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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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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

순간 잠에서 덜 깬 탓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헷갈릴 지경이었다.

눈앞에 시야를 가득 채우는 소녀의 새하얀 얼굴. 어둠 속에서도 마치 빛나는 것처럼 또렷하게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

그녀가 내뱉는 숨결이 인중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으악!”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황급히 물러났다. 허둥지둥 침대를 빠져나와 불을 켜자 지나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태연하게 투덜댔다.

“아 막 잠들려 했는데 불은 왜 켜냐?”

   “왜 같은 침대에서 자려는 건데!? 침대가 하나뿐인 것도 아니잖아!”

내가 기겁하며 소리치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지나.

“2층 침대잖아. 올라가기 귀찮아.”

   “허···.”

너무 황당한 답변에 기가 막혀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상의도 없이 1층 차지한 네 잘못이지. 난 원래 처음부터 1층에서 자려고 했으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넌 여자애가 겁도 없이···.”

   “뭔 겁? 내가? 너한테?”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는 지나. 막상 그렇게 따지니 나도 뭐라 할 말이 없긴 했다.

냉정하게 지금 서로의 전투력을 비교하면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엇비슷할 것이다. 지나가 엄청난 천재인 걸 감안해도 나 역시 이전보다 훨씬 성장한 상태니까.

하지만 그런 걸 아득바득 따진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반대로 말하면 나는 여신님께 사도로 선택받아 성장 치트를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뜻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에 괜히 나까지 힘이 쭉 빠져버렸다.

   정말로 내가 너무 유난 떤 것뿐인가? 그치만 남녀가 같은 침대를 쓰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이진 않잖아.

하물며 현대적 관념을 장착한 내가 그렇게 느끼는데 그보다 훨씬 보수적 사고방식이 탑재되어야 할 지나가 아무렇지 않다는 게 정말 괜찮은 건가?

“···내가 2층 올라가서 잘게.”

   “그러든가 말든가.”

결국 의문은 해결하지 못한 채 다시 불을 끈 다음 2층으로 올라가 다시 몸을 뉘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모르겠다. 정신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것 같아.

   절로 튀어나오는 한숨과 함께 몸을 뒤척이다 힘겹게 잠에 빠져들었다.

 

   ***

 

   부우웅-!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며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하늘을 비행했다.

마침내 드디어 끝끝내!

   다사다난했던 크루즈에서의 하루가 끝나고 떠오르는 새벽 여명과 함께 우리는 프랑크의 칼레에 도착하였다.

이번으로 프랑크 왕국에는 두 번째로 방문하는 거지만 올 때마다 확실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낭만에 제일 가깝지 않을까?

작중 등장하는 프랑크 왕국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지구의 프랑스에 대응하는 가상 국가이다. 사실 현실에도 프랑크 왕국은 실존했었으나 그건 천년도 지난 고대와 중세 사이에 걸쳐있던 나라이니 동일 취급하긴 어려우리라.

프랑스와 프랑크의 가장 큰 차이점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혁명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물론 그뿐만 아니라 다른 세세한 부분도 꽤 다른 모양이지만 애당초 내가 유럽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도 아닌지라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본래 프랑스란 국가의 핵심 이념이었던 자유가 이 왕국에서는 상당히 통제되었다는 것쯤은 안다. 쉽게 말해 왕이 곧 국가인 전제군주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뭐 이렇게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아봤자 어차피 내게는 딱히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다.

막말로 내가 왕을 직접 만나거나 혁명을 일으킬 것도 아니고 그냥 수학여행으로 파리에 잠깐 놀러 갔다 런던으로 돌아갈 건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냥 아까처럼 낭만에 취해 룰루랄라 힐링 여행을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러고 보니 원래 이번 수학여행의 테마를 힐링으로 생각했었는데 크루즈에서부터 웬 살인 사건을 만나질 않나 괴도의 이름을 사칭 당하질 않나 셜록과의 눈치 싸움을 결판 짓기까지 했으니 벌써 정신력을 전부 소진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진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에펠탑도 구경할 필요 없으니까 숙소에서 하루종일 축 늘어져서 쉬고만 싶다.

하지만 내 간절한 바람은 크루즈에서 내리기도 전에 철저히 짓밟히고 말았다.

“자 두 사람은 나랑 함께 움직이자고.”

   “···네?”

뜬금없는 보석 주인 엑쥐페리가 나와 샤론을 붙잡고선 해괴한 말을 내뱉었다.

“하하 저희가 아카데미에서 수학여행을 나온 거라 따로 움직이긴 힘들 것 같아요.”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했으나 그는 아주 짜증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대꾸했다.

