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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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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다들 수고했네. 푹 쉬고 내일 보지.”

   “어 벌써 퇴근인가요?”

   “그렇네만.”

기뻐하긴커녕 오히려 떨떠름한 기색의 레아.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음. 생각보다 되게 일찍 마치네요.”

퇴근 자체는 정시에 맞췄지만 출근 자체를 워낙 늦게 했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나는 다른 사업 때문에 사무실의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을 걸세. 그러니 알아서 출근해 일과를 끝낸 뒤 퇴근하면 된다네.”

어차피 내일부터는 줄리엣이 아침부터 출근해 스페어 키로 사무실 문을 열어둘 것이다.

   물론 그녀에게도 똑같이 말해놓은 상태다. 굳이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일한 만큼 보고서만 제출하면 그에 맞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얘기해놨다.

하지만 내 얘기에 레아는 오히려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나 싶어 의아해하던 도중 그녀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그러면 이사님을 하루종일 못 마주칠 수도 있는 건가요···?”

   “웬만하면 잠깐이라도 들리려 하겠지만 그럴 수도 있긴 하겠군.”

   “안 되는데···.”

풀 죽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서야 뒤늦게 무슨 뜻인지 깨닫고 말았다.

   이 여자는 저번부터 뤼팽을 좋아하는 티를 잔뜩 내더니 일하면서까지 흑심을 채우려 했던 거로군.

[이런 건 또 곧바로 눈치채는구나.]

‘제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티를 내는데 모를 리가 있겠어요?’

[어휴. 이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아니 이번엔 또 왜요?’

[됐다. 그냥 말 안 해주는 편이 더 재미있어 보이니까.]

어쨌든 사심을 채우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니 뭐라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받아주지도 못할 마음을 괜히 이용만 하는 느낌이라 괜스레 미안해진달까.

아니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어차피 가벼운 호감에 불과할 테니 시간이 지나면 금방 사그라들 것이다. 막말로 뤼팽이랑 레아의 나이 차이가 거의 딸뻘인 수준인데 이어지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잖아.

“그럼 저는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줄리엣이 깍듯하게 인사하며 먼저 사무실을 떠났다. 그제야 레아도 우물쭈물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인사를 건네며 뒤따라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아 안녕히 계세요!”

   “둘 다 조심히 들어가게.”

홀로 남은 사무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집으로 돌아가 빈둥거리고 싶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기에 혹여 놓칠세라 서둘러 문단속을 끝내고 줄리엣을 뒤쫓기 시작했다.

줄리엣은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 여러 정황상으로나 직감의 경고로나 거의 확실했다. 오늘은 그게 무엇인지 확인해볼 생각이다.

요즘 들어서 왜인지 자꾸 누구의 뒤를 미행하는 일이 잦아진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애써 합리화하였다.

그녀는 곧장 집으로 향하는 듯했다. 혹시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면 옳다구나 하며 뒤쫓았을 텐데 이렇게 되니 살짝 고민이 들었다.

집 안까지 들어가는 게 맞나? 내 위장 능력이라면 일반인을 속이는 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보다 감이 예리한 그녀라 하더라도 마법을 눈치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다만 양심에 찔린다고 해야 하나.

   줄리엣을 내 충직한 부하로 삼고 싶어 하면서 이렇게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고 집에 침범하는 것도 좋은 그림은 아니겠지.

그렇지만 또 괴도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범죄자인데다 미행까지 한 시점에서 그냥 차라리 확실하게 확인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여신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연히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역시 그렇겠죠?’

[음. 그리고 집 안에서 약점을 찾은 뒤에 그걸 빌미로 협박해서···.]

‘진짜 미쳤어요? 그건 그냥 괴도가 아니라 변태 성범죄자잖아요!’

[뭘 모르는구나. 원래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 끌리는 법이란다.]

이 사람이 여신이라는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 어쩌면 이 세상은 처음부터 단단히 잘못되었던 걸지도.

아무튼 집에 들어가 보자. 절대 나쁜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줄리엣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서일 뿐이다. 아니 그게 나쁜 뜻인 건가.

일반 가정집의 문을 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조심스레 집 안으로 잠입하니 그녀는 때마침 욕실에서 씻고 있는 듯했다.

완벽한 타이밍이다.

[그래. 완벽하구나. 이제 욕실 안에 들어가서···.]

