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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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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괴도는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분명 현재 상황은 그가 궁지에 몰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조차도 연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나리오였다는 듯이.

“대단한걸. 설마 이렇게 빨리 간파해낼 줄은 몰랐는데.”

적어도 그 말에는 진심 어린 감탄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칭찬을 들은 소녀가 순순히 기뻐할 리 만무했다. 오히려 셜록은 살짝이나마 미간을 찡그리며 불쾌한 티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오늘은 안경을 꼈네. 그 모습도 꽤 잘 어울리지만.”

예쁜 얼굴이 제대로 안 보여서 아쉬운걸.

가벼운 농담처럼 흘리는 뒷말.

   이런 상황에서조차 괴도는 지나치게 태평해 보였다.

“괴도 레이븐. 당장 거기에서 내려와라.”

어느새 총을 꺼내 들어 조준하고 있는 가젯.

   총구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레이븐은 양손을 들며 항복의 제스처를 취했다.

“알았으니까 그 총 좀 내려줄래? 꽤 무섭거든.”

   “마지막 경고다. 내려와.”

   “네. 네. 본부대로 합죠. 무서운 형사 누님.”

조각상의 손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땅으로 착지하는 레이븐.

   의외로 얌전히 경고에 따르는 모습에도 가젯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게 하나 있거든.”

여전히 손을 든 채 레이븐은 천천히 두 여인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멈춰!”

   “셜록이라고 했지. 내 트릭을 관찰했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는 셜록이 마법사란 사실을 알지 못한다.

   가젯은 그 정보를 괴도에게 주어선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셜록이 입을 열기 전에 그녀가 먼저 대답을 가로채 갔다.

“네 속임수가 그녀의 추리에 완전히 읽혔다는 거지. 그게 전부다.”

   “흠···.”

   “왜. 분한가?”

레이븐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어쩌면 그럴지도? 꽤 열심히 준비했었거든.”

   “그래. 너를 잡아넣은 장본인이니 마음껏 화내라. 감옥 안에서 말이야.”

얘기가 꽤 길어지고 있다.

   당연한 것이 사실 그녀가 일부러 레이븐의 대화에 어울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각상 위에 있던 레이븐을 본 순간 가젯은 즉시 지원 요청 신호를 보냈다.

   조금만 지나면 미술관 전체를 쥐새끼 하나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완전히 막을 것이다.

굳이 괴도를 자극해서 변수를 만들 바엔 대화에 어울려주는 편이 훨씬 안전했다.

“레이븐.”

그때 여태껏 입을 한 번도 열지 않았던 셜록이 처음으로 얘기를 꺼냈다.

‘이건 좋지 않은데···.’

소녀에게 이런 작전을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즉 조금만 버티면 괴도를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셜록은 모른다.

“할 말이라도 있어? 혹시 고백이라면 너무 갑작스러운데. 서로 알아가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다행히 레이븐은 대화에 응해주었다.

   오히려 본인이 시시한 농담을 던지며 시간을 끌어주었다.

좋다.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틸 수만 있다면.

“왜 도둑질을 하는 거야?”

   “음···. 꽤 예상치 못한 질문이네.”

셜록은 바로 옆에 가젯이 있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치 단둘만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너는 브리튼의 경찰들을 농락하며 최고의 인기인이 됐어.”

   “그렇게 너무 비행기 태워주니까 부담스러운데.”

   “그 정도의 능력이 있으면서. 왜 하필 도둑이야?”

그쯤 되니 대충 소녀가 말하고자 하는 얘기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레이븐은 여전히 장난스럽게 받아치기만 할 뿐이었다.

“내가 도둑질을 그만두고 회개하면 용서해주는 건가?”

   “아니. 너는 이미 잘못을 저질렀으니 죗값을 받아야 해.”

   “그러면 계속 도둑질이나 하면서 살아야지.”

은근슬쩍 대화를 끝내려는 태도에 셜록은 눈살을 찌푸렸다.

“내 질문에 대답해. 왜 하필 도둑이야?”

소녀의 집요한 물음에 레이븐 또한 여태까지의 장난스럽던 태도를 지워버렸다.

   딱딱한 무표정으로 탐정의 녹안을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

레이븐은 모자를 푹 눌러쓰며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니까.”

   “······.”

   “어때. 내가 나쁘다고 생각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셜록의 표정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가젯이 괴도를 노려보며 얘기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용서 받을 수 없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가지는 건 아니야.”

마치 눈동자를 넘어 깊은 곳에 있는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푸르게 빛나는 사파이어가 마구 요동치는 에메랄드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 생각을 듣고 싶어.”

잠깐의 침묵. 작게 숨을 들이마신 셜록이 마침내 입을 열고 대답했다.

“모르겠어···.”

   “그래. 그런가.”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대답을 회피했음에도 레이븐은 딱히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하지만 언젠가는 결국 선택해야 할 거야.”

   “너는···.”

   “슬슬 시간이야. 아까 말했듯이 꽤 열심히 준비한 무대였는데 너무 쉽게 간파해버려서 좀 흠이지만.”

