기도.

   상대의 정확한 속셈은 몰라도 생명을 구해줬단 사실 자체에는 백번 감사해도 모자란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당장 오늘 아침에 아카데미에 가서 시험도 쳐야 한다고.

너무 깊은 바닷속이라 지금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다소 무례한 행동일지라도 내가 먼저 본론을 꺼냈다.

“그 혹시 제 진주는 어디에···.”

   “네 진주라. 그게 정말로 네 진주라고 생각하느냐?”

   “네···?”

잠깐만. 여신님은 분명 주인 없는 보석이라고 했었는데?

[나는 거짓말한 적 없다.]

어긋나는 양쪽의 의견에 혼란스럽던 도중 인어 여왕이 나를 바라보며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렇다면 네가 진주의 주인임을 증명해라.”

    “···네?”

   “우리 메로우 사이에서 전해져 오는 전설이 있지. 천년 진주의 주인이 메로우와 결혼해 우리 파라다이스를 다스릴 거라고.”

   “······네?”

세상에.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하루 빼먹어버렸어용…

덕분에 축구도 실시간으로 못보고 일찍 자버렸어용…

인생 절반 손해본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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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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