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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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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5

틀림없었다.

노인이 되었다고 해도 나 자신의 얼굴을 못 알아볼 리 없었으니까.

아니 그가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계속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야 늙어버린 나와 마주 보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으니.

솔직히 지금 이렇게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에도 도저히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말했잖아. 이곳에선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하다고.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거지.”

고작 그런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정말로 프랑켄의 정체가 미래의 나였다면 결국 내가 지금껏 겪어온 모든 사건을 설계한 원흉도 바로 나 자신이란 말이 아닌가?

“혼란스럽겠지.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아무것도 모른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알아듣게 설명해!”

분명 눈앞에 있는 노인은 내가 맞다.

   그런데···. 마치 다른 사람처럼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나 저 눈빛.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를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마주할수록 숨이 가빠질 만큼 기묘한 압박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재촉할 필요 없어. 어차피 이곳에서의 시간은 영원하니까.”

   “···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 있었던 거야?”

내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 이곳에서 ‘얼마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중첩되어있는 공간. 나는 우주가 탄생하던 순간부터 이곳에 있었고 앞으로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이곳에 있겠지.”

그딴 말도 안 되는 궤변.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잖아.

“넌 미래의 나잖아.”

   “그래.”

   “그렇다는 건 내가 언젠가 이곳에 들어가게 된다는 뜻 아니야? 미래의 내가 어떤 이유로인가 프랑켄이란 이름으로 과거에 돌아가 모든 일을 계획한 거잖아!”

프랑켄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 질문을 무시한 채 본인이 할 말만 내뱉었다.

“이곳은 바깥 세계와 단절되어있어 영향을 주지 못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는 정도뿐이지.”

   “내 질문에 대답해···!!”

   “그게 내 대답이야. 왜 이곳에 있냐고 물었잖아? 내가 이곳에서 영원을 지낸 이유는 오직 하나 너와 만나기 위해서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니···.

도대체 나는 미래에 무슨 일을 겪었던 거지?

   어떤 사건을 겪었길래 저런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단 말인가.

“전부 보여줄게.”

   “보여준다니 뭐를?”

   “네가 궁금해하는 모든 걸.”

그렇게 말하며 프랑켄은 창밖을 가리켰다.

“이곳에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세상의 모든 역사를 관측할 수 있어. 내가 창밖을 감상했던 이유지.”

   “···그런 게 가능하다고?”

말이 안 되잖아.

   그럼 알고 싶은 정보가 있을 때 그냥 이곳에 들어와서 전부 보고 나가면 된다고?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조건 없이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그건 불가능해.”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대뜸 부정하는 프랑켄.

“그 어떤 존재든 시간의 지배 아래 묶여있어. 이곳이 시간의 흐름이 닿지 않는 틈새인 것과 별개로 아무도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없다는 거야. 3차원의 존재는 4차원을 인식할 수 없으니까.”

그제야 나는 이 공간의 진의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였다.

“그래. 오로지 우리만이 가능한 거야. 세상의 법칙을 무시하는 우리만이.”

처음 기관장에게 똑같은 얘기를 들었을 땐 단순히 예언을 피할 수 있는 희망 정도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야 ‘가능성’이라는 특성이 얼마나 놀라운 잠재력을 가졌는지 진정 깨닫게 되었다. 시간의 틈새를 이용한다면 가능성은 ‘전지’로 발전된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맞닿아있는 힘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어쩌면 신보다도 더 위대한 존재로···.

“착각하지 마.”

그때 흠칫 놀랄 만큼 싸늘한 프랑켄의 목소리가 내 상념을 깨트렸다.

“이건 축복이 아니야. 저주이면서 우리에게 매어진 족쇄다.”

내가 멍하니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 넌 처음이니 관측이 꽤 힘들 거야. 내가 주도할 테니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면 돼.”

이젠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프랑켄을 따라 관측하고 나면 전부 알 수 있는 걸까.

부디 그렇기를 바라며 나는 그의 옆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

 

   “···뭐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허둥지둥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서 있는 프랑켄이 보였다.

“순간 이동한 건가?”

   “아니. 우리는 계속 시계탑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 단지 네가 관측에 너무 몰입하면서 그 공간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뿐이야.”

   “그런 것까지 가능하다니···.”

