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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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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2

내 대답을 들은 여인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게 네 대답이구나.”

왜 갑자기 그런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걸까?

   의문을 품어보아도 그녀는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아 주제는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다.

그 이후론 아무리 최선을 다해 떠들어봐도 그녀의 신경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나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레 나도 허탈함이 밀려들어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마치 인형을 앉혀두고 말을 거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분명 어젯밤의 그녀는 지금과 달랐었는데 내 얘기에 훨씬 귀 기울여주고 밝게 웃어주었었다.

···아니. 내가 어젯밤에 그녀와 대화를 했었던가?

   그녀를 마주치자마자 바로 기절했던 게 아니었나? 뭔가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처음 마주한 순간 생전 처음 경험하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지금도 눈앞에 앉아있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면 가슴이 뛰는 건 변함없지만 왠지 어젯밤과는 뭔가 다르다는 위화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미묘한 공허함의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제안했다.

“오두막 안에만 있으니 지루하네요. 밖에 나가보지 않겠어요?”

그녀는 내 제안에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잠시 바라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나무들이 빽빽해 나가도 들키진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장소가 있어요.”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꾸나.”

우아하게 몸을 일으킨 그녀가 내 뒤를 따라 오두막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를 계속 지켜보던 하양이도 자연스럽게 일행에 합류했다.

고요한 적막 아래 숲속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던 중 저 앞에서 자그마한 무언가가 수풀 속으로 몸을 던지며 자취를 감추는 찰나를 포착하였다.

“···응?”

그 형체는 아무리 봐도 매우 익숙한 실루엣의 새끼 여우.

   우리를 앞서 달려간 건가 싶어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하양이는 제일 뒤에서 계속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뭐였던 거지?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면 하양이의 형제?

“왜 그러느냐?”

   “어···. 혹시 방금 뭐가 수풀 속으로 뛰어드는지 보셨나요?”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만. 아마 잘못 본 거겠지.”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내가 착각한 게 맞는 모양이다.

   애써 납득하며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옮겨 계속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바로 숲속 중앙의 작은 호숫가였다.

   이곳은 언제 와도 항상 아름다웠다. 지금 같은 한낮은 물론이고 어스름한 달빛이 조명이 되어주는 한밤에도.

“나는 여기에서 구경하마. 햇볕이 꽤 따가울 것 같아서.”

그녀는 호숫가 근처까지 다가가지 않고 나무 그늘 밑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옆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반짝이는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며 얘기를 꺼냈다.

“아름답지 않나요?”

   “그래.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이구나.”

   “참 이상해요. 분명 당신과 이곳을 오는 건 처음일 텐데 어째선지 이 순간을 경험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보다 훨씬 어두웠을 때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마음이 이어진 채로.”

   “너와 나는 어제 처음 만났다. 함께 이 호숫가에 와본 적도 당연히 없어.”

   “맞아요. 저도 그게 사실이란 걸 아는데···.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제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고요.”

그녀를 만난 뒤부터 무언가 이상해졌다.

   게다가 처음 봤을 때부터 평범한 사람에게선 느껴본 적 없는 분위기 인간 같지 않은 특별한 무언가가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그래서 이 호수에 왔다. 여기에 오면 무언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아까 제게 물었었죠. 행복한 거짓과 잔혹한 진실 가운데 뭘 선택하겠냐고.”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전 진실을 원해요.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진실이 저를 어지럽히는 이유라면 당신이 그 진실과 관련되어 있다면···. 부디 알려주세요.”

“후회할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지금의 선택이 네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각오했어요.”

내 흔들림 없는 대답에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어째서지? 그냥 의문을 품지 말고 네게 주어진 거짓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나는 대답했다.

“당신이 불쌍하니까요.”

   “···뭐?”

