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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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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7

수학여행.

내가 그걸 왜 잊고 있던 걸까.

   왜긴 왜겠어. 그동안 온갖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겪어오느라 기억에서 지워버린 탓이겠지.

실제로 레이첼에게 듣기 전까지 수학여행의 존재 자체를 아예 까먹고 있었다.

   내가 노력해 쟁취해낸 파리행 티켓을 머릿속에서 없애버렸었다니.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떻게 그걸 잊어버린 건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지금 반 분위기가 이렇게 들떠있던 거구나. 바로 내일부터 3박 4일로 바다 건너 파리까지 가는데 신나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할 테니까.

하지만 나로서는 마냥 달갑게 느껴지진 않는 뜻밖의 소식이었다.

   바로 오늘 새벽까지 밤잠까지 새워가며 아일랜드를 갔다 겨우 돌아왔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또다시 바다를 건너라고?

심지어 이번에는 마도공학 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브리튼과 프랑크 왕국의 거리가 가깝다고는 하지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못해도 최소 3시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당연히 열차의 안정적인 탑승감과 달리 넘실거리는 거센 파도 위에서 끔찍한 뱃멀미로 내 구토를 유발할 테고.

생각만 해도 한숨이 푹 터져 나올 만큼 막막한 일정이었다.

   왜 하필 내일이 수학여행인 걸까. 하다못해 이틀 뒤였어도 이렇게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았을 텐데.

물론 그러한 내 개인의 사정을 아카데미 전체가 이해해주어 수학여행 일정이 뒤로 미뤄지는 기적 따위가 일어날 리 만무했다.

“내일···! 말로만 듣던 파리에 가게 된다니!”

나를 제외한 반 아이들은 전부 잔뜩 신난 상태였다. 심지어 대귀족의 장녀인 율리아조차 파리에 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했다.

하긴 브리타니아와 프랑크 왕국은 미묘한 경쟁 구도가 존재하니까. 남들의 이목을 집중 받는 그레이스 일가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파리를 방문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아카데미 학생이란 신분이 막아주고 있으니 별다른 문제가 생길 리는 없겠지만.

다만 그런 와중에서도 역시나 샤론만큼은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가 진심으로 놀라는 반응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이다. 농담이 아니라 내가 괴도 레이븐이란 사실을 밝혀도 샤론이라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덤덤히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았다.

샤론의 그런 태도에 감탄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레이첼은 물론 율리아마저 무표정하게 자리에 앉아있는 샤론을 보며 놀라워하기 바빴으니까.

“와···. 넌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냐?”

   “샤론. 혹시 파리에 가본 적 있어?”

   “아니.”

껄끄러운 국가 관계를 제쳐두고서 뭇 유럽인들이라면 누구나 파리를 향한 환상과 동경을 품고 있다. 특히 예술과 낭만에 푹 빠지기 쉬운 10대 소녀라면 더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도시의 아름다움만 놓고 보자면 희뿌연 안개와 매캐한 스모그로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든 런던과는 비교하는 것조차 민망한 수준.

실제로 지난번 예언의 마녀를 찾아가며 슬쩍 둘러보았던 파리의 전경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집에서 푹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파리가 너무 예쁘고 좋은 도시인 건 인정하지만 이미 한번 가본 곳을 굳이 또 힘들게 찾아가고 싶을 만큼 체력이 빵빵하지 않았다.

“파리에 가면 뭐부터 해야 하지?”

   “일단 에펠탑에 가서···.”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걸즈 토크를 애써 한 귀로 흘리며 나는 내일의 고된 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잠을 청하기로 했다.

침대에 엎드리자마자 기절하듯 정신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땐 갑자기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는 조례 시간이었는데···. 나 설마 하양이에게 시간 가속 능력도 부여받은 건가?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오전 수업이 스르륵 증발해버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후에도 똑같이 시간 가속 능력을 사용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내일의 수학여행 때문에 아카데미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한 면이 있었기에 교수들도 그리 빡세게 수업 진도를 나가지는 않았다.

덕분에 등교할 때와 달리 하교할 때는 상당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문을 나설 수 있었다.

 

   ***

 

   내일은 수학여행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지만 그보다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비록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더라도 시간의 여신을 만나 나름의 대답을 듣고 돌아오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한 번 정도는 하양이를 만나볼 생각이었다.

