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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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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0

“뭐 했다고 벌써 시험 기간이냐.”

투덜거리는 레이첼의 불평에 십분 공감한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중간시험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기말시험을 치를 때가 다가왔다니.

왜 머릿속에 배운 수업 내용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느낌일까?

   분명 마법 단련도 부지런히 하겠다고 결심했었을 텐데 그런 다짐도 어느샌가 눈 녹듯 스르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어쨌거나 시험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환상의 4인조는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의 장소 제공은 다름 아닌 율리아의 집.

   비록 그레이스 본가 수준은 아니지만 역시 부잣집 아가씨답게 혼자 사는 자취방도 상당히 넓고 쾌적했기에 아지트로 써먹기에 아주 좋았다.

참고로 레이첼의 집은 집주인인 레이첼이 극렬하게 반대해서 무산되고 말았다. 정작 언니인 레아는 언제든 와도 된다며 우리의 방문을 내심 기대한 것 같았지만.

“아 더럽게 어렵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 그러려고 같이 공부하는 거잖아?”

역시 오늘도 언제나처럼 상냥한 율리아.

   최근에는 원치 않게 그녀의 실체를 알게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본성이 착하고 상냥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하기야 우리 가운데 본성이 나쁘다고 할 사람은 없지. 레이첼도 말투가 험하고 성정이 급할 뿐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으니까. 유독 나한테 틱틱대는 것만 빼면 완벽할 텐데 말이야.

그리고 샤론은···.

솔직히 말하면 착하고 나쁘고를 구별하기도 힘들 만큼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알고 지낸 지 벌써 몇 달이나 지냈는데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을 정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처음과 비교하면 대화 자체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여기서는 이렇게 술식을 치환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도 모르는 문제를 자세히 설명해줄 만큼 가까워지긴 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라는 거다.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못한 채 딱 일상적인 잡담만을 나누는 수준에서 그친 상태였다.

샤론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가까워져서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캐내야 했다.

그냥 무작정 다가가면 안 된다. 이전에 슬쩍 시도해보았으나 오히려 더 거리를 벌리며 경계하는 기색이었으니까.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다가가면 홀랑 도망쳐버리는 게 새침한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더 발전하려면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표현하니까 무슨 미연시에서 히로인 공략하는 느낌이네.

“크로?”

   “···아 응.”

   “문제가 어려워? 아니면 혹시 다른 고민이라도 있어? 표정이 어두워 보여.”

   “냅둬. 보니까 며칠 전부터 쭉 똥 마려운 강아지 같은 표정이던데. 딱 봐도 시험 걱정 때문이겠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대답을 얼버무렸다.

레이첼이 말한 대로 최근 며칠 동안 쭉 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다.

고민의 주제는 당연히 마도공학회가 건넨 제안의 내용. 거울 세계로 들어가 소녀를 죽이는 일에 관해서였다.

일단 뒤로 미뤄놓고 천천히 결정하자고 생각했지만 벌써 며칠째 답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중이었다. 마음속으로 정해뒀던 데드라인이 오늘 자정까지이니 이미 반나절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물론 데드라인을 넘긴다고 해서 당장 내일 아침에 세상이 멸망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 정해둔 날짜가 됐는데도 선택을 미뤄버리면 그 이후에도 한도 끝도 없이 우유부단하게 고민만 반복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뭐가 됐든 간에 오늘 안에 반드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하지만 역시 답이 쉽게 나올 리는 없고 머리만 지끈거려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

오퍼레이터는 설명할 때 목표인 소녀가 인격이 없는 인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사람과 정교하게 생겼어도 사고하지 못하는 인형이라면 그냥 부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쉬운 문제일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면 애초에 오퍼레이터가 굳이 목표를 ‘소녀’라고 지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적당히 인형이나 시스템이라 부르면서 죽이라는 표현도 안 쓰고 제거해달라고 말했겠지.

무엇보다 소녀는 초월자라고 했다. 오퍼레이터나 기관장과 똑같은 호수의 여인과도 비슷한 존재.

따라서 인격이 없는 인형과 다름없다는 말도 어디까지나 내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교묘히 왜곡된 설명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답답해 뒤지겠다. 믿었던 여신님은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조차 없고. 누구 다른 사람한테 물을 수도 없고···.

