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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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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5

비명이 튀어나오려던 걸 꾹 참고 액자를 잽싸게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아 왔어? 인기척 좀 내고 들어오지 그러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

녀석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싸늘히 가라앉은 어조로 물었다.

“여긴 왜 들어왔냐?”

   “친구끼리 방 구경 좀 할 수도 있지. 너희 어머니 허락받고 들어간 거거든?”

   “당장 나와.”

   “딱히 볼 것도 없던데 호들갑은.”

내가 사진을 보고 있었단 걸 눈치챘을까? 방이 어두웠으니 못 봤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응을 보면 사실상 눈치챈 거겠지.

그런데 가족사진 좀 구경한 게 그리 큰 잘못인가? 언뜻 봐도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정색할 필요까진 없지 않나.

일단 그레인저를 자극할 필요는 없으니 순순히 방에서 나가려 했다. 우뚝 서 있는 녀석을 지나치던 순간 갑자기 멱살을 붙잡혀 그대로 벽에 밀어붙여졌다.

당황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자 그레인저는 특유의 새빨간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싸늘하게 경고했다.

“전부 지워.”

   “···어?”

   “방금 봤던 거. 기억에서 전부 지우라고.”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멱살이 풀렸다. 더는 얘기를 섞을 가치조차 없다는 듯 곧바로 훌쩍 떠나버리는 그레인저.

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까지 과민 반응하는 걸까.

   격렬한 반응이 돌아오니 오히려 호기심은 더 강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파헤치는 건 위험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제를 대놓고 건드리는 건 싸우자고 시비를 거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

일단 몸을 사리자는 판단하에 거실로 나와 얌전히 소파에 착석했다.

“어머. 벌써 방 구경하고 왔니? 차도 거의 다 끓여가니까 케이크 먹으면서 조금만 기다리렴.”

부엌에서 상냥하게 웃으며 차를 끓이는 백발의 여인.

   현 상황에서 단서를 얻어낼 그나마 방법을 찾자면 그녀에게서 얻어내는 것이 제일 유력할 것이다.

뒤이어 그레인저가 사 온 케이크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차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나는 차를 홀짝이며 친근한 어투로 어머님과 잡담을 떠들기 시작했다.

“차를 정말 잘 끓이시네요. 평소에도 이렇게 자주 드시나요?”

“매일 빠지지 않는 일과지.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까 이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심심해 죽을지도 모르잖니?”

“가정주부도 쉬운 게 아니니까요. 그러면 남편분은 직장 생활하시는 거죠?”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질문. 액자 속 가족사진을 떠올리면 그곳에 남편으로 보이는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어머님이 대답하기 전에 옆에 있던 그레인저가 으르렁거리며 털을 곤두세웠다.

“어이. 무슨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 뭘 꼬치꼬치 캐묻냐?”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친구 사이인데 이 정도도 못 물어봐?”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선 조금 뻔뻔해질 필요가 있었다.

   얼굴에 철 가면을 뒤집어쓴 채 그레인저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그런 내 태도가 심기를 건드린 걸까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분노를 터뜨리려던 녀석.

   그걸 막아선 건 의외로 흔들림 없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어머님이었다.

“진. 그만두렴.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누가 싸운대?”

   “내가 대신 사과할 테니 용서해주렴. 내 남편은 오래전에 병으로 목숨을 잃었단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흐름의 대답이었으나 순식간에 축 처져버린 분위기에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서···.”

   “아니야. 물론 예전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전부 이겨 냈단다. 무엇보다 내겐 소중한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와 동시에 모성애가 넘쳐흐르는 어머니의 미소를 피워올리는 그녀.

   분명 감동적이며 아름다워 마땅한 장면이었으나 동시에 어딘가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

방금 얘기한 내용 중에 언급된 ‘아이들’. 즉 그녀의 자식은 진 혼자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아마 사진 속에 있던 다른 아이를 가리키는 거겠지. 그 아이도 똑같이 새하얀 백발이었으니까.

문제는 이 집에선 다른 아이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방도 안방과 진의 방밖에 없으며 각종 식기나 생활용품도 2개씩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어머님의 대화 속에선 마치 외동아들 하나만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아까 대놓고 형제가 있냐고 물었을 땐 작동을 정지한 것처럼 가만히 멈춰서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라 언급하며 가족사진에는 한 아이가 더 있다니.

