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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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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9

여신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큰 충격에 잠겼다.

그녀가 만들어낸 세상 속에 그녀가 알지도 못하는 미래가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그 이야기에는 이 세상을 만든 목적인 소년이 등장한다.

이걸 우연이라고 치부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흐름을 의도했단 말인가?

아니 지금은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소설 속에서 소년이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알아내야 했으니까.

그녀는 본인이 만든 세상으로 직접 들어가 소설을 처음부터 샅샅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먼 훗날 레이어드란 이름을 가진 소년이 아카데미를 주 무대로 펼쳐지는 흐름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비중이 높은 주·조연 가운데서 소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여신은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소설의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완결이 나지 않아 중간에 툭 끊겨버린 이야기. 언젠가 정말로 현실에 펼쳐질 미래의 역사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 소설 어딘가에 반드시 소년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주인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즉 불확정성이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최대한 꼼꼼하게 사소한 엑스트라의 단 한 컷에 불과한 행적마저 샅샅이 뒤져가며 소설에 매달리기를 한참.

결국 여신은 자신이 기억하는 풋풋했던 소년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그와 별개로 어딘가 수상한 등장인물 하나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기묘한 느낌이었다. 그냥 무심코 넘겨도 될 만큼 매우 적은 분량만 등장하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작중 후반부 시점에 가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기에 독자들은 물론 작가마저 해당 캐릭터를 잊어버린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물론 이 소설에 과연 작가가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하지만 모든 거짓의 어머니인 그녀였기에 매우 사소한 위화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의 흐름에서 굉장히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정말로 이 사내가 소년이란 건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괴리감에 여신은 단 한 발자국만을 남긴 상태에서 정답을 밝혀내기를 주저했다.

그때 여신이 들고 있던 책의 페이지가 제멋대로 넘어가더니 소설 속에 적힌 그의 대사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정답입니다. 여신님.]

여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책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이곳은 그녀가 창조한 가짜 세상 속이다. 하물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지금 그녀가 들고 있는 소설조차 만들어진 가짜.

가짜 속의 가짜가 아무렇지 않게 진짜인 양 말을 걸어온다니.

   모든 기적과 신성의 주인인 신들조차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은···.

[불가능하다···. 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제 능력 앞에서 불가능 따위 없다는 걸 다른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 불확정성의 힘은 불가능조차 가능으로 만드는 무한한 가능성.

   제아무리 상식에 어긋나고 허황된 헛소리도 불확정성 앞에선 전부 무의미해진다.

“···정말로 너니?”

[네. 제가 바로 그 소년입니다.]

여신은 헛숨을 삼키며 애써 진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대체 뭘 물어봐야 할지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아니 왜 그 이야기에 들어가 있는 거니?”

[그야 당연히 여신님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나를 만나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이런 복잡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될 텐데.”

[제가 어떤 과거를 지나 현재에 다다랐는지 모든 이야기를 전부 설명해드리긴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 모든 사건은 해피 엔딩으로 향하기 위한 최선의 수라는 겁니다.]

“···해피 엔딩?”

[네. 저는 욕심쟁이라 이야기의 등장인물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행복해지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멀고도 먼 길을 어떨 땐 목적지의 정반대로 보이는 길로 돌아가면서까지 저는 쭉 걸어왔던 겁니다.]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말을 들으니 어째선지 호숫가에서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주겠다며 당돌하게 말하던 소년이 떠올랐다.

[여신님이 만들어낸 꿈의 차원과 그 안에 있는 이 소설은 없어져선 안 됩니다. 잠든 소년은 꿈속에서 이 소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니까요.]

“···그 누가 지금의 널 보고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너는 나보다도 더욱 전지전능한 신처럼 보이는구나.”

막연한 경외심과 두려움. 그리고 벽으로 나눠진 듯한 거리감.

   소년이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불확정성의 힘을 완전히 통제해 신보다도 위대한 존재의 경지에 다다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여신의 말에 엑스트라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저는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하는 한낱 괴도에 불과합니다.]

“괴도?”

[지금부터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기 위해선 여신님께서 저를 도와주셔야 하니까요.]

여신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대체 왜···.”

