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7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27

남자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눈앞에 괴도 레이븐이 있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상대는 고작해야 좀도둑에 불과하다. 물건을 훔치는 것 말곤 아무것도 못 하는 녀석에게 괜히 겁먹을 필요 없다.

“···여 여기에 네 돈 같은 건 없어!”

   “흠. 그래? 그러면 이 돈은 전부 뭘까.”

툭.

그의 옆에 떨어지는 돈다발 뭉치.

   이미 금고 안에 있던 돈을 빼 온 모양이다.

생글생글 여유롭게 미소를 짓는 레이븐.

   그러나 자신에게 향하는 눈빛만큼은 소름 끼칠 정도로 싸늘했다.

“이봐. 내가 왜 평소와 다르게 예고장도 안 놓고 찾아온 줄 알아?”

   “그딴 거 알 게 뭐야!?”

역시 이건 아니다. 굳이 범죄자와 일대일로 상대할 필요도 없잖아.

   남자는 곧바로 뒤돌아 금고실을 도망쳐 지원을 요청하려 했다.

휙!

“아악!”

하지만 그 시도는 곧바로 날아온 로프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휘감아 속박한 로프는 손가락 하나 꿈틀거리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어딜 도망가려고. 내 얘기는 마저 들어야지.”

   “크윽···! 미친 싸이코 새끼!”

   “어디까지 말했더라. 그래. 예고장 얘기였구나. 아무튼 핵심만 말하자면 오늘은 평소와 다르단 거야. 훔치러 온 게 아니라 되돌려 받으려고 찾아왔다는 거지.”

바닥에 쓰러져 겨우 괴도를 올려다보던 사내는 깊은 공포에 빠졌다.

이대로 저 녀석이 자신을 죽이면 어떡하지?

   죽음을 향한 원초적인 공포가 엄습했다.

“저 안쪽에 살짝 구경만 했는데 확실히 엄청나더라고. 금괴가 얼마나 쌓여있는 건지 눈이 부실 정도더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저것도 다 훔칠 수 있겠지만 아까 말했듯이 오늘은 내 돈을 돌려받는 게 목적이거든.”

   “그러면 그 돈 전부 챙겼으니까 가면 되잖아!”

   “워. 진정해.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일부러 기다렸던 거니까.”

쿵!

괴도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찍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이게 내 돈의 전부야?”

   “···물론이지. 전부 금고실 안에 넣어놨었어.”

   “다시 한번 물을게. 정말로 이게 전부가 맞아?”

남자는 거의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극한으로 내몰린 상황 속에서 제발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도 지쳐서 그만둘 만큼. 그렇게 되자 어느샌가 그의 태도는 몰라보게 유약해진 뒤였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누가 너를 죽인대? 헛소리하지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내 돈 이게 전부냐고.”

   “···네. 그 영감이 준 돈 전부에요. 뜯어내려고 시도했는데 없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전부 끝난 거지?

   이제 제압도 풀어주고 살려 주는 거겠지?

“그 고아원 말고 다른 데서 돈을 거두진 않았고?”

   “네. 거기 말고는 어디에 기부했는지도 몰라요. 이제 됐죠? 저 풀어주시는 거죠?”

   “물론. 당연히 풀어줘야지. 대신 내 돈을 훔친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네? 그게 무슨.”

괴도 레이븐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바라본 남자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아 안 돼···.”

   “미리 축하해. 내일이면 유명인사가 되어 있을 테니.”

 

   ***

 

   반에 들어가자마자 웅성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 상상 이상으로 화제가 됐던 모양이네.

[조금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전혀요. 제 돈을 가져가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로 보여줘야죠.’

사람들이 괴도 레이븐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흉악한 범죄자로 각인되어 겁에 떨도록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나 소나 마구 건드리는 호구로 남을 생각도 없었다.

내가 들어오는 걸 발견한 율리아가 곧장 이쪽으로 달려오며 얘기했다.

“크로! 오늘 신문 봤어?”

   “응? 왜?”

당연히 봤지만 일부러 시치미를 떼며 모르는 척하자 직접 눈앞에 신문을 펼쳐 보여주었다.

<괴도의 응징? 국세청에 침입한 레이븐의 만행.>

상당히 자극적인 헤드라인. 하지만 뒤이어 등장하는 사진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금방 지워지고 만다.

과연 인권이 발달하기 전인 근대 유럽이 배경이라는 걸까.

   사진에는 모자이크 하나 없이 처참한 몰골이 생생히 드러났다.

금고실 안에서 천장 밧줄에 뒤집힌 채로 대롱대롱 묶여 알몸이 된 공무원.

   수위 조절을 위해 은밀한 부위에는 괴도 카드로 내가 가려주었다.

카드에 적힌 내용은 이러했다.

내 돈을 훔치면 누구든 이렇게 만들겠다.