   명백히 모순되는 증거들이 전부 사실이라 가정하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한 아이의 존재가 지워져 있다.

   심지어 아이의 모친은 존재조차 망각하거나 어렴풋하게만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모든 진상을 알고 있는 건 아마도 옆에 있는 진 그레인저가 유일하리라.

내 행동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경계했던 이유는 그 비밀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겠지.

“어머님은 진을 정말 좋아하시나 보네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니니. 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란다.”

   “그래서 다른 아이와 맞바꾼 건가요?”

   “······.”

아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얼어붙어 대답조차 내뱉지 못하는 그녀.

그에 뒤이어.

퍽!

진심으로 분개한 듯 앞뒤 가리지 않고 내 얼굴을 후려치는 녀석.

   워낙 가녀린 팔이라 그런지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

“여기서 이래도 괜찮아? 착한 아들이 누군가를 패도 되는 거야?”

   “···따라와.”

멍하니 앉아있는 어머님을 뒤로한 채 방으로 자리를 옮긴 나와 그레인저.

   녀석은 이젠 화를 내는 것도 지쳤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 왜 이러는 거냐고.”

   “미안해. 하지만 너랑 어머님을 괴롭히려는 건 절대 아니야. 오히려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하. 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남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설마 너랑 내가 진짜 친구 사이라고 착각이라도 한 거냐? 됐다. 너한테 부탁한 내가 병신이지. 다 집어치우고 꺼져. 당장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

살기가 넘실대는 눈빛.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듯 마력까지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뻔뻔하게 나섰다.

“사실 아까 사진 봤어. 처음부터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어머님이 말하는 내용 속의 아들이 내가 아는 너랑은 너무 다르길래.”

   “···닥쳐.”

   “사교적이고 밝고 모두랑 친하게 지내고 덩치도 있고 남자답고···. 어떻게 단 하나도 들어맞는 게 없냐. 그런데 사진을 보고 나니까 그제야 대충 감이 오더라.”

   “닥치라고 했지!?”

내 얘기가 이어질수록 움찔하며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그레인저.

   그 반응은 분노라기보단 당혹감과 두려움에 가까워 보였다.

“사진 속에 있던 남자애가 어머님이 말했던 진 그레인저겠지. 정확히는 몰라도 무슨 이유로인가 지금은 세상에 없는 거지? 그래서 평소에 아들을 아꼈던 어머님은 충격을 받으신 거고 남편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에 결국 극복하지 못하신 거구나.”

   “······.”

이제는 아예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그.

   아니 그녀라고 해야겠지.

“그래서 너는 아들이 되기로 한 거야. 설령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잊게 된다고 할지라도. 실의에 빠진 어머니를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었으니까.”

   “···네가 네가 뭘 안다고.”

   “지나 그레인저.”

액자 뒷면에서 확인했던 이름이다.

   진 그레인저라는 오빠의 모습으로 사느라 가슴 속에 묻어둬야만 했을 그녀의 진짜 이름.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탐정처럼 멋지게 추리해서 참 대단하다 칭찬이라도 듣고 싶냐!? 그래! 너 잘났다! 잘났으니까 그만 귀찮게 굴고 이제 꺼지라고! 사라지라고!”

   “말했잖아. 난 널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도와주려는 거라고.”

웃기지도 말라는 듯이 코웃음을 치는 지나.

“네 도움 따위 필요 없어. 네가 쓸데없이 설치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대로면 너는 평생 어머님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채로 살아가게 될 텐데?”

흠칫 놀라는 것도 잠시 입술을 파들파들 떨면서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어설픈 연기를 시도한다.

“그게 그게 뭐 어때서.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난 진이니까.”

   “아니. 넌 진이 아니라 지나야.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서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아.”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진이란 이름으로 살아왔을까. 가족사진만 봤을 땐 10년을 넘겼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서 어느새 그녀의 마음은 굳게 닫혀버렸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남자라고 속이며. 모든 것을 부정하며 엄마를 위해 살아왔겠지.

   하지만 그건 잘못된 방식이다.

“그게 정말 어머님을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해? 원래의 너를 잊고 이미 떠난 지 오래인 아들의 흔적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게 정말 옳은 일인 것 같냐고.”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했다는 거냐고···.”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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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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