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36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136

눈이 마주친 것도 잠시 그녀의 시선은 금방 멀어졌다.

   다행히 내 정체를 눈치채진 못했다. 하긴 보는 것만으로 들킬 만큼 변장이 어설펐다면 라파노의 저택에서 이미 붙잡혔었겠지만.

“이렇게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

자연스레 말을 붙이며 먼저 다가가는 블랑카. 그런데 내 기억에 따르면 율리아는 그녀를 딱히 좋아하진 않을 텐데. 예상대로 표정에 약간의 꺼림칙한 기색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아···. 그냥 정확히 여는 시각을 모르다 보니까 저번보다 일찍 나와봤어요.”

   “보통 6시쯤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돼. 물론 원한다면 그 전에 와도 상관은 없지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예의 바르게 감사를 전한 율리아는 곧장 지하로 내려가려 했다.

하지만 블랑카는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는지 옆에 바짝 붙어서는 조잘조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있지. 저번에 같이 왔던 남친은 어디?”

   “나 남자친구가 아니고 그냥 친구예요···.”

   “흐응. 그래?”

눈가를 가늘게 뜨며 콧소리를 내는 블랑카. 누가 보더라도 악질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중이 분명했다.

“그런 것치곤 저번에 반응이 꽤 격렬하던데?”

   “···네?”

   “어머. 시치미 뗄 셈이야? 지금도 그렇고 저번에도 내가 남자친구냐고 물어볼 때마다 이렇게 수줍게 뺨을 붉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율리아의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별다른 군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었다.

“풋풋해라. 괜히 나까지 막 설레는 기분이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네가 스스로 말하고도 설득력 없는 것 같지?”

   “······.”

   “그래. 그런 걸로 해줄게. 본인이 아니라는데 어쩌겠니.”

참 열받게 잘 놀리네. 저 정도면 율리아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봐야 상대가 들은 척을 안 하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본인도 입 꾹 닫고 무시하는 수밖에.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우리 귀염둥이가 나한테 홀딱 빠져있는 것처럼.”

그러면서 여태 조용히 있던 나한테 갑자기 팔짱을 거는 블랑카.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억지로 떼어낼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그래봤자 더 귀찮게 나올 게 뻔하기에 그냥 한숨을 푹 내쉬며 얌전히 팔을 빌려주었다.

율리아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힐끗 바라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두 분은 그런 관계이신가요?”

   “그런 관계가 정확히 뭔데?”

   “그···. 연인 말이에요.”

   “아니. 지금은 그냥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고나 할까.”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였으나 고개를 주억이며 애써 납득하는 율리아.

하긴 윤리 의식 투철한 모범 소녀가 받아들이기엔 상당히 개방적인 사고방식이긴 하다.

   현대에야 소위 썸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여겨지지만 지금은 무려 200년 전의 세계관이니까.

물론 시대가 어떻든 결국 이런 문제는 개인의 성향에 따른 영역에 불과하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율리아는 조그마한 일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바른 생활 소녀이니 말이다.

···아 그렇다기엔 지금 여기에 있는 것부터가 일종의 일탈이려나?

드레이크의 급진적 사상은 둘째치고 대귀족이 괴도를 추종한다는 것부터 떳떳하게 밝힐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데리고 같이 와.”

   “···글쎄요. 제 친구는 여길 딱히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가 아니었거든요.”

   “그래? 혹시 영웅님을 싫어한다던가?”

   “그건 아니에요. 둘이서 그 주제로 많이 얘기했었으니까. 적어도 괴도에게 거부감이 없는 건 확실해요.”

어쩌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고민 상담 비슷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지하로 내려가니 안에서 부산스럽게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대부분 블랑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적당히 인사를 건넨 뒤 본인의 일에 다시 집중했다.

우리는 조용히 얘기를 나눌만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음. 남친이 정확히 무슨 이유로 꺼리는지 짐작은 가니?”

   “···분위기 자체가 꺼림칙하다고 했어요.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상당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범죄 조직 취급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나 블랑카는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피식 허탈한 느낌의 미소를 짓는 그녀.

“남친이 널 많이 좋아하나 보네. 그렇게까지 걱정하는 걸 보면 말이야.”

   “······.”

율리아는 별다른 대답을 내뱉지 않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언제 챙겼는지도 모를 술잔이 어느새 블랑카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녀는 취하기 위해서라기보단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이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 친구한테 얘기는 하고 온 거야?”

