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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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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9

저 소년은 나였다.

보자마자 단번에 확신할 수 있었다.

   옷차림도 전혀 다르고 나이대도 훨씬 어렸지만 절대로 착각할 수 없는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은 수천 년 전 과거의 이야기니까.

이미 전부 일어났던 사건. 즉 관찰자인 내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똑같은 처지인 프랑켄 또한 마찬가지겠지.

즉 프랑켄이 장난질을 쳐놓은 것도 아닐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면 왜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숲속에서 시간의 여신과 마주치고 있는가?

   애초에 저 소년이 정말로 내가 맞긴 한 건가?

나는 혼란에 휩싸인 채 오두막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곳에선 두 남녀가 마주 앉은 채 화기애애하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소년이 신나서 떠들면 이터나가 웃으며 그 얘기를 들어주는 형식으로.

둘 사이의 거리감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마치 달콤한 꿈속의 한 장면처럼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

그것은 이터나의 시점이었다.

   줄곧 지켜보기만 했던 땅으로 내려와 겪는 낯선 경험. 그 끝에서 마주친 한 평범한 소년.

인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은 소년에게 옮겨가 관심과 호감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여신은 소년을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꼭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숲속 동물들에게 애정을 느낀 것처럼 창조자로서 피조물에 애착을 품는 것도 사실이었다. 또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동등한 지성체로서 순수한 이끌림을 느끼는 것도 맞았다.

그 마음을 딱 잘라 분류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이터나가 소년을 마음에 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한 가지 감정을 느꼈다.

   바로 슬픔이었다.

어째선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둘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볼수록 내 마음은 슬퍼져 갔다.

   마치 애처로운 비극을 감상하는 관객이 된 것처럼. 혹은 정해진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한부의 연인처럼.

서서히 달은 기울고 조금씩 여명이 드리울 때까지 둘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뒤늦게 동이 트고 있음을 깨달은 이터나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러세요?”

   “···가봐야 해요.”

   “네? 어디로요?”

갑작스러운 통보에 소년은 다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늦으면 걱정할 거예요.”

   “···또 볼 수 있을까요?”

소년이 애처롭게 묻자 이터나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이 인연이 계속 이어져봤자 둘 모두에게 전혀 좋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기에.

만약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소년은 어떻게 반응할까.

글쎄. 어떻게 하든 신과 인간은 동등해질 수 없다.

   인간이 조각상과 사랑을 나눌 수 없는 것처럼 창조주인 신이 피조물인 인간과 함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터나는 소년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소년과의 인연을 여기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밤에 다시 찾아올게요.”

“···네. 기다릴게요!”

여신이 떠나고 혼자가 된 소년은 여우를 품에 안은 채 창가로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조금씩 소년의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여인을 향한 동경과 경외심. 그사이에 피어난 자그마한 연정.

함께한 순간은 막연한 환상 같아 손을 뻗어 쥐려 하면 아지랑이가 되어 흩어질 것만 같은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던 여인.

하지만 소년은 애써 불안감을 지워내며 생각했다.

‘다시 돌아온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러니 기다리자.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

 

   이터나는 헐레벌떡 숲을 빠져나와 들판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언니는 숲 입구에서 팔짱을 낀 채 엄한 표정으로 동생을 꾸짖었다.

“너무 늦었잖니. 하마터면 동이 틀 뻔했단다.”

   “미안해···.”

   “후우.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자.”

그렇게 하늘 신전으로 아슬아슬하게 되돌아가자마자 밤의 여신은 본격적인 추궁을 시작했다.

“그래서 대체 뭘 하느라 그렇게 오랫동안 숲속에 틀어박혀 있었던 거니?”

   “그게···.”

하지만 이터나는 차마 언니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 없었다.

   인간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그녀라면 소년의 존재를 알려봤자 순순히 넘어가 줄 리 없으니까.

최소 외출 금지는 확정이며 최악의 경우 소년에게 해코지할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적당한 변명을 둘러대는 수밖에.

“···너무 귀여운 여우가 있어서. 그 아이랑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 하하···.”

   “흠. 여우···?”

이터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언니의 눈치를 살폈다.

밤의 여신이자 거짓의 여신이기도 한 그녀는 상대의 말에서 거짓을 판별할 수 있었다.

   동생인 이터나도 그 사실을 알기에 작은 꼼수를 부렸다.

