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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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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발표 내용 중에 나왔던 교회 기부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맞나요?”

일단 질문은 정상적이었다.

   가슴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네. 저희 조가 단독으로 취재한 내용입니다.”

   “그 정보를 어떻게 입수한 건지 궁금합니다만.”

율리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관계자가 익명으로 정보를 제공해줬습니다.”

익명의 관계자는 지금 대답하는 그녀 본인이었다.

   하긴 그걸 굳이 밝힐 필요는 없으니까.

“질문은 그걸로 끝인가요?”

   “아니요. 하나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만해. 왜 아까부터 자꾸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거냐고.

“내용을 들어 보니까 최대한 중립적인 사실만을 담으려 한 거 같은데 그렇다면 발표자 본인은 이런 괴도 레이븐의 행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건 좋지 않다. 어떻게 대답해도 논란이 될 법한 민감한 주제였다.

   유일한 해답은 아예 대답을 회피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뿐.

다행히 율리아 역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발표에서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무리 중립을 표방하더라도 발표자가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결국 내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 자식 왜 이렇게 끈질긴 거냐고.

   집요한 눈빛을 보니 아무래도 원하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쉽게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중립입니다.”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왜 굳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괴도의 선행을 의도적으로 추가한 겁니까?”

   “그것 역시 레이븐이 한 행동의 일부니까요.”

   “그 말은 즉 괴도가 무조건 나쁜 범죄자는 아니라는 뜻입니까?”

   “······.”

율리아가 동요하고 있다.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눈동자가 살짝 떨리는 것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레이어드고 그걸 노리고 일부러 압박하는 것이다.

   엊그제 쉬는 시간에 율리아가 했던 말을 지적하는 게 틀림없다. 과연 애들 앞에서도 저번과 똑같이 말할 수 있느냐고.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주인공이랑 히로인이면 짝짜꿍하기도 바빠야지 왜 서로 으르렁거리는 거냐고.

[이럴 때는 백마 탄 왕자님이 나서야 하는 법 아니겠느냐.]

나도 물론 나서고 싶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미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둘의 대화로 쏠린 시점에서 그걸 분산시킬 획기적인 방법이···.

딱 하나 있었다.

벌떡.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레 이쪽으로 모이는 시선들.

율리아의 당혹스러운 눈과 마주쳤다.

   레이어드 역시 약간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것을 확인하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제안했습니다.”

   “···네?”

   “크로!”

경악하면서 내 이름을 외치는 율리아.

   그녀가 뭐라 얘기할 틈도 주지 않고 아예 쐐기를 박아버렸다.

“교회 기부 정보를 제공한 익명의 관계자는 저입니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발표 내용에 포함하자고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야 찐따. 너 미쳤어?”

언제나 나를 놀려대던 레이첼도 이번만큼은 진지한 어투로 속삭였다.

   그 정도로 이 발언의 파급력이 강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쉽게 말해 나는 괴도 추종자라고 자진 신고한 셈이니까.

   괴도 레이븐을 향한 언론과 정부의 증오를 생각하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레이어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응시했다.

“···그 말은 괴도가 나쁘지 않다는 뜻입니까?”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단지 이런 일도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묻는 건 왜 알리고 싶었냐 의도를 묻는 겁니다.”

[괜찮으냐?]

여신님의 걱정스러운 물음.

‘확실히 저는 괴도 체질이 있나 봐요.’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집중된 상황에서도 딱히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 만큼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나갔다.

“인터뷰에 응해준 수녀님이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디 이번 일을 널리 알려달라고.’ 아이를 괴롭힌 불치병은 누군가의 관심이 없다면 치료할 수 없었을 테니 많은 사람이 알고 도와줘야만 한다고 말이죠.”

   “······.”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었다.

   선동과 날조 따위는 조금도 섞이지 않은 오롯한 진실.

“저는 괴도 레이븐을 옹호할 생각이 아닙니다. 괴도 추종자는 더더욱 아니고요. 단지 수녀님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것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일단 내가 레이븐이니 추종자일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옹호하는 건 괴도가 아니라 율리아였다.

   그리고 수녀님의 부탁들 들어주고 싶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적당히 끼워 맞춘 거지만.

   그래도 뭐 어때?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니까.

내 대답이 전부 끝나자 반 전체에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 싸늘한 분위기는 견디기 쉽지 않은데.

여태껏 조용히 관망하던 선생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자유질문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발표 수고하셨어요.”

이 선생아. 상황을 정리할 거면 진작에 할 것이지.

   어쨌든 그렇게 우리 조의 발표가 끝나고 율리아가 넋을 놓은 채 자리로 돌아왔다.

“발표하느라 수고했어.”

