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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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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음. 설마 이렇게 흘러가리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드레이크를 몰아낼 좋은 기회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한순간에 추종자들에게서 매정하게 버려질 줄이야.

물론 곧바로 역적 취급을 받는다든가 마녀사냥이 집행되는 식의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부 꾸며낸 거짓 연기라 할지라도 드레이크는 조직 내의 민심을 잘 쌓아왔으니까.

실제로 여전히 좌중 가운데서 그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특히 드레이크와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이 그러했다.

“잠깐!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야? 고작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최측근처럼 항상 옆에 붙어있던 알프레드는 아예 앞을 막아서며까지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

거기에다 진작 드레이크를 의심하던 블랑카 역시 갈등이 깊은 표정으로 우물쭈물할 정도였다.

흠.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만약 이대로 핵심 간부들이 드레이크를 싸고돈다면 당장 그를 쫓아내는 게 힘들지도 모른다.

   기껏해야 일부의 지지를 잃는 선에서 흐지부지 넘어가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드레이크를 확실하게 몰락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녀석의 실체를 모두에게 알리는 거겠지. 애초에 이 조직을 만든 목적 자체가 불순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저들로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분위기는 이미 내게 완전히 넘어온 상황. 즉 어지간해선 드레이크보다 내 말을 더 믿어줄 가능성이 크리라.

슬쩍 언급만 해보자.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의심의 씨앗을 틔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최대한 여유로운 모습을 꾸며냈다. 마치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넌 내 손바닥 위에 있다는 듯이.

“내가 왜 오늘 여기까지 직접 찾아왔다고 생각해?”

내가 입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우수수 내게로 쏠렸다. 마치 군무처럼 칼같이 고개를 돌리니 조금 섬뜩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다.

“드레이크. 이미 너에 대한 건 전부 알고 있어.”

   “···뭐?”

   “다른 사람은 몰라도 괴도를 속이는 게 가능할 거 같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드레이크. 하지만 그 속에서 눈빛이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포착했다.

“귀족과 부자들을 몰아내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그렇게 외치는 주제에 네가 지하에 쏟아붓는 거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그건···. 친구들을 위해서 쓴 돈이다! 더러운 부자들과 달리 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쓰지 않았다고!!”

은근슬쩍 말을 돌리려 하네. 내가 물어본 건 자금의 출처인데 친구를 위해 썼다는 게 무슨 말장난인가. 심지어 그것마저 진심이 아니라 전부 꾸며낸 가면에 불과하면서.

“솔직하게 말해. 지금까지 써온 돈들 네가 그렇게 혐오하는 부자한테서 받아온 거잖아.”

모두의 시선이 다시 드레이크에게 꽂혔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 말이면 철석같이 믿는 광신도나 다름없다.

“드레이크. 정말이야···?”

심지어 알프레드마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단순 내 말 한마디 때문이 아니라 여태껏 자금 출처를 꼭꼭 숨겨왔던 드레이크의 태도를 내심 기억하고 있던 거겠지.

“아 아니다. 전부 거짓말이야!”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털었던 라파노가 뒷줄이라니. 네 말대로면 영웅인 내가 지목한 탐욕스러운 악당 부자랑 손을 잡은 셈인 거네?”

   “어떻게 그걸···!!”

사실상 긍정의 뜻과도 같은 리액션에 모두의 기세가 흉흉해졌다.

원래 같았으면 어떻게든 끝까지 잡아뗐으리라. 만약 그랬다면 나로서도 확실한 물증이 없기에 끝까지 추궁하기는 힘들었겠지.

그래서 실패한다 해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드레이크가 예상보다 심리적으로 내몰려 차분함을 잃은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듯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솔직히 나였어도 내가 만든 조직 구성원이 지금처럼 광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패닉에 빠져버리지 않았을까.

어찌 됐든 녀석의 입에서 부정의 대답이 아니라 경악 섞인 반문이 튀어나온 순간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드레이크의 대답을 똑똑히 들은 사람들은 흉흉한 기세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완벽하다. 여기까지 왔으면 더는 리더로 남아있는 건 불가능하겠지.

   나는 녀석의 앞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툭 쓸어주며 부드럽게 얘기했다.

