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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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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설마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순간 넋을 놓고 말았다.

아니 뭔가 단단히 착각한 거 같은데.

   물론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여기에 잠입한 이유는 괴도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드레이크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블랑카가 내 행동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을 줄이야. 이대로 계속 오해하게 놔뒀다간 일이 상당히 틀어질지도 모른다.

“정말 제가 괴도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아무 관심이 없는 정도까진 아니겠지. 그렇지만 드레이크와 얘기할 때 네가 했던 말들을 생각해 봐. 그게 정말로 영웅님과 관련된 거였어?”

당연히 아니다. 애초에 내가 장본인이니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괴도는 그런 민감한 정치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근본부터 잘못되었다.

“전 드레이크 씨의 생각에 동조했을 뿐인걸요.”

내 말뜻이 무엇인지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나한테 뭐라 하기 이전에 조직의 수장인 드레이크부터가 가장 큰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가 나쁜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봐온 모습으로만 따지면 명백히 선인에 가까워 보였다.

   단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괴도를 써먹고 있을 뿐. 그걸 잘못이라고 부르긴 어렵겠지.

조금만 유심히 관찰해도 알 수 있다. 드레이크는 사소한 언행 속에 항상 ‘친구’나 ‘더 나은 세상’을 언급한다.

   반면 ‘영웅’ 즉 괴도라는 키워드는 비중이 훨씬 낮다. 그가 조직의 리더로서 움직일 때 즉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필요할 때만 찾는 느낌이 강했다.

고작 며칠 지켜본 내가 눈치챌 정도라면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블랑카가 정말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까? 그런 기색은 한참 전에 느꼈었겠지.

“······.”

예상대로 내 말을 듣자마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블랑카.

   뭐라 반박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여기서 더 압박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상황은 더 악화하기만 할 뿐이다. 그녀와 척을 저버리면 조직 내에서 입지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 당연히 저도 레이븐을 좋아하죠. 애초에 그렇지 않다면 왜 처음에 여기까지 찾아왔겠어요.”

   “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자신을 우상처럼 추앙하고 열광하는 게 쉬울 리가 없잖는가. 아무리 분리해 생각하려 해도 결국 레이븐이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부끄러워하는 걸 보니까 거짓말은 아닌가 보네.”

다행히 그런 내 모습이 오히려 진실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의심의 눈빛을 거두고 내 머리를 허락도 없이 쓱쓱 쓰다듬는 블랑카. 겨우 풀어진 분위기가 다시 무너질까 봐 뭐라 하지도 못하고 얌전히 손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도 블랑카의 표정이 평소보다 살짝 어두웠다. 이유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방금 내가 던졌던 질문이 생각보다 정타로 명치에 꽂힌 게 아닐까.

아마 이 지하 모임에서 율리아와 함께 가장 괴도를 향한 팬심이 각별해 보이는 블랑카.

   그런데 조직의 리더인 드레이크는 막상 괴도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니 심란하게 되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아···. 안 되겠다. 너희 둘 다 잠깐 따라와 봐.”

   “네? 지금요?”

   “너희 저녁도 못 먹었잖아.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굳이 귀찮게 일어설 필요도 없었다. 여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맛있는 음식과 술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니까.

우리 셋 중에서 누구보다 잘 알만한 사람이 저렇게 말한다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단 거겠지.

얼떨결에 율리아까지 일행으로 묶여버린 게 좀 떨떠름하긴 했지만 우리는 별말 없이 블랑카를 따라 지하 위로 올라갔다.

 

   ***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느 조용한 식당이었다.

   요리를 대충 주문한 뒤에 블랑카가 얘기를 시작했다.

“거기서 얘기하기엔 듣는 귀가 너무 많아서 말이야. 우리끼리 오붓하게 시간 보내다 돌아가도 괜찮지?”

   “그런데 저는 왜···.”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율리아.

“너도 관련된 얘기니까 듣는 게 좋을 거야.”

블랑카는 입가의 웃음기를 없애진 않았으나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너희는 드레이크와 얘기를 나눌 때 어땠어?”

   “네? 드레이크면···. 아까 그분이요?”

   “응. 너는 두 번이나 얘기했었잖아.”

고개를 갸웃거리던 율리아가 긴가민가한 어투로 대답했다.

“뭐랄까. 행동주의적 몽상가?”

