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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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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4

왜곡의 관측.

   현실에 없는 ‘무언가’를 보는 힘.

그녀가 한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상은 확실히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실금처럼 조그맣게 생겨난 균열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크기를 키워갔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만둬.”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 균열이 완성되어 구멍이 뚫리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지리란 것을.

내 목소리에 흠칫 놀란 줄리엣은 이윽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당신 설마 이 광경이 보이시는 건가요?”

   “차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거잖아···.”

차원의 벽이 허물어졌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은 중간계뿐만 아니라 정령계 신계 마계 등이 공존하는 세계. 별개의 차원으로 구분되던 각 공간이 한 데 뒤섞인다면 당연히 큰 혼란이 뒤따르리라.

어쩌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

“놀랍네요. 왜곡과 관측이 없이 균열을 볼 수 있다니. 신의 사도라서? 아니 사도야말로 이 세상의 규율에 가장 얽매여있는 존재. 더더욱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해야 정상일 텐데. 대체 어떻게 한 거죠?”

흐름을 따라가기가 꽤 벅찼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했다.

   이번에도 내가 이방인이란 사실이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 모양이다.

“뭐가 됐든 변하는 건 없어요. 이미 ‘틈새’는 열렸으니까.”

   “당장 그만 둬···!!”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사악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게 아니에요. 차원을 무너뜨릴 생각도 없어요. 단지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한 ‘길’을 열었을 뿐.”

줄리엣의 표정에선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자책감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곧 있을 만남에 대한 기대 설렘 기쁨과 환희로 적셔져 있었으니.

“웃기지 마. 내가 그런 말에 속아 넘어갈 것 같아?”

   “고집이 세시네요. 그럼 차라리 같이 가는 건 어떤가요?”

   “···뭐?”

당황스러운 제안에 나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그러자 줄리엣은 내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거리곤 말했다.

“당신의 목적도 아버지를 만나는 것 아니었나요?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보면 당신도 알 수밖에 없을 거예요. 아버지는 악인이 아니라 세상을 구하려 했던 영웅이란 사실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라고 거절하려 했으나 생각과 달리 입은 좀처럼 열리질 않았다.

여태까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정보 하나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 프랑켄을 마주할 기회.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이 바로 선택의 순간인 걸까. 내가 맞이할 수밖에 없다던 예정된 운명을 뒤바꿀 마지막 타이밍일까.

‘···여신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속으로 간청해보았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신은 예언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던가. 결국 나 스스로 결정해야만 했다.

한참을 고민한 뒤 마침내 선택을 내리고 그녀에게 대답했다.

“좋아. 따라가겠어.”

   “현명한 선택이에요. 분명 아버지도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실 테니까요.”

줄리엣은 나와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음에도 내게 딱히 악감정을 갖진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몇 번이나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 걸로 모자라 쌀쌀한 태도로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대하긴커녕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프랑켄과의 대화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그녀가 가운데서 중재자 역할을 해줄지도 모른다. 물론 직접 만나보기 전까진 어떨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부디 잘 선택한 것이길 바라보는 수밖에.

균열은 어느샌가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커진 상태였다.

“···저거 계속 커지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 능력으론 이 정도가 한계예요. 이보다 더 큰 균열은 드래곤이 와도 못 만들걸요.”

차원의 틈새 너머는 식별할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광활한 우주 공간이 바닷속처럼 물결치는 느낌이랄까.

“안에 들어갈 수 있긴 한 거야?”

   “저건 말하자면 장막이에요. 보기에만 막혀있어 보일 뿐 이미 균열을 통해 공간이 이어졌으니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면 될 거예요.”

그녀는 제 말을 증명하겠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가 틈새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정말 아무런 막힘도 없이 장막을 통과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줄리엣.

저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뒤로 미룰 수는 없었기에 억지로 발을 떼 한 걸음씩 움직였다.

바로 앞에 멈춰 손을 슬쩍 내밀어보자 아무 저항감 없이 장막 너머로 통과해버리는 신기한 광경에 순간 감탄이 새어 나왔다.

아니 놀라고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

혹여나 먼저 넘어간 줄리엣을 놓칠세라 서둘러 따라 들어갔다. 굉장히 기묘한 감각에 온 전신을 훑고 지나간 다음 눈을 떠 보니 내가 서 있는 공간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모해 있었다.

