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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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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신전 탐색 이틀째.

우리는 아일랜드 남부부터 시작해 북부까지 쭉 훑으며 이동했다.

   현재 총 둘러본 곳은 일곱 군데였으나 그중 비비안이 말했던 아스러진 신전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알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리라.

도로시의 신학 지식을 바탕으로 아마 이러이러한 신전이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확신할 수는 없었다.

물고기와 조개껍데기가 보이니까 바다의 신을 섬기는 신전일 것이다.

   물론 합리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막말로 그냥 해산물을 좋아하는 시간의 신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보면 뭐가 정답인지 아닌지도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고작 주어진 거라곤 ‘아스러진 신전’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과 시간의 신을 섬겼으리란 단서뿐.

그마저도 정답을 특정하기 수월한 단서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왜냐하면 신이 관장하는 영역이 여러 개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리스 신화의 엄친딸인 아테나는 정의 지식 지혜 평화 전쟁 문명 예술 법 등등···.

   그야말로 세기도 힘들 만큼 무수히 많은 영역을 대표하는 신이다.

즉 우리는 시간의 신을 찾아 헤맸지만 사실 대표 권능은 바다인 신이 시간도 겸사겸사 다루는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게 따지면 처음에 넘긴 물고기와 조개껍데기가 그려진 신전이 정답일 수도 있는 거고.

뭔가 생각할수록 무기력해진다. 이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몰려든달까.

“음···. 여기도 아닌 것 같네요.”

결국 여덟 번째 신전마저 불합격이 뜨고 말았다.

   사실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다는 게 문제다. 알고 보니 여기가 우리가 찾던 신전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 크로 님이 찾는 신전 말이에요. 진짜로 아일랜드에 있는 건 맞죠···?”

처음에는 의욕이 불타오르던 도로시마저 지금에 이르러선 반신반의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벌써 11곳 가운데 8곳을 돌아다녔다. 이제 남은 건 3곳밖에 없는데 그중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힘드시면 돌아가셔도 돼요. 나머지는 저 혼자서 둘러볼 테니까. 지금까지 도와준 것만 해도 정말 감사드려요.”

나는 차마 확실하다고 섣불리 보증할 수조차 없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내 말에 도로시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휙휙 내저으며 제안을 거절했다.

“아니요! 이건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라도 끝을 봐야겠어요! 그리고 어차피 사무실로 돌아가봤자 딱히 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직접 돌아다니면서 신전을 분석하는 것도 좋달까. 게다가 크로 님이랑 단둘이···. 흐헤헤.”

왠지 말끝을 흐리다 변태 같은 웃음을 짓는 모습이 굉장히 수상했지만 어쨌든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테니 나로서는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남은 네 군데는 어떻게 해서든 내일 끝장을 봐야 했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못해도 일정이 상당히 빠듯하리라.

오늘도 마찬가지로 자연 한가운데서 모포를 까고 노숙을 시작했다. 뒤숭숭한 마음과는 달리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은 티 없이 맑게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도로시도 아직 잠들지 않았는지 뒤척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옆에서 조심스러운 부름이 들려왔다.

“크로 님···?”

   “네.”

   “아 아직 안 자시는군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이윽고 다시 그녀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간단한 거라면요.”

   “왜 아스러진 신전을 찾고 계시는 거예요?”

내가 그걸 얘기 안 해줬던가? 지금까지 따라오면서 고생하게 만들어놓고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알려주지 않았었다니. 나 스스로 생각해도 참 황당할 만큼 무례한 짓이었다.

그런데 막상 얘기하자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면 애초에 믿어줄 리가 없고 그렇다고 간략하게 요약하려니 어디서부터 말해줘야 할지도 감이 안 잡혔다.

내가 괜히 입을 다물고 있던 게 아니었구나.

   물론 대놓고 물어봤는데도 무시할 생각은 없었으니 대충이라도 대답해줘야겠지.

“도로시는 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네? 신님이요···? 저는 자랑은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보다는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죠!”

뭐 당연한 대답이었다. 대충 옆에서 봤을 뿐인데도 그녀가 신학에 얼마나 진심인지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신을 직접 뵌 적도 있나요?”

   “···네? 직접 봤냐고요?”

내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로시.

아무래도 저게 일반적인 반응이려나. 환상과 신비가 실존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일반인도 쉽게 접촉할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몇몇 특이한 소수를 제외하면 연관되길 꺼리고 피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이대로 100년만 지나면 아예 마법이 실존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는 세대가 등장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내 기억 속의 지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이 될 수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돌직구로 얘기했다.

