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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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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별로 달갑지 않은 재회에 내 미간은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솔직히 파리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확정됐을 때부터 설마설마했지만 정말로 이렇게 예언의 마녀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녀는 이전에 만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우아한 외모에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드레스 찻잔을 들고 홍차를 음미하는 몸동작 하나하나에 고상한 기품이 묻어나왔다.

달라진 거라곤 오직 시간대가 낮으로 바뀌었다는 것뿐.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공간에 둘만이 아니라 샤론 또한 같이 있다는 차이 정도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와 달리 샤론은 예언의 마녀를 처음 보는 상황이다. 그녀가 어떤 상태일지 확인하기 위해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특별히 동요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눈치챘는지 눈앞의 마녀를 관찰하듯 물끄러미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던 찰나 그 흐름을 먼저 깨트린 것은 예언의 마녀 쪽이었다.

“섭섭하네요. 인사도 받아주지 않으시는 건가요?”

아니 이 상황에서 누가 태연하게 인사를 받아주겠냐고.

한숨이 튀어나오려는 걸 꾹 참은 뒤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흐응. 뭘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시치미 떼지 마시죠. 벌건 대낮에 사람이 아무도 없을 리가 없잖아요. 그쪽이 무슨 수를 쓴 거겠죠.”

마녀는 굳이 내 말을 부정하지도 않은 채 희미한 미소만을 지었다.

“일단 본격적인 얘기를 나누기 전에 서로 인사부터 하는 건 어떨까요? 특히 옆에 계신 분은 저와 초면이신 것 같은데 말이죠.”

확실히 그녀의 제안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샤론도 이게 무슨 일인지 대충은 이해해야 흐름을 따라올 수 있을 테니까.

마녀는 마시던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부채로 입을 가린 뒤 눈웃음과 함께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저를 부르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일단 옆에 계신 괴도분이 부르는 대로 예언의 마녀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자 샤론 또한 무뚝뚝한 어조로 얘기했다.

“샤론. 마법 아카데미생 1학년이에요.”

   “흠. 그걸로 끝인가요? 저는 그보다 탐정으로서의 당신이 더 궁금한데 말이죠.”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정체를 꿰뚫어낸 마녀의 한마디에 괜히 내가 움찔하고 말았다.

   하기야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언의 마녀가 그 정도 사실을 모른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만.

왜 난데없이 그런 얘기를 꺼내는 걸까? 마녀가 용건이 있는 대상이 내가 아니라 샤론이었던 건가?

상대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해 혼란스러웠지만 애써 마음을 억누르고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자기소개도 끝난 것 같은데 이제 본론이나 말해주시죠?”

   “후후. 성격이 꽤 급하시네요. 그렇게 보채시니 바로 알려드릴 수밖에요.”

마녀는 입가에 요사스러운 미소를 걸친 채 말했다.

“예언의 최종장이 머지않았어요.”

   “···최종장?”

   “조만간 모든 게 뒤바뀔 거랍니다. 그때 당신은 선택을 내려야 할 거예요.”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고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지금 내 주위를 둘러싼 의문 또한 방금 그녀가 얘기한 최종장과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봤자 어차피 예언과 마찬가지로 알려주지 않을 게 뻔했다.

   다만 그럼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점이 있었으니.

“왜 이런 얘기를 샤론이 있는 앞에서 하는 거죠?”

분명 마녀라면 샤론을 떼어놓고 나와 단둘이서만 얘기를 나눌 능력이 있었다. 광장 주변에 있었을 다른 사람을 전부 사라지게 한 것처럼 샤론 또한 잠시 자리를 비우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예언의 마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후 맥락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샤론을 일부러 합석시킨 데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하지만 마녀는 물음에 순순히 답해주지 않았다.

   되려 대답이라 보기도 어려운 알쏭달쏭한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부디 의심하지 마시길.”

   “그게 무슨···.”

뭔 소리냐고 되묻기도 전에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마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 크로! 샤론!!”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던 우리를 발견한 율리아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달려왔지만 나는 그에 화답할 생각도 못 하고 우두커니 서서 마녀가 했던 말들을 곱씹기 바빴다.

 

   ***

 

   파리에 밤이 찾아왔다.

   다사다난했던 수학여행도 어느덧 내일로써 끝이었다.

첫째 날은 크루즈 살인 사건 때문에 바다 위에서 보냈고 둘째 날은 여왕을 알현한 뒤 예언의 마녀까지 만나느라 정신이 팔려버리고 말았다.

