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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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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4

걱정했던 것과 달리 군말 없이 부탁을 받아들여 주는 여신님의 태도에 되레 내가 당황해 물어보았다.

“어 정말 괜찮아요? 아까 불러달라고 했을 땐 힘들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여기로 직접 오는 게 힘들다는 뜻이었다. 네 질문에 답하는 것쯤은 괜찮을 것 같구나.”

   “그거면 충분해요.”

나도 딱히 시간의 신을 반드시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내가 궁금한 점들을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을 뿐이니까.

“단 주의하거라. 나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신들은 중간계에 직접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에 녀석은 네 질문에만 답할 수 있을 거다. 그마저도 ‘네·아니오’ 수준의 짧은 단답만이 한계일 거고.”

   “알겠어요.”

그러면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게 질문을 준비해야겠구나. 구체적인 답변을 얻으려면 스무고개 수준으로 파고들어야 겨우 가능할 듯싶었다.

“저는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이미 얘기는 끝내놨다.”

   “벌써요?”

   “그래. 눈을 감았다 뜨면 만날 수 있을 거다.”

시간의 신과 만날 방법을 알려주는 여신님은 어째선지 다소 음울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경 쓰였지만 가족 사이의 문제에 내가 함부로 끼어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뭐라 함부로 얘기하기가 망설여졌다.

한동안 망설이던 나는 결국 용건부터 빠르게 처리해야겠다는 판단하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감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땐 아스러진 신전의 풍경은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새하얀 이미지의 화려한 신전으로 변해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공간을 보자마자 이곳이 내면의 심상 세계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시간의 신은 어디 있는 거지?’

혼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살짝 으스스한 기분도 들어 황급히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그러다 신전의 안쪽에서 스르르 다가오는 유령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밝은 빛으로 휘감겨 얼굴이 전혀 식별되지 않는 눈앞의 여인이 정황상으로 봤을 때 시간의 신인 듯했다. 얘기하는 투로 들었을 때부터 자매인 것 같다고 짐작하긴 했는데 역시 여신이었구나.

걷는 게 아니라 허공에 낮게 떠서 스르르 다가오는데 드레스 밑에는 아예 다리가 보이지 않아 진짜 귀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내 앞에 다가온 시간의 여신과 잠시 어색한 눈 맞춤을 이어갔다. 소통도 힘든데다 빛에 가려서 표정조차 전혀 읽을 수 없다 보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질문해야지만 대답할 수 있다고 했었나···?

나는 쭈뼛대면서 최대한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괜히 목을 빳빳하게 세웠다가 건방지다면서 신한테 원한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조심스럽게 먼저 인사를 건네자 곧바로 상대방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평범한 육성이 아니라 머릿속에 웅웅 울리는 듯한 신비로운 방식. 실제로 목소리를 들은 것도 아닌데 되게 아름다운 음성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해버렸다.

[반가워요.]

내 머릿속에선 그런 식으로 번역되었지만 사실 100% 일치한 느낌은 아니었다.

   말의 뜻보다는 속에 담긴 감정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단순히 첫 만남에 주고받은 인사말인데도 너무 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있어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하나만 꼽으라면 애틋함에 가까운 슬픔이었다.

왜일까?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내가 여신님의 사도라는 점뿐이었다.

   언니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애증을 느끼고 있는 건가?

이유야 어쨌든 간에 내게 노골적인 적의를 품은 것 같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봐야겠지.

나는 그녀를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어요. 조금 당혹스러우시겠지만 몇 가지만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지켜봤어요.]

“···네?”

순간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의아할 만큼 다소 뜬금없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얼추 짐작해낸 다음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차 되물어보았다.

“그러니까···. 제가 여신님이랑 얘기하던 걸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죠?”

시간의 여신은 고개를 끄덕임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의사소통이 불편할 거란 얘기를 듣고 각오는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훨씬 힘든 문답이 이어질 것 같다. 거의 수수께끼를 푸는 수준이잖아.

중간계에 직접 개입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지켜보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는 건가? 왠지 스토킹을 당한 것 같은 찜찜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렇다면 얘기가 훨씬 수월해지리라.