   “확실히 저는 행복해질지 모르지만 당신은 진실을 알면서도 억지로 거짓을 꾸며내야 하는 거잖아요. 지금도 이렇게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내 대답이 너무나 뜻밖이었는지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 우습구나. 설마 거짓의 어미인 내가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그 누구도 거짓말을 좋아서 하진 않아요.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또는 남이 상처받길 원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하죠. 때때로 거짓이 최선일 수는 있어도 최고일 수는 없어요.”

그녀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응시하며 덤덤하게 얘기했다.

“항상 인간은 모두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적어도 넌 그렇지 않은 것 같구나.”

그렇게 말하며 내게로 향해오는 시선에 처음으로 진실한 감정이 엿보였다.

“하나만 물어보마. 만약 내가 너를 진실하게 대해준다면 너도 내 동생을 대했던 것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겠느냐?”

그 눈동자 속에 가득 차 있는 건 강한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나를 향하는 순수한 열망.

그녀가 언급한 동생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그 누구라도 저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게요.”

   “···좋아. 그럼 진실을 알려줄게.”

부드러운 손길이 내 이마에 살짝 닿음과 동시에 나는 잊고 있던 모든 기억을 떠올려냈다.

 

   ***

 

   “···허억!”

헛숨을 들이키며 정신이 확 깨어났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 보네.”

옆에서 나를 바라보던 프랑켄이 오묘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이곳은 오두막···. 아니 시간의 틈새 속 시계탑.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창밖을 통해 이야기를 관찰하고 있었다.

   하늘 신전도 드넓은 벌판도 깊은 숲속도 오두막도 아름다운 호수조차도.

   내가 실제로 그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창밖을 통해서 관찰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대체 나는 얼마나 몰입했던 거지?

   이터나와 마주친 소년이 나였음을 깨달은 직후부터는 아예 그 소년에게 동화되어 자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단순히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소년의 마음과 생각까지 전부 읽어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진실을.

여신님이 내게 일깨워준 진실은···.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 잔혹했다.

단순히 잊어버렸던 이터나와의 추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이후에 어떤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왜 내 인생이 파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든 시간이 중첩된 이 틈새 속에서 나는 그 순간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드디어 이해했구나.”

내 표정을 본 프랑켄이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얘기했다.

그래. 전부 이해했다.

왜 프랑켄이 이곳에 있는지.

   마도공학 샤론과 줄리엣 하양이의 정체.

   고대의 소년과 두 여신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내 운명의 잔혹한 결말이 무엇인지까지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 덤덤하게 답했다.

“마저 보고 싶어.”

   “이미 전부 이해했는데도?”

   “상당히 몰입해버렸거든. 이야기의 결말을 직접 느끼고 싶어.”

처음에 몰입을 경고하던 때와 달리 지금의 프랑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천천히 즐기다 와. 어차피 이곳에서 시간의 흐름은 무의미하니까.”

그 말을 끝으로 프랑켄의 모습은 천천히 빛무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깨달은 시점에서 틈새 속에서 영원한 시간 동안 나를 기다리던 프랑켄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아차렸으니까.

그건 나 자신이었다.

   미래에서 먼저 온 내가 아니다. 줄리엣을 뒤따라 틈새로 들어옴과 동시에 생겨난 또 다른 나다.

이곳은 시간의 틈새. 과거나 미래는 무의미하기에.

   아직 그 개념을 완벽히 받아들이지 못한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일부러 노인의 모습을 한 채 모든 걸 앞서 경험한 선배처럼 흉내 낸 것뿐이다.

이 시계탑 안에 있던 건 줄곧 나 혼자뿐이었다.

   이미 나는 영겁의 세월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으며 동시에 막 틈새에 들어와 어리바리한 신입이기도 했다.

그 누가 이 기묘함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

   틈새에서 영원을 지내 온 나조차 그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아를 2개로 분리해야 했으니.

그럼 이제 다시 이야기를 관찰할 시간이다.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 또는 평생을 읽고 또 읽은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

나는 다시금 소년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헉! 엄청난 것이에용..!!(사실 이해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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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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