이런 흐름이면 마지막 날도 평온하게 보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예감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뭐가 됐든 지금 당장은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기에 당장 침대맡에 쓰러져 곯아떨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 바람은 숙소에 배정된 룸메이트로 인해 철저히 깨지고 말았다.

“왜 오늘도···.”

새하얀 단발과 붉은 눈동자. 머리를 살짝 기르면서 전보다 여성스러움이 훨씬 뚝뚝 묻어나오는 지나 그레인저가 오늘도 나와 같은 방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날마다 숙소 배정을 다르게 하면 그게 더 복잡하잖냐. 그냥 전날이랑 똑같이 가는 게 편하지.”

   “······.”

그래.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내 개인의 호불호보다는 단체의 시스템 효율이 더 중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숙소 안에 침대가 달랑 하나만 있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최소한 퀸사이즈 침대 하나를 놓는 것보다 트윈 침대로 되어있는 방을 내어줄 순 있는 거잖아.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걸 따지기조차 버거울 만큼 피곤했기 때문에 그냥 터덜터덜 침대로 향해 철퍼덕 쓰러졌다.

“나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잘게···.”

   “어제도 그러고 바로 잤잖아. 나 혼자 심심하다고.”

   “이해 좀 해줘···. 진짜 피곤해서 그래.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면 너도 이해할걸···.”

옆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투덜거림을 한 귀로 흘리며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

예언의 마녀가 한 말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최종장이라는 게 뭔지 그때 뭘 선택해야 한다는 건지 대체 뭘 의심하지 말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왜 마녀들은 속 시원하게 전부 알려주지 않고 이렇게 빙빙 꼬아서 수수께끼처럼 얘기하는 걸까.

혹시 같이 얘기를 듣던 샤론은 뭔가 짐작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 마녀가 사라진 후 물어봤었지만 그녀도 고개를 내저으며 전혀 모른다는 반응을 내비칠 뿐이었다.

애초에 샤론은 예언에 대해서조차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내 직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샤론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것은 마녀의 의도적인 배치였다고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피곤하다는 놈이 뭘 그리 생각하냐?”

어느 순간 내 옆에 누워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지나.

   어제와는 달리 다른 침대로 도망칠 수도 없이 없이 같은 침대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굳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힐링을 위해 온 여행인데 오히려 딜만 잔뜩 꽂혀 HP가 바닥이 되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여기 오기 직전엔 아일랜드에 가서 개고생하다 왔었지. 역시 쓸데없이 여행이랍시고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게 최고다.

“그건 인정. 애들이 파리 파리 해대길래 기대했더니 막상 별것도 없고 심심하잖아. 엄마도 지금 혼자 있느라 심심할 텐데.”

지나의 중얼거림을 듣던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주머니 걱정하는 거야? 역시 효녀답네.”

   “···닥쳐. 걱정한 거 아니거든?”

부끄러워하기는. 처음에는 잘 몰라서 오해했지만 친해지고 나니 그녀가 천성은 착한 아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원작에선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걸까 궁금할 정도. 내가 읽은 연재분이 지나야 나오는 건가?

아무튼 지나와의 잡담 덕분에 무거웠던 마음이 다소 가벼워졌다. 마녀가 알 수 없는 말을 해대긴 했지만 결국 요약하자면 무언가 큰 사건이 조만간 터진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여태 해왔던 대로 철저히 준비한 다음 대응해내면 될 뿐이다. 지금껏 겪어왔던 시련들도 결과적으로 전부 잘 이겨내 왔던 것처럼 말이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느라 잠시 뒤로 미뤄뒀던 지나의 가정사 문제를 슬며시 언급해보았다.

“···아주머니는 그 뒤로 어떠셔?”

   “네 말대로 하니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조금씩 내가 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해.”

살짝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면서도 지나는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기대 이상의 좋은 소식에 나는 살짝 웃으며 그녀와 눈을 맞췄다.

“다행이네.”

   “···고마워.”

못 듣고 넘어갈 뻔했을 만큼 자그마한 목소리였으나 분명히 내 귀에 닿았다.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지나의 상기된 표정에는 선명한 홍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은혜는 꼭 갚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한번은 무조건 도와줄게.”

   “쩨쩨하게 겨우 한번?”

   “흥. 더 받고 싶으면 그만한 값을 내야지.”

그 뒤로도 한동안 시시덕거리며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다 우리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잠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새벽.

퍼엉!!

숙소에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폭발인 거에용! 쿠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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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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