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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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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4

일단 여신님의 말을 듣고 승낙하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정말 그런 무시무시한 괴물을 해치울 수 있을까?

당장 나를 가볍게 제압했던 인어 전사들이 전체로 달라붙어도 못 이겼다는 뜻이잖아.

전투 능력 하나 없고 기껏해야 눈속임 마술만 쓸 줄 아는 내가 괴물을 무찌르고 인어들을 구할 예언의 용사라니.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대로 나와도 되는 거예요···? 나중에 그 무서운 여왕님이 뭐라 하는 거 아닌가?”

   “이미 허락을 맡아놨으니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벌써 허락까지 맡아놨다니. 내가 당연히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확신했다는 건가.

“그리고···. 레이븐님.”

   “네?”

   “부디 아까처럼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말을 놔달라는 건가? 그런데 아까처럼이라니 내가 언제 말을 놓았었지?

   분명 처음부터 계속 꼬박꼬박 존댓말을 붙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설마 알현실에서 제압당했을 때인가?

   그때는 배신감에 흥분해서 아리엘한테 반말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 오히려 무서워하거나 거리를 벌려야 정상 아닌가.

“왜요?”

   “어 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그게 더 좋은 거 같아서요···.”

반말이 더 좋다니.

   하긴 그거야 본인의 취향이니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려나.

“그래. 알겠어.”

   “···좋아요. 그럼 이제 바로 출발하죠.”

   “잠깐만. 너도 따라가려고?”

   “네. 괴물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거라면 아까 친위대들로 충분하잖아.”

아리엘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제가 아니면 안 돼요.”

   “왜?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제가 레이븐님을 여기까지 데려왔고 또 속였으니까요.”

뜻밖의 대답에 옆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음. 그리고 내 목숨을 구해준 것도 너잖아. 맞지?”

   “···역시 레이븐님은 상냥하시네요.”

   “됐으니까 얼른 괴물이나 잡으러 가자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거든.”

   “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우리는 단둘이서 궁전을 빠져나와 북쪽을 향해 이동했다.

“자 제 손을 잡으세요.”

   “아니 굳이 그럴 필요까진···.”

   “최대한 빨리 잡아야 한다면서요. 이게 훨씬 빠를 거예요.”

부정할 수 없는 정론에 얌전히 아리엘의 손을 맞잡았다.

   확실히 인간의 수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

파라다이스라 불리던 궁전에서 멀어지자 곧 어둠만이 가득한 을씨년스러운 바다가 펼쳐졌다.

“여기는 원래 이렇게 음산해?”

   “괴물이 가까워지니 물고기들이 전부 도망쳐서 그런 거예요.”

   “뭔가 슬슬 추워지는 느낌인데···.”

   “북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저 멀리 흐릿하게 식별되는 형체.

   아직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실루엣만 봐도 엄청 커다란 건 확실했다.

“괴물이에요.”

   “저건···.”

천천히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점차 형상이 뚜렷해지니 북쪽에서 내려오고 있다던 괴물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크라켄이잖아.”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 문어가 왜 여기서 나오냐고.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오는 크라켄의 덩치는 전설이 과장되지 않았다는 듯이 무지막지했다.

저 정도면 어지간한 고래보다 더 클 거 같은데···.

   확실히 괴물을 직접 조우하니까 왜 그토록 강했던 인어들이 막아내지 못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기본적인 체급부터 아예 상대가 안 되는데 삼지창 몇 번 쿡쿡 찔러봤자 가렵다는 느낌도 받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메로우는 본인들이 직접 막기를 포기하고 예언의 주인만을 간절히 기다린 거구나.

그런데 내가 저 녀석을 무슨 수로 잡아?

   아니 이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어들도 감당을 못한 괴물을 나보고 어떻게 잡으라는 거냐고.

‘여신님! 진짜 제가 할 수 있는 거 맞아요!?’

[물론이다.]

‘그럼 최소한 방법만이라도 알려주셔야죠···!’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거라.]

“······.”

여신님의 힌트를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 보았다.

반드시 잡으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래 그럼 저 문어 대가리랑 친구라도 맺으라는 건가?

딱 보니까 더 캐물어 봐도 이 이상 제대로 알려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즉 여신님은 이 정도만 가지고서도 내가 충분히 크라켄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 잡는 게 아니라고 했었나.

   그러면 뭐지?

“레이븐님! 괴물이 저희를 발견한 거 같아요···!”

침착하게 생각하자.

고정관념을 버린다.

   크라켄을 무조건 잡을 필요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리엘이 나한테 부탁할 때 뭐라고 했었더라?

그녀는 크라켄을 잡아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단지 북쪽의 괴물이 내려오고 있으니 부디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했을 뿐.

“레이븐님! 위험해요! 얼른 피하지 않으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전투 능력이 사실상 없는 나로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

그것은 마술을 통한 눈속임밖에 없다.

“알아냈다.”

   “···네?”

   “잠깐만 옆으로 나와볼래?”

상황에 맞지 않는 내 태연한 요구에 멍하니 옆으로 비켜주는 아리엘.