‘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

여신님의 헛소리를 재빨리 잘라낸 뒤 줄리엣이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 단서가 될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일단 집 내부 풍경을 전체적으로 빠르게 훑어보았다.

   무언가 특별한 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위화감이 느껴지는 집의 분위기.

너무 삭막하다. 이 집에서는 어떤 추억거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다못해 거실을 가꾸기 위한 인테리어조차 전혀 없는 수준. 특별한 장식은커녕 흔하디흔한 화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집인데 이럴 수가 있나? 부동산에 내놓은 집도 여기보단 따뜻하지 않을까.

이래서야 과연 여기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줄리엣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공간을 뒤질 바엔 서류 같은 증거를 집중적으로 찾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을 확인한 뒤 서재로 보이는 방에 들어갔다.

그나마 여기는 아까보다 나았다.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들 덕분에 적어도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그녀는 집에 있을 때 여기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책들에 손때가 묻어있는 걸 보면 독서만이 유일한 취미인 거겠지.

책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그러나 순수 소설보다는 교양서나 학술서가 많이 보였다.

   특히 산뜻한 로맨스 소설같이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빠르게 훑어보다 어느 한 곳에서 멈칫하고 말았다.

   책 한 권을 꺼내 들어 제목을 유심히 읽어보았다.

[그레이스 공작가의 역사]

“······.”

이거 하나만으로는 단서가 될 수 없다. 역사를 다룬다고 한 만큼 율리아의 이름이 이 책에 나올 가능성도 거의 없겠지.

단지 이런 책이 하나만 있었다면 모를까 책장 하나가 전부 그레이스 가문의 관련된 주제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줄리엣은 무슨 이유로든 간에 그레이스와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영세한 고아원 출신 소녀가 국가 권력의 중심인 대귀족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아직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책장만 살펴봐서는 이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디를 살펴봐야 할까? 안 그래도 아까부터 자꾸 눈에 밟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서재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상 하나.

   그쪽으로 걸어가 닫혀있던 서랍으로 손을 내뻗었다.

미끄러지듯 스르르 열린 서랍 안에는 새하얀 종이 뭉치가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바로 저기에 내가 원하던 정보가 모두 담겨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서류 더미를 챙겨 재빠르게 눈으로 읽어내려갔다.

“이건···.”

살짝 눈을 찌푸렸다.

나름대로 떠올려봤던 예상 시나리오가 전부 깨져버렸다.

   정말 여기 적힌 대로라면 줄리엣과 그레이스의 악연은 내 상상 이상으로 지독했다.

뒤의 내용을 더 확인해야 한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기 위해 고개를 들고 그녀의 위치를 파악했다.

어느새 욕실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

   줄리엣이 서재로 다가오고 있었다.

 

   ***

 

   벌컥 열리는 문.

샤워 가운만 걸친 금발의 여인은 서재의 풍경을 잠시 눈에 담았다.

평소와 똑같은 공간. 하지만 어딘지 모를 낯선 위화감에 그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코를 킁킁댔다.

이내 눈빛에 살짝 깃들어있던 경계심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그저 자신이 쓸데없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거라고 결론 내리며 그녀는 평상시 일과대로 책을 하나 뽑아 들어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눈가를 살짝 찌푸리며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원래 서재 창문 잠금을 깜빡했던가? 문은 닫혀있으나 잠금이 되어있지 않은 모습에 줄리엣은 본인의 기억을 되새기며 고민했다.

어딘가 이상하긴 했지만 어젯밤에 밤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던 기억이 얼핏 떠오르긴 했다.

약간의 찜찜함을 남긴 채 그녀는 책상에 앉았다. 책을 올려두고 펼치기 앞서서 표지에 적힌 제목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레이스 공작가의 역사]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줄리엣은 앞에 적힌 ‘그레이스’라는 단어를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이윽고 한숨을 내쉰 그녀는 고개를 털며 책을 펼쳐 글을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불쑥 서랍을 거칠게 열었다.

쾅!

거친 소리와 함께 열린 서랍장에선 충격을 버티지 못한 종이들이 나풀나풀 허공을 날았다.

하지만 서류들이 멀쩡히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줄리엣의 한껏 찡그려진 인상은 펴질 줄을 몰랐다.

“···틀림없어.”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론내렸다.

   누군가 자신의 서재에 들어왔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괴도 왔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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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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