   -괴도 레이븐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경고로군.

   다시 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신문을 보여주는 율리아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어때···?”

   “음. 뭐랄까. 대단하네.”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나름대로 레이븐에게 호의적이던 율리아 치고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하기야 저런 꼴을 보고 좋게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러자 뒤쪽에 앉아있던 레이첼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 새끼 완전 미친놈이라니까. 존나 웃겨.”

   “······.”

설마 쟤의 취향에 들어맞을 줄이야. 괜히 내 기분이 나빠지는데.

율리아가 신문을 접으면서 조심스레 얘기했다.

“그래도 기사를 읽어 보니까 그 공무원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야. 괴도가 그딴 걸 신경이나 쓰겠냐. 그냥 지 돈 훔쳤다니까 기분 나빠서 그런 거겠지.”

   “···정말 그런 걸까?”

어이. 너무 쉽게 함락당하잖아. 조금 더 끈기 있게 변호해달라고.

“그래서 이것도 발표 자료에 넣을 거냐?”

   “음···. 일단 넣긴 해야겠지?”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샤론에게 향했다. 발표 내용을 정하는 건 그녀의 업무였으니까.

“응. 넣자.”

   “에이. 귀찮은데.”

   “그러고 보니까 발표 날짜도 얼마 안 남았네.”

남은 시간은 고작 이틀. 아마 오늘 내용까지 추가하면 더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국세청 응징이 발표 내용에 들어가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일단 여론은 부정적인 편이긴 했다. 다만 그만큼 정부를 향한 실망감 역시 강해졌다.

한낱 괴도가 국가 조직에 침입해 공무원을 저 꼴로 만들었으니 실망하지 않는 편이 더 이상하겠지.

그래서 결론은 점점 극단적으로 여론이 갈리고 있단 거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은 반대로 나를 옹호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보니까 반정부주의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거 괜찮은 건가···?’

[네가 선택한 길이지 않으냐.]

‘저는 국가 전복 같은 걸 목표하지는 않는다고요.’

뭐가 됐든 내가 할 일은 하나였다. 괴도로서 아름다운 보석을 훔치는 것. 나머지는 전부 그 목표를 위한 과정과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그때 평소답지 않게 샤론이 먼저 입을 열어 얘기를 꺼냈다.

“교회는 괜찮아?”

   “응? 뭐가?”

   “어제 신문 내용. 국세청이 가져갔던 괴도의 돈은 고아원에서 압수했다고 하잖아.”

   “아···. 그러면 설마!”

샤론의 얘기를 듣고 율리아도 화들짝 놀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괴도가 훔쳐서 번 돈은 기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겠지.”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잖아? 자기 돈도 아니고 남의 돈인 건데.”

레이첼이 샤론에게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 말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율리아는 약간 샐쭉한 표정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렇지만 언니는 분명 그 돈을 좋은 의도로 사용했는걸. 그걸 국가에서 뺏어갈 권리가 있을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국가가 하겠다는데 어쩌겠어.”

   “역시 그건 아닌 거 같아.”

나는 속으로 꽤 놀랐다. 저번과 달리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율리아의 모습이 꽤 의외였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해?”

그때 토론에 새로운 인물이 난입했다.

   얼굴을 맞대기 상당히 꺼림칙한 소년 레이어드였다.

잠시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굉장히 어색한 눈빛 교환이 잠시 이어지다가 이내 상대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아 레이어드! 안녕.”

   “응. 좋은 아침이야.”

율리아와 레이어드는 꽤 친한 사이다. 원작에서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미묘한 관계까지 발전할 정도로.

확실히 나란히 서서 얘기하는 둘의 모습은 선남선녀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부러우냐?]

‘딱히요.’

어차피 그녀에게 이성적 호감을 품은 것도 아닌데 굳이?

   게다가 원래 만화를 즐기던 애독자로서 둘의 관계를 응원했었으니 더더욱 질투가 나거나 하진 않았다.

“그래서 무슨 얘기 중이었던 거야?”

   “아. 혹시 오늘 신문 봤어?”

   “응. 괴도 레이븐 말이지?”

레이어드의 호응에 율리아는 눈을 빛내며 마구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맞아. 사실 저번에 조별 과제를 받았잖아? 우리는 발표 주제로 괴도 레이븐을 선택했거든.”

   “그래? 꽤 민감한 주제라서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만을 담아서 듣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게 하려고 계획 중이야.”

그녀의 속사포 같은 설명에 레이어드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판단할 게 뭐 있어? 그냥 나쁜 범죄자일 뿐이잖아.”

우뚝.

신나게 설명을 이어가던 율리아의 모든 움직임이 순간 정지했다.

   어느샌가 빛나던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상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호오. 이건 또 흥미진진한 전개로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인공 일러스트가 나왔어용!

멋있는 괴도랍니당!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