이쪽으로 맹렬히 돌진해오는 크라켄. 덩치는 산만 한 주제에 쓸데없이 속도까지 빠르네.

침착하게 심호흡을 한 뒤에 천천히 마법을 시전해갔다.

   내 주변에 밝게 떠오르는 마법진에 시선을 빼앗겨 빤히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마법진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점점 거대해졌다. 나중에는 크라켄의 덩치와 맞먹을 정도로 커진 푸른 마법진.

“좋아. 세팅은 다 됐고.”

이제 남은 건 단 한 가지.

   모자를 벗은 다음 옆에 있던 아리엘에게 건넸다.

“자 안에 손을 넣어줘.”

   “···네?”

   “괜찮아.”

뭘 상상하는 건지 몰라도 상당히 겁을 먹었는지 눈을 질끈 감고 바들바들 떨며 모자 구멍에 손을 넣는 아리엘.

모자 안에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귀여운 고래 인형이었다.

“우와···!”

   “좋아. 그 인형을 저기로 던져.”

   “저 빛나는 원 속으로요?”

   “응.”

이게 위험한 행동이 아니란 걸 깨달은 듯한 아리엘은 그제야 밝은 모습으로 힘껏 고래 인형을 앞으로 밀어 보냈다.

아주 바람직한 광경이다. 원래 마술쇼는 무엇보다도 관객의 참여와 호응이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 고래 인형은 마법진을 통과하며 순식간에 원본 사이즈가 되었다.

그 마술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관객들.

   참고로 여기서 관객이란 옆의 소녀를 포함해 앞에 있는 문어 대가리 역시 포함이다.

자신과 맞먹는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는 낯선 적의 등장에 크라켄은 맞서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부리나케 뒤로 도망쳐버렸다.

“괴물이 도망가고 있어요!!”

   “겁이 많은 녀석인가 봐.”

   “레이븐님의 소환수를 보고 겁에 질린 거예요!”

음. 소환수라기엔 너무 앙증맞게 생기지 않았나?

굳이 괴물을 잡을 필요는 없다. 그저 파라다이스로 오지 못하도록 막으면 될 뿐.

   그러니 녀석에게 겁을 줘서 다시는 이곳에 얼쩡거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다시 돌아오면 어떡하죠?”

   “이 인형을 보여주기만 하면 문제없을 거야. 녀석한테는 환각을 따로 걸어놨거든.”

환각은 발동 조건이 까다롭고 효과가 미미할수록 마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즉 오로지 전설에 등장하는 거대 문어가 깊은 심해에서 고래 인형과 눈이 마주치는 조건으로 고작 인형이 거대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환각은 소모 마나량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다.

“자. 받아.”

   “이 소환수를 저에게···?”

   “이게 있어야 앞으로 놈이 와도 막을 수 있다니까. 그럼 돌아가자.”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나서 다행이네.

 

   ***

 

   “용사님 납시오!!”

어우. 깜짝이야.

   궁전에 들어오자마자 시작된 너무 거창한 환영식 덕분에 잔뜩 부담스러워졌다.

괜히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알현실까지 들어갔다.

   여왕은 진심이 가득 담긴 밝은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어서 오시지요.”

   “갑자기 왜 존댓말을···.”

   “당연히 메로우의 귀빈이자 용사에게 행해 마땅한 일 아니겠습니까.”

아니 차라리 그냥 반말로 매도해줘. 그게 정신 건강에 더 이로울 것 같아.

“게다가 앞으로 저희를 다스려주실 예언의 왕이시니 더더욱···.”

   “잠깐. 잠깐만! 그건 제외하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

설마 하는 눈빛으로 옆을 쳐다보았다.

   아리엘 아니지? 두 번이나 날 속인 건 진짜 아니잖아.

다행히 그녀는 전과 달리 확실하게 나서서 얘기해주었다.

“레이븐님은 당장 집으로 가셔야만 하는 이유가 있대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세요.”

   “흠. 하지만 아리엘. 너는 정말 그걸로 만족하는 거니?”

둘의 어딘가 오묘한 대화를 잠시 가만히 지켜보았다.

“인간은 한번 육지로 올라가면 두 번 다시 바다로 내려오지 않아. 지금을 놓치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는 거란다.”

   “···그래도 기다릴 거예요. 반드시 돌아오실 테니까요.”

왜 갑자기 이렇게 아련한 멜로 드라마가 펼쳐지는 거지.

“그럼 좋다. 인간이여.”

   “네···?”

다시 반말로 돌아왔어.

“그대의 뜻대로 당장 육지로 올려보내 주마. 해마차를 탄다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다.”

   “음 감사합니다?”

   “그리고 천년 진주 또한 기꺼이 주도록 하지. 반절이나마 예언의 내용을 성취했으니 진주의 주인으로서 자격은 충분할 테니.”

얘기가 잘 마무리되나 싶던 와중 여왕이 바로 말을 이으며 본론을 꺼냈다.

“그러니 딱 한 가지만 제안하고 싶다.”

   “···뭔데요?”

   “부디 내 딸 아리엘과 약혼이라도 맺어주지 않겠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크라켄으로 문어 숙회를 해먹으면 맛있을까용?

배는 부르겠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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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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