아니지. 물어보면 되잖아?

나는 적당히 전후 사정을 덜어내고 크게 문제없을 맥락만 언급하며 아이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있지. 만약에 세상을 구하려면 나쁜 짓을 해야만 한다면 어떡할 거야?”

   “갑자기 뭔 헛소리냐?”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뜬금없는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눈만 껌뻑이는 아이들.

   율리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애초에 세상을 구하는 것 자체가 좋은 일 아니야?”

   “좋은 일이지. 그런데 좋은 일을 하려면 나쁜 일을 해야 하는 거지.”

   “어느 정도의 나쁜 일인데?”

   “음···.”

살인이라고 말하는 건 좋은 예시가 아니다.

   지금의 내 상황은 특별하니까. 소녀가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모르는 이상 살인이라고 대칭 짓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단순 폭력이나 절도로 예시를 들자니 너무 약한 느낌이고. 최대한 적당한 비유를 찾다가 떠듬떠듬 대답했다.

“방화···?”

   “불을 지른다고?”

   “그런 느낌인 거지. 폐건물에 불을 지르는데 그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 만약 있으면 휩쓸려서 죽을 수도 있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묘하게 구체적인 상황 제시에 레이첼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뭔 상황이길래 폐건물에 불을 질러야 세상을 구하는 건데?”

   “그냥 예를 드는 거잖아. 만약에 그런 상황이면 어떡할 거냐는 거지.”

   “흠.”

제일 먼저 답한 것은 레이첼이었다.

“지르지 뭐.”

   “진짜로?”

   “안 지르면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질러야지. 어차피 폐건물이라며.”

   “그래도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아 몰라 폐건물에 음침하게 짱 박혀있던 지들 잘못이지. 어차피 세상이 멸망하면 걔네 뒤지는 건 똑같은 거 아니야?”

   “그거야···. 그렇긴 하네.”

반박할 수가 없었다. 레이첼답지 않게 탄탄한 논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만에 하나 폐건물에 사람이 있어 불길에 휩쓸린다고 할지라도 결국 방화를 저지르지 않아 세계가 멸망하면 똑같이 죽을 운명이라니. 이런 관점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뒤이어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율리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잘 모르겠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워?”

   “응···. 당연히 세상을 구하는 게 중요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불을 질렀다가 무고한 사람이 다치는 것도 안 되는 거잖아.”

당연히 안 되긴 한다. 그러니까 어려운 딜레마의 문제인 거겠지.

   특히 율리아처럼 상냥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고민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폐건물에 사람이 확실히 있는 건 아니지만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굳이 억지로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건 남을 괴롭히기 위해 낸 문제가 아니라 내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 물어본 것뿐이니까.

마지막으로 샤론의 차례였다. 과연 그녀는 뭐라 대답할지 나는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서 이어질 얘기를 기다렸다.

“정보가 너무 부족해.”

   “···응? 어떤 정보?”

   “방화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지 방화라는 행동 자체가 중요한 건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폐건물을 없애기만 하면 되는 건지 폐건물이 위치한 부지는 어디쯤인지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멸망되는지···.”

   “오케이. 알겠어.”

이대로 놔뒀다간 부족한 정보를 100가지는 더 말할 기세였기에 중간에 끊어버렸다.

설마 이런 대답이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트집 잡기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의견은 매우 타당했다.

실제로 나도 정보가 부족하단 사실을 느끼고 답답해했었으니.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면? 지금 당장 선택하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해버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내 질문에 샤론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근거가 뒷받침돼야 해. 설령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도 하나라도 단서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게 맞아.”

   “······.”

   “지금 네가 얘기해준 것만으로는 부족해. 하나만 더 찾으면 답이 보일 거야.”

마치 내 고민을 꿰뚫고서 직언해주는 것만 같은 내용에 멍하니 그 말을 곱씹었다.

정말로 그럴까? 딱 하나만 더 찾는다면 나는 답을 내릴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찾아야 하는 마지막 단서는 무엇일까?

스터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샤론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

어느새 시계가 11시 59분을 가리킬 시점.

   나는 손거울을 집어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짜님들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용?

(참고로 폐건물에는 뮹뮹이 갇혀있을지도 몰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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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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