갑자기 얘기를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에 가젯은 황급히 총을 들이밀며 경고했다.

“멈춰!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바로 쏘겠다!”

   “그래도 너라면 왠지 그럴 거 같아서 나도 준비를 해놨지.”

탕!!

“읏차.”

첫발인 공포탄을 피해버리는 괴도.

   뒤이어 그가 말했던 준비한 무언가가 발동했다.

“무슨···! 사진이!”

벽에 잘 걸려있던 사진이 갑자기 스스로 떠올라서는 공중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센서가 울리지 않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마법이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풍경임에도 미술관 내부의 마력 센서는 전혀 울리지 않았다.

설마 센서를 완벽히 파훼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인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마법사인 괴도를 막아낼 수단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기이한 광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중으로 떠오른 그림이 곧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비행 궤도 끝에 있는 대상은 당연히 괴도 레이븐.

여전히 센서는 울리지 않았다.

중간에서 막을 새도 없이 그림은 마치 주인에게 안기듯 레이븐의 품에 쏙 들어가 버렸다.

   가젯의 얼빠진 표정을 보며 괴도는 장난꾸러기처럼 키득키득 웃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나는 훔칠 생각이 없었는데 그림이 제발 데려가 달라네.”

이젠 마법이라 부르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저 신묘한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넋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보는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마술’과도 같았다.

“······.”

이번에는 천하의 셜록조차 트릭을 전혀 간파하지 못한 건지 놀란 눈치로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어느새 반대편 창문에 갈고리를 건 레이븐이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오늘도 내 승리인 거 같네. 조금 더 분발하라고.”

   “읏! 당장 멈춰!!”

   “아 그리고 깜빡한 게 있는데.”

슈루룩.

   갈고리와 괴도를 연결하던 줄이 자동으로 줄어들며 그가 창문 쪽으로 멀어졌다.

   마지막 순간 그는 얄밉게 웃으며 멍하니 있던 셜록을 향해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말. 사실 뻥이야.”

   “···에?”

쨍그랑!

소녀가 말뜻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괴도는 창문을 깨면서 탈출했다.

결국 이번에도 그녀들은 괴도 레이븐의 범행을 막지 못했다.

 

   ***

 

   집으로 돌아와 참았던 한숨을 터뜨렸다.

“진짜 위험했네요···.”

[그러게 왜 안 하던 짓을 하느냐.]

사실 여신님의 지적대로 유독 오늘 평소보다 더 신을 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엔 꽤 합리적인 이유가 담겨 있다고.

“셜록의 정체를 알아내려면 말을 섞어야만 해요.”

오늘 봤던 그녀는 저번에 보지 못했던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상당히 도수가 높은 건지 덕분에 맨얼굴을 식별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대화를 통해서 정보를 더 얻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럴수록 상대 역시 내 정체를 짐작하기 쉬워지겠지.

   그렇기에 일부러 평소 성격과 다르게 능글맞고 여자를 밝히는 괴도의 모습을 연기했던 거다.

덕분에 꽤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긴 했지만 일부러 그런 경우까지 계산해둬 이중으로 트릭을 설계한 덕분에 무사히 탈출하며 그림까지 훔치는 데 성공했다.

“그나저나 역시 대단하네요. 설마 단번에 간파할 줄은 몰랐는데.”

[흠. 확실히 그렇구나.]

단순히 추리력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역시 내가 인정한 숙명의 라이벌다웠다.

“그래도 마지막 트릭은 눈치채지 못한 거겠죠?”

[아마 그랬겠지. 솔직히 그걸 어떻게 간파하겠느냐.]

여신님의 대답에 괜히 내가 뿌듯해졌다.

   며칠간 머리를 싸매며 고민한 보람이 있네.

사실 첫 번째 트릭인 가림막 작전은 가볍게 생각했던 방법이었다.

   며칠간 고민하며 설계한 트릭은 뒤이어서 발동되는 두 번째 장치.

일명 둥실둥실 작전이었다.

마법을 이용해 그림을 끌어당기는 거니 사실 어려울 건 없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마력 센서에 걸리지 않았냐는 거겠지.

정답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실을 이용해 그림과 미술관 바깥의 물건을 묶어둔 것이다.

그렇게 한 뒤에 내가 마법을 발동시키지 않고 조건에 맞춰 알아서 발동하도록 미리 맞춰두면 마력은 박물관 내부 센서에는 걸리지 않는다.

발동 조건은 소리.

   즉 여형사가 발포한 공포탄 덕분이었다.

“후후. 이게 바로 괴도의 트릭이지.”

지금쯤 셜록은 뭐 하고 있을까?

   어쩌면 분노로 이를 갈면서 나를 저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셜록을 샤론으로 바꿔서 생각하니 그런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흠···.”

[왜 그러느냐?]

“여신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셜록이 정말로 샤론일까요?”

내 질문에 여신님이 대답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인공에겐 전부 계획이 있단 말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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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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