“저는 사실 신의 사도예요.”

   “아하. ···에? 에!?”

반응을 보아하니 신의 권속이 뭔지는 대충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 얘기가 좀 더 수월하겠지만 그 대신 돌아오는 리액션이 상당히 격렬했다.

“정말요? 정말 신의 사도예요!?”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솔직히 잘 공감이 안 가서 떨떠름하게 되묻고 말았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신이 존재한다. 애초에 신이란 게 뭐 별거인가? 그냥 사람이 신이라 여기며 섬기면 그게 신인 것을. 당장 힌두교만 하더라도 신의 숫자가 3억이 넘는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속설일 뿐이기에 진지하게 믿긴 힘들지만.

아무튼 전 세계에 그토록 많은 신이 존재하고 그 신들이 각각 1인당 한 명씩만 사도로 삼는다고만 해도 세상에는 사도가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잔뜩 흥분한 도로시가 쏟아내는 말을 들어보니 내 결론은 아무래도 오답이었나 보다.

“그럼요! 신의 사도가 얼마나 대단한 건데요! 권속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격이 매우 높아야만 가능한 일이라고요! 웬만큼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거죠!”

아. 그런 조건이 있던 거구나. 그럼 여신님도 한때는 꽤 이름 날렸던 리즈 시절이 존재했다는 건가? 지금은 나한테만 딱 달라붙어서는 내가 유일한 신도라고 했었는데 말이지.

“그리고 권속 계약은 신도 단 한 번만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 인간을 어지간히 신뢰하지 않는 이상 사도로 임명할 리가 없다는 거죠.”

확실히 설명을 들으니까 사도가 희귀할 법도 했다. 영원을 살아가는 불멸의 존재가 딱 한 번만 고르고 무를 수조차 없다면 당연히 최대한 쓰지 않고 아껴놓지 않겠는가.

그럼 시간의 여신은 하양이를 운명의 신은 빅토리아 공주를 그리고 여신님은 나를 선택했다는 거구나.

그렇게 중요한 선택권을 나한테 썼다니 뭔가 기분이 간질간질했다.

도로시한테 얘기하길 잘한 것 같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유익한 정보를 얻게 되었으니까.

   이참에 다른 궁금한 것들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사도는 뭘 해야 하는 거예요?”

   “어···. 그건 저보다 신님한테 직접 여쭤보는 편이 빠르지 않을까요?”

   “여신님은 딱히 저한테 특별한 걸 요구하지는 않으셨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도둑질을 해달라고 부탁하긴 했는데. 그걸 지금 입 밖으로 내뱉을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건 사도마다 달라요. 사도는 신의 뜻을 대신 수행하는 역할이니까요.”

   “대신 수행하는 역할이라고요?”

   “네. 원칙적으로 신은 인간 세상에 직접적으로 간섭해선 안 되거든요. 그래서 보통 자신을 믿는 종교를 이용해 소극적으로 움직이거나 아니면 사도를 임명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거죠.”

그렇구나. 나는 그녀가 말해주는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얘기가 일단락되자 도로시가 못 참겠다는 듯이 앙탈을 부리며 재촉해왔다.

“그래서! 크로 님이 사도인 거랑 아스러진 신전이 무슨 관계인 건가요!? 설마 저희가 찾는 시간의 신이···!!”

   “아니. 그건 아니에요.”

괜히 오해가 심해지기 전에 서둘러 바로잡아주었다.

“제가 어쩌다 예언 하나를 들었거든요. 내용이 워낙 찜찜해서 그냥 듣고 넘기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예언에 대해 파고 들어가다 보니까 그 시간의 신이 답을 알고 있는 것 같길래 찾아다니는 거예요.”

   “그렇군요. 흠. 예언이라···.”

어째선지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래요?”

   “오이디푸스에 대해 알고 있나요?”

   “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아니에요?”

   “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맺어진다는 예언을 듣고 집을 떠나 도망쳤지요. 하지만 예언에서 달아나려 한 행위로 인해 오히려 예언이 성취되어버린 비극적인 인물이에요. 저희는 그걸 가리켜 흔히 자가 실현적 예언 또는 오이디푸스의 예언이라고 부르죠.”

긴 설명을 끝마친 도로시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어쩌면 크로 님은···. 지금 예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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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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