“···여긴.”

다만 외계나 천국 저승처럼 판타지적인 풍경은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과 별다른 것 없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실내 공간이었다.

따뜻한 벽난로의 온기가 지하 동굴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몸을 데워주었다.

   또 향긋한 커피 냄새가 마음을 부드럽게 안정시키며 긴장이 풀어져 갔다.

주변을 둘러보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삶의 흔적.

   이곳은 누군가의 안식처이자 보금자리였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안락한 공간. 차원의 균열 너머에 이런 장소가 있다고?

“어서 와.”

그때 갑자기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창가에 몸을 기댄 채 바깥 풍경을 감상 중인 한 사내가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 살짝 구부정한 허리.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연륜까지.

   뒷모습만 보더라도 목소리의 주인이 노인이란 것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줄리엣의 말대로라면 이곳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여정의 목적지.

즉 지금 내 앞에 있는 노인이 바로 프랑켄 박사라는 건가···?

설마 그가 이렇게까지 늙었을 줄이야. 어째선지 내 머릿속에서 프랑켄의 이미지는 젊은 청년으로 고정되어 있었단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물론 지금은 그의 나이대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프랑켄 박사야?”

   “흐흐···.”

대답 대신 갑자기 혼자 실소를 터뜨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뭐가 그리 웃기지?”

   “그냥. 너한테 그런 질문을 받는 게 웃겨서 말이야. 불쾌했다면 사과할게.”

   “······.”

얘기를 나눌수록 기묘한 위화감이 진해졌다.

   노인치고는 말투가 너무 가볍지 않나? 애초에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건가?

“대답해주자면 맞아. 내가 바로 프랑켄이야.”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순순히 인정했다.

마침내 그토록 고대하던 프랑켄과 마주했지만 막상 그를 만나니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함이 앞섰다.

“···줄리엣은 어디 갔지? 나보다 앞서서 여기 왔을 텐데.”

이곳엔 현재 나와 프랑켄 단 둘뿐이었다.

   먼저 틈새를 넘어갔던 줄리엣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 물음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인 노인은 창밖을 계속 응시한 채 천천히 대답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

   “어디냐니 차원의 균열을 넘어왔으니까···. 다른 세상이겠지.”

   “차원의 균열이라.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넘은 건 시공간의 틈이야. 그리고 이곳은 시간의 틈새이지.”

시간의 틈새···?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가정집 내부로 보이는데.

“창밖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이리로 와.”

자신이 서 있던 창가 자리를 비켜주는 노인.

   살짝 긴장하면서도 그에게 딱히 적대심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펼쳐진 바깥 풍경에 나는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포근하고 아늑했던 내부와 전혀 다른 비현실적인 세계. 허공에 시곗바늘과 태엽이 떠다니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해 잘못 착각할 수 없었다.

“시계탑···.”

   “맞아. 여긴 시계탑 안이야.”

거울 세계 속 하양이가 머무는 시계탑의 내부에서 보았던 몽환적인 풍경이 이곳에서 똑같이 펼쳐져 있었다.

지금 내가 있던 실내 공간은 평범한 가정집이 아니라 시계탑 안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하양이가 말한 프랑켄을 만났다던 장소가 시계탑이었다는 얘기가 바로 여기를 가리키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애초에 현실에선 아무리 시계탑을 뒤져도 프랑켄을 만나는 건 불가능했으리라.

“이곳은 시간의 틈새. 이곳에선 모든 시간선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어.”

   “그게 무슨···.”

   “너에겐 1초 전에 앞서간 줄리엣이겠지만 나는 100년 전에 이미 그녀를 만났을 수도 100년 후에야 그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궤변이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으니까. 미래에서 과거로 간다는 건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행위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군. 물론 일반인에겐 불가능한 일이지.”

그 순간 불현듯 모든 것을 깨닫고 말았다.

   여태까지 품어왔던 모든 의문과 수수께끼가 답지를 베껴본 것처럼 한번에 풀렸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해. 이 세상의 모든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마침내 난 창밖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프랑켄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제대로 바라보는구나.”

그곳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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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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