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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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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9

나를 신문 배달부로 착각했던 여자는 뒤늦게 멋쩍은 영업용 미소로 환대해주었다.

“아하하···. 저희 연구회에 손님이 찾아온 게 처음···. 아니 너무 오랜만이라서요!”

처음인 거야? 내가 오기 전까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거냐고.

   사무실 내부 풍경은 상당히 오래돼 보였다. 그런데도 내가 첫 방문자라니.

이거 정말로 괜찮은 걸까···.

그녀의 안내에 따라 허름해 보이는 소파에 앉으니 먼지가 뽀얗게 쌓인 테이블에 싸구려 찻잔이 올라온다.

여러모로 언뜻 봐도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게 한눈에 드러나는 듯했다.

“그 크흠!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건가요?”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낯선 건지 헛기침을 하고 나서야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 그 전에 자기소개부터···. 제 제 이름은 도로시예요.”

   “음. 크로입니다.”

순간 다른 가명을 댈까도 생각했지만 어차피 본토 건너 아일랜드에 다시 방문할 일도 거의 없을 텐데 딱히 상관없다는 결론 끝에 본명을 댔다.

“네. 크로 님. 제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아니면 혹시···. 신학 연구회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오신 건가요!?”

너무 텐션이 높은데. 아무래도 처음 방문하는 손님이라 잔뜩 들뜬 모양이다.

   벌써 환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그녀에게 오해하지 않도록 방문 목적을 확실하게 얘기해주었다.

“연구회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고요. 아일랜드 신화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 그러시구나···.”

눈에 띄게 실망하니까 괜히 미안해진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대체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던 거야.

그것도 잠시 이내 기운을 되찾은 도로시는 내게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물었다.

“아일랜드 신화는 제 전문 분야죠! 어떤 게 궁금하시나요? 카사르? 얼스터 대계? 아니면 역시 쿠 훌린인가요?”

   “아니요. 혹시 여기에 으스러진 신전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알고 계시는가 해서요.”

   “어···. 으슬으슬한 신전이요?”

모르는구나. 반응만 봐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괜히 기대한 건가 한숨을 푹 내쉬던 와중 도로시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눈을 부라리며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으스러진 신전이라고 했죠?”

   “네.”

   “아일랜드에 있는 신전들은 전부 신이나 영웅의 이름을 붙여서 지칭해요. 쿠 훌린의 신전이나 누아다의 신전처럼 말이에요.”

나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 떠올린 다음 고개를 내저었다.

“신의 이름은 모르고 아일랜드에 있는 으스러진 신전이라고만 들었어요.”

비비안은 내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신전에 가면 자연스레 신에 대해 알 수 있다고만 했을 뿐.

“그러면 아마 특정한 신전을 가리키는 별명이거나 주인을 특정하기 힘든 훼손된 신전일 가능성이 커요. 그중에서도 아마 후자일 확률이 높겠네요. 제가 어지간한 신전의 별명은 전부 외우고 있으니까요.”

이 사람. 어리벙벙한 첫인상과는 다르게 신화에 한해서만큼은 진심인가 보다.

“혹시 다른 정보는 더 없나요?”

   “음···. 아 시간의 신을 섬기는 신전이에요.”

깜빡하고 가장 중요한 정보를 빼먹어버렸다.

   내 얘기를 들은 도로시는 턱을 문지르며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시간의 신이라면···. 다그다 모르가 제일 유력하겠네요.”

   “다그다 모르요?”

디그다는 알겠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반문하자 그녀가 열성적으로 떠들어댔다.

“켈트 신화에서 매우 중요한 신이에요. 모든 것의 아버지라는 이명이 있을 정도죠. 관장하는 영역만 해도 다산 농업 힘 날씨 시간 운명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라고요.”

그 정도면 거의 유일신 아니야?

“그런데 으스러진 신전이랑은 이미지가 안 맞는다는 게 문제네요. 다그다의 신전은 고대에 지어졌는데도 굉장히 웅장하고 화려하거든요. 그리고 사실 시간을 다스린다는 것도 주요한 능력은 아니고요.”

내가 생각해도 그 신은 아닐 것 같다.

   정말 그렇게 다재다능한 신이었다면 권속인 하양이에게 굳이 시간의 권능만을 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음···. 아니면 꼭 아일랜드 신화가 아닐 수도 있어요. 보통 시대가 지나면 다른 신화도 흡수되면서 이것저것 섞이기도 하거든요.”

   “다른 신화에도 시간의 신이 있나요?”