   “야. 괜찮냐? 얘 정신이 나갔는데?”

   “···미안해. 내가 모두 망쳐버렸어.”

자책과 함께 거의 울먹이려는 그녀를 위로해줬다.

“아니야. 설마 거기서 질문을 받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걸.”

발표에서 끝냈으면 정말로 완벽한 성공이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잘 수습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율리아도 금방 기운을 되찾고 입가에 미소를 피며 말했다.

“고마워. 전부 크로 덕분이야.”

   “응? 에이. 내가 뭘 했다고.”

옆에서 레이첼이 짓궂게 웃으며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이 녀석은 옆구리 성애자인가. 그만 좀 찌르라고.

“아까는 너답지 않게 좀 멋있었다? 약간 찐따 벗어난 느낌쓰.”

   “뭐래. 처음부터 찐따 아니었거든.”

   “흐흥. 뭐 이 누님이 그렇다고 쳐줄게.”

진짜 꿀밤 한 대 때리고 싶네.

   딱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면서 놀리는 게 너무 얄밉다.

“응?”

문득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니 샤론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부담스럽게.

“···잘했어.”

   “어? 어 고마워?”

지금 나 샤론한테 칭찬을 들은 건가?

   뭔가 되게 오묘한 느낌이었다. 약간 낯간지럽다고 해야 하나.

넷이서 단란하게 얘기를 나누며 나름의 성공을 자축하던 와중.

   나는 힐끔거리며 앞자리에 앉아있는 뒤통수를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저놈을 어쩌면 좋지?

   지금까지는 그냥 피하기만 했는데 아무래도 따로 대화 좀 해야겠다.

 

   ***

 

   점심시간.

급식실 뒤쪽에서 남정네와 단둘이 밀회를 가졌다.

   이렇게 표현하니까 뉘앙스가 좀 이상하네.

아무튼 애들 몰래 레이어드를 불러서 다짜고짜 물었다.

“아까는 왜 그런 거야?”

녀석도 내가 뭘 말하는 건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긴 모를 리가 없겠지.

“···나도 지나쳤다고 생각해. 미안하다.”

   “사과는 내가 아니라 율리아한테 해야지.”

확실히 말하는 거나 표정을 보면 잘못했다고 뉘우치는 거 같긴 한데.

   지금 돌이켜봐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너희 친하잖아. 내가 착각하는 거야? 왜 친구끼리 기 싸움을 벌이냐고.”

사실 엄밀히 따지면 기 싸움도 아니었다.

   발표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레이어드가 일방적으로 공격한 수준이니.

“······.”

   “왜 대답을 못 해? 설마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한 건 아니지?”

   “그건 아니야. 단지···. 율리아가 괴도를 변호하는 게 이해되지 않아서 그랬던 거 같아.”

대충 내가 생각했던 이유랑 비슷하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역시나 딱히 공감이 가진 않았다. 고작 그런 이유로 친구를 곤란하게 만든다니.

하지만 이어지는 부연 설명을 들으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됐다.

“내가 아는 율리아는 누구보다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야. 그렇게 오래 봐온 건 아니지만 걔보다 착한 사람은 없다고 확신할 정도로. 그런 율리아가 갑자기 괴도를 변호하고 두둔하는 모습을 보니까 걱정이 됐어.”

나도 처음에는 율리아의 변화가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주인공 역시 그런 점을 느끼고 자기 나름대로 그녀를 되돌려놓으려 시도했던 모양이다.

그 의도야 이해가 되지만 너무 과격한 방법이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율리아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었으니.

얘기를 전부 들으니 그제야 완전히 체감 하였다.

   아직 주인공은 전부 성장하지 않은 미숙한 존재라는 사실을. 나와의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지.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앞으로 일어나는 여러 원작의 사건을 겪으며 주인공은 정신적인 성장을 하게 될 테니. 원래 소년 만화란 그런 거니까.

“레이어드.”

   “···응. 말해.”

   “그럴 땐 율리아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해. 원래 친구란 게 그런 거잖아.”

   “친구···.”

딱히 더 할 말은 없었다.

   여기서 멋있는 명대사를 날려주면 좋겠지만 생각나는 말이 없는걸.

그래서 대충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나중에 율리아한테 직접 사과해. 네 말대로 착한 애니까 받아주겠지.”

   “고마워. 정말로 고맙다.”

   “응? 뭘 남자끼리 남사스럽게. 됐으니까 나 먼저 간다.”

대충 손을 흔들며 먼저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래도 나름 잘 해결된 거 같네요.’

[흠···.]

‘여신님? 왜 그러세요?’

[크로. 남자는 꼬시지 마라.]

‘···뭔 헛소리에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작 5000을 달성했어용!

모두모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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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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