“일단 여신님께서 하양이에게 권능을 준 시간의 여신이 맞으시죠?”

[하양이?]

“어?”

첫 질문부터 뜻밖의 반응이 돌아오자 잔뜩 당황하고 말았다.

   하양이를 모른다고? 그럼 내가 찾아 헤매던 시간의 여신이 아니란 건가? 설마 시간을 다스리는 신이 여러 명이라서 그런 거야?

“정말 모르세요? 거울 세계 속 시계탑에 지내는 온통 새하얀 여자아이인데···.”

[아 맞아요.]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으나 대답이 꽤 오묘했다.

   보아하니 내가 붙여준 하양이라는 별명을 못 알아들어서 벌어진 해프닝 같은데 바로 직전까지는 중간계를 지켜볼 수 있다고 대답하지 않았었나?

자신의 하나뿐인 권속이라면 당연히 틈날 때마다 최대한 자주 지켜봐야 정상 아닌가? 그럼 최근 하양이와 유일하게 접촉하는 나와의 관계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지어준 하양이란 별명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이 난해한 모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던 나는 가까스로 한 가지 추측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혹시 거울 세계 안은 지켜볼 수 없는 건가요?”

[네.]

그렇구나. 이제야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거울 세계에 들어갈 때마다 여신님이 곁에서 없어졌던 것도 오퍼레이터가 굳이 하양이를 거울 세계에 가둔 것도 그곳이 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설명이 되는 문제들이었으니까.

그럼 이 여신은 자기 권속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확인하지 못하는 중인 건가?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왠지 하양이랑 시간의 여신 둘 다 안타깝게 느껴졌다.

“오퍼레이터라는 초월자한테 얘기를 들었어요. 당신의 권속인 하양이가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그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요?”

[네.]

“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 닥치는 건데요?”

묵묵부답. 침묵을 지키는 그녀의 모습에 뒤늦게 내가 질문을 잘못 던졌음을 깨달았다.

   짧은 단답형만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란 걸 순간적으로 흥분한 탓에 까먹어버린 것이다.

“···혹시 제 미래에 대해 아시나요?”

[네.]

“저는 제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거란 예언을 들었어요. 혹시 그 예언과 하양이가 관련이 있나요?”

[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분명 짐작하고 있었는데도 확답이 나와버리니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나는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제가 더 이상 하양이랑 만나지 않는 게 맞을까요?”

[아니요.]

“······.”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하양이랑 관련되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운명인데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뜻 듣기에는 앞뒤가 전혀 다른 모순적인 답변처럼 들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끔찍한 최후를 막을 열쇠가 하양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이면 예언과 연관이 있는 것도 맞고 동시에 하양이와 더 가까워져야 할 이유도 자연스레 충족되게 된다.

좋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시간의 여신과의 만남에서 큰 수확을 얻고 있다. 단답형으로 대답한다는 제한도 내가 질문만 형식에 잘 맞추면 아무 문제 없었다. 그녀도 내 물음에 호의적으로 응답해주고 있으니 이대로 모든 의문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좋은 상황은 언제까지고 유지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그녀의 형상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이 심상 세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었다.

즉 그녀와 천년만년 여유롭게 얘기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아직도 속에 남아있는 수많은 질문 가운데서 제일 중요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예언의 내용을 비틀어서 피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네.]

일단 도로시가 얘기해줬던 방법이 통한다는 사실을 확증 받았다.

   확실한 파훼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당장 내 예언에 관한 질문은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이제는 그만큼 궁금했던 다른 내용을 물어볼 차례였다.

“마도공학을 개발한 닥터 프랑켄은 지금 살아있나요?”

 

‘···어?’

무언가 이상하다. 단 한 번도 지체 없이 즉답을 반복하던 시간의 여신이 처음으로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침묵을 지킨 적은 있었지만 그건 내가 단답으로는 답변할 수 없는 형식의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닌데 어째서?

그냥 평범한 인물이라 생각했던 닥터 프랑켄이 그만큼 특별한 존재란 말인가?

나는 직감적으로 그에 관해 더 캐물어야 한다고 확신한 뒤 입을 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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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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