   “그럼요! 그리스 신화에는 크로노스 로마에선 사투르누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선 난나도 있었죠.”

내가 모르는 신이 이렇게 많았구나. 크로노스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제일 가능성이 있는 건 크로노스나 아르얀로드일 거예요. 그리스 신화는 워낙 영향력이 강해서 유럽 전역에 퍼졌고 아르얀로드는 바로 옆 지역인 웨일스 신화의 신이거든요.”

확실히 도로시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처음의 믿음직스럽지 못하던 인상은 완전히 사라져 이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다.

“이교 신의 신전이라면 으스러졌다는 표현도 이해가 가죠. 제아무리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하더라도 본토의 신화보다는 푸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럼 둘 중 한 곳이겠네요! 어딘지 위치만 알려주시면 제가···.”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네? 저는 모르는데요?”

   “···예?”

   “아일랜드에 두 신의 신전이 있단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었거든요.”

   “······.”

지금까지 잘 말해놓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러니까 찾아야죠!”

   “찾는다니 설마···.”

   “아일랜드에 있는 신전은 총 72개. 그중에서 섬기는 신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신전이 11개. 그러니까 거기만 둘러보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도로시는 지도를 테이블에 펼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총 11곳의 동그라미는 아일랜드 전역에 골고루 흩어져 있었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딱 봐도 단기간에 해결될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빠르게 돌아다녀도 이틀은 넘게 걸릴 일정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제일 큰 문제점은.

“만약 이 중에서도 없으면 어떡하죠?”

도로시가 알고 있다는 총 72개 외에도 다른 신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눈앞이 막막해지려 한다.

하지만 나와 달리 도로시는 오히려 기쁨으로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 더 좋은 거죠! 저희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신전을 찾아냈다는 거니까요! 최초의 발견인 거라고요!”

   “······.”

말이야 좋지 최초의 발견이란 건 결국 그전까지 꼭꼭 숨겨져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 걸 우리가 별다른 단서도 없이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벌써 예상되는 고행길에 두통이 지끈거리던 찰나 뒤늦게 방금 그녀가 내뱉은 말에서 이상한 내용을 눈치채고 눈을 부릅떴다.

“잠깐만요. 저희가 찾아낸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어 음. 그러니까···. 헤헤.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설마 했더니 진짜 그런 뜻으로 한 말이었어?

대체 어째서냐고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딱 봐도 진성 신화 덕후인 그녀가 이런 기회를 마다할 리 없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저 믿으세요?”

   “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순수하게 눈을 깜빡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저희 방금 처음 만났잖아요.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인데 이렇게 덥석 따라가다 제가 나쁜 짓이라도 저지르면 어쩌려고요?”

   “에이.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니에요? 애초에 제가 그런 목적으로 접근한 거면 어쩌려고요?”

내 물음에도 도로시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꿈과 낭만이 넘치는 이야기. 심지어 사람들에게 잊혀진 신전을 찾아 나서는 떠돌이 탐험가! 크으···!!”

   “······.”

됐다. 더 말해봤자 통할 것 같지도 않네.

어쨌든 신화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가 동행해준다면 나로서야 좋은 일이었다.

   지금도 막막하긴 하지만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진짜 아무것도 모른 채 3일 내내 사람들만 붙잡고 신전에 관해 물어보다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갔겠지.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준비해둔 탐험용 세트로 갈아입고 올 테니까요!”

대체 오늘을 왜 준비한 건데. 딴지를 걸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았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봤자 나만 피곤해질 것 같았기에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잠시 후 정말로 만화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탐험가 복장을 갖춘 도로시가 재등장했다.

   사무실 구석에 저런 걸 짱박아 놨었구나. 알면 알수록 참 대단한 여자다.

“자 그럼 출발할까요!”

그렇게 어쩌다 보니 신화 덕후와 함께하는 신전 찾기 대모험이 시작되어버렸다.

탐험 시작 10분 후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어라. 여기가 아닌가···?”

지도를 들고 앞장서던 그녀가 심각한 길치였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앙마씨님~~~!!

100코인 후원~~~!!!

넘무넘무 감사드립니당!!!

닉네임을 지어달라는 퀘스트가 들어왔어용!

뮹뮹이 아주 심도 있게 고민한 끝에 아주 킹왕짱 멋있는 닉네임을 떠올린 거에용!

‘욤욤’

멋있죵?

혹시 중복이면 ‘욤욤이’도 괜찮을 거 같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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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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