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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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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구체적으로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아나?”

아쉽게도 레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의 답을 내놓았다.

“아니요. 호기심에 물어봐도 엄청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화를 내더라고요. 괜히 해코지당할까 싶어서 그때부터는 다들 아예 언급을 피했죠.”

   “흠···.”

역시 뭔가 있는 게 확실하다. 다른 것보다도 남을 마구 부려 먹는 녀석이 하인들을 모두 물릴 이유가 없잖은가. 그 넓은 저택에 혼자서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아니 라파노가 꼭 혼자라고 단언할 수도 없으려나.

생각해보면 지난번에 드레이크가 라파노와 만날 때도 하인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그 대신 누군지 알 수 없는 엄청난 실력자가 저택 주위를 배회하며 저택을 경호하고 있었고.

“다른 건 뭐 없나? 의심 가는 점이라던가.”

   “저···.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이런. 너무 노골적으로 물어봤나?

다행히 레아의 표정에선 의심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의 기색만이 느껴졌다.

“말하지 않았나. 혹시라도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싶어 물어보는 것뿐일세.”

   “그래도 너무 자세하게 물어보시는 것 같아서요. 아니면 혹시···.”

말끝을 흐리는 의미심장한 반응에 속으로 당혹감을 느꼈다.

설마 내 의도를 눈치챈 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순진무구하던 레아가?

   아니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은 전부 철저하게 연출된 거짓이었던 건가?

“저 저한테 관심이 있으셔서···! 그런 건가욧!?”

   “······.”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뺨을 발그레 붉히며 떨림을 주체하지 못해 삑사리까지 내고야 마는 레아를 바라보며 맥이 탁 풀려버렸다.

“하하. 뭐 그리 당연한 걸 묻나. 소중한 부하 직원인 만큼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을.”

   “으음···.”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을 오물거리던 레아는 결국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슬슬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조심히 들어가게. 레이첼 양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네. 이사님도 안녕히 가세요···!”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으슥한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휴우.”

작게 한숨을 내쉬며 지하로 향하기 위해 새롭게 변장하기 시작했다.

[너도 슬슬 카사노바의 기질을 풍기기 시작했구나.]

‘···저도 마음에 들지는 않거든요?’

다른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한다니. 아무리 변명해도 마음 한구석이 찔릴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이전부터 괴도로 활동할 때 여자한테 추파를 던지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느낌일 뿐 진지한 마음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누가 뭐라더냐. 난 오히려 잘하고 있다 칭찬하려 했던 거다.]

‘하아···.’

진짜 여신님의 가스라이팅에 서서히 함락당하고 있는 걸까.

이러다 나중에 가면 순애만을 좇던 내 순수한 낭만도 덧없이 사그라들고 육욕과 본능에만 점철된 하렘의 길로 빠져드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착잡해지는 듯했다.

시답잖은 생각은 지워버리고 변장이 잘 됐나 확인해보았다.

콧수염을 기른 중년 신사에서 한순간에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흐릿한 인상을 지닌 청년으로 변신했다.

좋아. 그럼 오랜만에 다시 지하로 내려가 볼까.

 

   ***

 

   내가 예상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다면 이 모임에서 괴도라는 존재가 예상보다 훨씬 막대하다는 거다.

물론 이름부터 괴도 추종자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드레이크의 음모 때문에 내 머릿속에선 혁명을 부르짖는 급진 개혁파 정도로 인식되고 있던 탓이었다.

그래서인지 안에 들어갔을 때 펼쳐진 풍경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야말로 광란의 현장이었다.

   평소에도 떠들썩한 분위기였던 지하가 오늘만큼은 클럽 뺨따귀를 후려갈길 만큼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나름 이곳 분위기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지금 텐션에는 녹아들 자신이 없었다.

‘그냥 다음에 올까.’

진지하게 고민에 잠겨있던 와중 뺨을 상기시킨 블랑카가 내게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랜만이네.”

   “아 안녕하세요···?”

   “자기는 원래 며칠 잠적했다가 나타나는 게 취미야?”

   “하하···.”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멋쩍은 웃음만 흘렸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드레이크의 뒤를 쫓다가 죽을 뻔해서 한동안 사리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얘기하냐고.

“그래도 우리 영웅님이랑 비슷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어.”

이 여자. 상당한 중증이잖아.

