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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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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대답했다.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제가 납득할 수 있게.’

처음에는 감정에 휘둘려 무작정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특히 여신님을 향한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차올라 몸이 떨려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휩쓸려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감정을 억눌렀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여태껏 내가 봐온 여신님은 그럴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를 아무 이유도 없이 죽이라 할 만큼 잔혹한 악신일 리가 없기에.

이성을 되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지난 기억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벌써 몇 달이 흘렀나. 파리에 있는 예언의 마녀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열차 안.

지금은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그때 나는 예언의 마녀에게 내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들었다.

내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당연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런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

   정말로 나는 끔찍하게 죽는 운명인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열차 안에서 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었다.

그때 유일하게 내 옆에 있던 여신님은 나를 꼭 안아주며 보듬어주었다.

여신님은 그 예언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신과 인간 사이에 정해진 섭리를 무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다만 여신님은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설령 네가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된다 할지라도 나는 끝까지 네 곁에 있어 줄 테니.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 생각해도 어딘가 이상하게 들리는 얘기지만 그래도 다른 어떤 것보다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했다.

여신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란 뜻이나 다름없었으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솔직하게 말해 도저히 어떤 의도로 내가 소녀를 죽였으면 좋겠다는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 나를 위해서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니 일단 설명이라도 들어보자. 어떤 이유든 간에 누군가를 죽인다는 일을 내가 납득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뭐 때문인 건지 이유는 들어볼 수 있으니까.

[···이유는 말해줄 수 없다. 미안하구나.]

‘하아···.’

이런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최대한 구구절절 ppt까지 준비해서 발표해도 모자랄 판에 어물쩍 이유도 말하지 않고 넘어가려 하니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것도 전에 말했던 그거 때문이에요? 섭리 어쩌고 하는···?’

[그게···.]

‘됐어요. 반응 보니까 물어볼 필요도 없겠네. 그러니까 지금 이 조건이 제 예언이랑 관련되어 있다는 거잖아요.’

예언의 마녀가 말해주었던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는 운명.

   아무래도 마도공학회가 요구하는 소녀의 죽음이 그와 어떤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1차원적으로 생각하면 그 소녀를 죽여야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거려나.

그렇게 간단한 거라면 절대 뒤바꿀 수 없는 예언이란 말도 하지 않았겠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라 해석하자면 확실히 머리가 복잡해지긴 했다.

나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하자면 내가 우선인 건 당연했다. 특히 일면식도 없는 완전한 타인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게 남을 죽여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걸 먼저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그때 가서 마지막으로 고민해도 늦지 않을 문제였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서 그냥 단순히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인다는 선택지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도 결론을 내리고 나니 아까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어떤 내용인지를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소녀가 어떤 존재이며 대체 뭣 때문에 마도공학회가 그 소녀를 죽이려 하는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것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뒷내용으로 넘어갈 수도 없으리라.

‘여신님 말고 이 사람한테 묻는 건 괜찮은 거죠?’

[그래. 직접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됐어요. 안 어울리니까 풀 죽어있지 마세요.’

나는 창가를 바라보며 진정을 되찾은 뒤에 기관장을 쳐다보았다.

   가면을 쓰고 있어 내 착각일지 몰라도 왜인지 기분 나쁘게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생각 정리는 모두 끝났나? 많이 놀라게 한 것 같아 미안하군.”

   “그런 얘기를 듣고 안 놀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시면 아동 살인 모략 집단으로 경찰에 신고할게요.”

내가 말하고도 어처구니가 없는 얘기긴 했다. 괴도가 경찰에게 신고한다니.

   하지만 이건 그러고도 남을 만큼 중요한 문제였으니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했다.

“지금 여기서 나한테 듣는 것보단 학회에 가서 자세한 설명을 듣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울 거라네.”

   “그 학회라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가는지부터 알려주셔야죠.”

   “그건 걱정하지 말게나. 이 열차의 종점이 바로 학회니까.”

그 말은 즉 종점까지 이 수상한 기관장이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건가.

   오늘은 하루 통째로 시간을 비워뒀기 때문에 일정 문제는 없겠지만 그냥 단둘이서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솔직히 누구라도 저런 괴상한 카우보이 행색에 가면 쓴 기관장을 본다면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느끼는 데엔 아무래도 학회에 대한 신뢰심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인 것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단순히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수수께끼 집단에서 한순간에 소녀를 죽이려고 계략을 꾸미는 악의 조직처럼 인식이 변해버렸으니까.

“하아···. 정말 믿어도 되는 건지.”

   “물론 믿는 거야 본인의 자유겠지만 한마디만 거들자면 자네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네.”

   “글쎄요. 어떤 이유든 간에 저는 납득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멤버십을 신청하지 않고 학회를 멀리하면 되는 일이지. 자네가 말한 대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저렇게 당당히 신고하라는 걸 보면 자신이 있는 건가.

   뒷배가 두둑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이 정말로 숭고한 대의를 가졌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건지 모르겠다.

뒤이어 종점까지의 지루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반강제로 기관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로 그가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겪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가끔 내게 괴도 활동에 관해 묻기도 했다.

그렇게 얘기가 이어지다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처음으로 내가 먼저 그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기관장이면서 운전실에 안 있어도 되는 거예요?”

   “아 그건 괜찮네. 자율 운행이거든.”

참 더럽게도 혁신적이네. 아직 산업혁명이 끝나지도 않은 시대에 벌써 인공지능까지 도입됐다 이거냐? 물론 열차는 정해진 레일만을 움직이니 자율 운행에 뛰어난 인공지능은 필요 없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시대에 걸맞은 기술력이란 뜻은 전혀 아니다.

“손님은 원래 이렇게 없나요?”

   “그야 그럴 수밖에. 이 열차의 티켓은 학회에 가입한 회원에게만 지급되니까.”

그러고 보니 내게 티켓을 건네줬던 마녀 씨도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이라 했던가.

그렇다는 건 마녀도 자격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

   즉 다시 말해 소녀를 죽이는 데 힘을 보탠다는 괴상망측한 조건에 동의했다는 뜻이리라.

조금 짓궂은 장난을 자주 치긴 해도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닐 텐데.

   정말로 사정을 들으면 납득할 만한 대의가 존재하는 걸까?

머리로는 이해하려 해도 역시 의문 부호가 떠오를 뿐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듣기 전까지 스스로 납득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열차는 유럽 전역을 횡단하였다. 런던에서 시작해 파리를 넘어 마드리드 로마 베를린 취리히 오슬로 등등···.

내리지도 않고 열차 안에서 창밖으로만 보는데도 절로 감탄이 튀어나올 만큼 진귀한 경험이었다.

이미 몇 번이나 탑승해 경험했는데도 마도공학 열차 특유의 속도감은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유럽을 횡단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 물론 그렇다 해도 거리가 거리인지라 노선의 끝에 다다랐을 땐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분명 이른 아침에 정거장에 발을 들였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보름달이 뜬 어둑한 밤이 되어버렸다. 그런 와중에도 열차는 쉬지 않고 달렸다.

웬만하면 버티겠는데 이젠 진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가장 큰 문제는 반나절이 넘도록 열차에 어떤 승객도 탑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오늘 하루 내내 기관장과 단둘이 있었다. 그는 지치지도 않는지 온종일 떠들어대느라 귀에서 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마침내.

   중요하니까 다시 한번 말하겠다. 드디어 마침내!

이 열차의 종점 구간인 학회에 도착했다.

   나는 떨리는 눈빛으로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금 뮹뮹은 간식으로 제로콜라랑 오징어땅콩을 먹고 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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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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