말장난 같긴 해도 그녀의 핑계는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다.

   실제로 숲속에 귀여운 여우를 따라가서 함께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니까. 다만 그사이에 훨씬 중요한 진실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긴 하지만.

결국 밤의 여신은 동생의 거짓말을 믿은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속아 넘어 가준 건지 몰라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그럼 오늘 숲속에 또 가고 싶다 했던 이유도?”

   “응···.”

   “설마 내일도 갈 생각이니?”

이터나는 우물쭈물하며 나지막이 물었다.

“안 될까···?”

   “처음 땅에 내려가자고 한 사람은 나였을 텐데 왜 입장이 바뀐 것 같을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동생의 어리광을 들어주었다.

“알겠어. 너도 내 억지를 한번 들어줬으니까. 나도 그럴 차례인 거겠지.”

   “고마워! 역시 언니밖에 없어!”

   “대신 내일이 마지막이야.”

덤덤히 내려지는 선포에 이터나는 각오했음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위험하다는 거 알지? 자칫 인간이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응. 나도 알아. 언니 말대로 할게.”

내일이 마지막이다.

   그렇게 될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제 다시는 소년을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울적해졌다.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터덜터덜 돌아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밤의 여신은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이터나···.”

그 뒤 이터나는 한동안 신전을 돌아다녔다.

   최근 허공에서 느껴지던 시간선 너머의 시선을 찾아다녔지만 오늘은 왠지 아무리 둘러봐도 시선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답답한 심정을 어디엔가 토로하고 싶은데. 왜 하필 필요한 순간에는 사라져 버린 건지.

이터나는 알지 못했다.

   그 허공의 시선은 지금 숲속 오두막에 남아 그녀가 되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

 

   얼마나 기다렸을까.

   세상을 밝히던 태양이 모습을 숨기고 하늘에 그림자가 드리워 밤이 찾아왔을 때.

간절히 기다리던 여인이 마침내 저 멀리서부터 이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약속을 어기지 않고 돌아왔음에 나는 기뻐하며 앞으로 달려가 그녀를 마중했다.

“돌아오셨네요!”

   “약속했으니까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얼굴을 보자 내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렸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감각이었다.

숲 안쪽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언제나 지루한 권태의 반복이었다.

   유일하게 두근거리는 거라곤 아빠를 따라 이 숲속에 들어올 때뿐이었다.

그래서 여태까진 사냥꾼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숲 건너에서 찾아올 손님.

   바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내 심장은 숲속에 들어올 때마다 항상 두근거렸던 걸지도 몰라.

사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었다.

대체 숲 건너 어디서 온 건지.

   기다린다는 일행이 누구인지.

   왜 밤중에만 이 숲에 찾아올 수 있는지.

하다못해 그녀의 이름마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좋았다. 단순히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내 시답잖은 얘기에도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웃어주는 그 상냥함이 기뻤다. 온갖 비밀로 꽁꽁 둘러 싸맸는데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만큼은 진심을 담아준 그 솔직함이 설렜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아무리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줘도 웃긴 농담을 던져도 그녀는 내 말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그 시선에는 슬픔과 안타까움만이 가득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왜 그러세요?”

   “···네?”

   “슬퍼 보여요.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내 질문에 살짝 놀란 그녀는 이윽고 한참을 망설이다 작게 대답했다.

“오늘이 끝이에요. 아마 이후론 영영···. 만나지 못할 거예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래. 사실 마음 한편으론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언제라도 떠나버릴 연기 같은 사람이란 것을. 이 행복한 기억은 결국 한순간의 추억으로만 남아 영원히 그리워하게 되리란 것도.

전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헤어져선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작별의 순간은 이보다 아름다워야 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저는.”

그녀가 뭔가를 말하려 했으나 일부러 끊어버렸다.

   듣고 싶지 않았다. 무슨 말이든 간에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

“같이 가요.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거든요.”

손을 내밀며 가만히 기다리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내 손을 잡고 일어섰다.

우리는 곧장 오두막을 뛰쳐나와 급히 달려갔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달려가는 도중 어째선지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러왔다.

   마치 스컹크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금 늦어버렸어용..!!

하지만 열심히 썼으니까 봐주세용..

그리고 김켈투자드님!!!

50코인 후원 넘무넘무 감사드립니당~~!!!

아주 멋있는 이름인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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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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