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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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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8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와 별개로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내게 혼잣말을 건네며 마음을 정리한 이터나는 그대로 여신님에게로 향했다.

   이번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달이 뜨자마자 문을 통해 땅으로 내려가는 두 여신.

“의외구나. 솔직히 너는 처음 한 번만 따라오고 그다음부터는 사양할 줄 알았는데.”

   “···언니만 혼자 내려보냈다가 무슨 사고라도 치면 어떡해. 내가 따라가서 감시해야지.”

궁색한 변명에도 여신님은 쿡쿡대며 웃을 뿐 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터나는 숲속 오두막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반면 인간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여신님은 오두막의 존재를 눈치챈다면 숲속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겠지.

그러니 시간의 여신은 자연스레 어제와 같은 상황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언니는 어떻게 할 거야? 어제처럼 누워서 잠자기?”

   “음. 글쎄···.”

   “나는 숲속에 들어갈까 하는데.”

   “또 들어가려고? 어제 전부 둘러본 거 아니었니?”

   “동물들이랑 같이 산책하는 게 생각보다 좋았거든.”

동생의 완곡한 부탁에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언니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원래는 다른 지역을 돌아볼까 생각했었는데 네가 그러고 싶다면야 여기도 밤하늘을 올려다보기엔 좋은 장소니까.”

   “고마워.”

   “난 이 들판에서 쉬고 있을 테니까 시간 맞춰서 너무 늦지 않게 오렴.”

   “응! 그럼 갔다 올게!”

결국 이터나가 바라던 대로 혼자서 숲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는 자명했다. 어제 내가 겪었던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가 이터나와 관련되어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칠흑 같은 어둠. 빛나는 하얀 여우. 익숙한 배경의 오두막.

그리고 프랑켄의 의미심장한 말.

‘네가 이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있다고 생각해?’

“······.”

이 모든 것들에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가 정말로 무수한 시간 동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왔기 때문인 건가?

지금 내가 느끼는 의문조차 처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프랑켄은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어차피 이야기를 전부 보고 나면 다 이해하게 될 테니.

정말 그 말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터나의 뒤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음. 어디로 가야 하더라···?”

그녀는 거침없이 쭉쭉 나아가다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서서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망설이지 않고 진격하길래 당연히 길을 아는 줄 알았는데 여신치곤 너무 어리숙한 행동 아닌가?

이미 상당히 깊게 들어왔기에 지금 와서 되돌아가기엔 늦었다.

   설상가상 어제처럼 숲은 빠르게 달빛을 먹어 삼키며 주변을 암흑으로 물들여갔다.

그러면 혹시 그 아이도 똑같이 등장하는 건가···?

“빛? 여우?”

정말 그랬다. 어둠을 밝히며 불쑥 나타난 조그마한 여우.

   깜찍한 외형에 바로 매료되어버린 건지 이터나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귀여운 꼬마 여우구나. 어디 가고 있었던 거니?”

우연히 모습을 드러냈다기엔 꽤 공교로운 타이밍. 게다가 어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음을 생각해보면 이 여우는 어둠을 뚫고 나가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인 게 아닐까.

다만 시간의 여신은 지금 사태에 아무런 위기의식도 못 느끼는지 어둠 속을 빠져나가려 하긴커녕 여우를 쓰다듬어주기에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후후. 너도 내가 좋니?”

삐이-.

귀여운 울음과 함께 이터나에게 몸을 비비적거리는 여우.

   그 애교에 결국 완전히 함락당한 듯 그녀는 여우를 품으로 꼭 껴안으며 털에 얼굴을 파묻었다.

“저기 나랑 같이 가서 살지 않을래? 내 권속이 되는 건 어때?”

삐이-.

“···그래. 네 집은 여기니까 떠나긴 힘들겠지.”

여우의 말을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그냥 혼자 적당히 대화하는 건지.

   여신이니만큼 전자일 거라고 믿긴 하겠지만 아까의 모습을 생각하면 후자일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아 보였다.

“그럼 이름이라도 지어줘야겠어. 너도 좋지?”

삐이-.

“어디 보자. 어떤 이름이 좋을까?”

여우를 섬세하게 관찰하며 이름을 고민하던 이터나는 은은한 미소와 함께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넌 털이 참 새하얗구나. 그러니까 하양이는 어떠니?”

삐이-!

‘···하양이?’

심드렁하게 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그 익숙한 이름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이고 말았다.

무슨 그러면 설마 저 여우가···.

시간의 여신의 사도.

   거울 세계에 갇혀있는 하양이가 원래 여우였다고?

충격적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아예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여우가 사람의 모습을 한 거야 신의 권속이니만큼 겉모습을 바꾸는 것 정도는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닐 테니까.

