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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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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1

“하아···.”

여신의 깊은 한숨 소리가 오두막 안의 침묵을 깨트렸다.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 끝엔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소년과 그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동생이 있었다.

“이터나.”

언니의 부름에 대답조차 하지 않는 시간의 여신.

   그에 작게 인상을 찌푸린 여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해가 떴어. 그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우리가 땅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대는 밤뿐이니까.”

두 자매가 땅에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그녀가 밤과 거짓의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여신의 전능 아래 밤에는 다른 신들조차 속일 수 있기에. 신계에서 금기로 여겨지던 강림을 들키지 않고 몰래 시도할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밤이 저물고 아침이 밝아오면 여신의 전능도 힘을 잃는다.

   아마 곧 있으면 그녀들이 신전에서 사라졌다는 걸 다른 신들도 눈치채게 되리라.

게다가 해가 떠오른 이후부턴 이 땅을 태양신이 굽어살피기 시작한다.

   지금은 햇빛이 닿지 않는 실내로 피신했으니 당장 위치를 들키진 않았겠지만···. 만에 하나 그녀들이 인간과 접촉했단 사실을 태양신에게 걸리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차선책이 있다면 어떻게든 태양신의 눈을 피해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신전으로 돌아가 하루 동안의 공백을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뿐.

물론 그렇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볍게 넘어가긴 힘들겠지만 땅에 내려가 인간과 접촉했단 사실을 들키는 것보단 훨씬 낫다.

인간과의 접촉은 최악의 경우 신격을 봉인 당하거나 중간계로 영원히 내쫓겨질지도 모르는 심각한 중죄였으니까.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제일 큰 위험 요소는 확실히 제거해야만 했다.

“비켜. 그 남자의 기억을 지울 거야.”

거짓의 여신인 그녀에게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는 일이야 아주 쉬운 일이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이터나가 남자의 곁에서 비켜나지 않는다는 것뿐.

   오히려 그녀는 언니에게서 소년을 지키듯 그사이를 틀어막아 버렸다.

“뭐 하는 짓이야.”

   “···이 아이는 나한테 외면당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호수에 뛰어들었어.”

이터나는 슬픈 눈빛으로 소년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겠어···?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없던 일로 하라니 이 아이에게 그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을 거야.”

하루아침에 돌변한 동생의 태도에 여신은 울화가 치밀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고작 인간 따위를 걱정하다니. 이쯤 되니 순수했던 동생이 사악한 인간의 간계에 빠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괴로움을 느낄 리 없잖아! 어차피 기억을 잃으면 너에 대한 존재 자체를 잊어버릴 테니까!!”

“하지만···. 그런다고 과거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야. 설령 언니의 거짓으로 덮어 쓰이더라도 과거 함께 했던 시간은 절대 지워지지 않아.”

“그래서. 기억을 없애지 말아 달라고?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오히려 더 고통스러워질 뿐이야. 너와 함께한 추억이 저 녀석을 파멸로 몰고 갈 거라고!”

신과 마주한 인간. 그 사실이 다른 신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자신들은 둘째치고 한낱 인간에 불과한 소년은 신들의 분노를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

“이터나. 네가 정말 저 소년을 위한다면 기억을 없애줘야 해.”

   “······.”

입술을 꽉 깨물며 소년을 내려다보던 이터나가 잠시 후 고개를 들며 언니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해.”

 

   ***

 

   천천히 눈을 뜨자 익숙한 목제 천장이 보였다.

‘여기는···. 오두막인가?’

내가 어쩌다 여기서 잠들었지?

   몽롱한 정신을 억지로 일깨워 마지막 기억을 되짚어 보았으나 이상하게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괴도 레이븐이라 불러 줘.’

게다가 꿈속에서 마주했던 이상한 옷차림의 사내까지 뒤섞여 어디까지가 꿈이었고 현실이었는지조차 또렷하게 구별하기 힘들었다.

‘으···. 생각하자. 생각.’

한참 머리를 잡고 끙끙대니 서서히 돌아오는 기억.

   그래. 분명 여우가 걱정되어 밤중에 숲속으로 들어왔다가···.