   심지어 못 본 새에 더 심해진 것 같다.

우리 영웅님이라니. 영웅이 아니란 건 둘째치고 언제부터 내가 그쪽이랑 하나로 묶이게 된 건데.

“다들 즐거워 보이네요.”

   “당연하지. 여긴 영웅님을 좋아하는 사람들뿐이니까. 자기도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거잖아. 안 그래?”

   “그런 셈이죠.”

블랑카는 히죽 웃으면서 나를 끌고 테이블로 데려갔다. 이젠 손목을 붙잡는 정도의 가벼운 스킨십은 아무것도 아니란 건가.

“아쉽네. 오늘보다 어제 왔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어제요?”

   “응. 우리 다 같이 현장에 나가서 구경하고 끝난 다음엔 돌아와서 뒤풀이 파티했거든.”

진짜 말 그대로 팬클럽이네.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니 그동안 쉬었던 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녀의 손길에 이끌려 항상 앉던 테이블에 도착하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거기에 이미 앉아있는 너무나 익숙한 선객이 있던 탓이다.

“아 언니. 뒤에는···. 도일 씨 맞으시죠?”

율리아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내 변장 이름까지 기억해주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요. 도일 씨도 자주 오시면 좋을 텐데···.”

이쯤 되니 화가 나거나 서운하지도 않고 그냥 감탄만 나왔다.

   설마 율리아가 이렇게까지 빠져들 줄은 몰랐으니까. 얼마 전 미술관에서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적당히 발만 들이다 그만두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크나큰 오산이었나 보다.

“율리 씨는 어제도 오셨나요?”

   “얘는 자기랑 다르게 매일 하루도 안 거르고 왔거든.”

   “그냥···. 저녁엔 시간이 남다 보니까···.”

수줍게 변명을 꺼내는 율리아를 지켜보며 곤란함을 느꼈다.

사실 원래는 이 모임 자체를 터뜨려버릴 생각이었다.

   굳이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데다 드레이크가 생각보다 위험한 녀석임을 깨달은 이상 놈이 만든 조직도 깨끗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율리아와 블랑카 더 나아가 지하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약간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일단 드레이크는 확실하게 처리할 생각이다. 하지만 굳이 괴도 추종자까지 전부 없애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들은 블랑카의 말대로 그냥 괴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일 뿐인데.

일단 아직은 더 고민해보자. 지금 당장은 드레이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할 때니까.

생각을 마치고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레이크가 항상 앉아있던 테이블 쪽을 보니 역시 자리에 앉아서 옆에 있는 알프레드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녀석의 표정이 다른 이들과 달리 마냥 밝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것.

드레이크의 뒤가 구리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다. 놈이 괴도를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지하에선 그런 척 연기라도 해야 할 텐데.

   저렇게 대놓고 안색이 굳어있어도 되는 건가?

블랑카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단순히 의문을 제기하는 것쯤이야 크게 문제 될 것도 아니니.

“그런데 드레이크 씨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아. 드레이크 말이지?”

그녀는 턱을 괸 채로 그쪽을 흘기듯 쳐다보았다.

“그야 고민이 많겠지. 영웅님이 복귀하면서 상황이 곤란해졌거든.”

   “네? 어떤 상황이요?”

   “음···. 얘기가 좀 복잡해질 것 같은데. 좀 조용한 곳으로 올라갈까?”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챈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신호는 저번에도 받은 적 있었다. 그때 블랑카는 드레이크의 속내를 파악해달라는 부탁을 꺼냈었다.

아마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다른 사람이 엿듣지 않을 만한 조용한 곳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던 율리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그럼 안 따라올 생각이었어? 오히려 내가 서운해지는데.”

   “아 아니요! 바로 올라가죠!”

그렇게 지하를 빠져나온 우리는 저번에도 갔던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때마침 셋 다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였기에 적당히 메뉴를 시키고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복잡한 사정이 뭔데요?”

   “자기 되게 궁금한가 보네? 평소답지 않게 그렇게 보채는 걸 보면.”

   “네. 궁금하니까 빨리 알려주세요.”

피식 힘없는 미소를 지은 블랑카는 잠시 말을 고르다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꺼낸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주제의 얘기였다.

“지하가 둘로 갈라져 버렸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뮹뮹도 둘로 갈라진 것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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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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