다만 그보다 더 이상한 점은 따로 있었다.

분명 하양이란 이름은 내가 지어주었을 텐데 이 이야기대로라면 이미 몇천 년 전에 이터나가 하양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얘기지 않는가.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공교롭다.

   하지만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면 수천 년 뒤 미래에 살던 내가 무슨 수로 하양이의 이름을 알고 그 이름을 똑같이 지어준단 말인가.

‘이 틈새 속에서 시간의 흐름은 무의미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모든 시간선이 동시에 존재하며 중첩되어있는 거야.’

프랑켄의 목소리가 속삭임이 되어 내 귓가를 타고 흘러왔다.

   아니 이건 내 목소리인가? 프랑켄이 미래의 나라면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 틈새에서 프랑켄과 나의 차이점은 뭐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정신이 이해하지 말라며 억지로 밀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삐이-!

그때 하양이의 청량한 울음이 내 어지럽던 상념을 깨트려주었다.

“응? 따라오라고?”

이터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하양이를 땅에 내려다 주었다.

   그러자 곧바로 저 앞까지 달려가 뒤돌아보는 하얀 여우.

그를 뒤쫓자 얼마 후 목적지였던 오두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내해준 거야? 후후. 고마워.”

얌전히 쓰다듬을 받던 하양이는 이내 오두막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곳에는 한 소년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응? 너 또 어딜 갔다가 이제야···.”

여우를 친근한 태도로 대하던 소년은 뒤늦게 앞에 서 있는 이터나의 존재를 눈치챘다.

“···여자? 누 누구세요?”

그녀는 이렇게 갑작스레 인간과 마주칠 줄은 몰랐는지 살짝 당황하다 재빨리 진정하고 적당한 변명을 던졌다.

“그 길을 잃었어요.”

“어···. 한밤중에 이런 깊은 숲속에서 길을요···?”

본인도 내뱉고 나서 너무 허접한 핑계라고 생각했는지 시선을 피하며 부끄러워했지만 의외로 소년은 그녀의 변명을 순순히 믿어주었다.

“다행이네요. 이 숲엔 들짐승들이 많아서 혼자 돌아다니시면 위험 하거든요.”

   “그런데 이 오두막은 뭔가요?”

   “제 아버지가 직접 지은 산장이에요. 아버지가 사냥꾼이셔서 깊은 구역까지 들어가서 사냥하실 땐 여기를 거점으로 활용하시거든요.”

그녀는 소년이 들려주는 얘기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고 있었다.

“이 밤중에도 사냥하시는 건가요?”

   “아 지금은···. 저 혼자 몰래 온 거예요.”

   “어째서요?”

   “이 아이한테 밥을 주려고요. 며칠 전에 처음 만났는데 어미한테 버림받은 건지 새끼인데도 혼자 다니더라고요. 왠지 걱정되어서···.”

하양이는 소년의 손길을 거부하긴커녕 이터나보다 더 잘 따르고 있었다.

“혼자 다니기엔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하하···. 그래도 이 산장 주변은 괜찮아요. 아버지가 짐승들이 싫어하는 냄새를 곳곳에 뿌려뒀거든요.”

   “흐음. 아버지께선 노련한 실력자인가 보네요.”

   “그럼요! 저도 아버지한테 사냥 기술을 배워서 뛰어난 사냥꾼이 될 거예요!”

만난 지 불과 몇 분 만에 둘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간에게 흥미를 품고 있던 이터나는 소년을 통해 호기심을 해소해나갔다. 그러면서 차츰 언니와는 달리 인간을 향해 호의적인 감정을 지니게 되었다.

“그럼 동이 틀 때까지 산장 안에 들어가 있을까요?”

소년의 제안에 그녀는 곤란한 표정으로 사양하려 했지만.

“안에 차랑 쿠키도 있어요.”

   “···쿠키요?”

   “네. 엄청 달콤하고 맛있어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인간의 음식에 강렬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 소년을 뒤따라 산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터나의 표정에는 낯선 이를 향한 경계심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향한 탐구심과 설렘만이 녹아들어 있었다.

산장 안으로 들어가는 둘을 뒤따르던 하양이는 잠시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혼자 덩그러니 서서 지금까지의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던 내게 따라 들어오지 않는 거냐고 묻는 것처럼.

오두막 안에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말소리와 웃음소리.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질 만큼 크나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 소년···.

   분명 처음 봐야 정상인 수천 년 전 고대 사람인 소년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바로 나였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얀 여우(하양이)는 사실 아주 극초반부터 등장했었답니당!

엄청 놀랐죵?? 아님 말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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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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