거울 세계가 시간이 멈춰있다곤 하지만 몸의 생체 리듬마저 정지되는 건 아니기에 계속 있다 보면 배도 고프고 피로도도 쌓이고 만다. 그러니 컨디션 조절을 위해 너무 오랫동안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느낌이랄까.

   또 지난번 절체절명의 순간일 때 하양이가 도와준 덕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으니 거기에 대한 감사도 전해야 하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거울을 꺼내 하양이를 만나러 이동했다.

며칠 만에 찾아왔는데도 역시나 기억 속 모습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런던 밤거리의 풍경.

   아무도 없어 삭막하기만 한 공간 속에 유일하게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단 한 사람.

“어라?”

나는 하양이를 발견하자마자 의아한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가 평소와 다르게 시계탑 위가 아니라 거리의 벤치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양이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벌떡 일어서서는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처럼 쪼르르 다가왔다.

   그리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며 당당하게 요구해댔다.

“초콜릿.”

   “···그래. 너 많이 먹어라.”

그녀와의 만남이 익숙해지며 거울 세계에 들어올 때마다 주전부리를 챙기는 것은 이젠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곳은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 하양이가 나를 하염없이 기다렸을 리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며칠 만에 보는 거다 보니 반가운 마음에 초콜릿을 한 움큼 손 위에 올려다 주었다.

그러자 망설이지도 않고 한번에 입안에 털어 넣더니 다람쥐처럼 볼이 빵빵해진 채 초콜릿의 달콤함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너 그러다 이 썩는다.”

   “이?”

   “···아니다. 됐다.”

초월자가 고작 초콜릿 좀 먹었다고 이가 썩는 것도 좀 많이 이상하다. 애초에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멀쩡히 살아있을 수 있는 녀석이니 단 거 몇 개 먹는다고 해봤자 별다른 문제가 될 리 없겠지.

나는 벤치에 털썩 앉아서 하양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시간의 여신이 알려준 덕분에 하양이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일단 그녀는 시간의 여신의 권속이 맞고 모종의 이유로 당장은 방치하고 있으나 여신이 상당히 아끼고 있는 아이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하양이가 프랑켄을 도왔다는 것.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내게 시간 정지 능력을 일시적으로 전달해줬던 것과 비슷한 형식이었겠지.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날 내게 줬던 능력은 한시적인 데다 조건도 많이 붙은 반면 프랑켄에게 선물한 능력은 훨씬 범용성이 넓으며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란히 놓고 비교하니 자연스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 프랑켄이란 사람이 누구길래 하양이가 그렇게 큰 능력을 넘겨주면서까지 도와준 걸까.

솔직히 말하면 살짝 질투도 났다. 이성적인 감정 같은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름 하양이에게 말까지 가르쳐주며 꽤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하양이에게 프랑켄이 어떤 존재이기에 나보다 더 열심히 도와준다는 말인가.

그렇게 친한 사이였으면 왜 지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어디론가 휑하니 사라져버린 건데. 초콜릿을 좋아할 뿐인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이렇게 황량한 공간에 혼자 내버려 두고서.

나는 과연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이대로 담아두고 있어봤자 상황이 나아질 리는 없단 사실을 깨닫고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서 물어보았다.

“하양아.”

   “응?”

   “혹시 프랑켄이라고 알아?”

내 질문을 받은 하양이는 시선을 맞춘 채 한동안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딱히 당황하거나 감정의 동요가 생긴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단순히 질문을 알아듣기 어려워서 딜레이가 걸리는 것 같았다.

“프랑켄···. 아니. 몰라.”

그리고 이어진 대답은 뜻밖의 것이었다. 설마 이런 답변이 돌아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되려 내가 당황하고 말았다.

“진짜? 정말 몰라? 닥터 프랑켄이라고 못 들어 봤어?”

   “응. 프랑켄. 처음 들어.”

거짓말을 하는 어투는 아니었다. 애초에 하양이는 나를 속일 정도로 능숙하게 거짓말을 할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발달하지도 않았다. 방금 질문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답하지 않았던가.

그럼 대체 뭐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일한 가능성은 프랑켄 박사 본인이 하양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시나리오뿐이었다.

“그럼 혹시 나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다른 사람은 기억해?”

이번에도 한동안 가만히 질문을 받아들이던 하양이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아니. 크로가 처음.”

   “···내가 처음이라고?”

   “응. 크로가 처음 만난 사람.”

···무언가 이상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불을 안 덮고 자서 그런지 감기에 걸려버렸어용…

자꾸 콧물이 흘러내리는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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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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