거기서 한 여인을 마주쳤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 뇌쇄적인 눈빛을 가진 신비로운 인상의 여인.

   마치 현실이 아니라 동화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그야말로 여신 같은 미모를 가진 자였다.

“깨어났구나. 정신이 드니?”

그때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그리로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쓰러지길래 깜짝 놀랐단다.”

“제가···. 그랬었나요?”

뭔가 굉장히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천천히 되짚어 봐도 분명 기억에 빈틈은 없었다.

“다행히 큰 이상이 있는 것 같진 않았으니 너무 피곤해서 쓰러진 것뿐일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렴.”

“네. 감사합니다.”

자상한 사람이구나. 그나저나 얼굴이 너무 예뻐서 시선을 마주보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은 느낌이라 똑바로 마주하면 굉장히 위축될 것만 같았다.

괜히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다 문 앞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새끼 여우를 발견했다.

“아!”

어디 갔나 걱정했는데 내가 잠들었던 동안 쭉 곁에 있어 준 모양이다.

   그 사실이 고마워 손을 내밀며 녀석을 부르자 잠시 머뭇거리던 여우는 이내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아들이는 여우.

“날 두고 떠나지 않았구나. 고마워. 하양아.”

뭐랄까.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하양이는 내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심지어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슬퍼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응? 그러고 보니 하양이라니.

   내가 이 아이한테 그런 이름을 지어줬었던가?

그 순간 무언가 어렴풋하게 떠오르려던 찰나.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오늘 하루만 여기서 신세 져도 괜찮겠니?”

“여기서요···?”

“응.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오늘 밤까지 머물 곳이 필요하거든.”

“아 네! 당연히 가능하죠! 아버지는 고기를 팔러 도시로 가셔서 이틀 후에 돌아오시거든요. 그동안 이 오두막은 비어있으니까 마음껏 사용하셔도 돼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친절을 받아들일게. 정말 고맙단다.”

오히려 이쪽에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지루한 시골 마을에선 절대 만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

   심지어 옷차림이나 어투 풍기는 분위기로 보았을 때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특별한 신분의 여식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런 특별한 인연은 생전 처음···.

‘읏. 자꾸 왜 이러지···?’

뭔가 불편한 위화감이 자꾸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한 기분.

   마치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무언가를 깜빡해버린 느낌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왜 그러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니?”

   “아 아니요.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가 봐요. 하하.”

나는 피어오르는 상념을 애써 밀어내며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럼 밤까지 계속 여기에 있으셔야 하는 거네요?”

   “그래. 꼼짝없이 숲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란다.”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답답해 보이고 어딘가 언짢은 듯한 기색도 느껴졌다.

“그럼 제가 재밌는 얘기라도 해드릴까요?”

   “재밌는 얘기?”

   “음. 제가 처음 아버지를 따라 숲속에 들어갔을 때인데···.”

자연스럽게 시작된 이야기에 처음에는 턱을 괸 채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던 그녀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흥미를 느끼고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똑같은 일을 겪은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얘기가 흘러나왔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하양이는 옆에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된 거예요. 어때요?”

또 하나의 기나긴 에피소드가 끝났을 때 그녀는 처음과 달리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어딘가 서글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가는구나.”

   “네? 뭐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얼버무린 그녀는 이윽고 나를 빤히 바라보다 대뜸 질문을 던졌다.

“행복한 거짓과 잔혹한 진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뭘 선택하겠느냐?”

   “어···. 좀 갑작스럽네요.”

   “네 생각이 궁금하구나. 진실을 모른 채 거짓을 선택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반면 진실은 너무나 잔혹해 네 삶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게 된다면 넌 무엇을 고르겠느냐?”

굉장히 난해한 질문에 한동안 고민에 잠겼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거짓으로 꾸며진 행복이 진짜 행복일까요? 저는 진실을 선택하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불가능의 영역이다.”

   “가능하다고 믿으면서 살 거예요. 그럼 언젠가 진짜 가능해질지도 모르니까.”

그 순간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터나는 어디 간 걸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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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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