   “조심하는 게 좋아. 그 이상 몰입해버리면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고 그 시간선에 평생 갇혀있게 될 수도 있거든.”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이는 경고였다.

   너무 몰입하면 위험하다고 했으니 최대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게 최선이려나.

“그래서 여긴 어딘데?”

   “모든 일의 시작.”

그 말과 동시에 어둠으로 가득하던 공간이 서서히 밝아지며 마치 무대가 펼쳐지듯 지형지물이 생겨났다.

“···신전?”

돌로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과 조각상들 고풍스러우면서도 고전적인 양식은 보자마자 고대의 신전을 떠올리게 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서 있는 신전이 하늘 위에 떠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누군가가 무대에 등장했다.

   전체적으로 새하얗다는 인상이 먼저 떠오르는 순결한 여인.

그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하양이···?”

아니었다. 분위기나 인상이 꽤 비슷하긴 했지만 앳된 느낌인 하양이에 비해 더 성숙하면서 고결한 기품이 흘러넘치는 존재.

그녀는 시간의 여신이었다.

   이곳은 단순히 신도들이 숭배를 위해 지은 땅의 신전이 아니라 신들이 살아가는 하늘 위의 신전.

그때 우리의 앞을 지나쳐가던 여신이 우뚝 걸음을 멈춰 세우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이쪽을 정확히 응시하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거기 누구시죠?”

내가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자 옆에 있던 프랑켄이 안심시켜주었다.

“진정해. 우리를 실제로 본 게 아니야.”

   “그럼···?”

   “시간선 너머로 우리가 과거를 보고 있단 걸 눈치챈 거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시간’의 여신이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도 시간의 영향을 받는 존재. 어차피 대답해도 듣지 못할 거야. 오히려 대답했다간 더 몰입할 뿐이니 그냥 무시해.”

그 말을 듣고 억지로 무시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제 신도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못 볼 리 없을 텐데···. 대체 누구시길래 시간선을 벗어나신 거죠?”

   “···만약 대답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잊지 마.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미 일어난 과거를 돌아보고 있는 것뿐이야. 그녀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조차 전부 지난 과거에 불과해.”

입을 열어봤자 나만 손해라는 건가.

   여전히 상식적으론 납득하기 힘든 개념이었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여신의 물음을 무시하였다.

그럼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시간의 여신.

   오묘한 대치가 한동안 이어지던 찰나 또 다른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터나. 여기서 뭐 하니?”

흑단처럼 고운 머리카락과 창백에 가까운 새하얀 피부.

   보석과 같이 붉게 빛나는 눈동자와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듯한 검은 드레스까지.

한눈에 보자마자 그녀가 누군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인연을 어떻게 몰라볼 수 있겠는가.

“···여신님.”

이런 곳에서 여신님의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상상했던 이미지와 비슷하면서도 생각보다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무심코 넋을 잃고 말았다.

“아 언니. 그게···.”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좋으니까 얼른 가자. 시간이 별로 없단다.”

이터나라 불린 시간의 여신은 언니의 재촉에 내 쪽을 힐끗거리다 마지못해 그녀를 따라 서서히 멀어져갔다.

두 여신은 자매지만 어떤 이유로인가 서로 다투게 되면서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이가 좋은 걸 보니 아직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모양이다.

어쩌면 프랑켄이 말했던 ‘모든 것의 시작’이 저 둘과 관련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둘을 뒤따라 신전의 안쪽으로 가까이 들어갔다.

   두 자매 여신은 뭘 하려고 하는 걸까? 시간이 없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발걸음이 멈춘 곳은 신전 내에서도 상당히 비밀스러워 보이는 공간에서였다.

그곳까지 다다르자 이터나는 불안감이 치솟았는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그런데 언니. 정말로 할 거야?”

   “너도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단다.”

   “그건 그렇지만···.”

   “무서우면 돌아가도 돼. 나 혼자라도 갈 테니.”

결국 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한 건지 포기하고 받아들인 듯했다.

   여신님은 방의 가장 안쪽 구석에 있는 낡은 문짝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두근거리는구나. 과연 중간계는 어떤 곳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여신님의 차례가 온 걸까용..?

치타가 등장하고 만 걸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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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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