“그거라면 문제없다. 내가 이미 너희 교사한테 잘 말해두었으니.”

   “음. 어 네?”

그게 된다고? 아니 대체 누가 그런 막무가내식 부탁을 허락해준단 말이야?

   아무리 고위 귀족이라고 해도 타국 아카데미에 압박을 넣는 건 말이 안 되는데.

“폐하께서 너희를 보고 싶어 하신다. 범인을 잡고 보석까지 되찾았으니 당연한 일이지.”

   “······.”

그래. 왕이구나.

   귀족이 아니라 왕이면 얘기가 다르지. 확실히 그 정도면 아카데미에 눈치를 주는 것도 가능하겠지.

이건 거절할 수도 없었다. 꼼짝없이 끌려가야 할 상황에 나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입가에 허탈한 미소를 힘겹게 지어냈다.

첫 시작부터 왠지 이상하더라니. 아무래도 이번 수학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히 꼬여버릴 운명인가 보다.

“자자 준비할 게 많으니 서둘러 움직이자고!”

아. 죽고 싶다. 차라리 지금 예언된 그 비참한 운명이 내게 들이닥쳐 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텐데.

나는 샤론의 팔꿈치를 살짝 건드리며 몰래 속삭였다.

“뭐라고 좀 해봐···!”

   “왜?”

틀렸다. 그녀는 이 상황에 딱히 불만이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평범한 사람에겐 왕이 불러준다는데 이렇게 귀찮아하진 않겠지. 오히려 일생의 영광으로 여기는 게 당연한 반응일 테니까.

[차라리 잘 된 것 아니냐?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타국의 보석도 훔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흠···.’

여신님의 얘기도 썩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나도 어디까지나 이번 여행이 더 피곤해질 것 같아서 질색했을 뿐이지 괴도로서 생각해보자면 이건 오히려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예 그 보석을 훔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뭐 훔치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훔칠 수 있지만요.’

크루즈에서 일어난 소동의 원인인 왕에게 바쳐질 보석.

   붉은색으로 빛나는 레드 다이아몬드. 이름이 분명 블러드문이었나? 나름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꽤 아름다운데다 보석 안에 담긴 힘도 상당했기에 진지하게 훔칠까 고민도 꽤 했었는데 바로 옆에 내 정체를 아는 탐정 나리가 딱 달라붙어 있으니 시도하기가 꽤 난감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훔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랬다가 샤론과 겨우 가까워진 사이가 틀어질 것 같아 살짝 겁날 뿐이지.

뭐 오히려 그녀라면 새침하게 ‘훔칠 수 있으면 훔쳐보던지.’라고 말할 확률도 높아 보였지만.

일단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는 아니니 천천히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엑쥐페리와 같이 움직이는 이상 보석도 언제든 훔칠 수 있는 상태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뭘 준비할 게 많다는 거예요?”

   “쯧. 이래서 평민들이란. 당연히 알현 준비가 아니겠냐. 지금 그런 꼴로 폐하의 용안을 마주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아···.”

우리의 행색을 슬쩍 살펴보니 그럴 법도 했다. 좋게 표현해도 편한 복장이지 격식을 차리는 옷차림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수학여행 떠나는 학생이 정장 차림인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아무튼 우리는 그런 이유로 배에서 내리자마자 엑쥐페리와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아카데미 일행과는 떨어져야 하는 상황.

율리아와 레이첼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레이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근데 왜 지금부터 따로 가는 건데? 어차피 왕도 파리에 있는 거 아니야?”

   “···어 그러게?”

듣고 보니 그렇다. 왜 이런 당연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거지?

   아마 엑쥐페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따라오라고 얘기한 탓인 듯했다. 그렇다 쳐도 레이첼이 알아차린 모순을 깨닫지 못하다니 살짝 수치스러웠다.

그녀의 말대로 칼레에서부터 따로 이동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기에 대놓고 따지듯 물어보았다.

그러자 엑쥐페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마법으로 이동할 건데?”

   “···네? 텔레포트요?”

   “응. 폐하께서 꽤 급하신 모양이더라고.”

아니 얼마나 급하길래 고작 그런 일에 궁중 마법사를 투입하는 건데.

   텔레포트라는 마법이 그렇게 별일 아니라는 듯이 얘기할 만큼 간단한 마법도 아니잖아.

“당연하지. 블러드문은 폐하께서 간절히 염원하시던 보석이니까.”

···뭔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왠지 또 다른 아주 피곤한 사건에 휘말릴 것만 같다는 예감이.

그렇게 중요한 보석이었으면 처음부터 관리를 똑바로 하라고. 제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한 거에용!

뮹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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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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