새장 안에 갇힌 동생이 서글픈 눈빛으로 손을 뻗으며 그녀를 불렀다.

왜 자신을 배신했는지 묻는 물음에 여신은 사실대로 답할 수 없었다.

   억지로 차가운 얼굴을 꾸며내며 냉랭하게 읊조릴 뿐.

“이럴 수밖에 없으니까.”

이터나를 배신해야 한다. 여신도 그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지만 소년의 얘기를 듣고는 잠자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동생은 그녀가 배신하지 않아도 신들에게 발각되어 붙잡힐 운명이었다.

   그래. 그건 정해진 운명이다. 어떻게든 천년이나 신들의 눈을 피해 숲속에서 기다려왔던 동생이지만 시간의 여신이 언제까지고 자리를 비워선 안 되기에 운명의 수레바퀴가 결정한 피할 수 없는 미래.

숲속을 도망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정해진 운명은 불확정성이 개입하지 않는 한 절대 바뀌지 않는다. 이터나 역시 미래를 관측했다면 자신의 운명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숨어 지내느라 신성을 봉인해두었기에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운명을 바꾸기 위해 잠든 소년을 깨우는 건 너무 위험한 도박 수였다.

   아직 불확정성의 힘을 성장시키지 못한 상태였기에 미래를 바꿀 확률은 기껏해야 0.001%도 되지 않았으리라.

어차피 정해진 미래. 여신은 자신을 악의 근원으로 돌려 동생이 받을 처벌을 조금이라도 낮춰야만 했다. 자의로 땅을 내려와 인간과 사랑에 빠져 천 년간 의무를 저버렸다. 이 사실이 그대로 밝혀지면 신격을 상실하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소멸당할지도 몰랐다.

거기에 더해 이러한 사실을 동생에게 알리지 않고 배신감에 자신을 원망하도록 유도했다.

이후에 소년이 짜둔 계획을 위해서.

   그녀도 계획의 세부 사항을 전부 들은 건 아니지만 간략한 내용만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히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여신으로서 살아온 시간보다 오랫동안 그야말로 영원에 다다르는 세월을 고민해왔던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이것이 과연 정답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시간의 여신이나 운명의 여신조차 불확정성이 개입된 미래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계획을 구상한 소년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여신은 잠든 소년과 하양이를 데리고 숲속을 탈출한 뒤 허탈한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그녀는 곧 신들에게 사로잡힌 뒤 신격을 상실당하고 땅에 유폐되어 스러져 가는 신전에 갇힌 채 오랜 세월 잠들게 될 것이다.

듣기만 해도 정말 처참한 미래였다. 하지만 그 끝에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나름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소년을 깨우고 싶었다. 하지만 불확정성의 능력을 충분히 성장시키고 깨어난 직후 원작의 이야기에 편승해야 하므로 수천 년 동안 계속 잠들어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터나는 신전에 갇혀있고 자신은 신격을 잃어버린 채 산산조각이 되어 잠들어있어야 한다.

그동안 꿈에 빠진 소년을 지킬 존재는 바로 이 녀석.

   동생이 그렇게 아끼고 귀여워하던 하얀 여우에게 맡겨야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신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미리 신성 일부분을 떼어내 구슬 형태로 만들어둔다.

   또한 이터나의 신성을 그대로 흡수한 이 여우에게서도 일부분을 떼어낸다.

각각 시간의 힘과 거짓의 힘이 깃든 이 구슬.

   이것들은 훗날 자신들을 본떠 만들 인형들에게 주입할 거라던데 솔직히 오묘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언니는 거짓의 힘을 근원으로 한 왜곡.

   동생은 시간의 힘을 근원으로 한 관측.

그 두 가지를 이용해 무얼 하려는 건지 소년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 외에도 소년이 얘기해준 세부적인 작전의 내용에 따라 여신은 바삐 움직였다.

   그리 길지 않은 마지막 시간이었지만 옆에서 하양이가 함께 있어 준 덕분에 외롭거나 쓸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하늘의 신들이 땅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굳이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붙잡혀 처분을 받아들였다.

언니가 신격을 잃고 땅으로 추방당할 때 이터나는 여전히 순백의 신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계획은 최종장에 들어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작에서 소년은 누구로 등장했을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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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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