“네 목적이 어쨌든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아준 건 고맙게 여기고 있어. 그러니까 기회를 줄게. 괜히 여기 있다 해코지당하지 말고 얼른 떠나. 이 근처로 다시는 얼씬도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드레이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다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주춤거리며 이동하는 녀석. 한껏 움츠러진 뒷모습에선 모두를 친구라 부르며 자신감 넘치던 사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저대로 그냥 보내도 되는 거예요?”

반대파 수장으로 추정되는 사내의 물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쩌겠어. 대놓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괴도인 내가 정의의 심판을 내릴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나중에 눈깔 돌아가서 보복 같은 거 하면 어떡해요? 이 지하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드레이크인데.”

   “괜찮아.”

당연히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보내주는 건 아니다.

아까 어깨를 털어주며 슬쩍 옷깃에 추적 마법을 걸어뒀다. 어차피 남들이 보는 앞에서 굳이 정보를 캐내봤자 연관 없는 일반인을 위험에 빠트리는 꼴이니까.

일단 여기서 멀어지게 한 다음 단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그보다 뒷정리부터 해야지. 리더가 떠났으니까 빈자리를 메꿔야 하지 않겠어?”

   “그야 레이븐 씨가 직접 해주면 되잖아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돌아오는 대답. 심지어 뒤에 있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감했다. 어떻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냐.

“그건 안 돼.”

   “네? 왜요?”

   “괴도 추종자잖아. 내가 직접 운영하면 그림이 많이 이상한걸.”

거기까지 가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사이비 종교로 진화해버리는 거다.

“그리고 나는 바빠서 할 수도 없어. 애초에 무언가에 얽매이기도 싫고.”

지금은 아카데미와 재단에 소속된 것만으로 벅차다. 여기서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아쉬움이 느껴지는 추종자들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

“그냥 당신이 하면 안 되나? 앞장서서 드레이크를 몰아냈으면 책임을 져야지.”

   “저는 제 분수를 잘 알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끌 재량이 안 돼요. 파벌을 만든 것도 어디까지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것뿐이고요.”

말하는 것만 들어도 진정한 리더로 어울리는 재목인데.

   그러나 몇 번을 권해봐도 의지가 워낙 확고했던 탓에 결국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 누구를 새로운 리더로 삼아야 하나? 마음 같아서야 리더라는 직위를 없애버리고 싶지만 그래서야 조직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리 없다.

최소한 추종자들이 사고 치지 않게 나와 소통을 나누고 조직을 통제할 사람은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뒤쪽에 있던 블랑카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라며 인파들 사이로 숨어버리는 그녀. 분명 아까 식당에서 얘기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반응이었기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이유야 너무나 당연했다. 드레이크와 친하게 지냈던 간부이니만큼 떳떳하게 마주보기가 힘든 거겠지.

당연히 그녀를 새로운 리더 자리에 앉히는 것도 불가능했다. 사람들의 반대는 둘째치고 그녀 본인이 거절할 확률이 매우 높았으니까.

마찬가지 이유로 다른 간부들 역시 후보 선상에서 제외하고.

   그럼 추종자 내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아 한 명 있구나.

곰곰이 생각할수록 의외로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특히 드레이크가 충당하던 자본력을 메꿀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괴도를 향한 팬심은 차고 넘치니 드레이크처럼 쫓겨날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사고를 칠 만한 성격도 아니고 최근 하루도 안 거르면서 매일 참석했다는 걸 보면 소속에 대한 마음도 확실할 테고.

충분한 고민 뒤에 결론을 내렸다.

   단아하면서도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소녀는 인파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녀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보네. 아가씨?”

   “네···? 그 저 어···.”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입을 살짝 벌린 율리아는 이내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네!? 저 저요!?”

   “고마워! 잘 부탁할게!”

슬슬 가봐야겠다. 너무 시간을 지체하다간 드레이크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얼른 쫓아가지 않으면.

절대 일만 벌여놓고 책임지기 싫어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음. 나머지는 지들끼리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너무 원망하진 말아줘.

   너도 나한테 얘기 안 하고 혼자 지하에 들락거렸잖아.

이걸로 쌤쌤이라고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망치는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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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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