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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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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3

“거슬리던 방해꾼이 사라졌네요.”

줄리엣은 문제가 전부 해결됐다는 듯 가벼운 어투로 얘기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원흉은 다름 아닌 그녀 본인이었으니까.

   최악의 경우 드라칸을 무찌른 것이 오히려 악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즉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야말로 가장 위험한 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린 채 상대를 노려보며 물었다.

“···대체 네 목적이 뭐야.”

이미 비장의 카드였던 조커마저 사용하고 말았다. 만약 줄리엣에게 숨겨둔 한 수가 있다면 솔직히 맞받아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모를 것이다.

   따라서 내가 아까와 같은 마법을 또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 오묘한 소강상태에서 확실히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만약 전투가 벌어질 경우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착각하도록.

다행히 줄리엣은 당장 싸울 의지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내 질문에 대답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당신의 적이 아니에요.”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란 거야?”

   “믿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저희는 싸울 필요가 전혀 없어요. 오히려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죠.”

너무 뻔뻔해서 울화가 치밀다 헛웃음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정체를 속이고 내 밑에 들어와 뒤통수를 친 걸로 모자라 드라칸과 연합해 샤론을 납치하기까지 했으면서. 인제 와서 우리는 싸울 필요가 없다고?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과거의 정에 호소하는 거라면 너무 늦었다.

   이렇게 사이가 틀어지기 전에 미리 얘기했다면 하다못해 파리에서의 테러 이후 나를 몰래 찾아와 사정을 전부 털어놓았다면 꾹 참고 들어줄 용의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카데미를 습격해 죄 없는 사람들을 상처입히고 샤론마저 납치한 이 마당에선 전부 부질없는 가정에 불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두 번 다시는 이전처럼 서로 마주 본 채 웃고 떠드는 이사와 비서로 돌아갈 수 없다.

“프랑켄 박사.”

대뜸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단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바라보자 줄리엣은 천천히 뒷말을 덧붙였다.

“저와 샤론의 아버지인 프랑켄 박사를 다시 만나는 것. 그게 제 목표니까요. 당신의 목적도 분명 저와 같지 않았나요?”

···내가 프랑켄을 찾아다녔던 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목적이 똑같다고 한 거라면 완전히 부정하긴 힘들겠지.

그렇다 해도 고작 그 한마디로 그녀의 행동을 전부 납득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정말 그게 목적이라면 샤론은 왜 납치한 거지?”

   “아버지를 부르기 위해선 동생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아카데미를 습격한 건?”

   “범죄자 신분으로 쫓기던 제가 아카데미에 있는 동생과 접촉하기 위해선 그 방법이 최선이었으니까요.”

망설이지도 않고 묻는 즉시 대답을 내놓는 줄리엣.

   오히려 그런 당당한 태도가 더 열받았다. 차라리 연기라 할지라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었다는 걸 인정하면 지금보단 나았을 텐데.

“그럼 애초에 왜 몽테크리스토 백작 밑으로 들어가 레지스탕스가 된 거지? 네 목적이 정말 아버지를 만나는 거라면 혁명 따위 아무 상관 없는 일이잖아.”

행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처음부터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체 뭘 노리고 레지스탕스가 되어 이런 일까지 벌인단 말인가?

“그가 태양신의 사도이기 때문이에요.”

   “사도···?”

백작이 사도인 것과 프랑켄의 행방에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지?

“사도는 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 이 정도는 당신도 알고 계시겠죠.”

   “···그래서?”

   “뜻에 따라 움직인다. 이게 과연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모호한 질문이었다.

“당신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됐다고 의심해본 적조차 없으신가요?”

   “···그게 무슨 뜻이야.”

   “알면서도 부정하는 건가요. 사도들은 오로지 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백작이 태양신의 소망을 위해 움직이듯 당신 또한 뒤에 있는 여신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에요.”

진지하게 들을 가치도 없다. 어차피 날 동요시키기 위해 적당히 그럴듯하게 말을 꾸며내는 것뿐일 테니. 진심으로 대꾸해봤자 상대의 노림수에 놀아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신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꿔가기 위해 인간들을 이용해요.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여신이 말을 걸어오진 않던가요? 그녀와 만나 계약을 맺은 순간이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나요?”

작게 속삭여오는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어 억지로 머릿속을 들추기 시작했다.

지난날의 기억.

   사소하게 여겨 지나쳤던 의문점들.

   어느 순간부터 미약하게 피어난 의구심.

“어쩌면 당신도 내심 눈치챘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리 없다며 일부러 생각을 잘라내고 외면해버렸겠죠.”

