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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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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좌중이 순식간에 고요에 휩싸였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떤 반응을 내비쳐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입만 벌린 채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고작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괴도의 예고장이 발견됐다는 거지?

범인이 괴도 레이븐이었구나. 하하. 난 또 누군가 했네. 하긴 그 정도 보석을 훔치려면 괴도 레이븐쯤은 나서줘야지. 그렇고말고.

제대로 멘탈이 나가서 현실을 부정하고 있던 찰나 옆에 있던 샤론의 리액션 때문에 상념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흠···.”

뭐야. 그 의미심장한 침음성은.

   설마 진짜 믿는 건 아니지? 이렇게 순순히 속아 넘어가면 안 되는 거잖아.

하지만 내 간절한 애원을 비웃듯이 식당 내의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져 갔다.

   선장의 손에 들려있는 카드를 확인한 승객들이 이번 사건이 괴도의 소행이라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에···.”

   “망할 괴도 자식 같으니라고!!”

   “그럼 우리 중에 괴도가 있다는 거야!?”

당연하게도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애초에 괴도 추종자네 뭐니 해도 근본은 범죄자.

   특히 이런 초호화 크루즈에 탑승할 만한 상류층은 더더욱 괴도에 대한 반감이 심한 편이다.

하물며 자신들이 탄 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시점에선 그 누구라도 괴도를 향한 호감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주 극소수의 예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레이븐님이 그럴 리가 없어.”

옆에 있던 율리아는 선장의 말을 듣자마자 단호하게 부정했다. 물론 그런 얘기를 남들 앞에서 대놓고 할 수는 없었기에 음량은 작았으나 목소리엔 한 치의 망설임도 섞여 있지 않았다.

반면 레이첼은 한숨을 푹 내쉬며 이 상황에 대해 한탄했다.

“크루즈에 더 오래 타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을 바란 건 아니었다고···. 대충 봐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은데. 어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레이븐님이 누명을 썼잖아! 절대 그분은 사람을 함부로 죽이실 분이 아니란 말이야.”

율리아의 강력한 주장에 옆에서 가만히 들어주던 레이첼이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또 시작이야? 그새 더 심해진 것 같다? 너 진짜 추종자에 들어간 건 아니지?”

   “어 어···?”

쟤가 지금 추종자 리더야.

   과연 이 사실을 알려주면 어떤 반응이 튀어나올지 꽤 궁금했지만 그랬다간 내 정체도 같이 공개해야 할 꼴이니 유혹을 떨쳐내고 말을 아끼기로 했다.

다행히 레이첼도 진지하게 한 말이 아니라 그냥 농담 투로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지 그 이상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만약 율리아의 당황한 반응을 캐치했더라면 괜히 흐름이 묘해질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대체 어떤 놈의 소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이번 사건을 나한테 덮어씌우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 작전은 꽤 성공적이었다.

아니 내가 여태 괴도로 활동하면서 보석은 신나게 털었어도 사람을 건드린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율리아를 제외하곤 아무도 사칭범이라 의심하지 않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타오를 지경이다.

나는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옆을 흘낏거렸다. 명실공히 괴도 레이븐과 가장 많이 부딪쳤던 숙명의 라이벌 탐정 셜록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미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샤론을 셜록과 동일 인물로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는 어떨까. 괴도 레이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괴도라고 의심 중일까? 아니면 지난번 일로 내가 괴도일 리 없다고 확신을 내렸을까?

샤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만약 그녀가 지금 얘기를 믿는다면 자연스레 나는 괴도가 아니라고 확정 짓는 거나 다름없다. 배에 올라탄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둘이 함께 있었으니 그 무엇보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낸 셈이니까.

···이걸 좋아해야 하나?

   이제 그녀가 더는 나를 의심할 리 없다고 기뻐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샤론이 저 말을 믿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차라리 나를 계속 의심해도 좋으니 괴도 레이븐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악인이 아니라고 말해주길 원했다.

누구보다 오랫동안 부딪쳤던 숙적이다. 내가 그녀를 인정하는 만큼 상대 역시 나를 인정해주길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소 충동적으로 샤론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내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괴도를 잡을 방법.”

   “······.”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지 생각 중이야.”