   “얘기하면 걱정할 거예요.”

   “그렇겠지. 숨겼단 사실을 들키면 섭섭해할 테고.”

   “그건···.”

얘기를 가만히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처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율리아를 보고 약간의 충격과 함께 배신감을 느꼈으니까.

이곳에 올 때마다 무조건 같이 가거나 얘기해주기로 약속한 건 아니었다.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당연히 그렇게 해줄 거라고 내심 믿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율리아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이해하니 살짝 섭섭한 정도일 뿐이지만.

   오히려 내가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듣고 있단 사실을 모르는 율리아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지하 입구가 열리며 드레이크와 알프레드가 함께 등장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와 인사를 나누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두 사람.

“일찍들 왔군. 게다가 꽤 신선한 조합인데.”

우리와 율리아를 번갈아 보며 씩 미소를 내비친 드레이크가 자연스레 자리에 합석했다.

“오늘로 세 번째인가. 반갑군.”

   “안녕하세요.”

드레이크는 아무래도 율리아에게 꽤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성적인 관심이 아니라 사상가로서 지적 호기심을 느끼는 쪽에 가깝겠지만.

“그러고 보면 얼굴은 익숙한데 이름은 한 번도 못 들은 것 같은데. 내 이름은 드레이크. 괜찮다면 친구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겠나?”

   “아···.”

율리아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당연히 성을 덧붙이면 절대 안 되며 본명을 순순히 까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내가 뜬금없이 나서서 도와준다면 더 의심할 테니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율리에요.”

너무 대충 지은 거 아니야? 어쨌든 본명을 숨겼다는 것만으로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좋아.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드레이크. 우리 진지한 얘기 중이었으니까 좀 비켜줄래?”

블랑카는 손을 휘적이며 얼른 사라지라는 듯이 얘기했다.

옳지. 잘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응원할 만큼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다.

   드레이크와 율리아가 이 이상 엮여버리면 정말로 피곤해진다. 특히 저번처럼 신나게 100분 토론이라도 진행했다간 어느샌가 사상에 동화될까 걱정될 정도였다.

“벌써부터 따돌림이라니. 이거 섭섭한데.”

녀석은 과장된 몸짓으로 슬픈 척을 하며 내게 어깨동무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사나이들끼리 우애를 다지는 수밖에.”

   “우리 귀염둥이 괴롭히지 마. 너 혼자 사라지란 말이야.”

듣기에 따라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말인데도 드레이크는 어깨를 으쓱일 뿐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에게로 떠나버렸다.

“에휴. 쟤는 모두가 자기처럼 친구라면 껌뻑 죽는 줄 안다니까. 선이 아예 없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블랑카 씨가 할 얘기는 아니지 않나요?”

   “응?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 했어?”

분명 똑똑히 들어놓고서는 일부러 저러는 것이다.

   초면이나 다름없던 나한테 했던 짓을 생각하면 그녀야말로 선이 없는 게 아닐까.

어찌어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율리아의 고민 상담이 계속 이어졌다.

“다음에도 혼자 올 생각이야?”

   “···잘 모르겠어요. 사실 오늘도 충동적으로 온 느낌이라.”

   “뭐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냥 친목회 느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사실 그쪽이 대다수고 오히려 영웅님한테 진심인 사람이 소수일지도.”

가볍게 말하는 목소리에 미약한 불만이 섞여 있었다. 괴도에 누구보다 진심인 블랑카로서는 가벼운 모임 분위기가 그리 마음에 들지만은 않나 보다.

“그런 의미에서 너는 아주 내 마음에 쏙 든달까.”

그녀가 말한 대상은 내가 아니라 율리아였다.

“저요?”

   “응. 지난번부터 쭉 봐왔어. 너만큼 영웅님을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거든.”

   “어···.”

약간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율리아.

   괴도를 좋아하는 티가 난다는 말이 그렇게 듣기 좋은가?

문득 드는 호기심에 평소답지 않게 내가 먼저 물어보았다.

“그럼 저는요?”

   “응? 너는 영웅님 별로 안 좋아하잖아.”

   “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내 어리둥절한 반응에 블랑카는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살짝 차가운 냉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야 네가 좋아하는 건 영웅님이 아니라 드레이크의 사상이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언가 단단히 착각해버린 블랑카양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