억지로 귀를 틀어막았다. 이 이상 더 듣다간 정말로 그녀의 말에 넘어갈 것 같았기에.

하지만···.

   내용 자체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제가 왜 백작의 밑으로 들어갔나 여쭤보셨죠. 그가 신의 뜻에 놀아나던 가련한 꼭두각시이기 때문이에요. 말하자면 동정심이랄까요? 저희 아버지는 그런 신들로부터 대항해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고 했거든요.”

머리가 지끈거렸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와 여태껏 품어오던 여신님을 향한 의심의 씨앗이 하나로 엉키며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레지스탕스의 목적이 권력층으로부터의 해방과 독립임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죠. 그가 간절히 바라던 신정 시대로의 회귀야말로 혁명과 가장 동떨어진 결말이니 말이에요. 그렇기에 신에게 조종당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백작을 연민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줄리엣은 설명을 멈추고 잠시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담겨있는 감정은 적을 향한 적개심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렇기에 저는 괴도 레이븐 당신 또한 연민해요.”

안타까움으로 채워진 동정심이었다.

“이름도 모를 여신에게 세뇌당해 보석을 훔치는 삶을 본인의 가치라고 믿었을 당신이 가련해요.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나요? 아카데미 학생에 불과한 당신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괴도가 된 것도 그러면서도 아무 필요 없는 예고장 같은 것을 남겨놓던 것도. 정말 당신 스스로 품은 의지일까요?”

이윽고 줄리엣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적이 아니에요. 오히려 같은 목적을 가진 아군이죠. 저희 아버지라면 당신을 간악한 여신에게서 해방시켜주실 거예요.”

나는 한동안 그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제안에 화답하듯 내 손을 들어 올려 천천히 뻗어.

탁!

그녀의 손을 후려쳤다.

“난 누구에게도 조종당하지 않아. 내가 여태껏 내려온 선택들은 전부 내가 스스로 결정한 길이야.”

   “···진실을 마주하고도 끝까지 부정하다니. 어리석군요.”

   “넌 모르겠지만 난 남들과는 좀 다른 특별한 존재거든.”

나는 이 세계에 속해있지 않던 이방인. 따라서 중간계를 지배하는 법칙에 구속되지 않는다.

   즉 줄리엣이 말한 모든 사도는 신의 꼭두각시란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저 녀석의 주장이 사실이란 근거도 전혀 없지 않은가.

   적당히 그럴듯한 얘기들을 늘어놓으며 거짓말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협상 결렬인가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허튼짓하지 마. 네가 뭘 하든 순순히 당해주진 않을 테니까.”

경고의 말을 내뱉으며 즉시 카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사실 이미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할 만큼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이렇게라도 그녀를 막아야만 했다.

“확실히 아까는 대단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당신이 그 여자를 이길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당신은 훨씬 더 강하고 위험한 남자였어요.”

내 위협에도 불구하고 줄리엣은 여유로운 태도였다.

   입 밖으로 내뱉는 말과 달리 나를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정도로.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뭐?”

   “당신과 사이좋게 얘기하는 중간에 의식이 전부 끝났거든요.”

   “그게 무슨···!!”

나는 황급히 뒤쪽을 노려보았다. 샤론은 아까와 똑같은 모습으로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

   애초에 줄리엣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샤론의 상태는 계속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제 동생이 멀쩡하게 살아있어서 안심하고 계시는가요?”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시겠지만 저희 자매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인조 생명체 호문쿨루스.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것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답니다.”

조금씩 불안감이 선명하게 색을 더해갔다.

“방금 동생의 의식 코어를 저한테 옮겼답니다. 인간으로 따지면 영혼이라고 할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죽은 건 아니니까요. 다시 돌려놓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원상복구 된답니다. 물론 그전까진 영혼을 잃은 채 숨만 쉬는 인형에 불과하겠지만요.”

   “···돌려놔. 당장!!”

줄리엣은 입가를 가린 채 살짝 웃으며 자기 할 말만을 이어갔다.

“동생의 코어가 필요한 이유를 아시나요? 제 능력인 왜곡과 동생의 능력인 관측. 이 두 가지는 따로 흩어져 있을 땐 불완전하지만 하나로 합쳐지면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전혀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을 열심히 설명하며 제자리에서 뒤도는 줄리엣.

“왜곡의 관측. 즉 현실에 없는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와 동시에 갑자기 허공에서 작은 실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윗집에서 공사를 하는지 너무 시끄러운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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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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