내심 단호하게 부정해주길 바랐다만 설마 의심조차 하지 않을 줄은.

   결국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괴도 레이븐은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존재였던 거다.

수틀리면 언제든 사람 하나 죽일 수도 있는 흉악범.

‘···뭐 아예 틀린 것도 아닌가?’

도둑이든 살인마든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 범죄자인 건 똑같으니까.

   일반인의 시선에선 둘 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당처럼 보인다 해도 뭐 어쩌겠는가.

그 정도쯤은 처음부터 알고 각오도 했었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니 마음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필연이었다.

한편 선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혼란에 휩싸인 승객들을 진정시킨 뒤 상황을 정리해나갔다.

“지금부터 한 명씩 차례로 수사를 진행할 겁니다. 절대 함부로 식당 밖을 벗어나지 마시고 선원들의 통제에 따라주십시오.”

   “빨리 육지로 가기나 해! 당장 오늘 저녁에 업무가 있다고!!”

   “괴도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누구도 절대 이 배에서 떠날 수 없습니다. 현재 시점부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분은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선장의 완곡한 경고에 불만을 토로하던 승객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거 완전 절대권력을 손에 쥔 형국이잖아. 물론 승객들이 아비규환에 빠진 상태로 마구 돌아다니다 범인의 표적이 되는 것보단 낫겠지만 지금 상황도 썩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어쨌든 선장의 통제 아래 승객들은 한 명씩 선장실로 불려가 수사를 받은 뒤 식당으로 돌아오는 구도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크루즈에 탄 인원이 원체 많다 보니 수사의 진행은 매우 더뎠다.

자연스레 처음에는 고분고분 말에 따르던 승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언제까지 이럴 생각이야!?”

   “어쩌겠소. 괴도가 이 배에 숨어들었다는데.”

   “애초에 한 명씩 조사한다고 찾아낼 수 있는 건 확실한 거예요?”

   “조용! 거기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십시오!”

식당을 통제하던 선원의 윽박에 승객들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아까보다 진한 반심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당연한 흐름이었다. 수사라는 명분으로 승객들을 억압한 걸로도 모자라 대하는 태도도 명백히 달라졌으니까. 이들은 정당히 값을 치르고 서비스를 이용 중이던 손님들인데도 되려 죄인 취급을 받고 있으니 이 상황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우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범인이 허튼짓 못 하게 사람들을 식당에 가둬놓고 감시한다? 언뜻 생각하면 꽤 합리적인 방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허점으로 가득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이토록 넓은 크루즈 어딘가에 짱박혀 숨어있을 가능성은? 선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애초에 그 선원 중에 범인이 있다면?

보석이 있던 창고의 비밀방은 선원들만 드나들 수 있는 지하에 있었다.

   즉 승객들보다 선원 가운데 범인이 있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아니 다른 건 전부 제쳐두고서도 이렇게 모아놓는 것이 정말 안전한가?

   범인이 미친 척하고 폭탄 테러라도 일으키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너무나 신속한 대응이면서도 막상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텅 빈 대처 방식.

   그야말로 누구한테 보여주기식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행보였다.

식당 한구석에서 깊은 고민에 잠겨있던 찰나 내 옆에 앉아있던 샤론이 대뜸 얼굴을 들이밀며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움직이자.”

   “···어?”

   “선원들은 믿을 수 없어. 우리가 직접 조사해야 해.”

아무래도 샤론 또한 나와 비슷한 결론에 다다른 모양이다. 지금 상태로 얌전히 식당에 틀어박혀 있어봤자 상황이 해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하지만 지금 섣불리 움직였다 들키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유력 용의자로 내몰릴 게 뻔하다.

   특히 우리는 최초 목격자인 만큼 범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꾸준히 받는 중인 상태다.

“어떻게 나가려고?”

식당의 출입문은 모두 선원들이 가로막고 있다. 저기서 나갈 방법은 심문 차례가 되어 선장실로 향할 때뿐. 그때 역시 양옆에 선원들이 동행하며 이동하기에 쉽사리 움직이긴 힘들 것이다.

내 질문에 샤론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의 끝은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치과에 가야 하는 거에용..

치과 무서워용..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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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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