   “어렵게도 말하네. 너는?”

이번에는 내게로 쏠리는 시선. 우리의 생각을 들어본 뒤에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사실 내 의견도 율리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밝히는 게 옳은 선택일까?

   어쩌면 이건 우리를 일부러 시험하는 걸지도 모른다. 만약 이전까지 보여줬던 모습이 전부 철저히 계획된 연기라면?

잠시 고민하다 천천히 대답을 내놓았다.

“드레이크 씨는 목표가 있어 보여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최우선 목표가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행히 내 선택은 정답에 가까웠나 보다. 한숨을 푹 내쉰 블랑카는 복잡한 눈빛으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우선순위가 뒤집혔다는 느낌이 들어. 우리는 괴도 추종자로 모인 거잖아?”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거든. 어느 순간부터 스리슬쩍 바뀌어 가더니 지금은 이 모양이지.”

나는 그녀의 말을 주의 깊이 들으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블랑카는 현재 상황에 불만이 많이 쌓였던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우리에게 이런 속사정을 전부 털어놓을 리 없을 테니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쉽게 마음을 연 거겠지. 그녀의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처음부터 함께 해왔던 동료들일 테니 이런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로도 한동안 블랑카의 신세 한탄이 이어졌다.

   대충 처음에는 모두 진심으로 괴도만을 좋아했는데 어느샌가 괴도가 잠적하면서 스멀스멀 다른 주제의 비중이 늘어나더니 이젠 정치 이념 얘기로만 가득 차게 되었다고.

율리아도 그제야 지하의 상황을 이해하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사실 그녀도 블랑카 못지않은 괴도 열광 팬이니까.

“드레이크 씨랑 직접 얘기는 해봤어요?”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해. 해봤자 본인은 아니라고 발뺌하면 끝인데.”

   “확실히 저번에 대화할 때 왠지 위화감이 느껴진다 싶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보네요.”

이건 상당한 기회였다. 잘만 활용한다면 단지 내가 입지를 굳히는 걸 넘어서 블랑카를 완전한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어 보였다.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문제 같네요.”

   “나는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 막말로 드레이크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잖아? 실제로 영웅님도 분명 그렇게 생각할 테고.”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

   물론 민주주의나 인권 향상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그런 민감한 문제를 입 밖에 내거나 남들한테 드러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그나저나 가스라이팅을 제대로 당했나 보다.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의구심은 느끼면서도 잘못됐다고까지 여기지는 않고 있으니. 고작 몇 달 만에 이 정도라니 계속 놔뒀다간 얼마나 심해질지 걱정될 정도다.

“그럼 블랑카 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음···. 너희가 한번 얘기해보는 건 어때?”

   “저희가요?”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완벽한 변장 탓에 내가 크로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율리아의 눈동자에는 난감한 기색이 잔뜩 담겨 있었다.

“옆에서 보니까 드레이크는 너희한테 상당히 관심이 있어. 자기랑 그렇게까지 말이 통하는 사람은 처음이란 거겠지. 그러니까 너희가 드레이크를 설득시키는 거야. 우리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영웅님뿐이라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치병자에서 광신도로 전직시키라는 거잖아.

‘···둘 다 싫은데?’

장본인인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뿐이다.

   그냥 괜히 모여서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집에나 박혀 있으면 안 되냐?

마음속으로 몰래 한숨을 내쉬면서도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어쨌든 정치병자보다는 광신도가 그나마 더 나을 것 같긴 했다. 그러면 적어도 신분제 폐지 같은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테니까.

“그래요. 까짓거 한번 해보죠.”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냉큼 받아들였다. 나 혼자 움직이는 것과 조직의 원년 멤버인 블랑카가 주도하며 뒤에서 받쳐주는 건 느낌이 아예 다르니 말이다.

문제는 율리아였다. 사실 그녀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괜히 귀찮고 피곤하며 심지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난 것도 고작 두 번이며 제대로 말을 섞어본 건 1시간도 되지 않은 상대의 부탁을 승낙할 이유가 없잖는가.

“좋아요.”

   “···에?”

   “레이븐을 위한 마음. 저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두 여자는 마치 뜻을 함께하는 동지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깜빡하고 있었네.

   광신도는 한 명이 아니었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생각보다 좋은 콤비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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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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